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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8화 — 빈칸

자유의 세기 · 48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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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의 질문은 한 문장이었다.

제한취급 정보를 현지인에게 전달했는가?

할크로프트는 답을 쓰지 못했다.

웰스는 질문 앞에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화가 났다는 말도,

실망했다는 말도 없었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훈련시절 웰스는 한 번 이렇게 말했다.

“정보관이 제일 쉽게 하는 거짓말이 뭔지 아나?”

“사실이 아닌 말?”

“아니. 질문보다 좁은 사실을 말하는 것.”

그때는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기 첫 답안이 정확히 그 거짓말이었다.

웰스는 질문 앞에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화가 났다는 말도,

실망했다는 말도 없었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훈련시절 웰스는 한 번 이렇게 말했다.

“정보관이 제일 쉽게 하는 거짓말이 뭔지 아나?”

“사실이 아닌 말?”

“아니. 질문보다 좁은 사실을 말하는 것.”

그때는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기 첫 답안이 정확히 그 거짓말이었다.

정확한 답은:

아니오.

작전시각.

대상목록.

출처.

아무것도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정확한 답은:

예.

그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록분산을 경고했다.

둘 다 사실이었다.

포스터가 말했다.

“뭐라고 쓸 겁니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엔 그 말이 싫군요.”

할크로프트는 종이를 새로 꺼냈다.

첫 답안.

제한취급 문서의 구체적 내용은 전달하지 않았음.

읽어보고 찢었다.

질문을 피했다.

두 번째.

현지 접촉자에게 일반적 보안조치를 권고했으며, 이는 제한취급 보고에 영향을 받은 판단이었음.

정확했다.

그리고 징계받기 좋은 문장이었다.

포스터가 읽었다.

“이걸 보내면 회수될 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안 보낼 수도 있고.”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추천합니까?”

“아뇨.”

“왜 말합니까?”

“선택지가 있다는 걸 숨기면 내가 당신 대신 결정하는 거니까.”

할크로프트는 두 번째 문장을 다시 읽었다.

보냈다.

답은 세 시간 뒤 왔다.

현 임무 일시 지속. 본부 검토 착수. 추가 현지 치안접촉 금지.

전보 아래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

귀환 시 개인기록물 목록 제출 준비.

할크로프트의 손이 멈췄다.

개인기록물.

갈색 수첩.

웰스가 그것을 알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포스터가 말했다.

“보통 절차입니다.”

“개인 수첩도?”

“업무 관련이면.”

갈색 수첩에는 브리튼 정보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지 사람들이 자기 안전을 걸고 준 이름과 판단이 있었다.

그게 누구의 자산인지 처음으로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정보기관의 기록인가.

할크로프트 개인의 기록인가.

현지 사람들이 맡긴 신뢰인가.

셋을 분리하기 어려웠다.

전보 아래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

귀환 시 개인기록물 목록 제출 준비.

할크로프트의 손이 멈췄다.

개인기록물.

갈색 수첩.

웰스가 그것을 알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포스터가 말했다.

“보통 절차입니다.”

“개인 수첩도?”

“업무 관련이면.”

갈색 수첩에는 브리튼 정보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지 사람들이 자기 안전을 걸고 준 이름과 판단이 있었다.

그게 누구의 자산인지 처음으로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정보기관의 기록인가.

할크로프트 개인의 기록인가.

현지 사람들이 맡긴 신뢰인가.

셋을 분리하기 어려웠다.

회수도 아니고 승인도 아니었다.

포스터가 말했다.

“또 유예네요.”

할크로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시간 로시아 새 내각에서는 더 큰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무장관은 새벽 수색이 기존 법률과 영장에 따라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아르세닌은 절차 자체보다 정책통제 부재를 문제 삼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날 대규모 수색을 하고, 총리실은 사후에 알았습니다.”

내무장관이 말했다.

“수사 독립입니다.”

“행정부 통제와 수사 개별판단은 다릅니다.”

사라노프가 끼어들었다.

“핵심시설 인력까지 일괄 대상화한 건 행정적으로도 잘못입니다.”

내무장관이 그를 노려봤다.

“조정실이 이제 수사도 지휘합니까?”

“아니오.”

“그런데 누굴 조사할지 왜 당신과 협의합니까?”

“전력기사를 스무 명 잡아가면 도시 불 꺼지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논쟁은 거칠었다.

결국 아르세닌은 세 가지를 명령했다.

대규모 동시수색은 내무장관 직접승인.

필수기반시설 종사자의 예방구금은 24시간 내 사법심사.

정치·노동조직 명부 전체 압수는 구체적 범죄혐의 필요.

안토노바가 원하던 방향과 비슷했다.

하지만 새벽 수색을 겪고 나서야 나온 규칙이었다.

항상 한 박자 늦었다.

오후에는 압수된 철도노조 회원명부 대부분이 반환됐다.

체포된 젊은 조합원도 보석으로 나왔다.

아르세닌은 같은 날 의회에서 새벽 수색을 설명해야 했다.

야당 의원이 물었다.

“총리는 알고 있었습니까?”

“사전에 알지 못했습니다.”

회의장이 술렁였다.

“그럼 총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경찰이 있다는 뜻 아닙니까?”

아르세닌이 말했다.

“기존 법에 따라 독자 집행 가능한 권한이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말이 다릅니까?”

“매우.”

그는 새 통제지침을 설명했다.

야당에서는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내무 강경파는 수사독립 침해라고 반발했다.

아르세닌은 둘 다 들었다.

“책임내각이 모든 결정을 미리 아는 정부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모른 결정에도 나중에 책임을 지고 규칙을 고치는 정부라는 뜻이어야 합니다.”

완벽한 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답도 아니었다.

할크로프트는 의회 속기록에서 그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아르세닌은 같은 날 의회에서 새벽 수색을 설명해야 했다.

야당 의원이 물었다.

“총리는 알고 있었습니까?”

“사전에 알지 못했습니다.”

회의장이 술렁였다.

“그럼 총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경찰이 있다는 뜻 아닙니까?”

아르세닌이 말했다.

“기존 법에 따라 독자 집행 가능한 권한이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말이 다릅니까?”

“매우.”

그는 새 통제지침을 설명했다.

야당에서는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내무 강경파는 수사독립 침해라고 반발했다.

아르세닌은 둘 다 들었다.

“책임내각이 모든 결정을 미리 아는 정부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모른 결정에도 나중에 책임을 지고 규칙을 고치는 정부라는 뜻이어야 합니다.”

완벽한 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답도 아니었다.

할크로프트는 의회 속기록에서 그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세레빈은 그를 차량기지에서 맞았다.

“맞았냐?”

“아뇨.”

“밥은?”

“줬어요.”

“그럼 다행이네.”

젊은 조합원이 말했다.

“다음엔 문 안 막겠습니다.”

세레빈이 웃었다.

“그건 좀 배웠군.”

“대신 서류 먼저 숨길게요.”

세레빈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법과 경찰을 피해 기록을 숨기는 일이 일상적인 기술이 되면,

다른 종류의 국가가 시작될 수 있었다.

좋은 쪽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저녁에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을 펼쳤다.

메린.

안토노바.

세레빈.

40명 명단.

예방관찰 계획.

그리고 새벽 2시 20분 통화.

그는 마지막 줄에 썼다.

본인은 제한정보를 직접 제공하지 않았으나, 그 정보에 의해 행동함.

검은 수첩에도 같은 문장을 쓸까 고민했다.

쓰지 않았다.

이미 웰스에게 더 직접적으로 보고했다.

그런데 갈색 수첩에 남긴 이유는 달랐다.

나중에 자신이 행동을 축소해서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창밖 네바그라드는 평온해 보였다.

책임내각은 존재했다.

의회는 열렸다.

황제도 자리에 있었다.

열차는 전보다 잘 움직였다.

빵 공지도 정확해졌다.

경찰도 법원 영장을 들고 왔다.

어떤 기준으로 보면 국가는 오히려 개선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 안의 기관들은 서로 다른 정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내무는 기존 권한을 지키려 했고,

국가조정실은 기능연속성을 기준으로 개입했고,

의회내각은 모든 권한을 자기 책임 아래 다시 묶으려 했고,

지방은 가능한 명령만 따르려 했다.

시민평의회는 그 사이 빈칸을 메웠다.

할크로프트는 처음으로 ‘붕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했다.

국가가 약해지는 것만 붕괴가 아닐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부분이 동시에 강해지면서,

같은 중심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것도 붕괴일 수 있었다.

밤 아홉 시,

웰스의 두 번째 전보가 왔다.

귀환편 유지. 18일 본부보고 원칙.

명령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의 명령처럼 읽혔다.

그날 밤 그는 중앙역까지 걸어갔다.

18일 서행 국제열차 시간표가 게시돼 있었다.

자기 표와 같은 열차.

승강장에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있었다.

부상병 가족.

상인.

외교관.

아이를 안은 여성.

떠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여기 와서 표를 내면 됐다.

몇 달 전 자신은 이 나라가 얼마나 버틸지 평가하러 왔다.

이제 런던은 자신이 얼마나 버틸지 평가하고 있었다.

역 시계는 정확했다.

출발일까지 아홉 날.

이번에는 열차가 늦어도 핑계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그는 중앙역까지 걸어갔다.

18일 서행 국제열차 시간표가 게시돼 있었다.

자기 표와 같은 열차.

승강장에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있었다.

부상병 가족.

상인.

외교관.

아이를 안은 여성.

떠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여기 와서 표를 내면 됐다.

몇 달 전 자신은 이 나라가 얼마나 버틸지 평가하러 왔다.

이제 런던은 자신이 얼마나 버틸지 평가하고 있었다.

역 시계는 정확했다.

출발일까지 아홉 날.

이번에는 열차가 늦어도 핑계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할크로프트는 귀환표를 꺼냈다.

날짜까지 이제 아홉 날.

갈색 수첩은 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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