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5화 — 여섯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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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장은 총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안토노바는 그 순서를 고집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보다 먼저 뭘 하면 안 되는지 씁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사람들은 경비하러 왔습니다.”
“그래서 더.”
회의실에는 자유시민경비대 역할대표들이 모였다.
의료.
운송.
시설보호.
기술.
통신.
구호.
그리고 새로 들어온 할크로프트는 뒤쪽에 앉았다.
수습 구성원.
발언은 가능하지만 표결권은 제한.
그 조건도 안토노바가 넣었다.
헌장 첫 초안은 여섯 쪽이었다.
세레빈은 읽고 말했다.
“너무 깁니다.”
“줄여보세요.”
“첫 줄 빼고 다.”
안토노바가 그를 노려봤다.
베레노프가 중재했다.
“현장에서 기억할 규칙과 법적 헌장을 나눕시다.”
좋은 제안이었다.
두 문서가 생겼다.
헌장.
그리고 한 장짜리:
현장 8원칙.
1. 직접적 생명위험이 있는 경우 사람 보호를 우선한다.
2. 기존 경찰·소방·의료·행정기관을 대체하지 않는다.
3. 체포권이 없다.
4. 시설경계 밖 추격을 하지 않는다.
5. 즉각적 폭력에 대한 최소방어만 허용한다.
6. 정치집회·파업·선거에 조직 명의로 개입하지 않는다.
7. 상황종료 즉시 기존기관에 인계한다.
8. 모든 출동은 기록하고 사후검토한다.
첫 번째 줄부터 논쟁이 생겼다.
창고책임자가 물었다.
“재산 지키는 조직인데 사람 보호가 먼저면 창고는 누가 지킵니까?”
모로지나가 말했다.
“창고보다 사람입니다.”
“식량창고도?”
“직접 생명위험이면.”
“사람 하나 구하려고 도시 이틀치 식량 다 태워도요?”
모로지나가 멈췄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베레노프가 말했다.
“그래서 절대문장으로 쓰면 안 됩니다.”
안토노바가 첫 줄을 고쳤다.
직접적 생명위험이 확인되면 생명보호를 최우선 고려한다. 다른 필수위험도 동시에 평가한다.
세레빈이 웃었다.
“첫 줄이 두 줄 됐네요.”
“현실이 문장을 늘립니다.”
할크로프트는 그 과정을 보며 몇 달 전 자기 보고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짧았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조건이 붙었다.
헌장도 비슷했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 쓰는 보고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같이 고치는 문서였다.
두 번째 논쟁은 대체하지 않는다는 문구였다.
시장 대행이 물었다.
“경찰이 안 오면 우리가 실질적으로 대신하는 거 아닙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일시적 공백을 메우는 것과 권한을 넘겨받는 건 다릅니다.”
“현장에선 구분이 됩니까?”
베레노프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체포권·추격권을 안 주는 거요.”
시장 대행은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책임은 누가 집니까?”
이번엔 세레빈이 말했다.
“출동 요청한 기관, 현장 역할책임자, 그리고 운영위가 나눠집니다.”
“나눈다?”
“한 사람한테 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할크로프트는 그 문장을 듣고 사라노프를 떠올렸다.
사라노프는 결정권을 명확하게 한곳에 두려 했다.
Guard는 책임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되 누가 무엇을 맡는지 기록하려 했다.
둘 다 혼란을 줄이려는 방법이었다.
방향은 반대였다.
헌장 두 번째 부분은 조직구조.
여기서 더 크게 싸웠다.
시장 대행은 시청 산하 위원회를 원했다.
“그래야 법적 책임이 명확합니다.”
세레빈은 반대했다.
“시장 바뀌면 조직도 바뀝니까?”
베레노프는 시청 단독보다 시민평의회 감독을 선호했다.
안토노바는 그것도 완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의회도 임시기구입니다.”
“그럼 누가 감독합니까?”
누군가 물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여러 기관.”
최종안:
- 운영위원회 9인.
- 역할별 선출 6인.
- 시민평의회 지명 2인.
- 시청·필수서비스 공동연락 1인.
- 임기 60일.
- 연임 가능.
- 구성원 해임 가능.
- 운영회의록 공개 원칙.
세레빈이 물었다.
“왜 60일?”
“너무 길면 고착되고, 너무 짧으면 매주 선거합니다.”
“근거?”
“없어요.”
“솔직하네요.”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베레노프는 지휘문제를 가져갔다.
“현장지휘관은 필요하오.”
안토노바가 말했다.
“고정 지휘관은 안 됩니다.”
“현장마다.”
“누가 임명?”
“출동 역할 중 가장 관련된 전문책임자.”
화재면 소방.
의료면 의료.
폭력위험 시설보호면 시설보호 책임자.
복합상황이면?
다시 빈칸.
할크로프트가 처음 손을 들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수습 구성원.”
“알고 있습니다.”
“말하세요.”
“현장지휘 한 명이 아니라 조정담당 한 명을 두고, 전문결정은 각 영역책임자가 유지하면 어떻습니까.”
베레노프가 물었다.
“조정담당이 충돌하면?”
“결정권을 가지지 않고 누가 결정할지 확인하는 역할.”
세레빈이 말했다.
“당신 하고 싶은 자리 아닙니까?”
방 안에 웃음.
할크로프트도 웃었다.
“그래서 내가 하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답 때문에 베레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
현장조정담당은 정보·연락·충돌정리 담당. 전문결정은 해당 영역책임자에게 있음.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갖지 않는 구조.
할크로프트는 자기 이름이 없는 원칙을 제안했다.
그 점이 중요했다.
헌장 세 번째 부분은 종료.
안토노바는 가장 오래 걸렸다.
정상기관 기능 회복 후 해산.
세레빈이 말했다.
“‘정상’이 뭔데요?”
모두 웃었다.
사라노프에게 물었던 질문.
또 돌아왔다.
결국:
- 30일 연속 대규모 출동 없음.
- 필수시설 대응이 기존기관만으로 가능.
- 시민평의회 공개회의에서 존속 재승인 실패 시 자동해산.
베레노프가 말했다.
“전쟁 계속되면 30일 조용해도 다시 필요할 수 있소.”
“그럼 다시 만들면 됩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조직이 죽는 걸 너무 무서워하지 맙시다.”
세레빈이 중얼거렸다.
“사람은 어렵게 모았는데.”
“사람이 남으면 다시 모입니다.”
회의가 끝난 뒤 운영위원 후보 중 한 명이 할크로프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계속 해산조항 좋아합니까?”
“내가요?”
“안토노바 변호사랑 계속 그 얘기 했잖아요.”
할크로프트는 생각했다.
“권한이 필요할 때 시작하는 건 쉽습니다.”
“그리고?”
“필요 없을 때 끝내는 게 더 어려워 보였습니다.”
“사라노프 장관 얘기?”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는 방 안 사람들을 봤다.
자기 자신도 포함해서.
권한을 쥐면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헌장은 아직 초안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유시민경비대가 자기 자신을 문장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무엇을 하지 않는가.
언제 끝나는가.
조직이 커질수록 세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
헌장회의가 끝난 뒤 초안은 구성원 전원에게 배포됐다.
일주일 동안 수정의견을 받기로 했다.
첫날 17건.
둘째 날 41건.
셋째 날 86건.
“이걸 다 읽습니까?”
세레빈이 물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네.”
“누가?”
“우리.”
“내가 왜?”
“운영위원이니까.”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해산조건이 너무 쉽다는 사람.
너무 어렵다는 사람.
무기 제한이 과하다는 사람.
더 강해야 한다는 사람.
어떤 의견은 서로 정반대였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모두 만족시키긴 불가능하겠군요.”
안토노바가 답했다.
“헌장은 만족문서가 아니에요.”
“그럼?”
“같이 불만 가질 방법을 정하는 문서죠.”
그 문장이 초안 검토회의의 비공식 제목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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