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7화 —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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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연대가 반란을 일으켰답니다.”
포스터가 말했다.
할크로프트는 외투 단추를 채우던 손을 멈췄다.
“출처?”
“세 개.”
“독립?”
“아마.”
“‘아마’는 독립이 아닙니다.”
“알아요.”
첫 번째 출처는 상업회관 전화교환원.
두 번째는 철도원.
세 번째는 브리튼 영사관 직원의 하숙집 주인.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
제12연대가 장교를 체포했다.
아니다, 봉급을 요구하며 병영을 나왔다.
아니다, 전선행 열차 탑승을 거부했다.
공통점은 하나.
군인이 명령을 거부했다.
점심 전에는 네 번째 소문이 붙었다.
제12연대 장교 한 명이 사살됐다.
출처는 없었다.
다만 시내 남부병원으로 군 구급차가 한 대 들어가는 걸 본 사람이 있었다.
실제 환자는 맹장염 병사였다.
그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장교 총격설의 증거가 됐다.
대사관 전화는 계속 울렸다.
브리튼 상인.
외국공관.
보험회사.
모두 같은 걸 물었다.
“반란입니까?”
할크로프트는 같은 답을 반복했다.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카페에서 말이 바뀌었다.
영국 대사관도 부인하지 못했다.
포스터가 그 소문을 듣고 말했다.
“아무 말 안 하는 것도 정보가 되는군요.”
“정확히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정보가 됩니다.”
확인 전 침묵은 필요했다.
그런데 침묵 자체도 빈칸을 남겼다.
소문은 그 빈칸을 싫어했다.
할크로프트는 세레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12연대 열차편성 있었습니까?”
“오늘 새벽 하나.”
“출발했습니까?”
“아뇨.”
“왜?”
“기관차 문제.”
“병사 거부가 아니라?”
“내가 아는 건 기관차.”
“확인해 주세요.”
“당신 요즘 부탁이 많네요.”
“빚으로 적어두십시오.”
“이자 받습니다.”
다음은 베레노프.
연결이 늦었다.
“제12연대?”
베레노프가 물었다.
“우리 사단 아니오.”
“군 내부 소문은?”
“많소.”
“반란?”
“그 단어 쓰지 마시오.”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왜요?”
“사실 확인 전 그 단어가 돌아다니면, 지휘관들은 병사보다 소문을 먼저 진압하려고 하니까.”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아직 아무것도.”
오후가 되자 소문은 더 커졌다.
시내 카페에서는 제12연대가 시청으로 진군 중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실제로는 군용 트럭 열두 대가 시청 방향 도로를 지나갔다.
목적지는 항만이었다.
트럭을 본 시청 경비책임자는 상부에 보고했다.
군 트럭 12대 시청 방향 이동 확인.
한 단계 위에서는 문장이 추가됐다.
목적 불명.
경찰예비대에는 다시 이렇게 전달됐다.
군 이동 증가. 시청 주요시설 대비.
누구도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 문장을 합치면 군이 시청을 향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안토노바는 나중에 그 보고흐름을 보며 말했다.
“거짓말이 없는데도 거짓 이야기가 만들어졌네요.”
할크로프트가 문서를 짚었다.
“각 단계에서 자기 책임에 필요한 것만 남겼습니다.”
시청 경비는 차량을 봤다는 사실.
상부는 목적을 모른다는 사실.
경찰은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
모두 자기 일을 했다.
도시 전체로 보면 공포가 하나 만들어졌다.
사실 하나가 소문에 모양을 줬다.
할크로프트는 제12연대 주둔지를 직접 찾아갔다.
정문은 닫혀 있었다.
경비병이 말했다.
“외부인 출입금지.”
“브리튼 대사관 조사관입니다.”
“알아도 출입금지.”
“지휘관과 통화할 수 있습니까?”
“안 됩니다.”
문 뒤쪽에서 병사들이 모여 있는 소리가 들렸다.
구호는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소리.
한 시간 뒤 안토노바에게 연락이 왔다.
“제12연대 병사 가족 몇 명이 법률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왜요?”
“병사들이 체포될까 봐.”
“뭘 했습니까?”
“봉급대장 공개를 요구했답니다.”
할크로프트가 잠시 눈을 감았다.
반란.
실제 사건은 봉급대장.
하지만 그게 전부인지 아직 몰랐다.
저녁이 되어 베레노프가 연락했다.
“확인했소.”
“뭡니까?”
“연대 일부 병사들이 전선행 전에 미지급 봉급과 가족수당 확인을 요구했소.”
“명령거부?”
“탑승을 세 시간 미뤘소.”
“장교 체포?”
“없음.”
“무기고 점거?”
“없음.”
“그럼 반란은 아닙니까?”
베레노프가 한숨을 쉬었다.
“군법상 집단명령지연 문제는 될 수 있소.”
“하지만?”
“하지만 오늘 밤 시내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아니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왜 소문이 이렇게 커졌습니까?”
“군에서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베레노프가 말했다.
“보안 유지한다고 정문 닫고 전화 끊었소. 그 순간 밖에서는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지.”
조금 뒤 세레빈에게도 연락이 왔다.
“기관차 문제 맞았습니다.”
“그럼 병사들이 일부러 열차를 세운 건?”
“둘 다.”
“둘 다?”
“기관차가 늦었고, 그 시간에 병사들이 봉급대장을 요구했습니다. 기관차가 왔는데도 바로 안 탔고.”
“그래서 세 시간.”
“네.”
할크로프트는 종이에 사건을 시간순으로 적었다.
기관차 지연.
봉급 항의.
출발 지연.
병영 폐쇄.
전화 통제.
시내 군용트럭 이동.
‘반란’ 소문.
각 단계는 별개였다.
붙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됐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실제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군관구는 공식 발표를 냈다.
제12연대에서 중대한 반란 또는 무장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급여 행정문제로 인해 이동이 일시 지연되었음.
사실이었다.
그런데 발표가 나오기 전날 밤,
시청은 혹시 모를 군사소요에 대비해 경찰예비대를 배치했다.
군은 그 배치를 보고 시청이 자신들을 의심한다고 생각했다.
시청은 군이 병영을 폐쇄한 걸 보고 더 불안해했다.
소문은 거짓이었다.
대응은 진짜였다.
할크로프트는 그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런던에서도 전보가 왔다.
제12연대 사건 수준 평가 요망. 타 부대 확산 가능성 포함.
할크로프트는 답신 첫 줄에 썼다.
반란 아님.
곧 지웠다.
대신 적었다.
현재 확인된 범위에서 무장반란 증거 없음.
그 아래에는 봉급지연, 가족수당, 정보차단, 이동명령 지연을 적었다.
마지막 문장은 더 길었다.
단기위험은 반란 자체보다 반란을 예상한 기관들의 상호대응이 실제 충돌을 만드는 것.
포스터가 읽고 말했다.
“길군요.”
“틀린 짧은 보고보다 낫습니다.”
군은 경찰 배치를 보고 있었다.
경찰은 군 이동을 보고 있었다.
시민은 둘 다 보고 있었다.
아무도 먼저 공격하지 않았지만 모두 상대가 그럴 수 있다고 준비했다.
다음에 필요한 건 더 강한 명령보다 서로의 정보를 한곳에 놓는 일이었다.
다음 날 제12연대는 결국 출발했다.
역에는 가족들이 나와 있었다.
누구도 반란군을 배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병사들은 피곤했고, 가족들은 화가 나 있었다.
한 병사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었다.
“돈은 받았니?”
“일부.”
“잡혀간 사람은?”
“없어.”
“신문에는 장교를 가뒀다던데.”
병사가 웃었다.
“우리 장교는 어제도 우리보다 먼저 밥 먹었습니다.”
주변에서 웃음이 났다.
소문 하나가 실제 사람 앞에서 갑자기 우스워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열차가 떠난 뒤 어떤 신문은 질서 회복이라고 썼고,
다른 신문은 병사 요구 일부 수용 후 출발이라고 썼다.
할크로프트는 둘 다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 문제는 사실을 아는 것만이 아니었다.
사실 가운데 무엇을 먼저 말하느냐였다.
역 플랫폼 끝에서 한 병사가 가족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제는 ‘반란병’이라는 소문의 일부였고,
오늘은 그냥 떠나는 군인이었다.
할크로프트는 그 차이가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 기억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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