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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4화 — 라도바의 답장

자유의 세기 · 44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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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내각의 첫 지방지침은 합리적이었다.

겨울 비축 확보를 위해 각 지방은 중앙 지정량의 곡물·석탄·피복을 30일 내 확보할 것.

문제는 라도바 할당량이었다.

마리야 벨스카는 숫자를 세 번 계산했다.

“불가능.”

중앙조정관이 말했다.

“전국 산식입니다.”

“그러니까 불가능하죠.”

“라도바 생산량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지난해 생산량.”

“가장 최신 확정통계입니다.”

벨스카는 올해 자료를 내밀었다.

섬유공장 가동률 상승.

노동자 유입.

도시 소비 증가.

남부 농촌 수확량 감소.

올해 라도바는 생산도 늘었지만 자체 소비는 더 크게 늘었다.

중앙산식은 ‘얼마나 생산하는가’를 봤다.

‘얼마나 남는가’는 덜 봤다.

벨스카는 할크로프트를 곡물창고로 데려갔다.

창고 절반은 이미 비어 있었다.

관리자가 말했다.

“지난달 중앙반출이 컸습니다.”

“비축은?”

“지침상 최소선 바로 위.”

벨스카가 물었다.

“중앙 요구 100퍼센트 보내면?”

관리자는 계산도 하지 않았다.

“3주 뒤 도시 배급 줄입니다.”

“85퍼센트면?”

“빠듯하지만 버팁니다.”

“83은?”

“안전.”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그럼 왜 85를 제안합니까?”

벨스카가 말했다.

“우리가 조금 위험을 져야 중앙도 양보하죠.”

“83이 더 정확하다면서요.”

“행정은 정확한 숫자만 보내는 일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위험을 얼마나 나눌지 정하는 일.”

그 말은 사라노프가 할 법하기도 했다.

다른 점은 벨스카가 그 위험을 지역주민 얼굴을 보면서 계산한다는 점이었다.

조정관이 말했다.

“이건 새 내각 첫 지침입니다.”

“그래서 숫자가 바뀝니까?”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침이라는 뜻입니다.”

벨스카가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좋습니다. 정치적으로 대답하죠.”

그녀는 답신문을 작성했다.

지정량 전액 이행 불가. 곡물 78%, 석탄 91%, 피복 84% 이행 가능. 근거자료 첨부.

조정관이 얼굴을 굳혔다.

“이건 명령불복종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거를 붙입니다.”

“중앙에서 거부하면?”

“그럼 다음 답을 보내죠.”

“끝까지?”

“가능한 숫자가 바뀔 때까지.”

조정관은 한숨을 쉬었다.

“시장이 아니라 행정관이라 다행이군요.”

“왜요?”

“선거 생각했으면 100퍼센트 한다고 썼을 테니까.”

벨스카의 표정이 처음으로 풀렸다.

“당신도 조금 배우네요.”

답신문은 네바그라드로 갔다.

국가조정실 실무진은 처음엔 거부 의견을 냈다.

할당량을 지방별 협상으로 바꾸면 전국비축 계획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

사라노프는 라도바 자료를 직접 봤다.

그는 벨스카와 통화했다.

“78퍼센트가 최선입니까?”

“현재 기준.”

“가격을 더 주면?”

“곡물은 조금 늘어납니다.”

“몇 퍼센트?”

“최대 83.”

“운송차량 추가?”

“85.”

“90은?”

“봄 종자까지 가져가면.”

사라노프는 잠깐 침묵했다.

“그건 안 되겠군.”

벨스카가 말했다.

“동의해서 놀랐습니다.”

“내년 곡물까지 잡아먹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85?”

“중앙 운송지원 조건으로.”

협상은 삼십 분 걸렸다.

최종:

곡물 85.

석탄 93.

피복 88.

협상 뒤 벨스카는 시청 직원들에게 숫자를 공개했다.

몇몇은 불만이었다.

“곡물 83이면 안전하다면서요.”

“맞습니다.”

“왜 85?”

“중앙도 운송차량 두 편 추가합니다.”

“그럼 실제 부담은?”

“83보다 조금 큽니다.”

한 직원이 말했다.

“사람들한테는 뭐라고 합니까?”

벨스카는 잠깐 생각했다.

“85를 보낸다고 그대로 말하세요.”

“중앙이 강요했다고?”

“아니.”

“그럼?”

“협상해서 정했다고.”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욕먹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벨스카가 말했다.

“협상은 중앙이 양보한 것만 말하고 우리 양보는 숨기는 일이 아닙니다.”

할크로프트는 라도바가 왜 신뢰를 유지하는지 조금 더 이해했다.

투명성은 좋은 소식만 공개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기 쪽 손해도 공개하는 일이었다.

라도바는 중앙 요구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중앙도 지방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둘 사이에 새 숫자가 생겼다.

라도바 시의회에서도 표결이 있었다.

85퍼센트안을 두고 의원 둘이 반대했다.

“중앙에 너무 많이 양보했습니다.”

한 의원이 말했다.

다른 쪽에서는 반대로 비판했다.

“전쟁 중인데 지방이 협상부터 하면 나라가 어떻게 버팁니까?”

벨스카는 두 비판을 모두 들었다.

“그래서 표결하는 겁니다.”

결과는 18대 5.

85퍼센트안 승인.

반대의견도 회의록에 남았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중앙하고 합의했는데 시의회가 부결하면?”

“다시 협상해야죠.”

“번거롭지 않습니까?”

“매우.”

“그래도?”

벨스카가 말했다.

“내가 중앙과 합의했다고 라도바 전체가 합의한 건 아니니까.”

유능한 지방행정도 한 사람의 결단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 느림이 때로는 비용이었고,

때로는 사람들이 결과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가였다.

문제는 다른 지방들이 그 소식을 들은 뒤였다.

하루 만에 여섯 지방정부가 할당량 재협상을 요구했다.

사라노프의 비서가 말했다.

“선례가 됐습니다.”

“당연하지.”

“다 받아주면 전국계획을 다시 짜야 합니다.”

“근거 있는 곳만.”

“누가 근거를 판단합니까?”

사라노프가 대답했다.

“우리가.”

바로 그 지점에서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아르세닌은 내각회의에서 말했다.

“재협상 기준을 공개합시다.”

사라노프가 반대했다.

“그럼 지방이 기준에 맞춰 자료를 만들 겁니다.”

“지금은 조정실 마음대로라고 할 겁니다.”

“전문판단입니다.”

“전문판단도 규칙이 필요합니다.”

농정장관이 중재안을 냈다.

재협상 신청 조건 세 가지.

생산량 10퍼센트 이상 변동.

자체소비 8퍼센트 이상 변동.

운송능력 중대한 변화.

그리고 예외신청 가능.

사라노프는 불만이 있었지만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17개 지방이 재협상을 신청했고,

9개가 승인됐다.

전국 비축목표는 원래 계획보다 6퍼센트 낮아졌다.

대신 실제 이행률은 올라갔다.

사라노프는 결과를 못마땅해하면서도 인정했다.

“계획은 줄었습니다.”

아르세닌이 말했다.

“실행은 늘었고.”

“그렇다고 계획을 낮추는 게 습관이 되면 안 됩니다.”

“실행 불가능한 계획을 유지하는 게 습관이 되는 것보다 낫죠.”

사라노프가 표를 봤다.

“다음 분기는 다시 올립니다.”

“근거가 있으면.”

“있게 만들 겁니다.”

“그게 정부죠.”

둘은 같은 숫자를 두고도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사라노프는 더 높은 능력을 만들려 했고,

아르세닌은 실제 가능한 약속을 만들려 했다.

둘 다 국가를 강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강함의 정의가 달랐다.

아르세닌은 의회에서 그 수치를 공개했다.

“계획량은 줄었습니다.”

야당 의원이 야유했다.

“실패군요.”

아르세닌이 말했다.

“실제 들어온 양은 늘었습니다.”

의회가 조용해졌다.

“100을 약속하고 60을 받는 것과, 90을 약속하고 85를 받는 것 중 어느 쪽이 국가계획입니까?”

단순한 질문이었다.

신문은 크게 다뤘다.

벨스카는 기사를 읽고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크로프트가 라도바를 다시 찾았을 때 물었다.

“당신이 이겼다고 생각합니까?”

“뭘요?”

“중앙이 재협상제도를 만들었잖습니까.”

“중앙도 이겼죠.”

“왜?”

“우리가 예전보다 많이 보내니까.”

벨스카는 창밖의 수레를 봤다.

“협상은 누가 이기는 일이 아니라, 다음 달에도 서로 전화받게 만드는 일 아닙니까?”

할크로프트는 그 문장을 마음에 들어 했다.

라도바를 떠나는 날 역 앞 게시판에는 중앙과의 최종협상 수치가 공개돼 있었다.

중앙 요구 / 지방 제안 / 최종합의

세 숫자가 나란히 있었다.

사람들은 어느 쪽이 얼마나 양보했는지 볼 수 있었다.

한 상인이 말했다.

“정부끼리 흥정도 하는군.”

옆 사람이 답했다.

“안 하는 척하는 것보다 낫지.”

할크로프트는 그 대화를 듣고 열차에 올랐다.

라도바가 특별히 민주적이어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갈등을 감추지 않는 방식 자체가 신뢰의 일부가 되고 있었다.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갈색 수첩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굳이 적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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