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6화 — 첫 번째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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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행정국의 부국장은 모자를 벗지 않았다.
소피아 안토노바의 사무실 문이 닫히자 그가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안토노바는 그를 알아봤다.
알렉산드르 메린.
제17치안조정과를 직접 관할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위 행정부서에 있었다.
“변호사에게 오는 데 모자도 못 벗을 정도로 급합니까?”
“농담할 상황 아닙니다.”
“나는 농담했는데요.”
메린은 서류봉투를 책상에 올렸다.
“이걸 보십시오.”
안토노바는 바로 손대지 않았다.
“뭡니까?”
“제17과 확대안.”
“왜 나한테?”
“당신 이름이 들어 있습니다.”
“그건 이미 압니다.”
메린의 표정이 변했다.
“어떻게?”
안토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욕설을 삼켰다.
“그 문서가 밖에 나갔군.”
“어떤 문서인지부터 확인하죠.”
메린이 봉투를 열었다.
이번에는 복사본이 아니라 원문 일부였다.
전시 치안위험 관리계획.
분류는 비밀.
내용은 이전 명단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관찰.
출석요구.
통신기록 확인.
필요시 예방구금 신청.
철도·전력·병원 등 중요시설 영향력을 가진 인물 우선.
안토노바가 읽었다.
세레빈 이름.
대학 편집자.
시청 회계사.
지역 노동대표.
자기 이름.
그리고 이번에는 할크로프트 관련 항목도 있었다.
외국인. 직접조치 대상 아님. 접촉망 파악 우선.
안토노바가 그 문장을 두 번 봤다.
“이걸 왜 가져왔습니까?”
메린은 의자에 앉았다.
“원래 계획은 관찰이었습니다.”
“원래?”
“폭력조직, 군수사보타주, 외국공작 의심자.”
“그건 이상하지 않네요.”
“네.”
메린이 말했다.
“문제는 범위가 계속 넓어졌습니다.”
“누가 넓혔습니까?”
“여러 곳.”
“이름.”
“국가조정실 일부. 내무행정국. 군관구 연락관.”
안토노바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라노프?”
“직접 서명은 없습니다.”
메린은 문서 뒤쪽 결재선을 보여줬다.
국가조정실 명의의 의견서는 있었다.
내용은:
중요 기반시설의 연속성을 위해 핵심인물 위험도 분류체계 통합 필요.
예방구금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내무행정국이 그 문구를 치안대상 분류 확대의 근거 중 하나로 사용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이걸로 사라노프가 구금계획을 지시했다고 말할 수는 없네요.”
“네.”
“그런데 당신은 아까 국가조정실이라고 했고.”
메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영향은 줬습니다.”
“영향과 지시는 다릅니다.”
할크로프트가 나중에 이 부분을 읽었을 때도 같은 판단을 했다.
사라노프의 중앙집권 체계가 감시확대를 가능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용을 그가 직접 명령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 구분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들도 소문을 만드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된다.
“그럼 이름 함부로 쓰지 마세요.”
메린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봤다.
“당신을 감시하는 계획인데 그쪽을 변호합니까?”
“사실을 변호합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이걸 반대했습니다.”
“왜?”
“효율이 없어서.”
메린은 작은 수첩을 꺼냈다.
공식자료가 아니었다.
부서별 배정인력 숫자가 적혀 있었다.
제17과 관찰업무에 경찰 64명.
통신기록 정리에 18명.
출석요구 전달에 27명.
“지난달 북부구역 강도사건 미처리 몇 건인지 압니까?”
안토노바는 고개를 저었다.
“스물둘.”
“그게 이 계획 때문이라고 증명할 수 있습니까?”
“전부는 아니죠.”
메린이 말했다.
“하지만 형사과에서 사람 달라고 매일 전화합니다.”
그는 수첩을 덮었다.
“나는 처음에 이 계획에 찬성했습니다.”
안토노바가 그를 봤다.
“그 말은 처음 듣네요.”
“폭력조직 찾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험한 사람이 더 잘 보일 줄 알았습니다.”
“안 보입니까?”
“반대입니다.”
메린이 말했다.
“이제는 모두 조금씩 위험해 보여요.”
그 말에는 양심보다 행정적 공포가 더 많았다.
안토노바는 오히려 그 점을 믿을 수 있었다.
영웅은 흔하지 않았다.
자기가 만든 기계가 너무 커지는 걸 보고 겁먹는 관료는 더 현실적이었다.
안토노바는 웃지 않았다.
메린이 말했다.
“사람 47명을 감시하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300명이 넘습니다. 경찰 인력이 이 일에 붙으면서 실제 폭력사건 수사가 밀립니다.”
“인권보다 효율이 먼저군요.”
“내가 영웅이라고 한 적 없습니다.”
그 대답은 안토노바 마음에 들었다.
“또?”
“명단 기준이 정치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부정책 반대집회 조직 경험. 파업 영향력. 지방행정 비공식 네트워크.”
“범죄가 아니네요.”
“그래서 왔습니다.”
“양심 때문에?”
메린이 그녀를 봤다.
“일부.”
“나머지는?”
“이 계획이 실패하면 책임자가 필요해질 겁니다.”
솔직했다.
불쾌할 만큼.
안토노바는 말했다.
“문서 진위 확인할 수 있습니까?”
“내 서명이 있습니다.”
“그게 당신한테 불리한데.”
“알고 있습니다.”
“원본은?”
“없습니다. 부서에.”
“이 사본은?”
“내가 만들었습니다.”
“추적될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고 했습니다.”
안토노바는 할크로프트에게 연락했다.
이번에는 대사관이 아니라 모로지나 병원 뒤쪽의 작은 회의실에서 만났다.
세레빈도 왔다.
베레노프는 부르지 않았다.
군인이 이 문서를 보는 순간 문제가 군사사건이 될 수 있어서였다.
할크로프트는 문서를 읽었다.
자기 항목에서 눈이 멈췄다.
“접촉망 파악.”
세레빈이 말했다.
“축하합니다. 드디어 명단에 들었네요.”
안토노바가 쳐다보자 입을 다물었다.
메린은 초조하게 시계를 봤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공개.”
안토노바가 말했다.
“지금 공개하면 문서 유출사건이 먼저 됩니다.”
“그래도.”
“그리고 정부는 초안이라고 할 겁니다.”
할크로프트가 메린을 봤다.
“시행됐습니까?”
“일부.”
“어느 부분?”
“통신기록 조회. 출석요구 확대. 기관별 인물분류.”
“예방구금은?”
“아직 대규모로는 아닙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럼 시행된 사례부터 모읍니다.”
메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사이 계획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성급하게 공개해서 문서 자체를 가짜라고 만들면 더 빨리 진행됩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난 사람들한테 알려야 한다고 봅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누구한테?”
“명단에 든 사람들.”
“그럼 그중 누군가 언론에 넘기면?”
“넘길 수도 있죠.”
“그리고 정부가 전부 지우면?”
“그래도 사람들이 압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공포도 압니다.”
네 사람의 의견은 갈렸다.
메린은 즉시 공개.
세레빈은 대상자 경고.
안토노바는 사례검증.
할크로프트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메린이 그를 봤다.
“당신은 정보기관 사람이잖습니까.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할크로프트는 그 질문이 싫었다.
예전 같았으면 출처확인, 교차검증, 위험평가 순으로 답했을 것이다.
지금은 문서에 자기 주변 사람들 이름이 있었다.
“우선 당신부터 안전해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메린이 비웃었다.
“나를 숨겨줄 겁니까?”
“아뇨.”
“그럼?”
“오늘 사무실로 돌아가십시오.”
세레빈이 놀랐다.
“뭐라고요?”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갑자기 사라지면 누가 문서를 가져갔는지 바로 압니다.”
메린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리고?”
“평소처럼 일하십시오. 추가 명령이 나오면 기억하지 말고 복사하십시오.”
안토노바가 할크로프트를 봤다.
“조사관님.”
그 말투에는 경고가 있었다.
할크로프트도 알았다.
방금 그는 정보수집 지시를 했다.
현지 공무원에게.
웰스가 그어준 선을 정확히 밟았다.
메린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잠깐.”
할크로프트가 손을 들었다.
말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그는 조금 다르게 말했다.
“내 지시가 아닙니다.”
세레빈이 헛웃음을 냈다.
“그게 무슨 차이—”
“큰 차이입니다.”
할크로프트가 메린을 봤다.
“당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결정하십시오. 나한테 정보를 주려고 남는다면 하지 마세요.”
메린이 조용해졌다.
“그럼?”
“당신이 속한 기관이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기록을 남기려는 거라면, 그건 당신 결정입니다.”
메린은 한동안 그를 봤다.
“정보기관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말합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은요?”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메린은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닫기 전 메린이 말했다.
“한 가지 더.”
세 사람이 그를 봤다.
“내가 내일 다시 안 오면, 바로 체포됐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세레빈이 말했다.
“왜요?”
“겁먹고 마음 바꿀 수도 있으니까.”
안토노바가 물었다.
“그럴 겁니까?”
메린은 잠깐 생각했다.
“모릅니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오늘 여기 온 것도 세 번 돌아갔다가 온 겁니다.”
문이 닫혔다.
세레빈이 중얼거렸다.
“별로 영웅 같진 않네요.”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죠.”
겁먹은 사람은 용감한 사람보다 쉽게 사라질 수도 있고,
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에 메린 이름을 적기 전에 한동안 빈 줄을 바라봤다.
세레빈이 말했다.
“결국 돌아가라고 했잖아요.”
안토노바가 그를 막았다.
“아니.”
그녀는 할크로프트를 보고 있었다.
“방금 선을 넘을 뻔했다가 멈춘 겁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멈췄습니까?”
안토노바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답 같았다.
그날 밤 갈색 수첩에 새 이름이 하나 들어갔다.
알렉산드르 메린.
이번에는 이름 옆에 아무 설명도 적지 않았다.
무엇이라고 적어야 할지 아직 몰랐다.
내부고발자.
정보원.
겁먹은 관료.
자기보호를 원하는 사람.
아마 전부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메린은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그는 평소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
동료에게 인사했고,
어제 미뤄둔 보고서에 서명했고,
제17과 확대회의에도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새로운 대상분류표가 배포됐다.
메린은 한 부를 받았다.
그 순간 안토노바 사무실에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시행된 사례부터 모읍니다.
그는 문서를 바로 복사하지 않았다.
대신 회의 날짜, 배포부수, 분류항목만 자기 업무수첩에 적었다.
아직 무엇을 밖으로 가져갈지 정하지 않았다.
첫 이탈은 한 번의 용기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같은 사무실에 앉아,
매번 다시 선택해야 하는 일이었다.
첫 번째 이탈은 체제 밖으로 도망치는 일이 아니었다.
체제 안에 남아,
기록을 밖으로 가져오는 일이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