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5화 —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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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의 전보에는 이번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18일 귀환. 본부 직접보고. 연장 불승인.
그 아래.
제한정보 취급 및 현지행동 관련 검토 완료 전 추가 임무배정 없음.
전보 끝에는 웰스 개인부호가 있었다.
그가 직접 승인했다는 뜻이었다.
할크로프트는 그 표시를 오래 봤다.
익명의 인사부서 결정이었다면 화내기 쉬웠을 것이다.
웰스는 그를 보호했고, 검증했고, 경고했고, 마지막에는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그 과정 어디에도 개인적 모욕은 없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포스터가 말했다.
“차라리 부당했으면 쉽죠.”
“내 생각 읽습니까?”
“요즘 표정이 단순합니다.”
“상급분석관 보직은?”
“검토 중지겠죠.”
예상한 말인데도 아팠다.
직업만 놓치는 게 아니었다.
자기가 잘할 수 있었던 미래 하나도 닫히고 있었다.
전보 끝에는 웰스 개인부호가 있었다.
그가 직접 승인했다는 뜻이었다.
할크로프트는 그 표시를 오래 봤다.
익명의 인사부서 결정이었다면 화내기 쉬웠을 것이다.
웰스는 그를 보호했고, 검증했고, 경고했고, 마지막에는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그 과정 어디에도 개인적 모욕은 없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포스터가 말했다.
“차라리 부당했으면 쉽죠.”
“내 생각 읽습니까?”
“요즘 표정이 단순합니다.”
“상급분석관 보직은?”
“검토 중지겠죠.”
예상한 말인데도 아팠다.
직업만 놓치는 게 아니었다.
자기가 잘할 수 있었던 미래 하나도 닫히고 있었다.
할크로프트는 마지막 문장을 오래 봤다.
정직하게 말하면 예상했다.
놀랍지는 않았다.
그래도 손끝이 차가워졌다.
포스터가 말했다.
“이제 명령이네요.”
“네.”
“어떻게 합니까?”
“따라야죠.”
포스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 얼굴입니까?”
“당신이 너무 쉽게 말해서.”
“명령입니다.”
“그래요.”
할크로프트는 전보를 접었다.
“차량 사용도 보고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결정타였을까요?”
“아마 아니겠죠.”
“왜요?”
“한참 전부터 검토했으니까.”
포스터는 창밖을 봤다.
“웰스 경은 당신이 돌아와서 설명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징계?”
“가능.”
“해임?”
“가능.”
“재파견?”
“그것도 가능.”
할크로프트는 웃었다.
“훌륭하게 명확하군요.”
“당신이 좋아하는 불확실성입니다.”
그날 오후 할크로프트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모로지나.
“18일 갑니다.”
“이번엔 진짜?”
“명령입니다.”
“그럼 가야죠.”
“그게 끝입니까?”
“병원 사람한테 작별인사 기대합니까?”
모로지나는 차트를 넘기다가 잠깐 멈췄다.
“살아서 가는 거니까 좋은 일입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병원 연락처.
“혹시 다시 오면 전화하고.”
“안 오면?”
“그럼 잘 사세요.”
그게 모로지나식 작별이었다.
세레빈은 더 짧았다.
“언제 돌아옵니까?”
“모릅니다.”
“그럼 표 한 장 더 사세요.”
“왜요?”
“왕복으로.”
“명령받고 가는데 왕복표를?”
“기분이 다르잖아요.”
세레빈은 웃었다.
그러고는 말로프의 작업수첩 사본을 건넸다.
“원본은 안토노바한테.”
“이건?”
“런던 사람들이 숫자로만 읽지 말라고.”
할크로프트는 받았다.
“정보자료로 써도 됩니까?”
“그래서 주는 겁니다.”
“이름도?”
“이름 빼지 마세요.”
세레빈은 진지했다.
“이번엔.”
베레노프는 사단본부에서 만났다.
“가는군.”
“네.”
“잘됐소.”
“왜 다들 그렇게 말합니까?”
“본국 명령 따르는 게 군인 입장에선 마음 편해서.”
“저 군인 아닙니다.”
“그래서 자꾸 헷갈리는 거요.”
베레노프는 손을 내밀었다.
“런던에서 내 징계 얘기 나오면 뭐라고 할 겁니까?”
“사실대로.”
“그게 제일 무섭군.”
둘은 악수했다.
“다시 올 겁니까?”
베레노프가 물었다.
“모릅니다.”
“좋은 답이오.”
“왜요?”
“약속하고 못 오는 것보다.”
아르세닌 총리는 시간이 없었다.
10분 면담.
“당신 보고서, 우리한테는 안 보여주죠?”
“브리튼 정부 문서입니다.”
“당연하겠죠.”
그는 웃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뭐가요?”
“가끔 외국인이 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게 이상해 보입니다.”
“불쾌하게 해드린 것 같은데.”
“그것도 필요합니다.”
아르세닌은 시계를 봤다.
“돌아가서 뭐라고 할 겁니까?”
“당신 정부가 아직 존재한다고.”
“아직?”
“정확한 표현입니다.”
총리가 웃었다.
“그것도 불쾌하군.”
사라노프는 마지막까지 일정 잡기가 어려웠다.
결국 국가조정실 복도에서 만났다.
“간다고 들었습니다.”
“네.”
“당신들이 불러들였습니까?”
“우리 정부가.”
“다르군요.”
“많이.”
사라노프는 서류를 들고 있었다.
철도 지연률 최신 자료.
“떠나기 전에 이것만 보시오.”
82.8퍼센트.
새 기록.
“축하합니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당신이 싫어하는 성과.”
“싫어하지 않습니다.”
“경계하지.”
“네.”
사라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뭐가요?”
“나를 좋아하는 외국인보다 경계하는 외국인이 낫죠.”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당신도 나를 경계합니까?”
“영국 정보기관 사람인데 안 하면 이상하지.”
둘의 표정이 동시에 조금 풀렸다.
사라노프가 손을 내밀었다.
“다시 오면 내 숫자가 더 좋아졌는지 보시오.”
“권한도?”
“아마.”
“그건 축하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논쟁하죠.”
악수는 짧았다.
마지막은 안토노바였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다 알고 있더군요.”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뭘요?”
“내가 가는 거.”
“도시는 작습니다.”
“백만 명 넘는데.”
“소문엔 작아요.”
할크로프트는 귀환명령 사본을 보여줬다.
안토노바는 읽었다.
“검토 완료 전 추가 임무 없음.”
“네.”
“잘릴 수도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후회합니까?”
또 같은 질문.
“아직.”
“그럼 가서 후회하세요.”
“위로 참 잘합니다.”
안토노바는 책상 서랍에서 갈색 봉투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40명 명단 첫 사본의 복사본이 있었다.
“왜 나한테?”
“기념품 아닙니다.”
“그럼?”
“당신 이름 없다는 거 확인하라고.”
할크로프트가 문서를 봤다.
정말 없었다.
“이미 압니다.”
“런던에서도 기억하세요.”
“무슨 뜻입니까?”
“이건 당신이 만든 조직 아닙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떠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말은 위로보다 효과가 있었다.
할크로프트는 봉투를 받지 않았다.
“여기 두세요.”
안토노바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
“이번엔 잘했네요.”
안토노바는 그가 나가려는 순간 말했다.
“잠깐.”
“네.”
“돌아가서 우리 얘기할 때 하나만.”
“뭡니까?”
“우리를 하나로 묶지 마세요.”
할크로프트는 웃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압니다.”
“세레빈하고 나는 다르고, 사라노프하고 아르세닌도 다르고, 평의회 안에서도 다 달라요.”
“분류는 필요합니다.”
“알아요.”
“그럼?”
“분류가 사람을 먹어버리지 않게 해주세요.”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을 떠올렸다.
보고서는 세력을 본다.
갈색 수첩은 사람을 기억한다.
둘 다 필요했다.
귀환까지 닷새.
안토노바는 그가 나가려는 순간 말했다.
“잠깐.”
“네.”
“돌아가서 우리 얘기할 때 하나만.”
“뭡니까?”
“우리를 하나로 묶지 마세요.”
할크로프트는 웃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압니다.”
“세레빈하고 나는 다르고, 사라노프하고 아르세닌도 다르고, 평의회 안에서도 다 달라요.”
“분류는 필요합니다.”
“알아요.”
“그럼?”
“분류가 사람을 먹어버리지 않게 해주세요.”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을 떠올렸다.
보고서는 세력을 본다.
갈색 수첩은 사람을 기억한다.
둘 다 필요했다.
처음으로 할크로프트는 떠나는 일이 배신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