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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2화 — 체포 명단

자유의 세기 · 22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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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문 밑으로 들어왔다.

안토노바는 발로 밟을 뻔했다.

아침 여섯 시였다.

봉투는 없었다.

얇은 복사용지 네 장.

첫 장 상단에는 인쇄된 문구가 있었다.

치안위험 예비관찰 대상 — 초안

안토노바는 문을 잠갔다.

목록을 읽었다.

이름은 47개.

철도노조 지역서기.

대학신문 편집자.

시청 식량위원회 회계사.

그리고 자신.

소피아 안토노바.

그녀는 자기 이름에서 시선을 오래 두지 않았다.

대신 문서 형식을 봤다.

분류기호.

서체.

용지.

도장 위치.

공식문서처럼 보였다.

그게 진짜라는 뜻은 아니었다.

한 시간 뒤 할크로프트가 왔다.

세레빈도 불려왔다.

세레빈은 자기 이름을 찾자 욕했다.

“이게 진짜입니까?”

안토노바가 말했다.

“모릅니다.”

“내 이름이 있는데도?”

“당신 이름은 술집 외상장부에도 있을 겁니다.”

“그건 진짜고.”

할크로프트가 종이를 창가에 비춰봤다.

“용지 워터마크는?”

“정부 납품용지라 여러 부서가 씁니다.”

“분류번호는?”

“형식은 맞아요.”

“도장은?”

“복사본이라 확인 불가.”

세레빈이 말했다.

“그럼 뭘 기다립니까?”

“증거.”

안토노바가 대답했다.

“이걸 들고 사람들한테 ‘당신 잡혀갑니다’라고 말하면 진짜 문서가 아니어도 우리가 체포공포를 만들어냅니다.”

세레빈의 표정이 굳었다.

“진짜면?”

“확인해서 대응합니다.”

“확인하는 동안 잡아가면?”

“그게 이 문서를 믿어야 하는 이유는 아닙니다.”

할크로프트는 명단을 다시 봤다.

이름 옆에는 짧은 분류가 있었다.

노동선동.

지방행정 정보유출.

비인가 법률지원.

외국접촉.

안토노바 옆에는:

법률조직화.

세레빈 옆에는:

철도동원 영향력.

“내 이름은 없군요.”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세레빈이 말했다.

“섭섭합니까?”

“조금.”

안토노바가 문서를 가져갔다.

“농담할 때 아닙니다.”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녀가 상단 코드를 짚었다.

N-17.

“내무행정국 내부편제표를 구할 수 있습니까?”

세레빈이 물었다.

안토노바는 할크로프트를 봤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브리튼 정보망을 이 일에 쓰지는 않겠습니다.”

“지금 와서 원칙입니까?”

“원칙이라기보다 흔적 문제입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맞아요. 외국기관이 조회한 순간 문서가 진짜든 아니든 사건이 됩니다.”

그녀는 법원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구금명령 중 N-17 코드가 있는지.

30분 뒤 답이 왔다.

있었다.

두 건.

발령부서는:

내무행정국 제17치안조정과.

세레빈의 얼굴에서 농담기가 사라졌다.

“그럼 진짜군요.”

“아직.”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 부서가 존재한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초안 자체는?”

“한 가지 더.”

그녀는 목록에서 대학신문 편집자 표트르 레마노프를 짚었다.

“이 사람은 지난주에 이미 지방으로 떠났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모릅니다.”

“가족만 압니까?”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이 명단 작성자가 최근 정보를 갖고 있다는 뜻이군요.”

“또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들었거나.”

“정말 끝까지 안 믿는군요.”

세레빈이 말했다.

안토노바는 그를 봤다.

“내가 믿는 순간 당신부터 사람들한테 알리고 다닐 테니까.”

“그럴 겁니다.”

오후가 되자 또 하나의 확인이 들어왔다.

안토노바가 이전에 맡았던 피고인 한 명에게 경찰이 찾아왔다.

체포는 아니었다.

주소 확인과 출석요구.

발령처:

제17치안조정과.

안토노바는 목록을 접었다.

복사본 세 부를 만들었다.

한 부는 자기 금고.

한 부는 신뢰하는 판사에게.

마지막 한 부를 할크로프트에게 건넸다.

“왜 나한테?”

“외국인이니까요.”

“그 말을 자주 듣는군요.”

“이번엔 좋은 뜻 아닙니다.”

“런던에 보내라는 겁니까?”

“아뇨.”

“그럼?”

“내 사무실이 압수되면 여기 없는 곳에 하나는 있어야죠.”

그녀는 그를 똑바로 봤다.

“누구한테 보여줄지는 당신이 결정하세요.”

할크로프트는 문서를 갈색 수첩과 같은 가방에 넣었다.

공식보고서에는 아직 쓰지 않았다.

그날 밤 처음으로,

갈색 수첩은 단순한 메모장이 아니게 되었다.

명단의 진위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지저분했다.

47명 중 한 명은 이미 석 달 전에 죽어 있었다.

철도사고로.

세레빈이 말했다.

“그럼 가짜 아닙니까?”

안토노바가 고개를 저었다.

“오래된 명단을 갱신한 걸 수도 있죠.”

또 한 명은 이름 철자가 틀렸다.

한 사람은 소속기관이 1년 전 것이었다.

반대로 최근에야 시민평의회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한 사람이 이미 들어가 있었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정보가 여러 시점에서 섞였습니다.”

“좋은 뜻입니까, 나쁜 뜻입니까?”

세레빈이 물었다.

“진짜 정보기관 문서 같다는 뜻입니다.”

“그게 칭찬입니까?”

“아뇨.”

안토노바는 목록을 세 칸으로 나눴다.

확인된 최근 정보.

낡은 정보.

확인 불가.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목록에 올라간 사람 중 다섯 명은 서로 알지 못했다.

정치조직 명단이라기보다 ‘영향력을 가진 개인’ 목록에 가까웠다.

철도.

법률.

배급.

언론.

대학.

병원.

세레빈이 말했다.

“누가 도시를 움직이는지 적은 거네요.”

할크로프트는 자신이 그렸던 사람지도를 떠올렸다.

불편할 정도로 비슷했다.

차이는 목적이었다.

자신은 누가 빠지면 무엇이 멈추는지 알고 싶었다.

제17과는 누가 움직이면 무엇이 바뀌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우리도 이런 지도 만들고 있잖아요.”

세레빈이 그녀를 봤다.

“그래서 하지 말자는 겁니까?”

“아뇨.”

그녀는 목록을 접었다.

“왜 만드는지 잊지 말자는 겁니다.”

그날 저녁 한 명단 대상자가 스스로 안토노바를 찾아왔다.

대학신문 편집자 레마노프였다.

“누가 내 이름이 정부 목록에 있다고 했습니다.”

안토노바와 할크로프트가 동시에 세레빈을 봤다.

“내가 아닙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레마노프는 불안해 보였다.

“진짜입니까?”

안토노바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당신 이름이 있는 문서를 봤습니다. 하지만 시행명단인지 초안인지 확인 중입니다.”

“그럼 뭘 해야 합니까?”

“평소대로 일하세요.”

“미쳤습니까?”

“도망가면 오히려 이유를 줍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당분간 민감한 군사정보는 다루지 않는 게 어떻습니까?”

레마노프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명단이 이미 내 기사를 결정하는 거군요.”

할크로프트는 말을 잃었다.

맞는 말이었다.

체포하지 않아도 감시 가능성만으로 사람 행동을 바꿀 수 있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래서 아직 공개를 못 하는 겁니다.”

“숨기면 더 낫습니까?”

레마노프가 물었다.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날 명단은 종이 네 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서 자체도 더 확인했다.

안토노바는 법원 서기에게 과거 제17과 서류 세 건을 구해 달라고 했다.

타자기의 특정 글자 하나가 조금 위로 찍히는 습관이 있었다.

문제의 명단에도 같은 흔적이 보였다.

세레빈이 말했다.

“그럼 끝났네요.”

안토노바는 고개를 저었다.

“같은 타자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게 진짜라는 뜻 아닙니까?”

“제17과에서 나온 건 맞을 가능성이 높죠. 누가 승인했는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할크로프트는 그 차이를 받아들였다.

초안과 시행명령은 다르고,

부서 문서와 상급자 승인도 달랐다.

문서가 진짜라는 사실이 곧 문서 안 모든 계획이 시행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가짜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웠다.

안토노바는 목록 사본 위에 새로 적었다.

진본 가능성 높음. 시행범위 미확인.

그 문장은 사람들을 겁주기에는 약했고,

조심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세 사람은 결국 명단 대상자에게 경고하는 원칙도 정했다.

직접적인 출석요구·감시조치가 확인된 경우에만 본인에게 알린다.

소문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먼저 바꾸지 않기 위해서였다.

안토노바는 사본 위의 시행범위 미확인이라는 글자에 밑줄을 긋고 서류함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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