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1화 — 책임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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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아르세닌은 궁정으로 들어가기 전 넥타이를 세 번 고쳤다.
옆의 의원이 말했다.
“긴장합니까?”
“당연하죠.”
“티 안 납니다.”
“그게 직업입니다.”
대표단은 다섯 명.
의회 다수파 세 명.
상원 성격의 국가평의회 대표 한 명.
그리고 아르세닌.
대표단 안에서도 생각은 달랐다.
한 의원은 황제의 임명권을 거의 형식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다른 의원은 전쟁 중일 때는 황제에게 상당한 재량이 남아야 한다고 봤다.
국가평의회 대표는 의회가 모든 것을 가져가면 지방 귀족과 군부가 반발할 거라고 경고했다.
아르세닌은 모두에게 말했다.
“오늘 완벽한 헌법을 만들러 가는 게 아닙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도 정부가 존재하게 만들러 가는 겁니다.”
그 말은 혁명가보다 보험계리사 같았다.
아르세닌은 그 점을 일부러 유지했다.
지금 필요한 건 사람들이 새 체제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이 들고 가는 문서는 열두 쪽이었다.
제목은 단순했다.
전시 책임내각 구성안.
핵심은 더 단순했다.
황제가 총리를 임명한다.
다만 의회 다수의 신임을 얻는 사람을 임명한다.
각 부 장관은 총리 추천.
의회는 예산과 긴급권한을 심사.
황제의 군 통수권은 유지하되 일상 군수·행정은 내각 책임.
혁명적인 문서는 아니었다.
적어도 작성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초안은 안토노바에게도 비공식적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12쪽 가운데 여섯 곳에 표시했다.
‘비상시’ 정의 필요.
‘의회 신임’ 확인절차 필요.
군 통수와 행정명령 구분 필요.
아르세닌 측 보좌관이 말했다.
“이건 헌법 초안이 아닙니다.”
안토노바가 답했다.
“그래서 더 위험하죠.”
“왜요?”
“임시 문구는 나중에 다들 원래 그런 제도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녀는 문서 마지막에 하나를 더 적었다.
6개월 내 정식 헌정법률로 재심의.
아르세닌은 그 조항을 보고 받아들였다.
“지금 정부를 만들고, 나중에 다시 논쟁하자는 거군.”
안토노바가 말했다.
“나중에 논쟁할 의무까지 지금 만드세요.”
책임내각안은 완성품이 아니라,
다음 논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임시다리로 조금씩 변해갔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 정부를 만든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할크로프트는 궁정 안에 없었다.
브리튼 대사관은 공식적으로 이 과정에서 거리를 뒀다.
웰스의 지시도 명확했다.
헌정문제에 의견 제시 금지. 외국 승인 가능성 질문에도 원칙적 답변만.
그런데 외무부 관리 세 명이 같은 날 할크로프트에게 각각 연락했다.
질문은 똑같았다.
“의회 책임내각이 구성되면 브리튼은 인정합니까?”
할크로프트의 답도 똑같았다.
“로시아의 헌법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구성된 정부와 관계를 유지할 겁니다.”
“그게 인정한다는 뜻입니까?”
“그 이상은 제가 말할 권한이 없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짜증을 냈다.
“외교관들은 왜 질문에 답을 안 합니까?”
“저는 조사관입니다.”
“더 나쁘군요.”
오전 열한 시,
대표단이 궁정에 들어갔다.
궁정 앞에는 군중이 많지 않았다.
신문기자.
의회 보좌관.
외국공관 직원.
구경 나온 시민 몇십 명.
누군가는 책임내각을 환영했고,
누군가는 황제 권한을 빼앗는다고 화냈다.
한 노인이 기자에게 말했다.
“총리가 누구든 빵값이나 잡으시오.”
그 말이 주변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었다.
할크로프트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헌정위기는 위쪽에서 거대한 말로 진행됐다.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새 정부가 임대료와 빵과 징병통지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기다렸다.
정치가 실제가 되는 지점은 그쪽이었다.
한 시가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두 시.
세 시.
시내에서는 소문이 돌았다.
황제가 거부했다.
아니다, 승인했다.
아르세닌이 총리가 된다.
군부가 반대했다.
사라노프가 궁정에 들어갔다.
마지막 소문은 사실이었다.
사라노프는 오후 두 시 반 궁정에 도착했다.
그가 왜 들어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할크로프트는 국가조정실 비서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다.
하지 않았다.
관찰자 역할을 해보라는 안토노바의 말이 아직 남아 있었다.
오후 네 시 십 분.
대표단이 나왔다.
궁정 안에서도 합의가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황제는 대표단에게 한 질문을 반복했다고 아르세닌은 나중에 말했다.
“전선에서 패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의원들은 내각이라고 답했다.
황제가 다시 물었다.
“내각이 사임하면?”
아르세닌은 의회와 다음 내각이 책임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황제에게는 그 답이 충분하지 않았다.
한 사람에게서 한 사람으로 이어지는 책임과,
제도에서 제도로 이어지는 책임은 다른 언어였다.
아르세닌은 그날 처음으로 궁정의 두려움도 이해했다.
그들은 단순히 권력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책임의 최종점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동의할 필요는 없었다.
이해하지 않고는 협상할 수 없었다.
아르세닌 얼굴은 지쳐 있었지만 패배한 표정은 아니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승인됐습니까?”
“거부됐습니까?”
“새 총리는?”
아르세닌이 손을 들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제안을 검토하시기로 했습니다.”
야유가 나왔다.
“언제까지?”
“내일 다시 협의합니다.”
“그 사이 정부는?”
“현 행정부가 법적으로 계속 기능합니다.”
기자가 말했다.
“실제로도요?”
아르세닌은 잠깐 멈췄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좋은 답은 아니었다.
정직한 답이었다.
저녁에 그는 할크로프트를 만났다.
대사관 근처 작은 식당.
“궁정은 왜 바로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아르세닌은 수프를 저었다.
“그 질문에 답하면 궁정 비밀 누설이겠군요.”
“그럼 일반론으로.”
“황제는 정부를 의회에 넘긴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은?”
“정부를 살리려고 한다고 생각하죠.”
“사라노프는 왜 들어갔습니까?”
아르세닌이 할크로프트를 봤다.
“그건 나도 궁금합니다.”
“그를 총리로?”
“가능성은 있습니다.”
“당신은 반대합니까?”
아르세닌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사라노프의 조정능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정실장이 총리가 되면 임시권한과 정치권력이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모입니다.”
“그가 의회 신임을 받으면?”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할크로프트가 놀랐다.
“그를 지지할 수도 있습니까?”
“정치는 사람 좋아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르세닌이 말했다.
“조건을 정하는 일이지.”
“조건은?”
“의회 신임.”
“종료조항.”
“독립 법원.”
“지방권한.”
“그리고 군?”
아르세닌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군이 정부를 정하지 않는 것.”
그 말은 조용했지만 가장 단호했다.
같은 시간 국가조정실에서는 사라노프가 자기 측근들과 회의하고 있었다.
그는 궁정에서 돌아온 뒤 어떤 정치발표도 하지 않았다.
비서가 물었다.
“총리직 제안받으셨습니까?”
사라노프가 그를 봤다.
“누가 그런 말을 했나?”
“신문이.”
“그럼 신문한테 물어.”
“만약 제안받으시면?”
사라노프는 한동안 서류를 봤다.
“정부가 움직여야 하긴 하지.”
사라노프의 비서가 물었다.
“의회 책임 원칙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라노프는 잠깐 창밖을 봤다.
“의회가 예산을 주고 법을 만드니 책임을 져야겠지.”
“그럼 찬성?”
“질문이 너무 짧아.”
그는 서류를 접었다.
“정부가 매일 표결로 움직일 순 없어. 결정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이 나중에 답해야 해.”
“의회에?”
“국가에.”
비서는 더 묻지 않았다.
사라노프에게 ‘국가’는 추상적 단어가 아니었다.
철도, 군수창, 전력망, 경찰, 지방정부가 동시에 움직이는 상태였다.
문제는 그 상태를 누가 대표할 수 있느냐였다.
의회는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황제는 제국의 연속성을 대표한다고 했다.
사라노프는 기능 자체를 대표하려 했다.
세 논리는 아직 한 문장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말이 답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책임내각안 협의가 다시 시작됐다.
도시는 기다렸다.
철도는 움직였다.
빵도 구워졌다.
국가의 형태가 결정되지 않은 동안에도,
사람들은 아침을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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