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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1화 — 법률상의 국가

자유의 세기 · 31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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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안토노바는 법률문서를 읽다가 웃었다.

좋아서가 아니었다.

제17치안조정과가 제출한 새 구금지침에는 모든 절차가 있었다.

신청.

승인.

검토.

갱신.

문제는 각각 다른 기관이 맡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건 누가 만든 겁니까?”

판사가 물었다.

검사 세브린이 말했다.

“내무행정국과 법무국 공동지침입니다.”

“법무국?”

안토노바가 물었다.

“법무부가 아니라?”

“전시특별법무국.”

“언제 생겼습니까?”

“지난달.”

“법률로?”

“내각령.”

“내각령 근거는?”

세브린은 준비된 문서를 내밀었다.

전시행정유지법 제12조.

안토노바는 읽었다.

정부기능 연속성을 위해 필요한 보조기관을 설치할 수 있다.

넓은 조항이었다.

너무 넓었다.

“이 조항으로 구금검토기관도 만들 수 있다고 봅니까?”

“보조기관입니다.”

“사람 자유를 제한하는 기관이?”

“결정은 내무행정국이 하고, 특별법무국은 검토합니다.”

“그 검토결과는 구속력 있습니까?”

“권고입니다.”

“그러면 검토기관이 아니네요.”

세브린이 말했다.

“법률상 검토입니다.”

“법률상이라는 말을 붙이면 기능이 생깁니까?”

판사가 손을 들었다.

“두 분 다 충분합니다.”

오늘 사건은 대학신문 편집자 레마노프의 출석요구였다.

재판 전날 안토노바는 대학신문 사무실을 직접 찾았다.

인쇄기는 낡았고 방 안에는 잉크냄새가 가득했다.

레마노프는 문제의 메모를 보여줬다.

열차번호.

도착시각.

군수창 교대시간.

“이걸 왜 모았습니까?”

“군수업체가 납품지연을 숨긴다고 들었습니다.”

“기사 쓰려고?”

“네.”

“군 이동 자체가 목적은 아니고?”

“그걸 알고 싶었으면 군복 입었겠죠.”

안토노바는 웃지 않았다.

“농담은 법정에서 하지 마세요.”

그녀는 메모의 출처를 하나씩 물었다.

역시간표.

철도노동자 인터뷰.

공개된 군수입찰 공고.

신문사 창문에서 직접 본 차량 이동.

대부분 공개정보였다.

문제는 조합하면 군수흐름이 꽤 정확해진다는 점이었다.

레마노프가 물었다.

“공개된 것만 모았는데도 비밀이 됩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어디까지 보면 안 됩니까?”

안토노바는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그 질문 때문에 법정에 가는 것이었다.

체포는 아니었다.

하지만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구인될 수 있었다.

안토노바는 출석요구 자체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사는 정보유출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는 약했다.

그러나 완전히 없지는 않았다.

레마노프의 신문사에서 군수창 이동시간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그 시간이 실제 군수열차 운행과 일부 일치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언론 취재자료입니다.”

세브린이 말했다.

“군 이동시간입니다.”

“공개된 역시간표를 조합한 겁니다.”

“정확도가 너무 높습니다.”

“기자가 정확하면 죄가 됩니까?”

“전쟁 중에는 어떤 정확성은 위험합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세브린은 이번에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그럼 어떤 정확성이 금지되는지 법으로 정하십시오.”

“모든 정보상황을 미리 법에 쓸 수 없습니다.”

“그러면 사후에 기자가 위험했다고 결정하면 됩니까?”

“법원이 판단하니까 지금 여기 있는 겁니다.”

그 말도 맞았다.

판사가 물었다.

“변호인. 출석조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입니까?”

“아닙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조사범위가 특정되지 않았고, 질문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그 권리는 형사체포 때 적용됩니다.”

“이 출석요구가 실질적으로 강제라면?”

세브린이 말했다.

“체포가 아닙니다.”

“안 가면?”

“구인할 수 있습니다.”

안토노바가 판사를 봤다.

“그게 제가 말하는 겁니다.”

판사는 지침을 다시 읽었다.

“출석은 허용하되, 변호인 참여를 보장하겠습니다.”

세브린이 반발했다.

“수사기밀이—”

“질문범위를 사전에 제출하십시오.”

“재판장님.”

“그리고 답변거부로 즉시 구금하지 마십시오.”

안토노바는 완전한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판사는 한 가지를 더 붙였다.

“출석조사 기록은 법원에 사후 제출하십시오.”

세브린이 고개를 들었다.

“모든 질문기록을요?”

“적어도 질문범위와 구금전환 여부.”

“수사기관 부담이 큽니다.”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절차라면 기록부담도 감수하십시오.”

세브린은 더 반박하지 않았다.

안토노바는 그 문장을 메모했다.

조금 느려지더라도 남는 기록.

그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었다.

문제는 밖이었다.

법원 계단 아래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법원이 정부 수사를 막았습니까?”

한 기자가 물었다.

“아뇨.”

“언론 자유가 승리했습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오늘 뭘 얻은 겁니까?”

안토노바는 잠깐 생각했다.

“누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자는 실망한 얼굴이었다.

좋은 제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토노바에게는 그게 중요한 변화였다.

자유는 때때로 거창한 선언보다 기록 한 줄에서 먼저 생겼다.

법정 밖에서 할크로프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조사는 합니다.”

“그럼 졌습니까?”

“변호인 참여.”

“그럼 이겼습니까?”

“왜 자꾸 승패를 묻습니까?”

“영국 사람이라.”

안토노바가 한숨 비슷한 소리를 냈다.

“법은 경기 아닙니다.”

둘은 계단을 내려갔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특별법무국이라는 곳, 알고 있었습니까?”

“오늘 처음 봤습니다.”

“런던에선 이런 걸 국가가 새 기관을 만든다고 표현합니다.”

“여기선?”

“모르겠습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요즘 이 나라에는 법률상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기능이 없는 기관과, 법률상 애매하지만 실제로는 기능하는 기관이 같이 늘고 있습니다.”

“평의회 같은?”

“네.”

“특별법무국도?”

“네.”

둘은 거리로 나왔다.

맞은편 건물 벽에는 새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질서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안토노바가 멈췄다.

할크로프트도 포스터를 봤다.

아래에는 국가조정실 후원 문구가 있었다.

“사라노프 쪽입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그 사람 직접 문구는 아니겠죠.”

“생각은 비슷합니까?”

안토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뒤 말했다.

“문제는 문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녀는 다시 걸었다.

“보통 위험한 문장은 완전히 틀린 문장이 아니더군요.”

다음 날 신문에는 두 종류의 제목이 나왔다.

법원, 기자 조사 허용

그리고 다른 신문에는:

법원, 비밀조사에 변호인·기록 의무 부과

같은 판결이었다.

안토노바는 두 신문을 나란히 놓고 말했다.

“어느 쪽이 맞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둘 다.”

“그러니까 법이 어려운 겁니다.”

“정치는 안 어렵습니까?”

“정치는 자기가 맞다고 크게 말할 수 있잖아요.”

그녀는 신문을 접었다.

“법은 판결문 마지막 줄에 예외가 하나 더 붙습니다.”

레마노프의 실제 출석조사는 사흘 뒤 열렸다.

안토노바는 옆에 앉았다.

특별법무국 조사관은 처음부터 불쾌해했다.

“신문사에 군수창 교대시간이 왜 필요합니까?”

레마노프가 대답하려 하자 안토노바가 손을 들었다.

“질문범위가 납품지연 취재와 관련된 정보수집 경로로 한정돼 있습니다.”

조사관은 법원 명령서를 봤다.

질문을 바꿨다.

두 시간 동안 조사는 계속됐다.

레마노프는 구금되지 않았다.

대신 취재자료 일부를 임시 압수당했다.

안토노바는 압수목록을 한 장씩 확인했다.

밖으로 나오며 레마노프가 말했다.

“이게 승리입니까?”

“아뇨.”

“패배?”

“그것도.”

“변호사들은 왜 그렇게 애매하게 말합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당신이 집에 가고 있으니까 오늘은 그걸로 됐습니다.”

레마노프는 법원 계단 아래에서 모자를 눌러썼다.

“그래서 오늘은 이긴 겁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당신이 집에 가고 있으니까 오늘은 그걸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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