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2화 — 일곱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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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까지 일곱 날.
이번에는 런던에서 명령형 문장이 왔다.
18일 본부보고를 위한 귀환을 준비할 것. 연장 요청 시 사유 제출.
할크로프트는 전보를 읽고 말했다.
“이제 거의 명령이군요.”
포스터가 말했다.
“거의가 아니라 명령입니다.”
“연장 요청 가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건 절차죠.”
“절차가 있으면 선택도 있습니다.”
포스터가 한숨을 쉬었다.
“안토노바한테 너무 많이 배웠습니다.”
할크로프트는 연장요청서를 꺼냈다.
요청서 양식에는 사유와 기간 외에도 한 칸이 더 있었다.
현지 대체인력 유무.
할크로프트는 그 칸에서 손을 멈췄다.
자기 대신 누가 분석할 수 있는가.
포스터.
대사관 다른 직원.
런던에서 새 조사관.
정보는 계속 들어올 것이다.
현지 사람들도 자신 없이 움직였다.
시민비상연락망 첫 출동이 바로 증거였다.
그는 빈칸에 적었다.
있음.
그 한 단어가 이상하게 아팠다.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건강한 구조의 증거였다.
동시에 남는 이유 하나를 지워버렸다.
사유: 현지 정세 급변. 책임내각 초기운영 및 치안기관 재편 관찰 필요.
첫 줄은 쉽게 썼다.
두 번째가 어려웠다.
기간:
얼마나?
일주일?
한 달?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사라노프에게 종료조건을 묻던 자신이 떠올랐다.
자기 임무에는 종료조건이 없었다.
그는 요청서를 접었다.
아직 보내지 않았다.
오후에 모로지나 병원에 갔다.
공식 조사는 아니었다.
그 점부터 문제였다.
“왜 왔습니까?”
모로지나가 물었다.
“인사.”
“어디 갑니까?”
“아직 안 갑니다.”
“그럼 왜 인사?”
“갈 수도 있으니까.”
모로지나는 그를 위아래로 봤다.
“외국인들은 이상하네요.”
“일반화하지 마십시오.”
“당신만 이상한 걸로 하죠.”
그녀는 병동을 돌았다.
할크로프트가 따라갔다.
첫 석탄위기 때 보였던 소년병은 이미 퇴원했다.
대신 다른 환자들이 있었다.
전선 부상병.
공장사고 노동자.
감염환자.
병원은 늘 사람을 바꿨다.
“돌아가면 뭐 합니까?”
모로지나가 물었다.
“보고.”
“그리고?”
“아마 승진.”
“좋네요.”
“그렇습니까?”
“월급 오르면 좋죠.”
할크로프트가 웃었다.
“남으라고 안 합니까?”
모로지나가 걸음을 멈췄다.
“왜 내가요?”
“모르겠습니다.”
“여긴 당신 나라 아니잖아요.”
“그렇죠.”
“가족도 거기 있고.”
“네.”
“그럼 가야죠.”
할크로프트는 예상했던 답이 아니어서 잠깐 멈췄다.
모로지나가 말했다.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면 되고.”
“그렇게 쉽습니까?”
“사람은 기차 타면 오잖아요.”
그녀는 환자 차트를 넘겼다.
“죽는 것보다 쉽죠.”
그 말은 너무 모로지나다웠다.
병원에서 나오다 베크 수간호사를 만났다.
그녀가 말했다.
“정전 때 고마웠습니다.”
“제가 한 게 별로 없습니다.”
“맞아요.”
모로지나가 옆에서 말했다.
“그래도 왔잖아요.”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세레빈도 비슷한 말을 했다.
“가세요.”
“왜 다들 보내려고 합니까?”
“당신 없어도 돌아가나 보려고.”
“잔인하군요.”
“조직 시험입니다.”
안토노바만 조금 달랐다.
“결정했습니까?”
“아직.”
“언제까지?”
“곧.”
“곧이 언제?”
할크로프트가 그녀를 봤다.
“당신도 종료조건 묻는군요.”
“그 질문 좋아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답.”
할크로프트는 한참 생각했다.
“18일 아침.”
“너무 늦어요.”
“왜?”
“열차 떠나는 시각에 결정하면 그건 결정이 아니라 반응이죠.”
“그럼 언제?”
“적어도 전날 밤.”
그녀는 너무 실무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남는다고 해도 이유는 정하세요.”
“무슨 이유?”
“여기 사람들이 필요해서? 일이 필요해서? 영국에서 돌아가기 싫어서? 당신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할크로프트의 표정이 굳었다.
“마지막은 좀 불쾌하군요.”
“그래서 넣었습니다.”
안토노바는 서류를 정리했다.
“사람은 자기 희생을 좋아하는 척하면서 자기 중요함을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은 아팠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당신은 왜 남습니까?”
안토노바는 놀란 얼굴을 했다.
“여기가 내 나라인데요.”
“그럼 쉬운 질문이군요.”
“아니요.”
그녀는 잠깐 창밖을 봤다.
“여기 남는다는 게 지금 정부를 지지한다는 뜻인지, 반대한다는 뜻인지, 그냥 법률가로 일하는 건지 점점 헷갈립니다.”
“그래도 남고.”
“갈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녀는 다시 그를 봤다.
“당신도 그걸 구분하세요.”
할크로프트는 그날 밤 연장요청서를 쓰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온 뒤 그는 두 목록을 만들었다.
그 전에 여행가방부터 열었다.
책 세 권.
셔츠.
면도도구.
가족사진.
로시아에서 산 장갑.
몇 달 전에는 가방 하나면 충분했다.
이제 물건보다 버릴 수 없는 종이가 많았다.
기차표.
애그니스 편지.
병원 연락처.
말로프 수첩 사본.
보로닌이 준 농촌계약 인쇄물.
이 중 무엇이 업무자료고 무엇이 개인물건인지 분류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그는 가족사진을 가방 안쪽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아직 일곱 날 남았다.
미리 싸는 행위가 결정을 앞당기는 것 같아서 싫었다.
가방은 반쯤 열린 채 바닥에 남았다.
그날 저녁 누나 애그니스에게서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전보보다 먼저 보낸 편지였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네 방을 치우겠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못 버리게 한다.
네 책상 위 지도도 그대로다.
네가 오면 조카가 학교 숙제를 보여주겠다고 기다린다.
네가 못 와도 화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유를 우리에게도 말해라.
신문보다 늦게 알게 하지 말고.
할크로프트는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현지인에게 정보를 숨기는 문제만 생각했다.
가족에게도 같은 습관을 쓰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업무상 이유로.
불필요한 걱정을 막으려고.
항상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새 편지를 꺼냈다.
이번에는 ‘업무 때문에’라고만 쓰지 않았다.
나는 여기 사람들과 너무 가까워졌는지, 아니면 이제야 충분히 가까이서 보고 있는 건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쓰고 나서 상당히 우스운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우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좋은 보고서보다 자기 말이 필요했다.
남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
정보 연결.
외국 시각 제공.
런던과 현지 사이 해석.
그 아래.
남아서 내가 망칠 수 있는 것.
현지조직의 자율성.
외국개입 의심.
정보원 안전.
자기 중요성에 대한 착각.
두 번째 목록이 더 불편했다.
그는 종이를 접어 귀환표 밑에 넣었다.
남는 게 희생이라고만 생각하면 결정하기 쉬웠다.
남는 것에도 이기심과 위험이 있다는 걸 인정하자 훨씬 어려워졌다.
대신 귀환표를 책상 위에 놓았다.
일곱 날.
이번에는 숫자가 정말로 줄고 있었다.
그날 밤 애그니스에게 전보가 왔다.
18일 귀환 맞나? 어머니에게 말해도 되나?
할크로프트는 답신을 썼다.
현재 예정대로.
‘확정’이라고 쓰지 않았다.
전신직원이 물었다.
“그게 답입니까?”
“네.”
“가족입니까?”
“네.”
직원은 더 묻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할크로프트는 자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다른 수준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런던에는 공식평가.
현지인에게는 제한된 정보.
가족에게는 ‘현재 예정대로.’
사실을 숨기는 방식에도 계층이 생겼다.
그가 정보기관에서 오래 일했다는 증거 같아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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