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3화 —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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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시장은 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밝았다.
등유등이 줄지어 켜져 있었고,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사고팔았다.
군표.
밀가루.
비누.
부품.
석탄표.
배급권.
약품.
니콜라이 세레빈은 할크로프트를 데리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긴 불법 아닙니까?”
“뭐가요?”
“저 군표 거래.”
“금지 안 됐습니다.”
“저 약은?”
“그건 불법.”
“석탄표는?”
“애매.”
“배급권?”
“불법일 가능성이 높음.”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왜 웃습니까?”
“당신 얼굴.”
“어떤데요?”
“보고서 쓸 생각하는 얼굴.”
세레빈은 한 가게 앞에 멈췄다.
노인이 군표를 사고 있었다.
액면 10루블.
현금 8루블 40코페이카.
처음 확인했을 때보다 할인율이 더 나빴다.
“왜 떨어졌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노인이 대답했다.
“군에서 새 군표를 또 찍었잖소.”
“어떻게 아십니까?”
“사람들이 가져오니까.”
세레빈이 물었다.
“세금 낼 때 받아줍니까?”
“지금은.”
“언제까지?”
노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부가 알겠지.”
할크로프트가 다른 곳을 봤다.
젊은 여자가 약품 두 병을 팔고 있었다.
여자는 스무 살 남짓이었다.
세레빈은 얼굴을 알아봤다.
“카티아?”
여자가 굳었다.
“아는 사람입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병원 세탁실에서 일했습니다.”
“지금도?”
카티아가 먼저 말했다.
“지난달 잘렸어요.”
“약은 어디서 났습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레빈이 목소리를 낮췄다.
“훔쳤어?”
“버리는 물건이었어요.”
“병원 약을?”
“사용기한 얼마 안 남은 거.”
할크로프트가 병을 확인했다.
실제로 날짜가 가까웠다.
“폐기 예정이었다는 증거는?”
“없어요.”
카티아는 돈을 쥐었다.
“아버지가 일 못 합니다. 난방비 내야 해요.”
이건 깨끗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약이 정말 폐기 예정이었는지,
누가 빼냈는지,
병원에 필요한 사람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세레빈이 말했다.
“오늘은 가.”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그냥요?”
“내일 모로지나한테 확인할 겁니다.”
“도망가면?”
“그럼 내가 틀린 거죠.”
세레빈은 카티아를 경찰에 넘기지 않았다.
그 선택도 기록되지 않았다.
모로지나에게서 들은 항생제 이전 세대의 감염약이었다.
“저건 병원 물자 아닙니까?”
세레빈이 말했다.
“아마.”
“훔친 겁니까?”
“아마.”
할크로프트가 여자를 보자 세레빈이 팔을 잡았다.
“지금 뭐 하려고요?”
“확인.”
“경찰입니까?”
“아니죠.”
“그럼 보세요.”
“불법인데.”
“맞아요.”
세레빈이 말했다.
“그런데 저 약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보세요.”
병약해 보이는 남자가 돈을 세고 있었다.
여자가 약을 건넸다.
남자는 고개를 여러 번 숙였다.
“병원에서 못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훔친 약을 사도 됩니까?”
“내가 됐다고 했습니까?”
세레빈은 시장 전체를 가리켰다.
“여긴 사람들이 제도를 대신하는 곳이기도 하고, 제도를 뜯어먹는 곳이기도 합니다.”
할크로프트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적지 않았다.
그들은 석탄표를 파는 상인을 만났다.
시청 배급표 1톤분을 여러 장으로 쪼개 팔고 있었다.
“어디서 났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상인이 웃었다.
“선물.”
“누가?”
“추운 사람이.”
세레빈이 말했다.
“질문 그만.”
골목을 나오면서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이걸 그대로 두면 배급제가 무너집니다.”
“맞아요.”
“단속해야죠.”
“맞아요.”
“그런데 왜 아까 막았습니까?”
세레빈이 멈췄다.
“단속하려면 누가 단속할지, 뭘 먼저 잡을지 정해야 하니까.”
“불법부터.”
“약 훔친 사람과 군표 20퍼센트 깎아먹는 사람과 배급표 한 장 판 노파를 다 같은 경찰이 잡습니다.”
“그게 문제입니까?”
“경찰이 백 명이면 아니죠.”
“지금은?”
“스물셋.”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음 날 긴급시민평의회에서 시장 문제가 올라왔다.
경찰은 전면단속을 요구했다.
병원은 의약품만 우선단속.
시청은 배급표 거래.
재무국은 군표 사기.
세레빈은 노동자들이 생필품을 구하는 작은 거래는 건드리지 말자고 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불법을 규모로 나눕니까?”
세레빈이 말했다.
“경찰력이 규모가 있으니까요.”
결국 우선순위가 정해졌다.
1. 병원·군수품 절도.
2. 위조 배급표.
3. 대규모 군표 사기.
소규모 재판매는 단속 후순위.
안토노바는 마지막 문구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소규모’가 얼마입니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한 장?”
“다섯 장?”
“돈으로?”
세레빈이 말했다.
“현장에서 판단합시다.”
“그게 제일 위험합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결국 기준을 만들었다.
개인·가구 배급량 범위의 재판매는 경고와 물품회수 우선.
반복거래나 조직적 매입은 수사.
의약품·군수품은 금액과 관계없이 조사.
경찰대표가 말했다.
“이제 순경이 규정집 들고 시장 다녀야겠군요.”
안토노바가 답했다.
“적어도 사람 얼굴 보고 기분대로 정하는 것보다는 낫죠.”
세레빈은 완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너무 복잡합니다.”
“현실이 단순했으면 당신이 나 안 불렀겠죠.”
평의회는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제한된 경찰력을 어디에 먼저 쓸지 공개적으로 정했다.
그 선택 자체가 정치였다.
언론은 즉시 비판했다.
시 평의회, 불법시장 사실상 묵인
반대편 신문은 썼다.
경찰력 현실 반영한 선택적 단속
할크로프트는 두 기사를 나란히 봤다.
둘 다 같은 정책을 설명했다.
그날 밤 시장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다만 의약품을 팔던 여자는 사라졌다.
다음 날 모로지나에게서 답이 왔다.
카티아가 가져간 약은 폐기대기 목록에 올라 있긴 했다.
하지만 폐기 승인 전이었다.
규정상 절도는 맞았다.
동시에 병원은 사용기한이 짧은 약품을 제대로 재배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로지나는 화를 냈다.
카티아에게도.
자기 병원에도.
결국 병원은 새 절차를 만들었다.
사용기한 임박 의약품은 폐기 전 무료진료소와 구호소에 우선 재배분.
카티아 사건은 경찰에 정식 고발하지 않고 변상·재교육으로 처리됐다.
안토노바는 그 결정을 듣고 물었다.
“법적으로 가능합니까?”
모로지나가 말했다.
“이번에는 확인하고 했어요.”
세레빈이 웃었다.
할크로프트는 시장에서 본 불법 한 병이 병원 물류규칙을 바꾼 걸 생각했다.
모든 암시장이 제도를 고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불법은 제도가 어디에서 새고 있는지 보여줬다.
선택적 단속이 시작된 첫날 경찰은 위조 배급표 공방 하나를 적발했다.
성과였다.
둘째 날에는 문제가 생겼다.
시장 상인들이 경찰을 피하려고 거래장소를 더 작은 골목으로 옮겼다.
군표 환율을 확인하기도 어려워졌고,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늘었다.
세레빈이 평의회에서 말했다.
“쫓아내기만 하면 안 됩니다.”
경찰대표가 얼굴을 붉혔다.
“그럼 시장을 허가하자는 겁니까?”
“일부 거래는요.”
재무국이 군표 공식 교환창구를 주 3회 열자는 안을 냈다.
시청은 합법적인 개인 배급권 양도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병원은 임박 의약품 재배분망을 만들었다.
불법시장을 없애는 대신,
그 시장에서 실제로 필요했던 기능 일부를 제도 안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반대로 위조표와 대규모 사기는 더 강하게 단속했다.
세레빈은 말했다.
“사람들이 왜 시장에 왔는지 안 보고 시장만 없애면 다른 골목이 생깁니다.”
안토노바가 답했다.
“그래도 도둑까지 이해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경찰 몫이고.”
둘은 여전히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 주 암시장은 조금 작아졌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할크로프트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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