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5화 — 마흔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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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세레빈은 이름을 서른셋까지 적고 멈췄다.
“더 없습니까?”
미하일 베레노프가 물었다.
“있죠.”
“그럼 왜 멈춥니까?”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있는 사람은 다르니까.”
탁자 위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제목도 없었다.
이름만 있었다.
철도기관사.
병원 경비원.
전직 하사관.
창고노동자.
전기기술자.
시청 운전기사.
소방대원.
이름을 읽으면 직업보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파벨 이바닌.
전에 세레빈이 말했던 야간창고 책임자.
직급은 낮지만 창고 열쇠와 실제 재고위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나탈리야 베크.
모로지나 병원의 수간호사.
정전 때 환자 이동순서를 실제로 정한 사람.
세묜 다라프.
전역한 하사관.
총을 잘 다루지만 술을 마시면 싸운다는 이유로 세레빈은 처음엔 반대했다.
“그럼 빼야죠.”
안토노바가 말했다.
베레노프가 고개를 저었다.
“술 안 마신 상태에서는 쓸 만하오.”
“비상사태가 술 시간을 피해옵니까?”
모로지나가 물었다.
결국 다라프는 명단에서 빠졌다.
유능하다는 것과 믿을 수 있다는 것은 달랐다.
그 자리에 발전소 정비기사 류드밀라 사빈이 들어갔다.
세레빈이 말했다.
“총도 못 쏩니다.”
베레노프가 답했다.
“발전소 보호명단인데 전기 아는 사람이 더 필요하지.”
명단은 전투부대를 만드는 방식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멈췄을 때 다시 움직일 사람을 찾는 방식으로 채워졌다.
세레빈은 한 명씩 적었다.
이 모임에 할크로프트는 없었다.
웰스의 편지 이후 일부러 시민평의회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모로지나가 직접 대사관에 사람을 보냈다.
급합니다.
그 한마디뿐이었다.
할크로프트가 도착했을 때 안토노바도 있었다.
“뭡니까?”
세레빈이 말했다.
“만약 경찰이 사라지면.”
“왜 사라집니까?”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주 제3구역 경찰이 두 시간 동안 연락두절이었습니다. 군 병영문제 때문에 전부 차출됐어요.”
베레노프가 이어 말했다.
“군은 민간 치안을 맡을 생각 없습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맡아서도 안 되고.”
세레빈이 종이를 가리켰다.
“그래서 비상연락망을 만드는 겁니다.”
할크로프트가 명단을 봤다.
“무장조직?”
“아닙니다.”
모로지나가 말했다.
“병원, 식량창고, 전력시설에 문제 생기면 연락할 사람.”
“무기는?”
베레노프가 말했다.
“일부는 개인 소총이 있겠지.”
안토노바가 바로 말했다.
“그럼 무장조직 맞잖아요.”
“아직 조직도 아닙니다.”
“명단부터 만들고 총 가진 사람을 적으면 조직이 됩니다.”
세레빈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럼 이름을 안 적고 문제가 생기면 아무나 부를까요?”
논쟁이 시작됐다.
할크로프트는 말하지 않았다.
웰스의 문장이 머릿속에 있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정치조직을 만들라고 하지 않았다.
세레빈이 그를 봤다.
“왜 아무 말 안 합니까?”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누가?”
“내 고용주.”
세레빈이 헛웃음을 냈다.
“이럴 때는 영국인이라 편하군요.”
할크로프트는 받아치지 않았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조사관 의견을 묻지 맙시다.”
“왜요?”
“그 사람이 나중에 자기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할크로프트가 그녀를 봤다.
안토노바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 말은 배려이면서 경계였다.
베레노프가 종이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목적을 먼저 정합시다.”
그가 빈 종이에 썼다.
1. 병원 보호. 2. 식량창고 보호. 3. 발전·급수시설 보호. 4. 약탈 방지. 5. 경찰 또는 군이 정상 기능하면 즉시 인계.
안토노바가 덧붙였다.
6. 체포권 없음.
안토노바는 종이를 한 장 더 가져왔다.
“금지사항도 씁니다.”
세레빈이 한숨을 쉬었다.
“벌써 규칙입니까?”
“사람 마흔 명 모아놓고 규칙 없으면 그게 더 무섭죠.”
그녀는 적었다.
정치집회 해산에 사용하지 않음.
파업·시위 진압에 사용하지 않음.
재산분쟁 개입 금지.
군·경찰과 충돌 시 지휘권 주장 금지.
베레노프가 마지막 줄을 읽었다.
“군이 잘못하면?”
“그래도 이 조직이 군 지휘권을 가져가는 건 아닙니다.”
“그럼 막을 방법이 없소.”
“법원, 시청, 평의회가 해야죠.”
베레노프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 기관들이 다 멈췄을 때 만드는 명단 아닌가?”
안토노바의 펜이 멈췄다.
좋은 질문이었다.
결국 한 줄이 더 붙었다.
생명에 대한 즉각적 불법폭력이 명백한 경우 최소한의 방어만 허용.
“‘명백한’이 뭡니까?”
세레빈이 물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걸 완벽하게 쓰려면 오늘 밤 못 끝냅니다.”
“변호사도 포기하는 단어가 있네요.”
“포기한 게 아니라 표시한 겁니다.”
그 모호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남겨두기로 했다.
나중에 반드시 다시 다뤄야 할 문제라는 표시였다.
세레빈이 말했다.
“약탈범 잡으면?”
“제압 후 경찰 인계.”
“경찰이 없으면?”
안토노바가 멈췄다.
베레노프가 말했다.
“임시억류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시간제한.”
“몇 시간?”
“여섯.”
“짧습니다.”
“열두.”
“좋소.”
모로지나가 말했다.
“의료시설에서는 무기 사용 금지.”
베레노프가 물었다.
“공격받아도?”
“총은 입구 밖.”
“현실적으로—”
“병실 안에서 총격 날 바엔 내가 문 잠급니다.”
베레노프는 더 말하지 않았다.
세레빈이 명단을 다시 봤다.
“서른셋.”
모로지나가 이름 셋을 더 불렀다.
병원 보일러 기술자.
전차 전기기사.
약국 창고책임자.
서른여섯.
베레노프가 전역군인 둘을 추가했다.
서른여덟.
안토노바는 법원 집행관 한 명을 적었다.
서른아홉.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세레빈이 할크로프트를 봤다.
“당신.”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안 됩니다.”
“왜?”
“외국인이고, 정보기관 소속입니다.”
“전직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안 됩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운전은 할 줄 압니까?”
“네.”
“응급시에 차 몰 사람도 필요해요.”
할크로프트는 종이를 봤다.
마흔 번째 줄은 비어 있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 사람 넣지 마세요.”
세레빈이 그녀를 봤다.
“왜?”
“지금 넣으면 그 사람이 이 조직의 일부가 됩니다.”
“문제 생길 때 와서 도우면?”
“그때는 그때 결정하죠.”
할크로프트는 안토노바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몰랐다.
마흔 번째 이름은 결국 시립소방대 운전수, 일리야 코렌이 들어갔다.
코렌은 회의실에 불려와 자기가 왜 들어갔는지도 처음에는 몰랐다.
“운전 잘하신다면서요.”
세레빈이 말했다.
“소방차를 십오 년 몰았습니다.”
“총은?”
“싫어합니다.”
베레노프가 물었다.
“무서워서?”
코렌이 대령을 봤다.
“불 끄러 가는데 총 든 사람이 많으면 일이 더 어려워져서요.”
모로지나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이 사람.”
코렌은 명단을 읽었다.
“무슨 조직입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아직 조직 아닙니다.”
“그럼 왜 이름을 적습니까?”
세레빈이 대답했다.
“전화할 사람 잊지 않으려고요.”
코렌은 잠깐 생각하더니 자기 전화번호를 적었다.
“밤에는 집 말고 소방서로 하세요. 집 전화 고장입니다.”
마흔 번째 이름은 영웅적인 선언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고장 난 전화번호를 수정하면서 들어왔다.
명단은 마흔 명이 됐다.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다.
그들은 바로 작은 시험을 해봤다.
실제 출동은 아니었다.
저녁 여덟 시에 각 연락책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보일러 고장이라는 가상상황을 전달했다.
마흔 명 중 서른한 명이 한 시간 안에 연락됐다.
다섯 명은 연락처가 틀렸고,
두 명은 야간근무,
한 명은 지방에 있었고,
한 명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세레빈이 종이를 내려다봤다.
“생각보다 형편없네요.”
베레노프가 말했다.
“그래서 시험하는 거요.”
모로지나는 필요한 사람 조합을 다시 봤다.
보일러 기술자.
전기기사.
운전수.
병원 경비.
“총 가진 사람은 하나도 필요 없네요.”
베레노프가 말했다.
“오늘 상황에서는.”
“그걸 기억합시다.”
안토노바는 명단 위에 새 문구를 썼다.
상황에 필요한 사람만 호출. 전원동원 금지.
40명이 있다는 이유로 40명을 움직이지 않는 원칙이었다.
조직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종이는 세레빈이 접었다.
“이걸 어디 둡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세 부.”
모두 그녀를 봤다.
“또?”
“하나는 세레빈. 하나는 병원. 하나는 법률사무실.”
세레빈이 할크로프트를 가리켰다.
“외국에는?”
안토노바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안 됩니다.”
할크로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회의가 끝난 뒤 세레빈이 그를 따라 나왔다.
“기분 나쁩니까?”
“조금.”
“왜요?”
“이번에는 정말 쓸모없는 외국인이 된 것 같아서.”
세레빈이 웃었다.
“좋은 일입니다.”
“왜요?”
“우리가 당신 없이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듣고 멈췄다.
세레빈은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마흔 명의 명단에 할크로프트의 이름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사실이 그 조직을 더 진짜처럼 느끼게 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