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8화 —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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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전쟁 때문이 아니었다.
적의 포격도 없었다.
사보타주도 아니었다.
화물차 세 량이 차량기지에서 탈선했다.
한 사람이 죽었다.
두 사람이 다쳤다.
니콜라이 세레빈은 새벽 네 시에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갔다.
죽은 사람은 안드레이 말로프.
기관차 정비공.
마흔둘.
아이 둘.
세레빈은 말로프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기억했다.
사흘 전 휴게실.
말로프는 뜨거운 물을 마시며 말했다.
“다음 주엔 하루 쉽니다.”
세레빈이 답했다.
“지금 일정이면 못 쉴 텐데.”
“그러니까 노조가 사람 좀 지켜줘야지.”
농담처럼 했다.
세레빈도 농담처럼 받아쳤다.
“노조가 집에 대신 가서 자줄까?”
둘은 웃었다.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사고현장에는 말로프 장갑 한 짝이 선로 옆에 떨어져 있었다.
세레빈은 집어 들지 않았다.
현장조사 전 물건을 움직이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 규정을 지키는 자기 자신이 갑자기 우스웠다.
세레빈은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얼굴도.
좋아하는 술까지.
그런데 가족 주소는 몰랐다.
“누가 알려줍니까?”
세레빈이 물었다.
현장감독이 말했다.
“철도국 인사과.”
“언제?”
“아침.”
“아침 몇 시?”
감독은 대답하지 못했다.
세레빈이 외투를 입었다.
“내가 갑니다.”
“노조 공식통지는—”
“친구가 죽었는데 아내가 서류 먼저 받아야 합니까?”
감독은 더 말하지 않았다.
말로프의 집은 차량기지에서 걸어서 이십 분이었다.
문을 연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세레빈 얼굴을 보자마자 알았다.
사람들은 나쁜 소식을 설명하기 전에 표정으로 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살아 있어요?”
세레빈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문 안쪽에서 아이가 나타났다.
여섯 살쯤.
“아빠?”
아내가 아이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방에 가 있어.”
아이는 가지 않았다.
세레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임금협상에서는 말이 많았다.
장례 앞에서는 쓸 수 있는 문장이 거의 없었다.
오전 아홉 시 철도국은 사고원인을 발표했다.
분기기 조작 오류.
현장감독은 바로 반발했다.
“조작 오류는 맞습니다.”
“그럼?”
“왜 오류가 났는지도 써야죠.”
세레빈이 조사기록을 봤다.
분기기 담당자는 19시간째 근무 중이었다.
교대자가 오지 않았다.
세레빈은 그 줄에서 시선이 멈췄다.
교대자 차출안에는 노조 동의가 있었다.
자기 서명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 나온 합의였다.
군수열차 병목을 풀기 위해 숙련인력 일부를 다른 역으로 임시 배치한다.
기간 10일.
남는 인원은 추가수당.
세레빈도 찬성했다.
“이걸 우리가 승인했습니다.”
현장감독이 말했다.
“세레빈 씨 혼자 한 거 아닙니다.”
“반대한 사람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게 더 아팠다.
나쁜 관리자 하나가 사람을 죽인 게 아니었다.
모두가 열차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두가 열흘쯤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로프도 추가근무수당을 받았다.
아내에게 겨울 석탄값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합리적인 선택들이 한 사람의 19시간 근무로 모였다.
세레빈은 사고보고서에서 노조 동의 부분을 빼지 않았다.
그 교대자는 다른 역의 병력수송 우선배치 때문에 차출됐다.
신호기 점검도 예정일보다 사흘 밀려 있었다.
“과로입니까?”
세레빈이 물었다.
감독은 말했다.
“과로도.”
“또?”
“규정이 바뀐 지 이틀 됐습니다.”
국가조정실의 새 우선운행 규정에 맞춰 분기장 편성순서가 달라졌다.
문제 있는 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체 지연은 줄었다.
그러나 야간근무자들은 아직 새 순서에 익숙하지 않았다.
“사라노프 정책 때문이라고 합니까?”
할크로프트가 나중에 물었다.
세레빈은 바로 화냈다.
“그렇게 쓰지 마세요.”
“안 씁니다.”
“규정만 탓하면 저 사람 19시간 세운 건 없어집니다.”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철도국.
노조.
국가조정실.
그리고 사망자 가족 대리 한 명.
안토노바가 마지막 자리를 제안했다.
“왜 가족이 들어갑니까?”
철도국 관리가 물었다.
“피해자니까요.”
“기술조사입니다.”
“보상과 근무기록도 조사하잖습니까.”
“기술 판단을 가족이 합니까?”
“아뇨. 기술자 말만 듣다가 사람 이야기를 빼먹지 말자는 겁니다.”
결국 말로프의 아내 이리나가 직접 들어가진 않았다.
대신 노조 법률지원 변호사가 가족대리로 참석했다.
조사는 사흘 갔다.
결론은 단순하지 않았다.
젊은 노동자들은 조사결과를 기다리지 못했다.
차량기지 한쪽에서 즉시 안전파업을 하자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미샤가 세레빈에게 종이를 가져왔다.
“야간근무 전면중단.”
세레빈이 읽었다.
“전면?”
“사람 죽었습니다.”
“알아.”
“그럼?”
“병원 석탄열차도 멈추나?”
미샤의 얼굴이 굳었다.
“또 그 얘기입니까?”
“이번엔 내가 묻는 거야.”
“항상 필수운송 핑계 대다가 사람이 죽잖아요.”
그 말은 세레빈에게 정확히 꽂혔다.
예전 같았으면 ‘열차는 누가 움직이냐’고 답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바로 말하지 않았다.
“좋아.”
그가 말했다.
“야간근무 전면중단 말고 12시간 초과 근무 거부. 대체인력 없는 추가근무 거부.”
“너무 약합니다.”
“실제로 지킬 수 있어야 해.”
“지금도 협상입니까?”
세레빈이 미샤를 봤다.
“사람 살리려고 하는 거면 내일도 열차는 움직여야 해.”
몇 시간 뒤 서명문구는 바뀌었다.
연속근무 12시간 상한 요구. 대체인력 없는 추가근무 거부. 필수 긴급운송은 노조 안전대표 동의.
파업보다 복잡했다.
그래서 실제로 시행할 수 있었다.
분기기 담당자의 직접 조작실수.
장시간근무.
교대인력 부족.
신규 운행규정 교육 부족.
노후 분기기.
다섯 원인이 겹쳤다.
국가조정실은 규정교육을 늘리기로 했다.
철도국은 최대연속근무시간을 정했다.
노조는 교대인력 차출 시 대체인원을 사전확보하도록 요구했다.
사고가 나기 전에도 모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장례식은 사고 닷새 뒤였다.
눈이 왔다.
차량기지 노동자 수십 명이 왔다.
사라노프도 화환을 보냈다.
철도국 장관 이름의 조화도 있었다.
세레빈은 둘 다 못마땅했지만 치우지는 않았다.
할크로프트도 뒤쪽에 서 있었다.
누군가 그를 알아보고 자리를 내줬다.
그는 거절했다.
앞줄은 가족과 동료 자리였다.
장례가 끝난 뒤 이리나 말로바가 세레빈에게 봉투 하나를 줬다.
“뭡니까?”
“안드레이 수첩.”
작은 작업일지였다.
분기기 상태.
교대시간.
불만.
마지막 며칠에는 같은 문장이 반복돼 있었다.
사람 부족.
또 연장.
신호 점검 미룸.
세레빈이 물었다.
“이걸 왜 나한테?”
“당신들 회의할 때 쓰세요.”
“돌려드리겠습니다.”
“가지고 있어요.”
이리나는 아이 둘을 봤다.
“죽은 사람한테는 필요 없잖아요.”
세레빈은 수첩을 받았다.
그날 밤 그는 평의회에 가지 않았다.
술집에도 가지 않았다.
차량기지 휴게실에 혼자 앉아 말로프의 작업일지를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 아래에 빈칸이 남아 있었다.
세레빈은 거기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조직은 사람을 지키려고 만들어졌다.
그런데 조직이 커질수록 사람은 숫자가 되기 쉬웠다.
정시율.
근무시간.
사망 1.
부상 2.
그 자신도 회의에서 그런 숫자를 매일 말했다.
다음 날 평의회에서 세레빈은 철도 안전문제를 첫 안건으로 올렸다.
사라노프의 등급제 폐지도,
철도국장 사퇴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세 가지를 요구했다.
연속근무 상한.
차출 시 대체인력.
현장 안전보고 익명 제출.
“너무 작지 않습니까?”
젊은 노동자가 물었다.
세레빈이 대답했다.
“사람 하나 죽었는데 큰 구호부터 찾는 게 더 이상하지.”
말로프의 이름은 회의록 첫 줄에 남았다.
그날만큼은 숫자로 줄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세레빈은 말로프 수첩을 안토노바에게 맡겼다.
“왜 나한테?”
“내가 갖고 있으면 화날 때마다 흔들고 다닐 것 같아서.”
안토노바는 수첩을 받았다.
“법적 증거로?”
“아니.”
세레빈이 말했다.
“기억용.”
안토노바는 말없이 자기 서랍 한 칸을 비웠다.
그 작은 수첩은 그곳에 들어갔다.
그 뒤 세레빈에게 12시간과 14시간은 더 이상 숫자만이 아니었다.
그 숫자에는 말로프 얼굴이 붙어 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