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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60화 — 이름 없는 자리

자유의 세기 · 60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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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크로프트가 시민비상연락망 회의에 다시 나타났을 때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세레빈은 말했다.

“구경만 한다고 했죠?”

“네.”

안토노바가 바로 덧붙였다.

“발언권 없음.”

“너무하군요.”

“전직 외국 정보기관 직원입니다.”

모로지나가 말했다.

“의자 하나는 줍시다.”

베레노프는 회의자료를 보고 있었다.

“오늘 안건은 사람 하나가 아니라 조직 전체입니다.”

시민비상연락망 인원은 여전히 40명.

하지만 대체연락자까지 합치면 실제 네트워크는 73명.

첫 정전과 화재 이후 가입 요청은 120건 넘게 들어왔다.

시장 대행은 규모 확대를 원했다.

세레빈은 반대했다.

“사람 많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시장 대행이 말했다.

“아닙니다.”

“왜?”

“누군지 모르니까.”

실제로 가입신청서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전직 군인.

상점주.

학생.

공장노동자.

운전사.

사설경비업체 직원.

지원자 면담도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첫 지원자는 전차 차장.

“왜 들어오려 합니까?”

“정전 나면 승객들 집에 보내는 법을 압니다.”

두 번째는 대학생.

“도시를 지키고 싶습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습니까?”

학생은 대답하지 못했다.

세 번째는 제빵소 노동자.

“야간운전 가능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운송팀 후보가 됐다.

할크로프트는 면담을 보며 조직이 좋은 마음을 심사하는 게 아니라 실제 역할을 찾으려 애쓴다는 걸 느꼈다.

애국심이 있어도 기술이 없을 수 있다.

기술이 있어도 규칙을 못 지킬 수 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구성원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다라프 사건 이후 이 차이는 더 중요해졌다.

안토노바는 신원확인 문제를 꺼냈다.

범죄기록.

소속.

무기보유 여부.

정치단체 간부인지.

세레빈이 반발했다.

“정치단체면 왜 안 됩니까?”

“안 된다고 안 했어요.”

“그럼 왜 묻습니까?”

“조직을 정당 활동에 쓰는지 확인하려고.”

모로지나가 말했다.

“나는 병원에서 사람 살릴 줄 아는지만 알고 싶어요.”

베레노프가 고개를 저었다.

“약탈현장에 보낼 사람은 다릅니다.”

회의는 늘어졌다.

할크로프트는 말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기준표를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누군가 만들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세레빈이 칠판에 썼다.

사람보다 역할부터.

“무슨 뜻입니까?”

시장 대행이 물었다.

“몇 명 받을지 말고 뭘 해야 하는지부터 정합시다.”

병원.

전력.

급수.

소방.

식량창고.

운송.

시설경비.

통신.

각 역할별 필요한 사람 수.

그 다음 지원자를 본다.

베레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낫군.”

안토노바가 덧붙였다.

“그리고 모든 역할에 대체자.”

모로지나는 의료부분을 가져갔다.

세레빈은 운송·철도.

코렌은 소방운송.

베레노프는 시설보호.

안토노바는 규칙.

할크로프트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처음엔 어색했다.

점점 괜찮아졌다.

회의 중간에 한 지원자가 찾아왔다.

전직 하사 세묜 다라프.

처음 비상연락 명단을 만들 때 술 문제로 제외됐던 사람.

“다시 신청합니다.”

베레노프가 물었다.

“술 끊었나?”

“한 달.”

“증명?”

다라프는 세레빈을 봤다.

세레빈이 말했다.

“차량기지에서 본 바로는 맞습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왜 다시 들어오려 합니까?”

“사람들이 나 빼고 불 끄더군요.”

“그게 이유?”

다라프의 얼굴이 굳었다.

“쓸모 있고 싶습니다.”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듣고 시선을 들었다.

너무 익숙한 이유였다.

안토노바도 알아챈 듯했다.

“쓸모 있고 싶은 것과 믿을 수 있는 건 다릅니다.”

다라프가 말했다.

“기회도 안 줍니까?”

베레노프가 제안했다.

“비무장 운송보조로 30일.”

“군인 출신인데 운반만?”

“싫으면 안 해도 돼.”

다라프는 잠깐 고민했다.

“합니다.”

세레빈은 불만이었다.

“사람이 모자라는데 너무 까다롭습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까다로워야죠.”

“그러다 아무도 안 남으면?”

“그럼 조직이 아직 준비 안 된 겁니다.”

베레노프도 안토노바 편이었다.

“시설보호는 특히.”

“군대도 처음엔 사람부터 받잖습니까.”

“군대는 법과 지휘계통이 이미 있소.”

그가 말했다.

“우린 그게 없으니까 사람을 더 봐야 해.”

조직이 약해서 느슨해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지원자 중 한 명은 바로 떨어졌다.

사설경비업체 직원.

경력도 좋고 체격도 좋았다.

문제는 면담 마지막 질문이었다.

“파업 중 창고출입을 막는 노동자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명령받으면 치웁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누구 명령?”

“현장 책임자.”

“그 책임자가 사용자를 대리하면?”

남자는 잠깐 멈췄다.

“일단 지시를 따릅니다.”

베레노프가 고개를 저었다.

“여긴 그 습관이 문제요.”

남자는 화가 났다.

“경비는 명령 따르는 일 아닙니까?”

“시설 보호는 그렇소. 노동분쟁 해결은 아니고.”

“차이가 현장에서 보입니까?”

“보이게 훈련해야지.”

남자는 결국 가입하지 못했다.

세레빈은 그가 나간 뒤 말했다.

“쓸 만한 사람인데.”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죠.”

기술과 규칙준수는 다른 능력이었다.

조직은 점점 사람의 선의보다 어떤 상황에서 멈출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회의 끝에 시장 대행이 할크로프트에게 물었다.

“당신은 안 들어옵니까?”

“아직.”

“왜?”

“내가 들어가면 내가 뭘 할지보다 사람들이 내가 누구였는지 먼저 볼 겁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그건 어차피 언젠가 봅니다.”

“알아요.”

“그럼?”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안토노바가 말했다.

“오늘 잘 참았네요.”

“뭘?”

“말하는 거.”

“내가 그렇게 많이 말합니까?”

“예.”

“불쾌하군요.”

“사실입니다.”

둘은 계단을 내려갔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언제까지 구경만 해야 합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당신이 필요할 때까지가 아니라, 당신 역할이 생길 때까지.”

“차이가?”

“많아요.”

그녀는 밖으로 나갔다.

할크로프트는 그날 저녁 자기 방에서 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언어.

전보 해석.

조직 간 연락.

외국공관.

정보 검증.

그 아래:

내가 하면 안 되는 것.

지휘.

치안판단.

군사명령.

정당정치.

현지인 대신 결정.

두 목록을 비교했다.

예전 직업에서는 첫 번째 목록이 권력이었다.

두 번째는 금지목록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전부 하기도 했다.

지금은 반대였다.

역할을 갖는다는 건 할 일을 정하는 동시에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것이었다.

그 종이를 다음날 안토노바에게 보여줬다.

그녀는 첫 번째 목록보다 두 번째를 오래 봤다.

“이건 누가 지킵니까?”

“내가.”

“그게 제일 약한 장치네요.”

할크로프트가 웃었다.

“그럼?”

“다른 사람이 지적할 수 있어야죠.”

그녀는 맨 아래 한 줄을 추가했다.

경계를 넘었다고 느끼면 누구든 말할 수 있음.

“조직 규칙도 아닌데.”

“당신 개인 규칙이잖아요.”

“왜 남이?”

“혼자 판단하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할크로프트는 종이를 다시 접었다.

예전에는 독립적 판단이 능력이라고 배웠다.

이제는 자기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열어두는 것도 능력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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