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8화 — 평의회 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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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누가 회의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지 논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안토노바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장이 소집했습니다.”
시청 비서가 말했다.
철도노조 대표가 반박했다.
“시장이 왜 병원 배급까지 결정합니까?”
상업회 대표가 말했다.
“결정하는 게 아니라 조정한다잖습니까.”
대학 대표가 물었다.
“그럼 표결권은 누가 있습니까?”
시청 비서가 대답하지 못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은 서른두 명.
시청.
병원.
철도.
전력회사.
상업회.
경찰.
대학.
지역구 의원.
노동조합.
구호단체.
그리고 누가 불렀는지 모르는 사람 넷.
안토노바는 그 네 사람부터 확인했다.
한 명은 교회 구호소 대표.
한 명은 인쇄공 조합 서기.
한 명은 북부구역 주민위원.
마지막 한 명은 아무 기관에도 속하지 않은 약사였다.
“누가 초대했습니까?”
약사가 말했다.
“모로지나 박사요.”
모로지나가 손을 들었다.
“약품창고 아는 사람이 필요해서.”
안토노바는 명단 옆에 소속을 적었다.
“앞으로는 누가 왜 들어왔는지 기록합니다.”
대학 대표가 웃었다.
“회의 들어오는 데도 재판합니까?”
“아뇨.”
안토노바가 말했다.
“회의가 커지면 나중에 모두 자기가 처음부터 대표였다고 할 테니까.”
몇 사람이 웃었다.
시장 대행은 웃지 않았다.
이 회의가 성공하길 바라면서도 너무 성공하는 건 원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안토노바가 손을 들었다.
“첫 번째로 할 일은 권한을 정하는 게 아니라 오늘 결정해야 할 일과 결정하지 않을 일을 구분하는 겁니다.”
시장 대행이 말했다.
“변호사님, 지금 도시 배급이—”
“그래서요.”
안토노바가 끊었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배급·전력·철도 같은 긴급조정입니다. 세금, 체포, 군 지휘 같은 건 여기서 못 합니다.”
경찰대표가 말했다.
“치안은요?”
“경찰 내부지휘는 못 합니다.”
“그럼 우리를 왜 불렀습니까?”
“빵집 앞에 경찰 몇 명 세울지 다른 기관과 맞추려고요.”
철도대표가 웃었다.
경찰대표는 못마땅해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안토노바는 칠판에 썼다.
오늘 결정 가능
배급.
병원 우선물자.
전력 복구 우선순위.
철도 긴급편성.
공개정보.
그 아래.
결정 불가
체포.
군사명령.
세금.
장기예산.
정치조직 규제.
시장 대행이 말했다.
“누가 이 구분을 승인했습니까?”
안토노바가 분필을 내려놓았다.
“지금 여기서 승인하면 됩니다.”
“그게 합법입니까?”
“완전히는 아닙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경찰대표가 먼저 말했다.
“그걸 공식 회의록에 남길 겁니까?”
“네.”
“불법이라고?”
“불법이라고 안 했습니다. 법적 근거가 불완전하다고 했죠.”
“차이가 큽니까?”
“나중에는 큽니다.”
안토노바는 임시규칙 첫 줄에 직접 적었다.
본 회의는 기존 기관의 법정 권한을 대체하지 않으며, 긴급한 기관 간 조정만을 목적으로 한다.
시장 대행이 읽었다.
“이렇게 쓰면 아무 권한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강제권은 없잖습니까.”
“그럼 누가 따릅니까?”
세레빈이 뒤에서 말했다.
“필요하면 따르겠죠.”
“필요 없으면?”
“안 따르고.”
시장 대행이 한숨을 쉬었다.
“그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적어도 아직은 강제로 따르게 만들 조직보다 낫습니다.”
할크로프트는 방 뒤쪽에서 듣기만 했다.
회의실 맨 뒤에는 또 한 사람이 조용히 기록하고 있었다.
국가조정실 연락서기였다.
할크로프트는 명찰을 보고서야 알았다.
“관찰하러 왔습니까?”
쉬는 시간에 그가 물었다.
서기가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시청과 조정실 연락업무입니다.”
“비공식적으로는?”
“그런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게 업무입니다.”
젊은 서기는 평의회 규칙 사본을 요청했다.
안토노바는 줬다.
숨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할크로프트는 그 장면이 흥미로웠다.
평의회는 중앙정부를 피해 생긴 비밀조직이 아니었다.
오히려 중앙도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을 배울지,
무엇을 경계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웰스의 지시가 떠올랐다.
자문하지 말 것.
문서 작성하지 말 것.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안토노바가 자동만료 조항을 넣는 순간 예전에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권한에는 종료시점이 있어야 한다.
말이 사람을 통해 제도가 되는 순간이었다.
자기가 직접 쓰지 않았다고 해서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
“그래서 임시로 하고 기록을 남깁니다.”
그녀는 종이를 꺼냈다.
긴급시민조정회의 임시규칙.
“오늘 결정은 72시간 후 자동 만료.”
“왜 72시간?”
“사흘 안에 정상기관이 인계하지 못하면 다시 모여야 하니까.”
상업회 대표가 물었다.
“시장 대행이 거부하면?”
“그럼 시청 권한으로 하십시오.”
“철도가 안 따르면?”
“철도는 철도 권한으로.”
“그럼 이 회의는 뭐죠?”
안토노바가 말했다.
“서로 무슨 결정을 했는지 알게 만드는 곳입니다.”
세레빈이 뒤쪽에서 말했다.
“그거 하나만 해도 꽤 큽니다.”
회의는 계속됐다.
투표권 문제는 결국 기관별 1표가 아니라 결정사항별 관련기관 동의 방식으로 정리됐다.
병원 물자 문제는 병원·철도·시청이.
전력은 발전소·병원·시청이.
빵 배급정보는 시청·상업회·경찰이.
완벽하지 않았다.
느렸다.
어떤 사람은 자기 표가 없는 데 불만이었다.
그런데 두 시간 뒤 첫 결정을 내렸다.
매일 오후 6시, 다음 날 필수물자 운송계획을 공동 공개.
두 번째.
배급지연 2시간 이상 발생 시 원인기관과 예상시간을 게시.
세 번째.
병원·발전소·급수시설은 공통 우선목록 적용.
첫 결정부터 충돌이 생겼다.
발전소 대표가 물었다.
“급수펌프와 병원 중 전력이 하나만 남으면?”
모로지나가 바로 말했다.
“급수.”
사람들이 그녀를 봤다.
병원 대표가 병원보다 급수를 먼저 말한 게 의외였던 모양이다.
“병원은 비상발전기가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급수 멈추면 병원도 멈춥니다.”
소방대 연락관이 끼어들었다.
“화재 나면 급수압 더 필요합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벌써 1순위가 둘이네요.”
안토노바가 분필을 들었다.
“순서표 말고 조건표로 합시다.”
그들은 항상 1순위라는 표현을 버렸다.
화재 발생 시 급수·소방.
수술 중 병원.
대규모 정전 시 발전소 자체유지.
조건에 따라 우선권이 바뀌었다.
회의는 더 복잡해졌다.
대신 ‘최우선’이라는 한 단어가 모든 걸 덮는 일은 줄었다.
사라노프의 중앙등급제와 비슷한 문제를 도시는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시장 대행이 말했다.
“이 기구 이름은 뭘로 합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이름이 꼭 필요합니까?”
세레빈이 말했다.
“사람들이 뭐라고 부를지는 이미 정했을 겁니다.”
“뭔데요?”
“평의회.”
몇 사람이 웃었다.
그 단어는 특별한 이념을 뜻하지 않았다.
그냥 회의.
협의회.
council.
그래도 안토노바는 분필을 들고 칠판 위에 적었다.
네바그라드 긴급시민평의회
그리고 바로 옆에 작게 덧붙였다.
임시. 72시간.
시장 대행이 말했다.
“그렇게까지 써야 합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래야 나중에 지울 수 있습니다.”
회의실 밖에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질문은 예상대로였다.
“시청을 대신하는 새 정부입니까?”
안토노바는 말했다.
“아닙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그녀는 열린 회의실 문을 돌아봤다.
사람들은 이미 다음 날 배급표를 두고 다시 언쟁 중이었다.
“아직은 회의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시장 대행은 안토노바를 붙잡았다.
밖으로 나간 기자 중 한 명이 곧바로 물었다.
“72시간 뒤에도 계속되면 그때는 정부입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아니요.”
“그럼 일주일이면?”
“기간이 정부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권한이 늘어나면?”
이번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기자가 웃었다.
“그건 고민하시네요.”
“당연하죠.”
안토노바가 말했다.
“고민 안 하고 권한 늘리는 사람보다 낫지 않습니까?”
그 답은 다음 날 신문에 거의 그대로 실렸다.
몇몇 사람은 좋아했고,
몇몇 사람은 그녀가 권력을 탐낸다고 비난했다.
안토노바는 신문을 읽고 한마디만 했다.
“그래서 회의록을 남기는 겁니다.”
“72시간 뒤 정말 끝낼 생각입니까?”
“정상기관이 기능하면요.”
“안 하면?”
“다시 승인받아야죠.”
“누구한테?”
안토노바는 회의실 안을 봤다.
시청 직원은 철도대표와 내일 운행표를 맞추고 있었다.
병원 쪽은 발전소 연락처를 받아 적고 있었다.
“그게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시장 대행이 씁쓸하게 말했다.
“새 정부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안토노바는 칠판의 임시. 72시간. 문구를 다시 봤다.
만료조항을 넣는 건 쉬웠다.
만료됐을 때 누가 다음 결정을 할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