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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9화 — 아홉 날

자유의 세기 · 49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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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표 날짜까지 아홉 날.

할크로프트는 처음으로 남은 날짜를 세었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런던으로 돌아가는 일은 그동안 결정이 아니라 일정이었다.

이제 일정이 결정처럼 보였다.

포스터는 대사관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말했다.

“오늘도 여기 있군요.”

“표 날짜는 18일입니다.”

“그 전에도 갈 수 있습니다.”

“왜 자꾸 보내려고 합니까?”

“보내려는 게 아니라 매일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포스터는 달걀을 잘랐다.

“사람이 떠날 생각을 하면 이상해집니다.”

“어떻게요?”

“갑자기 모든 일이 마지막처럼 보입니다.”

할크로프트는 부정하려다가 멈췄다.

어제 네바그라드 중앙역을 지날 때도 테렌코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생각했다.

안토노바 사무실 계단.

모로지나 병원.

세레빈 차량기지.

예전에는 장소였다.

이제는 마지막일 수도 있는 장소가 됐다.

“런던 가면 뭘 먼저 합니까?”

포스터가 물었다.

“보고.”

“그 다음.”

“가족.”

“그 다음.”

할크로프트는 답하지 못했다.

포스터가 말했다.

“그 다음이 없어서 문제군요.”

“승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원합니까?”

“예전에는.”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포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생각할 게 있네요.”

그날 오전 국가조정실에서 새 자료가 나왔다.

철도 정시율 82.1퍼센트.

자료 맨 아래에는 작은 표가 하나 더 있었다.

노동자 초과근무율.

정시율은 올랐지만 초과근무율도 올라 있었다.

할크로프트가 사라노프에게 물었다.

“좋아진 정시율 일부가 사람을 더 오래 일하게 해서 나온 겁니까?”

사라노프는 표를 숨기지 않았다.

“일부는.”

“지속 가능합니까?”

“그래서 별도지표로 보고 있습니다.”

“줄일 계획은?”

“인력 재배치가 끝나면.”

“언제?”

사라노프가 그를 봤다.

“또 종료조건이군.”

“습관입니다.”

“좋은 습관일 수도 있겠지.”

그는 초과근무율 곡선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다만 하나 기억하시오. 시스템을 고칠 때는 처음에 사람이 더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언제 쉬는지도 적어야겠죠.”

“동의합니다.”

사라노프는 비서에게 다음 평가부터 평균연속근무시간도 넣으라고 지시했다.

할크로프트는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정책을 비판하는 일과 정책을 개선하는 일은 반대편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필수물자 평균지연 2시간 44분.

사라노프의 체계는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

동시에 내무행정국은 새벽 수색 이후 내부정비에 들어갔다.

아르세닌 내각은 모든 예방구금과 대규모 압수수색 절차를 다시 검토했다.

정치적으로는 충돌.

행정적으로는 정리.

할크로프트는 두 흐름이 함께 진행되는 게 흥미로웠다.

나라가 나빠지는 와중에도 어떤 기능은 개선될 수 있었다.

그날 오후 40명 비상연락망의 두 번째 시험이 있었다.

이번에는 사전예고 없이.

상황:

북부구역 급수펌프 정지. 병원 2곳 급수저하.

가상훈련이었다.

연락시각 15:10.

15:25까지 18명 응답.

15:40까지 29명.

16:00까지 35명.

다섯 명은 끝내 연락되지 않았다.

훈련 뒤 안토노바는 명단 구성원들에게 짧은 확인서를 돌렸다.

비상연락망 참여를 계속 원하는가.

세레빈이 물었다.

“이걸 왜 다시 묻습니까?”

“첫 명단은 이름부터 적고 나중에 연락했잖아요.”

“다들 동의했는데.”

“이번엔 실제 출동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몇 사람은 바로 서명했다. 몇 사람은 야간수당과 직장 이탈 책임을 물었다.

한 명은 빠지겠다고 했다.

전차기사였다.

“아내가 반대합니다.”

세레빈이 설득하려 하자 안토노바가 막았다.

“빼세요.”

“숙련운전자인데.”

“자원망이라면서요.”

결국 대체자를 찾았다.

명단은 40명을 유지했지만 사람은 바뀌었다.

한 번 이름이 올라갔다고 영원히 조직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다.

떠날 수 있어야 자원이었다.

세레빈은 명단을 보며 욕했다.

“전화번호가 또 틀렸어요?”

모로지나가 말했다.

“두 명은 근무지가 바뀌었습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나머지 셋은?”

“한 명은 낮잠.”

베레노프가 말했다.

“비상연락망에서 낮잠은 죄가 아니오.”

“전화 못 받은 건 문제죠.”

“그럼 교대연락처를 둡시다.”

할크로프트는 뒤쪽에서 듣기만 했다.

그는 여전히 명단에 없었다.

누구도 이번엔 넣자고 말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조금 편했다.

그리고 조금 서운했다.

안토노바가 훈련 결과를 정리했다.

“사람별로 한 명씩 대체연락자 둡시다.”

세레빈이 말했다.

“그러면 40명이 80명 되는 거 아닌가?”

“조직원 80명이 아니라 연락처 80개.”

“차이가?”

“많습니다.”

베레노프가 말했다.

“상황에 필요한 사람만 부르는 원칙 유지.”

모로지나도 동의했다.

“병원 보일러 깨졌다고 전직 하사관까지 다 깨우지 맙시다.”

훈련은 두 시간 만에 끝났다.

첫 시험보다 빨랐다.

40명 명단은 조금씩 실제 조직처럼 변하고 있었다.

아직 이름은 없었다.

훈련이 끝난 뒤 베크 수간호사는 연락이 안 된 다섯 명을 직접 찾아갔다.

한 명은 전화선이 끊겨 있었다.

한 명은 근무표가 바뀌었다.

한 명은 번호를 잘못 적었다.

낮잠을 잤던 사람은 소방대 운전수 코렌이었다.

그는 미안해하지 않았다.

“야간근무 끝나고 잤습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비상시에 계속 자면요?”

“그럼 대체연락자를 두라면서요.”

“그건 맞는데.”

코렌은 자기 동료 번호를 적어줬다.

“내가 못 받으면 이 사람.”

베크가 말했다.

“이제야 연락망 같네요.”

세레빈은 명단을 다시 봤다.

사람 한 명을 믿는 방식에서,

한 사람이 빠져도 이어지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날 저녁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에 적었다.

40명 → 대체연락자 체계 추가.

그리고 바로 지웠다.

자기 수첩에 이 조직을 정리하는 게 맞는지 갑자기 의심됐다.

안토노바가 뒤에서 보고 있었다.

“왜 지웁니까?”

“내 기록일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좋네요.”

“왜요?”

“처음엔 뭐든 당신 수첩 안에 넣었잖아요.”

그녀는 명단 사본을 접었다.

“어떤 건 여기 남겨도 됩니다.”

“나중에 없어지면?”

“그럼 우리가 책임지죠.”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을 닫았다.

그 말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우리가 책임진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 문장 속 ‘우리’에는 자신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들어가면 안 됐다.

그런데 마음속에서는 이미 경계가 흐려져 있었다.

귀환표까지 아홉 날.

저녁에 할크로프트는 중앙역을 일부러 돌아갔다.

테렌코는 4번 선로 배차표를 보고 있었다.

“오늘은 세 열차 같은 번호 없습니까?”

“당신이 떠날 때까지는 없게 해드리죠.”

“그 뒤엔?”

“그 뒤엔 다시 망쳐도 되니까.”

테렌코가 웃었다.

할크로프트는 출발표를 봤다.

런던행 연결편도 그곳에 있었다.

“역장님은 여기서 오래 일했습니까?”

“스물아홉 해.”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습니까?”

테렌코가 그를 이상하게 봤다.

“매주.”

“그런데?”

“월요일에 또 나왔죠.”

“왜?”

역장은 운행표를 접었다.

“떠나는 이유는 매주 생깁니다. 남는 이유는 대개 사람 이름이라 설명하기 어렵고.”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듣고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오늘은 갈색 수첩도 필요 없었다.

그날 처음으로 할크로프트는 날짜보다 ‘우리’라는 단어가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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