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6화 — 세 곳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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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베레노프의 책상 위에는 전보가 세 장 있었다.
첫 번째는 군단본부.
제19사단 제2여단을 서부선으로 즉시 이동.
두 번째는 전선사령부.
현 위치 유지. 예비대로 편성.
세 번째는 네바그라드 군관구.
치안악화 대비, 철도결절 방호 병력 차출 금지.
참모장교가 말했다.
“셋 다 오늘 새벽 발령입니다.”
베레노프가 물었다.
“어느 게 가장 늦게 왔나?”
“군단본부.”
“그럼 군단 명령이 최종 아닌가?”
“전선사령부가 상급입니다.”
“군관구는?”
“후방치안에 대해서는 별도 권한이 있습니다.”
할크로프트는 방 끝에 서 있었다.
베레노프가 지도 앞으로 갔다.
“제2여단을 보내면?”
“서부선 예비병력 보강.”
“여기 남기면?”
“철도결절 방호와 사단예비 유지.”
“전선사령부 명령대로 현 위치 유지하면?”
“군단본부가 계획한 서부방어선에 공백이 생깁니다.”
“군단명령대로 보내면?”
“동부철도결절 경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군관구명령대로 남기면?”
“군단본부는 항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베레노프가 물었다.
“세 명령 중 잘못된 게 있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나씩 보면?”
작전참모가 말했다.
“없습니다.”
“좋아.”
베레노프는 지도 앞에 앉았다.
“그럼 사람부터 보지.”
제2여단 실제 병력 5,800.
철도편성 세 개 필요.
기관차 두 대 확정, 하나 미정.
“철도결절 경비를 다른 부대가 대신할 수 있나?”
“제7지역대대.”
“훈련상태?”
“형편없습니다.”
“그래도 소총은?”
“있습니다.”
베레노프가 말했다.
“제2여단 2개 연대를 서부선으로 이동. 1개 연대는 현 위치 유지. 제7지역대대가 철도결절 보강.”
작전참모가 물었다.
“어느 명령으로 보고합니까?”
“세 개 다.”
“대령님.”
“군단에는 이동개시. 전선사령부에는 사단예비 유지. 군관구에는 결절방호 병력 대체배치.”
참모장교들이 서로를 봤다.
“문구상으로는 셋 다 따르는 셈입니다.”
그때 통신장교가 들어왔다.
“군단본부 추가 전문입니다.”
명령 불이행 시 지휘관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
작전참모가 말했다.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베레노프가 고개를 들었다.
“우린 이미 선택했네.”
그는 답신을 썼다.
현장 조건상 전 병력 이동 불가. 일부 이동 실시. 병력분할 책임은 본인이 부담함.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상급명령을 거부하는 겁니까?”
“세 명령을 동시에 수행할 방법이 없다는 걸 기록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군단명령은 일부만 따릅니다.”
“그렇지요.”
베레노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령이 서로 모순될 때 가장 쉬운 방법이 뭔지 압니까?”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중에 실패한 명령을 안 따랐다고 말하는 겁니다.”
전보는 발송됐다.
저녁 전 답신이 왔다.
군단본부는 분할 이동을 잠정 승인했다.
전선사령부는 사전 협의 없는 병력이동에 유감을 표했다.
군관구는 철도결절 방호 유지에 감사했다.
같은 결정에 세 기관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렸다.
그날 밤 제2여단 첫 열차가 서쪽으로 떠났다.
베레노프는 승강장에서 말했다.
“내일이면 누군가는 내가 명령을 잘 따랐다고 할 거고, 누군가는 불복종했다고 하겠지.”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대령님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합니까?”
베레노프는 떠나는 열차를 봤다.
“내 병사들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요즘은 그걸로 충분한 날도 있소.”
◆사단본부 창밖에서는 제2여단 병사들이 이동준비를 하고 있었다.
군장검사.
말 사료 적재.
탄약수량 확인.
편지 전달.
명령이 서로 모순된다고 해서 병사들의 준비가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한 중사가 복도에서 할크로프트를 알아봤다.
“이번엔 우리가 어디 갑니까?”
“저한테 묻습니까?”
“위에서는 다들 다른 말 해서요.”
“나는 위가 아닙니다.”
“외국인은 더 위인 줄 알았습니다.”
중사는 웃고 내려갔다.
할크로프트는 그 농담이 편하지 않았다.
이 병사들에게 명령 충돌은 행정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 밤 어느 열차에 타느냐였다.
출발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혼선은 끝나지 않았다.
2개 연대는 서부선.
1개 연대는 철도결절 방호.
작전참모가 말했다.
“남는 연대 병사들이 특혜라고 욕먹습니다.”
베레노프가 물었다.
“누가?”
“떠나는 연대 쪽에서.”
“그럼 설명하게.”
“철도 경비도 작전임무라고요?”
“사실이잖나.”
“병사들은 그렇게 안 봅니다.”
베레노프는 창밖을 봤다.
“서부선 가는 연대엔 ‘희생하러 간다’는 말 하지 말고, 남는 연대엔 ‘편해서 남는다’는 말 하지 마.”
“장교들은 그런 말 안 합니다.”
“장교들은 안 하지. 병사들은 한다.”
그는 지도를 접었다.
“명령이 갈라지면 부대도 갈라진다. 설명까지 갈라지면 안 돼.”
그날 밤 승강장에는 가족 몇 명이 나와 있었다.
공식 배웅은 아니었다. 출발시각이 마지막 순간까지 바뀌어 제대로 연락받은 가족이 많지 않았다.
한 병사는 열차 창문으로 어린아이를 안아 올렸다가 다시 내려줬다.
옆에서는 같은 중대 병사 둘이 언쟁 중이었다.
“왜 우리는 가고 3연대는 남아?”
“철도 지킨다잖아.”
“그게 더 편하니까.”
지나가던 하사가 말했다.
“편한 사람하고 자리 바꿔줄까?”
병사는 입을 다물었다.
베레노프는 그 장면을 봤지만 꾸짖지 않았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오해를 그냥 둡니까?”
“출발 직전 병사한테 정치교육 할 시간 없소.”
“그럼 나중에는?”
“살아서 돌아오면.”
말은 냉정했지만 베레노프는 곧 참모를 불렀다.
“남는 3연대 임무를 일일명령에 명시해. 철도결절 방호가 사단 작전임무라는 것도.”
“병사들 보라고요?”
“장교들부터 보라고.”
첫 열차가 출발한 뒤 남은 연대 병사들은 철도결절로 이동했다.
그날 밤 실제로 절도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민간창고에서 군용 연료통 두 개를 빼내려던 사람들이 경비병에게 붙잡혔다.
큰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은 병사들은 처음으로 자기 임무가 단순한 ‘후방 대기’가 아니라는 걸 봤다.
다음 날 중사가 다시 할크로프트를 만났다.
“외국인 양반.”
“네.”
“어제 어디 가냐고 물었죠.”
“기억합니다.”
“이제 압니다.”
“어디입니까?”
중사가 철도선로를 가리켰다.
“여기요.”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베레노프는 세 기관의 전보를 한 서류철에 묶었다.
표지에는 직접 적었다.
제2여단 이동 — 책임기록.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남깁니까?”
“나중에 다들 자기 명령이 제일 명확했다고 말할 테니까.”
“병사들은요?”
“병사는 어디 갔는지 기억하고, 본부는 왜 보냈는지 기억하겠지.”
베레노프는 서류철을 닫았다.
“문제는 둘이 같은 기억이 아닐 때요.”
군대도 기록을 두려워했다.
기록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록이 나중에 누구 책임인지 정하기 때문이었다.
이틀 뒤 남은 3연대에서 짧은 보고가 올라왔다.
철도결절에서 군수품 절도범을 붙잡는 과정에서 병사 한 명이 손을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대 게시판에는 그 사건이 적혔다.
후방임무 중 부상.
처음에는 몇몇 병사가 웃었다.
전선에 가지 않고 상자 지키다 다쳤다는 식의 농담이었다.
그러다 부상병이 실제로 붕대를 감고 돌아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말했다.
“전선보다 무섭진 않았겠지. 그래도 칼은 칼이더라.”
베레노프는 그 말을 공식기록에 넣지 않았다.
대신 일일명령 마지막 줄에 썼다.
철도·통신·보급시설 경비는 사단 작전의 일부로 간주한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병사들 인식 바꾸려고요?”
“아니오.”
베레노프가 말했다.
“장교들 인식부터 바꾸려고.”
그는 후방과 전방을 나누는 말이 조직을 나누기 시작하는 걸 이미 보고 있었다.
다음 날 서부선으로 떠난 연대에서 짧은 전보가 왔다.
도착 완료. 지연 47분. 인원 이상 없음.
남은 연대에서는 별도 보고가 왔다.
철도결절 경비 개시. 민간창고 절도 1건 처리.
베레노프는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둘 다 전쟁 중이군.”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병사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아직은 모르겠소.”
대령은 두 보고를 같은 서류철에 넣었다.
적어도 기록에서는 한쪽이 진짜 전쟁이고 다른 쪽이 가짜 전쟁이 되지 않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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