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7화 — 지방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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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그라드를 벗어나자 전보가 줄었다.
그 사실부터 이상했다.
수도에서는 매시간 새로운 명령이 왔다.
남동부 지방으로 내려가는 야간열차에서는 아무도 할크로프트를 찾지 않았다.
맞은편에는 지방행정관 마리야 벨스카가 앉아 있었다.
“오를렌이 당신을 좋아하나 보군요.”
“그렇게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 사람은 싫으면 역 대합실에서 두 시간 기다리게 합니다.”
“그럼 영광이군요.”
벨스카가 맡은 도시는 라도바.
인구 18만의 공업·농업 중심지였다.
“수도 명령이 늦습니까?”
“많이 옵니다.”
“그런데?”
“다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무시한다는 뜻입니까?”
“분류합니다.”
“누가?”
“시청 법무과.”
“어떤 기준으로?”
“오늘 해야 하는 것, 이번 주에 해도 되는 것, 이미 취소된 것, 우리가 할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건?”
“돌려보냅니다.”
“중앙에?”
“네.”
라도바 시청 회의 의제는 군용피복 생산 20퍼센트 증산명령이었다.
공장대표가 말했다.
“기계가 못 버팁니다.”
군수담당이 말했다.
“명령은 명령입니다.”
벨스카가 물었다.
“20퍼센트 늘릴 방법은?”
“품질검사를 줄이면.”
“불량률?”
“두 배.”
“그건 안 됩니다.”
“그럼 사람을 더 뽑아야 합니다.”
“어디서?”
“벽돌공장.”
건설과장이 말했다.
“그럼 병영 보수 늦습니다.”
벨스카가 말했다.
“좋아요. 20퍼센트는 불가능.”
“명령을 거부하자는 겁니까?”
“아뇨. 12퍼센트는 추가근무. 4퍼센트는 민간주문 연기. 나머지는 원료 추가배정 요청.”
“총 16퍼센트입니다.”
“네.”
“명령은 20입니다.”
“중앙에 16이라고 보고할 겁니다.”
회의 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왜 16을 20이라고 쓰지 않습니까?”
벨스카는 서랍에서 지난 석 달 회신문서를 꺼냈다.
미달성 사유 인정.
추가배정 검토.
현 목표 유지.
“우리가 계속 실제 숫자를 보냈더니 중앙도 그 숫자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욕 많이 먹었죠.”
“징계는?”
“한 번.”
“그런데 계속했습니까?”
“대신 우리가 약속한 숫자는 지켰습니다.”
할크로프트는 라도바를 이틀 더 봤다.
완벽한 도시는 아니었다.
창고관리 비리도 있었고 식량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명령과 현실의 차이를 감추지 않고 협상했다.
세 번째 날 새 전보가 왔다.
전시통제 강화에 따라 지방 군수계획은 국가조정실 지침을 우선 적용할 것.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읽어봐야죠.”
“불가능한 지시라면?”
“불가능하다고 보내야지요.”
“조정실이 허용하지 않으면?”
벨스카는 공장 사이렌이 울리는 창밖을 봤다.
“그럼 그때부터는 행정문제가 아니겠죠.”
네바그라드로 돌아가는 열차에서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떠올렸다.
지방이 유능할수록 중앙의 명령을 덜 필요로 했다.
그리고 중앙이 더 강해질수록,
유능한 지방이 가장 먼저 부딪힐 수도 있었다.
◆라도바 역 앞 광장에는 게시판이 세 개 있었다.
오늘 도착 화물.
지연 화물.
취소 화물.
한 농부가 게시판을 보고 역무원에게 말했다.
“소금차 또 내일이네.”
“남부선 눈 때문입니다.”
“지난번엔 기관차라며.”
“이번엔 진짜 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역무원은 게시판 아래 전보 사본을 가리켰다.
남부 48킬로미터 구간 제설작업. 예상 재개 14:00.
농부는 만족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더 따지지 않았다.
할크로프트가 벨스카에게 말했다.
“공개를 많이 하는군요.”
“안 하면 매일 시청에 와서 묻습니다.”
“신뢰를 위해?”
“인력 절약하려고.”
벨스카가 말했다.
“좋은 제도가 항상 좋은 마음에서 생기는 건 아닙니다.”
군용피복 회의 뒤 벨스카는 할크로프트를 섬유공장으로 데려갔다.
공장 안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직기들이 쉬지 않고 움직였고 바닥에는 실밥과 기름냄새가 섞여 있었다.
공장대표가 20퍼센트 증산이 어렵다고 말한 이유는 곧 보였다.
기계 한 대가 멈춰 있었고 정비공 둘이 축을 분해하고 있었다.
“몇 시간째입니까?”
“다섯 시간.”
“부품은?”
“남부에서 와야 합니다.”
한 작업반장이 다가왔다.
“추가근무 12퍼센트도 오래 못 갑니다.”
“왜?”
“사람이 먼저 고장납니다.”
그녀는 휴게실을 가리켰다.
의자에서 자는 노동자들이 보였다.
벨스카는 공장대표를 봤다.
“추가근무는 2주 한정.”
“그러면 장기 목표 못 채웁니다.”
“사람 쓰러져도 못 채웁니다.”
군수담당이 말했다.
“중앙에서는 20을 요구합니다.”
작업반장이 대꾸했다.
“중앙에서 사람도 20퍼센트 더 보내줍니까?”
누군가 주변에서 웃었다.
결국 라도바는 공식 답신에 한 줄을 더 넣었다.
16퍼센트 증산은 14일 한정 지속 가능. 장기 유지 시 인력·부품 추가배정 필요.
할크로프트는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숫자 하나보다 그 숫자가 얼마 동안 가능한지가 더 중요했다.
둘째 날에는 군수용 가죽을 빼돌린 창고관리자가 적발됐다.
벨스카는 그를 바로 체포하지 않았다.
먼저 장부를 봉인하고 재고를 다시 셌다.
서랍에서 영수증이 나왔다.
가죽 일부는 암시장에 팔린 게 아니라 지역 구두공방에 넘겨졌다.
공방은 군화 수선계약을 받았지만 공식 가죽배정이 늦어지고 있었다.
“훔친 건 맞습니다.”
벨스카가 말했다.
“그런데 군화도 실제로 고쳤네요.”
“그럼 처벌 안 합니까?”
“처벌합니다.”
“공방도?”
“그건 조사해야죠.”
다음 날 창고관리자는 횡령 혐의로 정직됐다.
구두공방은 계약을 잃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가죽 인수량을 매주 공개하기로 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둘을 다 처벌하지 않는 게 공정합니까?”
벨스카가 말했다.
“같은 규칙을 어긴 게 아니니까요.”
“가죽은 같은 가죽인데.”
“창고관리자는 자기 권한을 팔았고, 공방은 필요한 물자를 잘못된 길로 샀습니다.”
“공방도 알았을 텐데요.”
“그래서 벌금은 냅니다.”
벨스카는 서류를 덮었다.
“공정은 모두에게 같은 벌 주는 게 아닙니다.”
할크로프트는 라도바가 잘 돌아간다는 표현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돌아가는 곳은 문제가 없는 곳이 아니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곳에 가까웠다.
국가조정실의 새 전보가 온 뒤 벨스카는 할크로프트에게 물었다.
“불가능한 명령을 ‘불가능합니다’라고 돌려보내는 것과, ‘안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의 경계가 어디라고 봅니까?”
할크로프트는 답을 찾지 못했다.
벨스카도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릅니다.”
“그런데 계속 돌려보내시잖습니까.”
“아직은 중앙도 답을 줍니다.”
그녀는 지난 회신문서를 두드렸다.
“대화가 끊기는 날부터 달라지겠죠.”
“어떻게?”
“그때는 우리가 결정하고, 중앙은 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협박도 독립선언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중요하게 들렸다.
라도바를 떠나기 전 벨스카는 할크로프트에게 시청의 실패목록도 보여줬다.
성공보고가 아니라 실패목록이었다.
주택용 석탄배급 18퍼센트 부족.
병영보수 11일 지연.
창고 횡령 1건.
식량가격 목표 초과.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이걸 왜 따로 만듭니까?”
“성공한 건 다들 자기가 했다고 기억합니다.”
“실패는?”
“아무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죠.”
벨스카는 목록 맨 아래를 가리켰다.
다음 달 재검토.
“이걸 중앙에도 보냅니까?”
“일부는.”
“전부는 아니고?”
“전부 보내면 설명만 하다 한 달 갑니다.”
할크로프트가 웃었다.
“그럼 당신도 정보를 걸러 보내는군요.”
벨스카가 그를 봤다.
“조사관님도 그러잖습니까.”
그 말에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라도바가 특별한 이유는 정직해서가 아니었다.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드러낼지 결정하는 방식이 조금 더 공개적일 뿐이었다.
라도바를 떠나는 날, 섬유공장 작업반장이 역까지 나왔다.
벨스카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추가근무 첫 주 피로결근 수치였다.
예상보다 높았다.
“16퍼센트도 오래 못 갑니다.”
반장이 말했다.
벨스카는 변명하지 않았다.
“내일 목표 다시 줄이겠습니다.”
군수담당이 반발할 게 뻔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중앙에 뭐라고 하실 겁니까?”
“처음 계산이 틀렸다고.”
“그렇게 쉽게?”
벨스카가 그를 봤다.
“틀린 숫자를 오래 지키는 게 더 비쌉니다.”
기차가 출발할 때 할크로프트는 그 문장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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