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8화 — 사직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열차는 네바그라드에서 서쪽으로 세 시간 갔다.
할크로프트는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다.
포스터는 맞은편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둘 다 같은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갈색 개인기록 포함 업무관련 기록물 일체 제출 준비.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어떻게 알았을까요?”
“누군가 보고했겠죠.”
“누가?”
“그게 중요합니까?”
“조금.”
“내가 아니라고는 이미 말했습니다.”
“믿습니다.”
포스터가 신문을 접었다.
“그러면 더 생각하지 마세요.”
“쉽습니까?”
“아뇨.”
창밖으로 눈 덮인 들판이 지나갔다.
첫 정차역까지 한 시간.
거기서 서부간선으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할크로프트는 검은 수첩을 꺼냈다.
갈색 수첩은 없었다.
그런데 런던은 제출을 요구했다.
법적으로 따지면 웰스가 맞을 수도 있었다.
업무 중 알게 된 정보.
업무 관련 인물.
업무와 연결된 판단.
정부 급여를 받으며 쓴 기록.
개인노트라고 부른다고 개인이 되는 건 아니었다.
반대편에도 이유가 있었다.
말렌은 이름을 빼달라고 부탁했다.
안토노바는 문서를 보관해 달라고 했다.
메린은 자기 기관을 내부에서 고발했다.
그들은 브리튼 정부에 정보를 주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었다.
할크로프트는 처음부터 이 경계를 정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
포스터가 물었다.
“웰스 경한테 뭐라고 할 겁니까?”
“일부 제출 거부.”
“그러면 징계.”
“알아요.”
“해임될 수도 있고.”
“네.”
“사직?”
단어가 나왔다.
할크로프트는 창밖을 봤다.
사직.
그동안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단어로 들으니 다른 무게였다.
“아직.”
포스터가 말했다.
“좋습니다.”
“왜요?”
“열차 안에서 직업 그만두는 사람은 믿기 어려워서.”
할크로프트가 웃었다.
첫 정차역에 도착했다.
승객 일부가 내렸다.
새 승객이 탔다.
할크로프트는 플랫폼 매점에서 차를 샀다.
그때 역무원이 외쳤다.
“네바그라드행 동부선, 20분 뒤 2번!”
반대편 플랫폼에 동쪽으로 돌아가는 열차가 들어와 있었다.
할크로프트는 컵을 든 채 그 열차를 봤다.
포스터도 봤다.
“하지 마세요.”
“뭘요?”
“그 표정.”
“무슨 표정?”
“기차 시간표 계산하는 표정.”
할크로프트는 시계를 봤다.
서부행 환승열차는 34분 뒤.
동부행은 20분 뒤.
14분 차이.
아주 작은 숫자였다.
포스터가 말했다.
“런던 가서 싸우세요.”
“수첩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런던에서 제출 거부하면 여기 압수요청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안토노바가 법적으로 다투겠죠.”
“그럴 겁니다.”
“메린은?”
“모릅니다.”
할크로프트는 차를 마셨다.
이미 미지근했다.
“내가 돌아가면 사람들을 더 위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포스터가 말했다.
“남아도 그렇습니다.”
“네.”
“그게 중요한 겁니다.”
포스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어느 쪽이 안전한지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할크로프트는 그를 봤다.
“그럼?”
“어느 책임을 당신이 질 건지 고르는 거죠.”
안토노바가 할 법한 말이었다.
포스터 입에서 들으니 더 강했다.
동부행 출발까지 12분.
할크로프트는 주머니에서 귀환표를 꺼냈다.
런던까지 이어지는 표.
접었다.
다시 폈다.
“Welles에게 전보 보내야 합니다.”
포스터의 얼굴이 굳었다.
“뭐라고?”
할크로프트는 전신실로 갔다.
종이를 받았다.
첫 문장.
Sir Adrian Welles, Overseas Assessment Office.
그는 한참 펜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썼다.
본인은 현지 임무 과정에서 업무상 취득정보와 개인적으로 위탁받은 신뢰관계 사이의 경계를 적절히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문장.
현재 요구된 기록물 일체 제출은 해당 인물들에게 한 약속과 양립할 수 없으며, 동시에 정부 지시를 계속 거부한 채 해외평가국 소속을 유지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포스터가 옆에서 읽고 있었다.
“에드윈.”
할크로프트는 멈추지 않았다.
따라서 본인은 금일부로 직위 사임을 제출합니다.
펜이 멈췄다.
사직.
실제로 적었다.
손이 떨리지는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이상했다.
마지막.
정부 소유의 공식 자료 및 검은 업무수첩은 포스터 담당관을 통해 반환하겠습니다. 갈색 개인기록은 현지 제3자 보관 중이며, 그 안에 포함된 제3자 비밀정보의 처리 문제는 별도 법적 협의를 요청합니다.
그는 서명했다.
Edwin Halcroft.
포스터가 말했다.
“보내면 끝입니다.”
“사직은 수리돼야 끝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농담합니까?”
“조금.”
포스터는 화난 얼굴이었다.
“나는 당신이 런던 가서 직접 싸우길 원했습니다.”
“알아요.”
“웰스 경도 그럴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할크로프트는 전보지를 봤다.
“가서 제출 거부하면 조직 안에서 명령을 거부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직?”
“네.”
“그리고 여기 남게?”
“그건 다음 결정입니다.”
포스터가 믿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동부행 시간 봤잖아요.”
할크로프트도 부정하지 않았다.
전보를 보냈다.
동부행 출발까지 7분.
포스터는 검은 수첩을 받았다.
공식보고서 원본.
암호자료.
대사관 신분증.
할크로프트는 신분증을 오래 들고 있었다.
몇 달 동안 문을 열어준 카드.
그는 포스터에게 건넸다.
“아직 사직 수리 안 됐습니다.”
포스터가 말했다.
“알아요.”
“그럼 이건?”
“반납해야 할 것 같아서.”
“멋대로 정하지 마.”
포스터는 화가 났다.
처음으로 정말 화가 났다.
“Welles가 당신한테 기회를 안 줬습니까?”
“줬습니다.”
“계속 현지에 있게 했고, 보호했고, 검증했고, 돌아와서 설명하라고 했습니다.”
“압니다.”
“그런데 역 하나 와서 사표?”
사람들이 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포스터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 사람한테 직접 말할 의무는 없습니까?”
할크로프트는 그 말에 멈췄다.
맞았다.
Welles는 적이 아니었다.
사직해도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전화 연결 가능합니까?”
“국제선?”
“대사관 회선.”
포스터가 시계를 봤다.
“동부행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그럼 다음 거 타죠.”
포스터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사람 같네.”
대사관 전신실을 통해 런던 직통 통화 요청을 넣었다.
연결에 18분이 걸렸다.
동부행 열차는 떠났다.
할크로프트는 플랫폼에서 그걸 봤다.
이상하게 아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간표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전화가 연결됐다.
잡음.
멀리 웰스 목소리.
“에드윈?”
“네, 국장님.”
“방금 자네 전보를 받았네.”
“압니다.”
“어디 있나?”
할크로프트가 역 이름을 말했다.
“런던행 중인가?”
그는 창밖 동쪽 선로를 봤다.
“지금은 아닙니다.”
침묵.
웰스가 말했다.
“사직하려나?”
“네.”
“이유는 전보대로?”
“대체로.”
“대체로?”
할크로프트는 숨을 들이마셨다.
“국장님 지시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다행이군.”
“제가 더 이상 그 지시를 따르면서 현지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없어서입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
웰스가 반복했다.
“누가 자네에게 맡겼나?”
“아무도.”
“그게 위험하네.”
“압니다.”
“정말?”
“예전보다.”
웰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갈색 수첩은?”
“현지 변호사에게 있습니다.”
“안토노바?”
할크로프트의 눈이 좁아졌다.
“알고 계셨군요.”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일을 하네.”
“그렇겠죠.”
“그 수첩을 정부 자산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알고 있습니다.”
“사직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진 않아.”
“그래서 법적 협의를 요청했습니다.”
웰스가 아주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변호사한테 배웠군.”
“많이.”
다시 침묵.
“런던으로 오면 사직 철회 기회를 주겠네.”
할크로프트는 눈을 감았다.
예상하지 못했다.
“국장님.”
“생각하고 답해.”
“이미 생각했습니다.”
“열차 안에서?”
“몇 달 동안.”
“그럼 자네가 이겼군.”
“무슨 뜻입니까?”
“좋은 분석가는 자기 결론을 마지막까지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웰스 목소리는 피곤했다.
“자네는 마지막까지 의심했고, 그래도 같은 결론인가 보군.”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웰스가 말했다.
“나는 동의하지 않네.”
“알고 있습니다.”
“자네가 남는 게 로시아에도 좋은 일인지 확신 못 하겠고.”
“저도요.”
“브리튼에는 손실이야.”
그 말이 가장 아팠다.
비난보다.
“죄송합니다.”
“미안해하지 마.”
웰스가 말했다.
“책임져.”
안토노바와 포스터와 베레노프가 다른 방식으로 했던 말.
“네.”
“사직서는 접수하겠네. 정식 처리는 런던에서 하겠지만 현지 업무권한은 즉시 정지.”
“알겠습니다.”
“공식자료 전부 포스터에게.”
“이미.”
“갈색 수첩은 건드리지 말게. 법무에서 따로 연락하겠다.”
할크로프트가 놀랐다.
“압수 요구 안 합니까?”
“내가 방금 건드리지 말라고 했네.”
“왜요?”
웰스는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사직한 부하한테 내 판단 이유까지 설명해야 하나?”
할크로프트는 처음으로 웃었다.
“아닙니다.”
마지막 침묵.
웰스가 말했다.
“에드윈.”
“네.”
“살아 있게.”
간단한 말이었다.
“국장님도.”
통화가 끊겼다.
포스터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했습니까?”
“들었잖아요.”
“전부는.”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사직 접수.”
“그리고?”
“살아 있으라고.”
포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그 사람답네요.”
다음 동부행 열차는 오후 세 시 이십 분.
두 시간 남았다.
할크로프트는 플랫폼 벤치에 앉았다.
신분증 없음.
공식임무 없음.
검은 수첩 없음.
런던행 표는 아직 주머니에 있었다.
버리지 않았다.
필요하면 나중에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동쪽 표를 새로 샀다.
네바그라드.
편도.
표를 손에 들고 잠깐 웃었다.
세레빈이 왕복표를 사라고 했었다.
결국 가장 비싼 방식으로 왕복하게 됐다.
열차가 들어왔다.
할크로프트는 탔다.
이번에는 누구 명령도 아니었다.
네바그라드에 도착한 건 저녁이었다.
테렌코가 그를 봤다.
역장은 놀라지 않았다.
“열차 잘못 탔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아뇨.”
“그럼?”
“내렸어야 할 데서 안 내렸습니다.”
테렌코는 잠깐 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때도 있지.”
할크로프트는 대사관으로 가지 않았다.
갈 곳은 하나였다.
안토노바 사무실.
계단을 올라갔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목소리.
“들어오세요.”
안토노바는 책상 뒤에 있었다.
그를 보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차 놓쳤습니까?”
“아뇨.”
“런던은?”
“안 갑니다.”
“왜?”
할크로프트는 준비한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짧게 말했다.
“사직했습니다.”
안토노바의 표정이 처음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놀람.
걱정.
화.
여러 감정이 지나갔다.
“미쳤습니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왜 나한테 먼저 말 안 했어요?”
“내 직장이니까.”
“그건 맞네요.”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뭐 할 겁니까?”
할크로프트는 방 안 금고를 봤다.
갈색 수첩이 그 안에 있었다.
“그걸 알아내야 합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좋습니다.”
“뭐가요?”
“처음으로 조사관님한테 보고서 없는 날이 생겼네요.”
할크로프트는 웃었다.
그날 밤,
그는 브리튼 해외평가국 직원이 아니었다.
로시아의 정치인도 아니었다.
시민평의회 대표도 아니었다.
40명 명단에도 이름이 없었다.
직함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하게 자유롭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으로,
자기가 한 다음 선택을 온전히 자기 이름으로 책임져야 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