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9화 — 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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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할크로프트는 다음 날 아침 처음으로 출근할 곳이 없었다.
그는 습관대로 면도를 하고 셔츠 단추를 채웠다.
넥타이까지 맨 뒤에야 멈췄다.
갈 곳이 없었다.
다시 넥타이를 풀었다.
이 사소한 동작이 사직서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대사관에서는 이미 다른 직원이 그의 책상을 쓰기 시작했다.
검은 수첩을 두던 서랍도 비어 있었다.
포스터가 전날 말했다.
“자리 오래 비워둘 수 없습니다.”
당연했다.
그런데 당연한 일이 조금 서운했다.
기관은 사람보다 빨리 빈자리를 채웠다.
그게 건강한 조직의 특징이라는 걸 할크로프트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해서 기분까지 건강해지는 건 아니었다.
숙소도 문제였다.
대사관 숙소는 공식임무자용이었다.
포스터는 사흘 정도 더 머물 수 있게 해줬다.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쫓아내는군요.”
“행정입니다.”
“둘이 자주 닮았네요.”
포스터는 서류 한 장을 건넸다.
외국인 체류상태 변경 안내.
브리튼 정부 직원 자격이 끝나면 외교관련 체류허가도 종료된다.
일반 체류허가로 전환해야 한다.
안토노바 사무실에서 그 서류를 펼쳤다.
그녀는 한참 읽다가 말했다.
“좋은 소식.”
“뭡니까?”
“불법체류자는 아직 아닙니다.”
“‘아직’?”
“30일 임시유예.”
“그 다음은?”
“직업이나 후원기관, 또는 독립생계 증명.”
할크로프트는 의자에 기대었다.
“직업 없습니다.”
“후원기관?”
“없고.”
“돈은?”
“있습니다.”
“얼마나?”
할크로프트가 그녀를 봤다.
“변호사가 왜 재산을 묻습니까?”
“체류허가가 재산을 묻습니다.”
그는 대략적인 금액을 말했다.
안토노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살 수 있겠네요.”
“격려 감사합니다.”
“집부터 구하죠.”
그녀는 실제로 임대계약서 세 개를 가져왔다.
첫 번째는 너무 비쌌다.
두 번째는 외국인에게 보증금을 두 배 요구했다.
세 번째는 법원에서 걸어서 십 분, 병원에서 십오 분.
작은 2층 방.
“왜 이렇게 가까운 데만?”
“차 없잖아요.”
대사관 차량도 반납했다.
그 사실이 생활에서 바로 나타났다.
“전차 타면 됩니다.”
“전차 멈추면?”
“걷죠.”
“그래서 가까운 데.”
안토노바는 계약서를 넘겼다.
“그리고 집주인이 외국인 받아줍니다.”
“그건 왜?”
“선불 3개월이면 대부분 받아줍니다.”
새 집으로 옮긴 건 이틀 뒤였다.
집주인은 아델리나 페르코바라는 과부였다.
그녀는 계약서보다 할크로프트의 억양에 더 관심이 많았다.
“영국 사람?”
“브리튼 사람입니다.”
“그게 다른 겁니까?”
“조금.”
“월세만 같으면 상관없어요.”
그녀는 방 사용규칙을 설명했다.
밤 열한 시 이후 피아노 금지.
욕실 온수는 화·목·토.
주방 석탄은 세입자 공동부담.
외부 방문객은 너무 늦게 남기지 말 것.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피아노는 없습니다.”
“사도 안 됩니다.”
그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몇 달 동안 헌정과 군수와 국가기능을 분석하다가,
온수 요일과 주방 석탄비를 협상하고 있었다.
이쪽이 오히려 더 생활 같았다.
첫날 밤 아래층에서는 누군가 접시를 떨어뜨렸고,
옆방 남자는 코를 골았다.
대사관 숙소보다 시끄러웠다.
이상하게 더 마음이 편했다.
가구는 침대, 책상, 의자 둘.
창문에서는 법원 지붕이 보였다.
포스터가 상자 하나를 들고 올라왔다.
“이게 전부입니까?”
“대사관 물건 빼면.”
“초라하군요.”
“민간인 생활이 원래 이런 겁니까?”
“부유한 민간인은 다릅니다.”
포스터는 상자를 내려놨다.
“런던에서 공식 사직수리 왔습니다.”
할크로프트의 손이 멈췄다.
“빠르네요.”
“웰스 경이 밀었겠죠.”
문서에는 짧게 적혀 있었다.
사직 수리. 해외평가국 직무 종료. 정부재산 반납 확인. 민감기록 법적 검토 별도.
끝이었다.
할크로프트는 서명란 아래 자기 이름을 봤다.
그 위에는 더 이상 직함이 없었다.
포스터가 말했다.
“기분 어떻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 대답 지겹네요.”
“나도.”
포스터는 잠깐 웃었다.
“돈 필요하면 말하고.”
“대사관에서 빌려줍니까?”
“내가.”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왜?”
“친구니까.”
그 단어가 이상하게 낯설었다.
포스터는 예전부터 동료였다.
친구라고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필요하면.”
“안 필요해도 밥은 사겠습니다.”
“좋습니다.”
포스터가 문을 나서기 전 말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 대사관 내부정보 물어보지 마세요.”
“직업윤리.”
“아뇨. 귀찮아서.”
문이 닫혔다.
할크로프트는 새 방 한가운데 혼자 남았다.
그날 오후 시민비상연락망 쪽에서 사람이 왔다.
일리야 코렌.
“세레빈이 보냈습니다.”
“뭘요?”
“차 운전할 수 있다면서요.”
할크로프트는 웃었다.
“또?”
“연락망에 운전수 하나 비었습니다.”
“내가 명단에 들어갑니까?”
코렌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냥 물어보러 왔어요.”
할크로프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직함이 사라진 지 이틀.
그 자리에 다른 직함을 넣는 게 너무 빨라 보였다.
“아직은.”
“알겠습니다.”
코렌은 설득하지 않았다.
문을 나갔다.
저녁에는 세레빈이 왔다.
“거절했다면서요?”
“소문 빠르군요.”
“조직이 작으니까.”
“왜 넣으려 합니까?”
“운전할 사람 필요해서.”
“내가 영국 정보기관 출신인 건?”
“운전대 잡는 데 문제 있습니까?”
“다른 문제는?”
세레빈이 잠깐 생각했다.
“많죠.”
“그럼?”
“그래서 바로 지휘관 하라는 게 아니잖아요.”
할크로프트는 창문 밖을 봤다.
“난 아직 내가 여기 왜 있는지 정리 못 했습니다.”
“좋아요.”
세레빈이 말했다.
“그럼 정리될 때까지 사람 구경이나 하세요.”
“그게 전 직업이었는데.”
“이번엔 월급 없이.”
세레빈은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할크로프트는 시장에서 직접 빵을 샀다.
줄은 짧았다.
가격은 지난달보다 조금 올랐다.
상인은 그를 알아봤다.
“신문에 나온 영국인 아니오?”
“어느 신문입니까?”
“기억 안 납니다.”
“그럼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상인은 웃었다.
“요즘 영국인이 많나?”
할크로프트는 빵과 치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도 경례하지 않았다.
누구도 신분증을 보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사소한 자유와 사소한 불편이 같이 왔다.
그날부터 그는 처음으로 로시아에서 시민처럼 돈을 내고, 기다리고, 거절당하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체류허가 사무소에서도 똑같았다.
대기표 47번.
현재 31번.
예전 같았으면 대사관 신분증을 보여주고 담당자 방으로 바로 들어갔을 것이다.
지금은 나무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옆에는 공장노동자 가족과 상인,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 번호가 불렸다.
담당자는 서류를 보고 말했다.
“직업란이 비었습니다.”
“사직했습니다.”
“새 직업?”
“없습니다.”
“후원기관?”
“없습니다.”
담당자는 눈썹을 올렸다.
“그럼 생계증명.”
할크로프트는 은행잔고증명서를 냈다.
“왜 로시아에 남습니까?”
질문은 행정서류에 적힌 항목이었다.
그런데 그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담당자가 말했다.
“관광?”
“아닙니다.”
“사업?”
“아니고.”
“가족?”
“없습니다.”
결국 적었다.
개인 체류.
아무 의미 없는 두 단어.
담당자는 받아줬다.
임시체류허가 90일.
할크로프트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몇 달 동안 국가의 정당성을 분석한 사람이 이제 자기 체류의 정당성을 두 단어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 경험은 생각보다 교육적이었다.
그날 밤 생활비 장부도 만들었다.
임대료.
식비.
전차비.
변호사 비용.
안토노바가 청구서를 보내왔다.
체류허가 상담 — 할인 없음.
할크로프트는 그 문장을 보고 웃었다.
혁명은 아직 멀었다.
당장은 집세부터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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