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5화 — 제한취급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브리튼 대사관 암호실에서 온 문서에는 붉은 줄이 두 개 그어져 있었다.
제한취급. 현지 공유 금지.
붉은 줄 아래에는 취급지침이 더 있었다.
출처보호 우선. 내용의 존재 여부도 확인하지 말 것.
할크로프트는 문서를 뒤집었다.
이건 단순히 말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
누가 알려줬는지 추적당하지 않게 하라는 뜻이었다.
새 정부 총리실에 전달하면 내무기관 내부에 영국 정보원이 있다는 의심을 부를 수 있었다.
정보 하나를 살리려다 정보망 전체를 태울 수도 있었다.
훈련에서는 쉬운 원칙이었다.
현지에 아는 사람이 없을 때는.
붉은 줄 아래에는 취급지침이 더 있었다.
출처보호 우선. 내용의 존재 여부도 확인하지 말 것.
할크로프트는 문서를 뒤집었다.
이건 단순히 말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
누가 알려줬는지 추적당하지 않게 하라는 뜻이었다.
새 정부 총리실에 전달하면 내무기관 내부에 영국 정보원이 있다는 의심을 부를 수 있었다.
정보 하나를 살리려다 정보망 전체를 태울 수도 있었다.
훈련에서는 쉬운 원칙이었다.
현지에 아는 사람이 없을 때는.
출처는 명시되지 않았다.
내용은 짧았다.
내무행정국 산하 치안조직이 48시간 내 네바그라드 내 복수 사무실·기록보관소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을 검토 중.
대상은 일부만 적혀 있었다.
철도노조 기록실.
대학신문사.
민간 법률지원단체.
긴급시민평의회 관련 자료 보관처 가능성 있음.
할크로프트는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확정도 아니었다.
대상목록도 완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지 공유 금지.
포스터가 옆에 서 있었다.
“봤습니까?”
“네.”
“어떻게 합니까?”
“뭘요?”
“아무것도 안 하는지 묻는 겁니다.”
할크로프트는 문서를 접었다.
“지시가 명확하네요.”
“그렇죠.”
둘 다 방을 나가지 않았다.
“출처는?”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나도 모릅니다.”
“신뢰도?”
“B-2.”
대체로 신뢰할 수 있는 출처.
세부는 일부 불확실.
“내무장관 승인?”
“문서에 없음.”
“사라노프?”
“없음.”
“새 내각은 알고 있습니까?”
“모름.”
할크로프트는 바로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책임내각이 생겼는데,
그 내각이 자기 하위기관의 행동을 모를 수도 있었다.
혹은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정보가 부족했다.
오후에는 메린에게서 별도 연락이 왔다.
이번엔 숫자도 문서도 아니었다.
전화 한 통.
“오늘 못 만납니다.”
“무슨 일입니까?”
“부서 전체 야간근무.”
“왜?”
“모릅니다.”
거짓말 같았다.
할크로프트는 더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안토노바 번호를 바라봤다.
전화기까지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현지 공유 금지.
웰스의 편지.
정치조직 자문 금지.
그는 손을 거뒀다.
저녁에는 시민평의회 회의가 있었다.
할크로프트는 가지 않았다.
대신 포스터와 식사했다.
둘 다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이런 게 일의 어려운 부분입니까?”
포스터가 물었다.
“어떤 것?”
“알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할크로프트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우리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할크로프트는 공식경로를 떠올렸다.
브리튼 대사가 아르세닌 총리에게 일반적으로 적법절차 보장을 요청하는 방법.
출처도 작전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대사에게 가능성을 물었다.
대사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근거가?”
“최근 출석요구 증가.”
“그건 공개됐네.”
“그래서 일반 원칙을—”
“새 내각 출범 첫 주에 외국대사가 국내수색 문제를 선제적으로 꺼내면, 우리가 뭔가 안다는 신호가 되지.”
할크로프트는 입을 다물었다.
대사가 말했다.
“이 정보가 사실이면 더 조심해야 하네.”
“사람들이 잡혀가도?”
“우린 로시아 정부가 아니야.”
냉정한 말이었다.
틀리지 않았다.
외국인이라는 신분은 움직일 자유를 줬다.
동시에 움직이지 말아야 할 이유도 줬다.
할크로프트는 공식경로를 떠올렸다.
브리튼 대사가 아르세닌 총리에게 일반적으로 적법절차 보장을 요청하는 방법.
출처도 작전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대사에게 가능성을 물었다.
대사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근거가?”
“최근 출석요구 증가.”
“그건 공개됐네.”
“그래서 일반 원칙을—”
“새 내각 출범 첫 주에 외국대사가 국내수색 문제를 선제적으로 꺼내면, 우리가 뭔가 안다는 신호가 되지.”
할크로프트는 입을 다물었다.
대사가 말했다.
“이 정보가 사실이면 더 조심해야 하네.”
“사람들이 잡혀가도?”
“우린 로시아 정부가 아니야.”
냉정한 말이었다.
틀리지 않았다.
외국인이라는 신분은 움직일 자유를 줬다.
동시에 움직이지 말아야 할 이유도 줬다.
“공유하면 출처가 드러날 수도 있고.”
“맞고.”
“외국 정보기관이 국내 치안조치에 개입하는 셈입니다.”
“그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포스터가 말했다.
“당신 표정이 계속 ‘그런데’라고 하니까.”
할크로프트는 웃지 않았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오자 갈색 수첩 옆에 예방관찰 명단 사본이 있었다.
안토노바 이름.
세레빈 이름.
사람들.
할크로프트는 제한취급 문서를 그 옆에 놓지 않았다.
그건 브리튼 정부 문서였다.
두 종이는 다른 세계에 속했다.
문제는 내일 새벽 같은 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밤 열한 시,
아르세닌 총리실에서 공식 발표가 나왔다.
책임내각은 모든 치안기관에 현행법과 적법절차 준수를 지시함.
일반적인 문구였다.
할크로프트는 그걸 좋은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 뒤 대사관 암호실에서 보충전보가 왔다.
작전 시각 잠정 04:30.
그는 시계를 봤다.
네 시간 반.
문서 끝에는 신뢰도 평가가 붙어 있었다.
시각 변동 가능성 높음. 대상목록 미확정.
4시 30분에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었다.
5시에 올 수도 있었다.
아예 취소될 수도 있었다.
정확한 정보라면 경고하기 쉽다.
불완전한 정보는 경고 자체가 피해를 만들 수 있다.
안토노바가 밤새 기록을 옮기다 들키면?
세레빈이 회원들에게 소문을 퍼뜨려 경찰과 충돌하면?
대학신문이 ‘정부가 새벽 탄압을 준비한다’는 호외를 내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작전을 실제 정치사건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을 열었다.
행동할 때의 위험.
행동하지 않을 때의 위험.
첫 칸에는 출처노출, 외국개입, 공포확산, 증거은폐 오해.
두 번째 칸에는 한 줄만 적었다.
사람이 잡힌 뒤에는 경고할 수 없음.
그 한 줄이 다른 네 줄보다 무거워 보였다.
문서 끝에는 신뢰도 평가가 붙어 있었다.
시각 변동 가능성 높음. 대상목록 미확정.
4시 30분에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었다.
5시에 올 수도 있었다.
아예 취소될 수도 있었다.
정확한 정보라면 경고하기 쉽다.
불완전한 정보는 경고 자체가 피해를 만들 수 있다.
안토노바가 밤새 기록을 옮기다 들키면?
세레빈이 회원들에게 소문을 퍼뜨려 경찰과 충돌하면?
대학신문이 ‘정부가 새벽 탄압을 준비한다’는 호외를 내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작전을 실제 정치사건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을 열었다.
행동할 때의 위험.
행동하지 않을 때의 위험.
첫 칸에는 출처노출, 외국개입, 공포확산, 증거은폐 오해.
두 번째 칸에는 한 줄만 적었다.
사람이 잡힌 뒤에는 경고할 수 없음.
그 한 줄이 다른 네 줄보다 무거워 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에 남은 시간이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