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73화 — 돌아오는 열차

자유의 세기 · 73 / 516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1919년 봄, 네바그라드 중앙역에는 떠나는 군인보다 돌아오는 군인이 많았다.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륙전선의 주요 교전국들이 휴전에 들어갔고, 로시아 정부는 단계적 동원해제를 시작했다.

단계적이라는 말은 서류에만 정확했다.

현장에서는 하루에 삼천 명이 돌아오기도 했고,

어떤 날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예고 없이 군용열차 세 편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예고르 테렌코는 그런 날을 제일 싫어했다.

“전쟁 때보다 더 엉망입니다.”

에드윈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왜요?”

“전쟁 때는 적어도 어디로 보내는지는 알았으니까.”

그는 운행표를 탁자 위에 던졌다.

“지금은 다 집으로 갑니다.”

“좋은 일 아닙니까?”

“집이 어디인지 알아야 좋지.”

한 열차에는 서부지역 병사들이 타고 있었다.

다른 열차에는 동부지역.

세 번째 열차에는 여러 부대에서 해산된 병사들이 뒤섞여 있었다.

군 행정서류상 목적지는 모두 네바그라드.

그 다음부터는 민간철도 책임이었다.

테렌코가 말했다.

“여기서 갈아타야 하는 사람이 이천 명인데 표가 없습니다.”

“군에서 안 줬습니까?”

“군표는 있습니다.”

“그럼?”

“민간열차 좌석은 없고.”

플랫폼은 이미 군복으로 가득했다.

군복이라고 다 같은 상태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단추가 전부 달려 있었고,

누군가는 소매를 잘라 민간옷처럼 입었다.

한 남자는 훈장까지 달고 있었지만 신발은 군화가 아니었다.

해산병에게 지급된 귀향수당도 제각각이었다.

현금.

군표.

지역교환권.

한 병사는 역 매점에서 빵을 사려다 군표를 거절당했다.

“군표 안 받습니다.”

“군에서 돈이라고 줬는데.”

“나는 군이 아니잖아요.”

병사의 얼굴이 굳었다.

세레빈이 옆에서 말했다.

“중앙역 환전창구 가면 됩니다.”

“줄이 두 시간입니다.”

“알아요.”

“집 가는 열차는 한 시간 뒤고.”

또 시간과 규정.

세레빈은 매점주를 설득하지 않았다.

대신 환전창구 직원 둘을 플랫폼 임시창구로 끌어왔다.

그날부터 귀환병 열차 도착시간에는 이동 환전창구가 열렸다.

별 것 아닌 조치였다.

그런데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에게 첫 민간경험이 ‘당신 돈은 여기선 돈이 아니다’가 되는 걸 조금 줄여줬다.

누군가는 가방을 들고,

누군가는 소총을 메고 있었다.

할크로프트의 시선이 멈췄다.

“무기는 반납 안 합니까?”

테렌코가 말했다.

“원래는 여기 동부병기창에서.”

“원래는?”

“병기창 반납소가 어제 문 닫았습니다.”

“왜?”

“누가 관리하는지 싸우는 중.”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누가 누구랑?”

“국방부, 군관구, 시청.”

테렌코는 짜증난 얼굴로 말했다.

“난 철도역장입니다. 왜 총 반납기관이 누군지 알아야 합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열한 시 이십 분,

제94보병연대 해산병력 417명이 내렸다.

그중 263명이 소총을 가지고 있었다.

탄약은 원칙적으로 부대에서 반납했다.

원칙적으로.

한 병사가 플랫폼에서 탄약주머니를 열어 친구에게 보여줬다.

“세 상자 남았어.”

근처 경찰관이 바로 다가갔다.

“탄약 반납.”

병사가 말했다.

“어디에?”

경찰관이 멈췄다.

그게 문제였다.

병기창은 폐쇄.

군관구 출장소는 오후에 연다.

경찰은 군용탄약을 인수할 법적 절차가 없었다.

테렌코가 말했다.

“또 시작이군.”

Free Civic Guard는 이미 연락을 받고 있었다.

Book I 말미 327명이었던 조직은 지금 상시활동 인원이 148명까지 줄어 있었다.

30일 재승인 규칙이 실제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전과 약탈이 줄자 의료·기술지원 인력 상당수는 명단만 남기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운영위원회도 일곱 명으로 축소됐다.

누군가는 조직이 성공했다고 했다.

세레빈은 다르게 표현했다.

“일이 줄어서 사람도 줄었습니다. 그게 맞는 겁니다.”

그런데 귀환병이 몰리면서 다시 호출이 늘었다.

오늘 Free Civic Guard가 받은 요청은 단순했다.

역내 귀환병 안내 및 민간열차 환승 지원.

무기 회수는 없었다.

체포도.

경비도 원칙적으로 군·경찰 업무.

할크로프트의 역할은 외부연락.

그는 군관구 당직실에 전화를 걸었다.

“임시 무기반납소를 중앙역에 만들 수 있습니까?”

상대가 말했다.

“국방부 승인 필요합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모릅니다.”

“263정이 플랫폼에 있습니다.”

“압니다.”

“그럼?”

“승인 요청했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예전 같았으면 할크로프트는 누가 결정권자인지 지도부터 그렸을 것이다.

이제는 다른 질문이 먼저 나왔다.

승인 올 때까지 누가 사고 안 나게 하지?

베레노프가 역에 도착한 건 정오쯤이었다.

이제 그는 북부군관구 훈련감찰관 직책을 맡고 있었다.

전투지휘보다 동원해제와 군 개편이 주 업무였다.

“총부터 한곳에 모읍시다.”

그가 말했다.

경찰책임자가 물었다.

“우리가 보관합니까?”

“아니오. 병사들이 직접.”

“그게 무슨 뜻입니까?”

베레노프는 플랫폼 끝 화물대기실을 가리켰다.

“연대별로 무기 적치. 자기 대표 둘이 지키게.”

“법적 근거?”

안토노바가 도착하며 물었다.

베레노프가 한숨을 쉬었다.

“안 왔으면 했소.”

“나도요.”

그녀는 현재 규정을 확인했다.

해산병은 지정기관에 무기를 반납할 의무가 있다.

지정기관이 기능하지 않을 경우 임시보관 규정은 없었다.

또 빈칸.

병사 한 명이 소리쳤다.

“집 가는데 총 때문에 못 갑니까?”

다른 병사가 말했다.

“그냥 들고 가면 되잖아.”

군중의 반응이 빨라졌다.

세레빈이 플랫폼 벤치 위에 올라갔다.

“총 들고 집 가고 싶은 사람?”

손이 꽤 올라갔다.

“좋아. 그러면 다음 역에서 경찰이 또 묻습니다.”

야유.

“집 앞에서도 묻고. 술집에서도 묻고. 그러다 한 명 쏘면 전부 다시 군인 취급받습니다.”

손이 조금 내려갔다.

한 병사가 말했다.

“그럼 여기서 누가 받습니까?”

세레빈이 베레노프를 가리켰다.

“저 군인이 임시창고 만들겠답니다.”

“믿어도 됩니까?”

베레노프가 직접 말했다.

“나도 오늘 처음 듣는 규정이오.”

사람들이 웃었다.

그게 도움이 됐다.

“무기는 여러분 이름으로 임시봉인. 인수기관 확정되면 증명서 발행. 소총 때문에 귀향열차 놓치는 일은 없게 하겠소.”

“말뿐이면?”

“내 이름 적으시오.”

안토노바가 즉시 말했다.

“그렇게 하지 마세요.”

다시 웃음.

“공식 문서를 만듭니다.”

한 시간 뒤 임시양식이 나왔다.

동원해제 병기 임시보관증.

국방부 현장대표.

중앙역.

병사 본인.

세 서명.

법적 근거는 ‘동원해제 행정의 긴급연속성’.

완벽하지 않았다.

아르세닌 내각 법무부가 사후검토하기로 했다.

263정 가운데 247정이 그날 반납됐다.

소총을 내려놓은 뒤 병사들은 증명서를 받아 들었다.

한 병사는 종이를 접지 못하고 한참 보고 있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문제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데?”

병사가 빈 손을 봤다.

“4년 만에 총이 없어서.”

그는 웃으려 했지만 잘 안 됐다.

“집에 가면 뭐 합니까?”

“아버지 제재소.”

“좋군요.”

“손가락이 아직 총 모양으로 굳었습니다.”

그는 오른손을 폈다 접었다.

“나무 톱은 다시 배워야죠.”

그 옆에서는 다른 병사가 총을 반납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이건 내 목숨 살린 총이오.”

베레노프가 말했다.

“그래서 더 국가 겁니다.”

“내가 주운 건데.”

“전장에서?”

“네.”

“그럼 더더욱.”

둘은 십 분을 싸웠다.

결국 병사는 총을 내놨다.

반납대 위에 손을 한 번 올리고 떠났다.

동원해제는 병력을 줄이는 숫자보다,

사람 몸에서 전쟁을 하나씩 떼어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16명은 거부했다.

그중 11명은 개인소유 증명서를 주장했다.

3명은 그냥 사라졌다.

2명은 다음 날 스스로 돌아왔다.

테렌코는 마지막 임시보관증을 보며 말했다.

“전쟁 때는 열차가 잘못 왔는데.”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이 제대로 옵니다.”

플랫폼 반대편에서 귀환병 하나가 아내와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를 들어 올렸다.

소총은 이미 반납한 뒤였다.

할크로프트는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는 일도 행정이었다.

그날 저녁 Free Civic Guard 운영위원회에는 새로운 요청이 17건 들어왔다.

숙박.

일자리 안내.

분실가족 찾기.

부상병 병원연계.

귀향열차 노선.

경비업무보다 이런 일이 더 많았다.

세레빈이 말했다.

“이제 이름 바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안토노바가 물었다.

“뭘로?”

“귀향안내소.”

모로지나가 말했다.

“다음 주에 또 불나면요?”

아무도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Guard는 역 안에 작은 책상을 하나 뒀다.

귀환병·가족 안내.

첫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정치가 아니었다.

내 열차는 어디서 타나요?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총을 누구에게 줄지부터 정해야 했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