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4화 — 안토노바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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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안토노바는 서류를 닫았다.
할크로프트가 읽기 직전이었다.
“그건 뭡니까?”
“당신 것이 아닙니다.”
“그건 압니다.”
“그럼 됐네요.”
그녀의 사무실은 법원에서 두 블록 떨어진 오래된 건물 3층에 있었다. 책장은 벽보다 더 많은 면적을 차지했고, 책상 한쪽에는 소송서류가 쌓여 있었다.
“말렌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안토노바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어느 말렌?”
“전쟁수송부 통계실.”
“모릅니다.”
대답이 너무 빨랐다.
할크로프트는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통계실 개인기록을 누가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요?”
“정부 내에서 실무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한 건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안토노바가 의자를 가리켰다.
“조사관님.”
“네.”
“당신이 그 사람 이름을 어디서 얻었는지 내가 왜 알아야 합니까?”
“알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한테 내가 아는 걸 말해야 하고?”
“그렇게 들리는군요.”
“그렇게 말한 겁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닫힌 서류를 두드렸다.
“당신은 누구 편입니까?”
질문이 너무 직접적이라 할크로프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브리튼 정부를 위해 일합니다.”
“그건 고용주죠.”
“대부분 같은 뜻 아닙니까?”
“요즘은 아니던데요.”
안토노바가 말했다.
“병원에 석탄을 보내고, 철도노동자 임금문제를 들여다보고, 농촌 계약을 따라다니고, 법원에 앉아 있습니다.”
“조사입니다.”
“그리고 보고서에서 사람 이름을 빼기 시작했죠.”
할크로프트는 그녀를 봤다.
“어떻게 압니까?”
“당신이 벨로프스크에서 돌아온 다음 날, 전쟁수송부 직원 둘이 나한테 ‘비공식 행정행위가 나중에 징계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신고할까 봐 걱정하는군요.”
“당신보다 당신 보고서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니까.”
할크로프트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한 번 두드렸다.
“그래서 이름을 뺐습니다.”
“왜?”
“필요하지 않아서.”
“거짓말.”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필요하지 않은 것과 넘기고 싶지 않은 건 다릅니다.”
할크로프트는 창밖을 봤다.
“둘 다입니다.”
“이제 좀 낫네요.”
“그게 문제가 됩니까?”
“당신한테는.”
안토노바가 말했다.
“관찰자가 사람을 보호하기 시작하면 관찰자는 아니니까.”
“그럼 아무도 보호하지 말아야 합니까?”
“그 말이 아닙니다.”
그녀가 닫아 둔 서류를 다시 열었다.
그 안에는 최근 구금사건 목록이 있었다.
구금일, 혐의, 발령기관, 석방일.
몇 줄에는 붉은 연필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 사람들을 보세요.”
할크로프트가 읽었다.
철도노조 지역서기.
시청 식량위원회 회계사.
대학신문 편집자.
“공통점이 뭡니까?”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것?”
“그건 너무 쉽습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다들 자기 기관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자료 유출?”
“어떤 건 유출이고, 어떤 건 개인기록이고, 어떤 건 그냥 회의록입니다.”
“누가 구금했습니까?”
“기관이 다 달라요.”
“공통 명령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그럼 연결된 사건이라고 확정할 수 없군요.”
“맞습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 대답 때문에 보여주는 겁니다.”
“무슨 뜻입니까?”
“당신은 요즘 연결을 너무 잘 찾습니다.”
그녀가 서류를 닫았다.
“그래서 없는 연결도 보게 될까 봐.”
할크로프트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뭘 해야 합니까?”
“각 사건을 따로 확인하세요.”
“당신도?”
“나도.”
문 앞에서 안토노바가 그를 불렀다.
“조사관님.”
“네.”
“당신은 자꾸 어느 편인지 모른다고 생각하죠?”
할크로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 이름을 보고서에서 빼는 순간 이미 하나는 골랐습니다.”
“어떤 편인데요?”
“사람이 기관보다 먼저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
그녀는 다시 서류를 펼쳤다.
“좋은 편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할크로프트는 계단을 내려가며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자신은 아직 아무 편도 고르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다.
그 믿음부터 검증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음 날 할크로프트는 다시 안토노바의 사무실을 찾았다.
전날 계단에서 본 중년 남자가 안에 있었다.
철도 회계사 이반 체르노프.
손에는 해고통지서가 있었다.
해고 이유는 기밀 취급규정 위반.
그가 한 일은 지연열차 목록을 개인노트에 베껴 둔 것이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왜 베꼈습니까?”
“내가 처리한 지급청구가 왜 매번 반려되는지 보려고요.”
“외부에 넘겼습니까?”
“아니요.”
“집에 가져갔습니까?”
“네.”
“그럼 규정 위반은 맞네요.”
체르노프의 얼굴이 굳었다.
“변호사님도 그렇게 말합니까?”
“당연하죠.”
안토노바는 해고통지서를 펴놓았다.
“문제는 처분 수준입니다.”
같은 위반의 통상 처분은 경고 또는 단기정직. 그런데 체르노프는 즉시 해고였다.
“최근에 노조 회계감사 요구한 적 있습니까?”
체르노프가 그녀를 봤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해고사유가 너무 깨끗해서요.”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깨끗하면 좋은 것 아닙니까?”
“진짜 이유가 하나뿐이면 보통 문서도 평범합니다. 다른 이유를 숨길 때 문서가 지나치게 완벽해질 때가 있어요.”
안토노바는 체르노프에게 노조 감사요구서와 상급자 답변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기나요?”
체르노프가 물었다.
“복직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왜 합니까?”
“해고가 정말 규정 위반 때문인지, 다른 이유를 규정 위반으로 포장한 건지 구분해야죠.”
체르노프가 씁쓸하게 말했다.
“구분하면 밥이 나옵니까?”
안토노바의 표정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당장은 아니요.”
그녀는 서랍에서 구호기금 신청서를 꺼냈다.
“그래서 이것도 씁니다.”
체르노프가 나간 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당신은 나한테 없는 연결을 만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네.”
“그런데 지금은 해고와 노조 활동을 연결했잖습니까.”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과 결론을 내리는 건 다릅니다.”
“차이는?”
안토노바가 서류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연결됐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증거를 찾는 것.”
그녀는 한 장을 치웠다.
“증거가 없으면 연결을 버리는 것.”
“분석이랑 비슷하군요.”
“법이 먼저 했을 겁니다.”
그 주 오후, 체르노프 사건의 내부 회의록이 도착했다.
노조 감사요구 다음 날 상급자가 쓴 메모가 있었다.
회계자료 취급에 대한 별도 점검 필요.
직접적인 보복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 순서는 분명했다.
안토노바는 좋아하지 않았다.
“왜요? 연결이 보이잖습니까.”
“보인다고 증명된 건 아니니까.”
그녀는 다음 날 심사에서 해고 무효를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처분절차 재검토와 임시 생계지원 유지를 요구했다.
재판관은 절차 재검토만 받아들였다.
체르노프는 복직하지 못했다.
법원을 나오며 그가 말했다.
“결국 일은 없네요.”
안토노바가 말했다.
“네.”
“그럼 진 겁니까?”
“오늘은 많이 못 얻었습니다.”
그녀는 이겼다고 포장하지 않았다.
체르노프는 잠깐 화난 얼굴을 했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구호기금은요?”
“승인됐습니다.”
“그건 법원 덕입니까?”
“아뇨. 서류를 제때 낸 덕이죠.”
체르노프가 처음으로 웃었다.
할크로프트는 그 장면을 보며 법이 늘 거대한 원칙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때로는 복직 대신 한 달 생활비였다.
그리고 그런 작은 결과가 사람에게는 헌법논쟁보다 먼저였다.
사무실 아래층을 나서며 할크로프트는 안토노바가 했던 질문을 다시 생각했다.
어느 편인가.
아직 답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위험을 먼저 보기 시작했는지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며칠 뒤 체르노프는 노조 감사요구서 원본을 가져왔다.
안토노바는 그것을 읽고 할크로프트에게 한 장을 보여줬다.
“이 문장 보이죠?”
자료 열람 요구가 계속될 경우 인사조치 검토.
“이 정도면 연결 아닙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강해졌죠.”
“그런데도 확정은 아니고.”
“네.”
“답답하지 않습니까?”
안토노바는 서류를 다시 넣었다.
“정확한 게 답답한 것보다 낫습니다.”
체르노프의 복직은 결국 당장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해고사유 재심이 시작됐고, 그가 보관한 개인노트는 증거물로 봉인됐다.
사무실을 나서는 체르노프가 말했다.
“적어도 이제 내가 왜 잘렸는지는 재판에서 말할 수 있겠네요.”
안토노바가 대답했다.
“그게 시작입니다.”
“끝은요?”
“그건 시작하고 나서 봐야죠.”
할크로프트는 그 대화를 들으며, 자신은 늘 결론부터 알고 싶어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안토노바는 결론보다 절차를 먼저 만들었다.
할크로프트가 나가려는데 안토노바는 이미 다음 사건의 기일표를 펼치고 있었다.
표지에는 결론이 아니라 날짜와 절차만 적혀 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