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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9화 — 배급표

자유의 세기 · 29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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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표에는 빵이 있었다.

실제로는 없었다.

네바그라드 긴급시민평의회가 만든 첫 공동배급계획은 발표 하루 만에 문제가 생겼다.

시청은 밀가루 40톤이 들어온다고 계산했다.

철도는 32톤이라고 했다.

제분소는 실제로 27톤을 받았다.

세레빈이 운송장을 보며 말했다.

“다시 열차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모로지나가 말했다.

“그럼 이번엔 뭐가 사라졌습니까?”

“톤이요.”

시청 배급담당이 말했다.

“농정국은 40톤 출발했다고 했습니다.”

철도 담당이 반박했다.

“우리 인수기록은 32톤.”

제분소장이 말했다.

“계근표는 27톤.”

안토노바가 칠판에 세 숫자를 썼다.

40.

32.

27.

“누가 거짓말합니까?”

그날 회의에는 야코프 벨린도 불려왔다.

빵집 주인이었다.

그는 칠판의 숫자를 보고 말했다.

“하나 더 필요합니다.”

“뭡니까?”

“빵.”

안토노바가 물었다.

“27톤이 빵 아닙니까?”

“아뇨. 그건 제분 가능한 원곡.”

벨린은 자기 장부를 펼쳤다.

밀가루 수율.

반죽 손실.

오븐 생산량.

연료 확보량.

“27톤이 들어와도 오늘 오븐 다 못 돌리면 실제 배급빵은 더 적습니다.”

모로지나가 이마를 짚었다.

“이러다 숫자가 열 개 되겠어요.”

“사람은 마지막 숫자만 먹습니다.”

벨린이 말했다.

할크로프트는 처음 찾아갔던 전쟁수송부 통계실을 떠올렸다.

기관마다 자기 업무가 끝나는 지점에서 ‘완료’라고 불렀다.

철도는 도착.

제분소는 제분.

빵집은 굽기.

시민은 손에 받기.

평의회가 해야 할 일은 진짜 숫자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각 숫자가 어디까지의 사실인지 연결하는 일이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40톤은 어디 기준입니까?”

농정국 연락관이 서류를 봤다.

“계약물량.”

“실제 적재량?”

“그건 지방집하소.”

철도담당이 말했다.

“32톤은 화차 적재표.”

제분소장이 말했다.

“27톤은 도착 후 실계근.”

“5톤은?”

“수분.”

“뭐라고요?”

제분소장이 밀가루 자루 하나를 가리켰다.

“곡물이 아니라 원곡입니다. 출발지 수분함량이 높아서 건조·정선하면서 중량이 줄었습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그럼 40에서 32로 줄어든 건?”

이번에는 농정국 연락관이 얼굴을 굳혔다.

“계약 중 8톤은 다음 열차로 넘어갔습니다.”

“왜 배급표에는 40이라고 했습니까?”

“계약상 오늘 인도분이니까.”

모로지나가 이마를 짚었다.

“사람들이 계약서를 먹습니까?”

안토노바가 그녀를 봤다.

“오늘 그 말 두 번째입니다.”

평의회는 배급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었다.

이미 신문에 ‘40톤 확보’라고 났다.

시민들은 그 숫자를 봤다.

배급량을 줄이면 누군가는 숨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장 대행이 말했다.

“32톤이라고 발표합시다.”

제분소장이 반대했다.

“실제 빵으로 나오는 건 27톤 기준입니다.”

“그럼 27.”

농정국 연락관이 말했다.

“그러면 우리 계약이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세레빈이 웃었다.

“오늘 다들 보이는 게 중요하군요.”

“정치도 행정입니다.”

연락관이 말했다.

“농민들이 정부 계약을 믿어야 다음에도 보냅니다.”

보로닌이 조용히 말했다.

“그럼 40, 32, 27을 다 발표합시다.”

시장 대행이 고개를 저었다.

“신문은 제일 나쁜 숫자만 제목으로 뽑을 겁니다.”

보로닌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죠.”

“정치적으로 위험합니다.”

“숨겼다가 들키는 건 안 위험합니까?”

농정국 연락관이 끼어들었다.

“농민도 생각해야 합니다. 40톤 계약했다고 발표했는데 27톤만 왔다고 하면 농민이 약속을 어긴 것처럼 보입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8톤이 다음 열차로 넘어간 이유는?”

“집하소 화차 부족.”

“농민 잘못입니까?”

“아닙니다.”

안토노바가 칠판에 적었다.

계약 40 / 적재 32 — 화차 부족으로 8 이월 / 제분 가능 27 — 수분·정선 손실.

시장 대행이 읽었다.

“너무 깁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진실이 짧을 의무는 없죠.”

결국 공지문은 길어졌다.

행정적으로는 불편했다.

대신 책임이 어디서 생겼는지는 처음으로 보였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계약 40톤. 실제 적재 32톤. 제분 가능 27톤.”

시장 대행이 말했다.

“사람들이 더 혼란스러워할 겁니다.”

“처음엔요.”

보로닌이 말했다.

“하지만 다음부터 ‘확보’가 무슨 뜻인지 알겠죠.”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이건 그 통계실에서 처음 봤던 문제였다.

‘도착’의 정의.

이번에는 도시 전체가 그걸 배우려 하고 있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배급표 기준은 어떤 숫자로?”

“27.”

제분소장이 말했다.

“그게 실제 빵입니다.”

공동발표는 저녁에 나갔다.

신문 제목은 제각각이었다.

정부 약속 40톤 중 27톤만 실제 확보

새 평의회, 배급통계 전면 공개

농정국 ‘계약 실패 아니다’ 반박

좋은 기사도, 나쁜 기사도 있었다.

중요한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빵집 줄에서 한 남자가 배급표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몇 톤짜리 빵이오?”

빵집 주인이 대답했다.

“27톤짜리.”

주변에서 웃음이 났다.

누군가 말했다.

“적어도 이번엔 무슨 숫잔지 알겠네.”

배급은 줄었다.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폭동은 없었다.

그날 밤 평의회는 모든 필수물자 공지에 세 항목을 넣기로 했다.

계약량.

운송량.

실제 사용가능량.

그리고 네 번째 칸을 추가했다.

다음 갱신 시각.

모로지나가 제안했다.

“틀린 숫자라도 언제 다시 고칠지 알려줘야 합니다.”

시청 직원이 물었다.

“매번 갱신 못 하면?”

“못 했다고 씁니다.”

“그걸 누가 좋아합니까?”

“아무도.”

모로지나가 말했다.

“그래서 믿을 수도 있죠.”

다음 날 공지에는 이렇게 적혔다.

현재 사용가능량 27톤. 다음 확인 14:00.

14시에는 추가 화차가 들어와 숫자가 31톤으로 바뀌었다.

게시판 앞 사람들은 수군거렸지만, 누군가 창고에 숨겼다는 소문은 전날보다 적었다.

평의회가 신뢰를 얻은 건 숫자가 늘 맞아서가 아니었다.

틀린 숫자를 고치는 시간을 미리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벨린의 빵집도 공지판을 바꿨다.

오늘 예상 배급 1차 15:20 / 2차 18:00.

완벽하게 맞지는 않았다.

첫 배급은 15분 늦었다.

그런데 줄에서는 예전처럼 ‘숨겼다’는 말보다 ‘15분 늦었다’는 불평이 더 많았다.

불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세레빈은 그 결과를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덜 속고, 경찰이 덜 헤매면 그걸로 됐죠.”

그에게 시장은 없애야 할 얼룩보다,

도시 어디가 막혔는지 보여주는 지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형태가 바뀌고 있었다.

그 주말 시청 게시판 앞에는 작은 습관이 생겼다.

사람들이 오후 두 시가 되면 새 숫자를 보러 왔다.

누군가는 수첩에 베껴 갔다.

상인들은 다음 날 가격을 계산했고,

구호소는 필요한 식량을 다시 잡았다.

한 노파가 게시판을 오래 보다가 할크로프트에게 물었다.

“31톤이면 내가 빵 더 받소?”

“오늘은 아닐 겁니다.”

“그럼 이 숫자가 나한테 무슨 소용이오?”

좋은 질문이었다.

시청 직원이 대신 답했다.

“내일 배급 줄이는지 늘리는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노파는 만족하지 않은 얼굴로 갔다.

할크로프트는 그 모습을 봤다.

투명성은 배급량을 늘리지 않았다.

배고픔을 없애지도 않았다.

다만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금 덜 놀라게 만들었다.

그 정도로도 폭동 하나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성공’이라고 부르기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오후 두 시, 게시판의 27 위에 줄이 그어지고 그 옆에 31이 적혔다.

이전 숫자는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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