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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5화 — 사라진 석탄

자유의 세기 · 15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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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열차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세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다.

니콜라이 세레빈은 화차번호 목록을 탁자 위에 펼쳤다.

“여섯 량은 제4발전소. 네 량은 군수공장. 세 량은 항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원래 목적지는?”

“시립난방국.”

“그럼 왜 쪼개졌습니까?”

“합법적으로.”

세레빈이 말했다.

“그게 오늘의 농담입니다.”

네바그라드 북부 분기장의 측선 하나가 비어 있었다.

운행표상 이곳에는 어젯밤 도착한 석탄열차가 있어야 했다.

도시 난방국은 열차가 실종됐다고 주장했고, 철도국은 이미 도착했다고 기록했다.

둘 다 맞았다.

“첫 번째 변경명령.”

한파 때문에 발전소 연료를 우선 공급하라는 시청 명령.

“두 번째.”

군수공장의 전력생산이 떨어져 전쟁수송부가 일부 화차를 재배정.

“세 번째.”

항만 결빙방지용 증기설비에 석탄을 공급하라는 해군부 요청.

“누가 전체 열차를 관리했습니까?”

“철도국.”

“그럼 철도국이 막을 수 있었잖습니까.”

세레빈이 그를 배차실로 데려갔다.

책임자 예고르 테렌코가 있었다.

“막을 권한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각 명령에 ‘최우선’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세 개 모두?”

“네.”

“그러면 어떤 걸 따릅니까?”

“가장 먼저 온 것부터 처리했습니다.”

세레빈이 물었다.

“왜 마지막 명령이 오면 앞의 걸 다시 계산하지 않았습니까?”

예고르가 그를 봤다.

“매번 전체 배차를 다시 짜면 아무 열차도 못 보냅니다.”

“도시는 열차가 통째로 오는 줄 알았는데.”

“난방국은 화차가 분할됐다는 통보를 받았어야 합니다.”

“못 받았어요.”

“통보했습니다.”

“어디로?”

예고르는 서류를 뒤졌다.

“시청 중앙수송실.”

세레빈이 이마를 짚었다.

“난방국이 아니라?”

“규정상 시청 수송정보는 중앙수송실로 갑니다.”

“중앙수송실은 어젯밤 전화선이 끊겼습니다.”

“그건 내가 어떻게 압니까?”

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할크로프트는 질문을 바꿨다.

“남은 석탄은 어디 있습니까?”

“없습니다.”

세레빈이 다른 화차목록을 끌어왔다.

“남부선에 민간상업용 석탄 11량이 들어옵니다.”

예고르가 고개를 저었다.

“민간계약입니다.”

“시청이 사면 되죠.”

“소유권 이전 전에 배차를 못 바꿉니다.”

“계약 언제 끝납니까?”

“은행 개장 후.”

오후 네 시가 넘었다.

“내일 오전이네요.”

“네.”

“난방국은 오늘 밤 필요한데.”

예고르가 말했다.

“그래서 난방국이 비축량을 갖는 겁니다.”

세레빈의 표정이 굳었다.

“지난주에 군이 비축량 절반 가져갔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민간상업용 석탄 소유자는 누구입니까?”

“노르딘 상사.”

“대표는?”

“예브게니 로딘.”

한 시간 뒤 로딘은 분기장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내 석탄을 시청에 넘기라고요?”

“팔라고요.”

세레빈이 말했다.

“가격은?”

“시장가.”

“오늘 시장가는 내일보다 비쌉니다.”

세레빈이 입을 열기 전에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로딘 씨가 운송 위험을 부담했습니다.”

세레빈이 그를 봤다.

“편드시는 겁니까?”

“계약을 하려면 상대방 이유도 인정해야죠.”

협상은 가격보다 결제시점에서 막혔다.

시청은 내일 은행이 열리기 전 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

로딘은 외상판매를 거부했다.

결국 시립은행 지점장이 집에서 불려 나왔다.

그가 직접 단기지급보증에 서명했다.

화차 여섯 량이 난방국으로 재배정됐다.

저녁 일곱 시가 지나 첫 화차가 움직였다.

세레빈은 철로 옆에 서서 말했다.

“또 해결했군요.”

“불만입니까?”

“아뇨.”

세레빈은 지나가는 석탄차를 봤다.

“다만 이상해서요.”

“뭐가요?”

“오늘 문제를 만든 문서마다 도장이 있었고, 해결한 사람들은 전부 규정 밖에서 만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시청 감사과는 시립은행 지점장에게 무슨 권한으로 업무시간 밖 지급보증을 발행했는지 설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해결됐다.

책임은 이제 시작이었다.

오후에는 감사과 직원 둘이 시립은행에 나왔다.

지점장은 할크로프트와 세레빈을 증인으로 불렀다.

감사관은 젊었고 예의가 바르며 끈질겼다.

“업무시간 외 보증을 발행할 긴급권한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점장이 말했다.

“재난금융조항.”

“그 조항은 화재·홍수·은행폐쇄 상황입니다.”

“도시 난방중단도 재난입니다.”

“정의에는 없습니다.”

세레빈이 끼어들었다.

“사람 얼면 그때 재난 됩니까?”

감사관은 그를 보지 않고 말했다.

“저는 결과가 아니라 권한을 확인합니다.”

할크로프트는 안토노바를 떠올렸다.

절차를 묻는 사람은 악당이 아니었다. 절차가 없으면 다음번엔 누군가 다른 목적으로 같은 권한을 쓸 수 있었다.

감사관이 할크로프트에게 물었다.

“보증 발행을 제안하셨습니까?”

그는 잠깐 망설였다.

“전액결제 대신 단기지급보증이면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게 사실상 제안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세레빈이 할크로프트를 봤다.

외국 조사관의 이름이 공식기록에 처음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감사관은 이름과 신분을 적었다.

“책임을 묻는 건 아닙니다.”

“아직은?”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감사관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감사실 밖에서 세레빈이 말했다.

“런던이 좋아하겠네요.”

“왜요?”

“이제 당신도 우리처럼 서류에 걸렸잖아요.”

“기쁘십니까?”

“조금.”

할크로프트는 웃지 못했다.

포스터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하나 늘었다.

그날 저녁 그는 사실대로 썼다.

시립은행 긴급보증 구조에 대한 의견을 질문 형태로 제시했으며, 감사기록상 증인으로 기재됨.

포스터는 읽고 말했다.

“질문 형태?”

“그랬습니다.”

“질문으로 사람 움직이게 하는 게 당신 직업인데요.”

“그래서 쓴 겁니다.”

포스터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웰스 경은 이걸 참여로 볼 수도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후회합니까?”

할크로프트는 난방국에서 받은 보고서를 봤다.

밤새 보일러가 정상압력을 유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며칠 뒤 감사결과가 나왔다.

지점장에게 공식경고.

대신 시청과 은행은 야간 긴급보증 절차를 새로 만들라는 권고를 받았다.

세레빈이 말했다.

“결국 우리가 한 걸 합법화했네요.”

할크로프트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 다릅니다.”

“뭐가요?”

“다음엔 지점장 한 사람이 자기 자리 걸고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레빈은 잠깐 생각했다.

“그건 낫네요.”

같은 날 난방국에서는 밤새 보일러를 지킨 기사들이 교대하고 있었다.

전날 분기장까지 찾아왔던 늙은 기관기사가 손을 난로 위에 올렸다.

“얼마나 버팁니까?”

젊은 회계서기가 물었다.

“이틀.”

“그 뒤는?”

“다음 열차가 와야지.”

“또 쪼개지면?”

기관기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또 뛰어다니겠지.”

그들에게 어젯밤의 긴급보증은 제도개혁이 아니었다.

그냥 이틀짜리 시간이었다.

할크로프트는 ‘해결’이라는 표현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제도는 영웅적인 결정을 반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영웅적일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감사 결과가 나온 날, 시립은행 지점장은 직접 난방국을 찾았다.

세레빈이 물었다.

“왜 왔습니까?”

“내가 경고까지 먹었는데 석탄이 어디 갔는지는 봐야죠.”

보일러실의 열기가 얼굴에 닿자 지점장은 코트를 벗었다.

늙은 기관기사가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은행 양반이 여기 웬일이오?”

“내 서명이 타고 있는지 보러 왔습니다.”

기관기사가 웃었다.

“잘 타고 있소.”

그 한마디에 지점장의 굳은 얼굴이 조금 풀렸다.

할크로프트는 그 모습을 보며 책임이라는 말이 꼭 처벌만 뜻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떤 결정이 실제로 어디에 도착했는지 끝까지 보는 것도 책임이었다.

지점장은 돌아가기 전 보일러 운전기록을 한 장 받아갔다.

“감사 대응용입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그것도 있고.”

“또?”

“다음번 야간보증 한도 계산하려고요.”

지점장은 운전기록을 접어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

“다음번엔 밤에 사람 깨우기 전에 한도부터 정해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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