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0화 — 시청의 늦은 저녁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엘레나 모로지나의 집에는 의자가 네 개뿐이었다.
손님은 여섯 명이었다.
니콜라이 세레빈은 창가 턱에 앉았고, 미하일 베레노프는 군용 접이의자를 어디선가 가져왔다.
소피아 안토노바는 그 의자를 보고 말했다.
“군대가 처음으로 유용하군요.”
베레노프가 접시를 받으며 대답했다.
“그 말은 기록하지 마십시오.”
할크로프트는 수프 그릇을 들고 있었다.
알렉세이 보로닌은 빵을 잘랐다.
모로지나는 부엌에서 말했다.
“누가 식탁에서 정치 얘기하면 설거지합니다.”
세레빈이 물었다.
“정치가 아닌 게 뭡니까?”
“오늘은 석탄.”
“그게 제일 정치적인데.”
“그럼 당신이 설거지.”
세레빈은 더 말하지 않았다.
사실 이 저녁은 친목모임이 아니었다.
시청 병원협의회가 끝난 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전차가 멈췄고, 모로지나의 집이 가장 가까웠다.
사람들은 배가 고팠다.
그게 전부였다.
처음 십 분은 정말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았다.
보로닌은 농촌에서 가져온 절임채소가 너무 짜다고 했고, 베레노프는 군 식당보다 낫다고 했다가 모로지나에게 쫓겨날 뻔했다.
할크로프트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이들이 한 방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서로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았다.
세레빈은 베레노프의 군복을 경계했다.
베레노프는 세레빈이 모든 문제를 노동조합 협상처럼 본다고 생각했다.
안토노바는 보로닌의 임시계약을 법적 악몽이라고 불렀다.
보로닌은 법이 농사시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대꾸했다.
모로지나는 다들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레빈이 결국 입을 열었다.
“국가조정실 통합수송안, 어떻게 생각합니까?”
모로지나가 숟가락을 내려놨다.
“설거지.”
“이건 행정입니다.”
“더 나쁘네요.”
안토노바가 말했다.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베레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에서는 오래전부터 요구했습니다.”
보로닌이 물었다.
“지방에서 중앙 결정이 틀리면?”
“고쳐야죠.”
베레노프가 말했다.
“누가?”
“현장지휘관.”
안토노바가 바로 물었다.
“그럼 통합결정이 아니잖아요.”
세레빈이 입꼬리를 올렸다.
“벌써 잘 돌아가네요.”
보로닌이 할크로프트를 봤다.
“조사관님은요?”
“저녁 먹고 있습니다.”
모로지나가 만족스럽게 말했다.
“유일하게 제대로 하는 사람이군요.”
사라노프의 안은 분명 장점이 있었다.
세레빈은 통합 우선순위가 철도노동자 책임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베레노프는 명령체계를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모로지나는 병원 물자 우선순위가 매번 협상 대상이 되지 않는 점을 좋아했다.
보로닌은 수도가 농촌 사정을 모르면서 최종권한을 갖는 것을 싫어했다.
안토노바는 종료조항이 없는 권한 자체를 문제 삼았다.
아무도 같은 이유로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
그때 불이 꺼졌다.
방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모로지나가 욕했다.
“이것도 정치입니까?”
세레빈이 창밖을 봤다.
거리 전체가 어두웠다.
“아마 발전소.”
베레노프가 일어났다.
“군 전화망은?”
“여긴 집입니다, 대령.”
모로지나가 촛불을 찾았다.
할크로프트는 창밖을 봤다.
맞은편 병원 별관도 불이 꺼져 있었다.
모로지나의 움직임이 즉시 빨라졌다.
“병원 간다.”
“예비발전기 있지 않습니까?”
베레노프가 물었다.
“수술동은 있어요. 난방펌프 전체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동시에 외투를 집었다.
모로지나가 세레빈을 가리켰다.
“발전소 전화.”
베레노프에게.
“병원 경비병력 확인.”
보로닌에게.
“시청에 가서 연료창고 담당 깨워요.”
안토노바에게.
“난?”
“촛불 들고 따라와요.”
안토노바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법률상 근거가?”
“의사가 명령했습니다.”
눈길을 뛰어 병원으로 가는 동안 누구도 국가조정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수술동 비상발전기는 돌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중앙난방펌프였다.
발전소에서 변압기 하나가 고장 났고, 수리반은 다른 구역 화재 때문에 늦어지고 있었다.
세레빈이 철도전력반 기술자 둘을 데려왔다.
그들은 원래 병원설비 담당이 아니었다.
베레노프는 군 트럭을 보내 예비 케이블을 가져오게 했다.
보로닌은 시청 창고에서 이동식 석유난로를 확보했다.
안토노바는 임시로 난로를 민간병원에 전용하는 문서에 누가 서명해야 하는지 따지다가 결국 자신이 증인란에 서명했다.
두 시간 뒤 난방펌프 일부가 돌아왔다.
복도에서 모로지나는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세레빈이 말했다.
“결국 조정실이 필요하긴 하네요.”
안토노바가 대답했다.
“방금 조정실 없이 했잖아요.”
베레노프가 말했다.
“그건 서로 얼굴을 아니까 가능했던 겁니다.”
보로닌이 물었다.
“국가 전체가 서로 얼굴을 알 수는 없죠.”
사람들이 할크로프트를 봤다.
그는 이번에도 답을 내놓지 않았다.
모로지나가 말했다.
“좋아요.”
“뭐가요?”
“아무도 정답 모르는 거.”
그녀가 병실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집에 가서 설거지나 하세요.”
그날 밤 식탁에는 여섯 개의 그릇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누가 누구 편인지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하나였다.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정전이 복구된 뒤 사람들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모로지나가 병실 순회를 끝내는 동안 나머지는 병원 식당에 모였다.
차가 식었고 빵은 딱딱했다.
세레빈이 베레노프에게 말했다.
“아까 군 트럭 빨리 오던데요.”
“운전병이 빨랐소.”
“군대가 다 그렇게 빠르면 철도노조 필요 없겠네요.”
베레노프가 빵을 뜯었다.
“그 말은 운전병 앞에서도 하시오.”
보로닌이 끼어들었다.
“둘이 생각보다 잘 맞네요.”
“아닙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모로지나가 돌아와 그걸 듣고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안토노바는 병원 전력전용 서류를 다시 보고 있었다.
“내 서명, 나중에 문제될 수 있습니다.”
세레빈이 말했다.
“오늘 다들 그 말 하는군요.”
“법이 그렇습니다.”
“그럼 왜 서명했습니까?”
안토노바는 잠깐 병실 방향을 봤다.
“불이 꺼져 있었으니까.”
세레빈이 입을 다물었다.
할크로프트는 그 짧은 대답이 안토노바다운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권한을 가장 엄격하게 따지는 사람이 필요할 때는 자기 이름부터 걸었다.
베레노프가 말했다.
“오늘 방식이 도시 전체에서 가능하다고 봅니까?”
모로지나가 물었다.
“어떤 방식?”
“전화 몇 통으로 필요한 사람을 부르는 것.”
세레빈이 말했다.
“사람 수 늘어나면 안 됩니다.”
“왜?”
“누가 누구 믿는지 모르게 되니까.”
보로닌이 말했다.
“농촌에서는 반대입니다. 아는 사람끼리만 하면 외부 마을이 다 빠집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래서 규칙이 필요한 겁니다.”
세레빈이 한숨을 쉬었다.
“결국 또 변호사가 이깁니까?”
“아직 아무도 안 이겼습니다.”
할크로프트는 그 대화를 들으며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이들은 친구가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같은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서로 무엇을 잘하는지는 알기 시작했다.
정전 때 모로지나는 병원을 맡겼고,
세레빈에게는 기술자를,
베레노프에게는 운송수단을,
보로닌에게는 시청 창고를,
안토노바에게는 문서를 부탁했다.
그건 이념보다 먼저 생긴 신뢰였다.
모로지나가 빈 컵을 모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정전 나면 연락망 하나 만들어 놓읍시다.”
안토노바가 바로 물었다.
“공식으로?”
“아뇨. 전화번호 종이.”
“보관은?”
세레빈이 웃었다.
“시작됐네.”
결국 종이 한 장이 나왔다.
병원.
철도전력반.
군 수송대.
시청 연료창고.
법원 야간당직.
다섯 개 번호뿐이었다.
누구도 그것을 조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모로지나는 그 종이를 병원 전화기 옆에 붙였다.
세레빈은 같은 내용을 기관사 휴게실에 복사해 뒀다.
베레노프는 군 전화교환실에 ‘민간 긴급연락’이라는 제목으로 넣었다.
안토노바는 자기 사무실에는 붙이지 않았다.
대신 서랍에 한 부를 넣었다.
할크로프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 작은 연락표가 자신이 그려온 사람의 지도와 닮았다는 걸 알아봤다.
다음 날 새벽, 병원 전화기 옆의 종이에 첫 연필 자국이 하나 더 생겼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