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3화 — 보고서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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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수첩은 색이 달랐다.
검은색은 해외평가국용이었다.
갈색은 아니었다.
에드윈 할크로프트는 그 차이를 아직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검은 수첩에는 열차번호, 운행률, 군표 할인율, 병력보고 오차, 곡물계약 조건이 들어 있었다. 누가 읽어도 조사관의 기록이었다.
갈색 수첩에는 이름이 있었다.
테렌코.
모로지나.
세레빈.
오를렌.
그리고 아직 성만 적힌 사람들이 여럿.
할크로프트는 두 권을 책상 위에 놓고 런던에 보낼 보충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벨로프스크의 지역조정 방식은 제한된 조건에서 효과적.
여기까지 쓴 뒤 손이 멈췄다.
효과가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려면 구체적인 방법을 써야 했다.
군, 철도, 시청, 상업회가 매일 아침 만나 중앙우선순위표를 현지 사정에 맞게 바꾼다.
군표는 상업은행이 사실상 별도 계약으로 떠받친다.
역장은 명령을 문자 그대로 지키기보다 결과를 맞춘다.
정확한 설명이었다.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징계사유 목록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헨리 포스터가 들어왔다.
“또 보고서입니까?”
“보충자료.”
포스터는 차를 들고 와 맞은편에 앉았다.
“왜 이름이 하나도 없죠?”
할크로프트의 손이 멈췄다.
“무슨 뜻입니까?”
“벨로프스크 역장. 지난번 자료에는 이름이 있었잖아요.”
“오를렌.”
“그래요. 왜 뺐습니까?”
“개인의 이름이 평가에 필요하지 않아서.”
포스터는 보고서를 읽었다.
“그 사람이 규정을 우회한 방식은?”
“요약했습니다.”
“상당히.”
할크로프트는 펜을 내려놓았다.
“문제가 있습니까?”
“정보기관 보고서는 후대 역사학자를 위해 쓰는 게 아닙니다. 누가 실제로 뭘 했는지 알아야 검증할 수 있어요.”
“런던은 이미 독립망이 있잖습니까.”
“그래서 당신 쪽 검증이 필요 없는 건 아니죠.”
포스터가 갈색 수첩을 봤다.
“저건 뭡니까?”
“개인 메모.”
“볼 수 있습니까?”
“아뇨.”
“왜죠?”
“공식자료가 아니니까.”
“에드윈.”
“네.”
“우리가 언제부터 공식자료만 봤습니까?”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 위에 손을 올렸다.
“이름을 넘기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한테?”
“우리뿐 아니라요.”
“로시아 정부가 영국 보고서를 읽는다고 생각합니까?”
“보고서가 영원히 런던에만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스터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사람들을 보호하는 겁니까?”
“아직 보호할 이유가 있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름은 숨기고.”
“네.”
“모순 아닙니까?”
“그래서 갈색 수첩에 있습니다.”
포스터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를 봤다.
“웰스 경에게는 뭐라고 설명할 겁니까?”
“제가 설명해야 합니까?”
“내가 먼저 설명할 수도 있고요.”
협박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게 더 어려웠다.
포스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가지는 기억하세요. 정보원 보호와 정보 독점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문을 열기 전 그가 덧붙였다.
“본인이 둘을 구분할 수 있다고 너무 빨리 믿지 마십시오.”
문이 닫혔다.
오후에는 말렌을 만났다.
전쟁수송부 통계실 밖 복도였다.
말렌은 장부를 품에 끼고 있었다.
“벨로프스크 자료 봤습니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정상적인 곳이었다면서요?”
“네.”
“실망했습니까?”
“왜요?”
“나라가 무너진다는 결론이 틀릴 수도 있으니까.”
“그게 사실이면 좋은 일입니다.”
말렌은 장부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건 보고하실 겁니까?”
북부선 세 역의 원자료였다.
기록상 열차 지연이 갑자기 줄어 있었다.
“개선된 겁니까?”
“아니요.”
“그럼?”
“보고 방식을 바꿨습니다.”
“어떻게?”
“24시간 넘게 지연된 화물은 ‘지연’이 아니라 ‘재편성 대기’로 분류합니다.”
할크로프트가 종이를 봤다.
“규정 변경 근거는?”
“있습니다.”
말렌이 다른 문서를 내밀었다.
사라노프의 국가조정실이 만든 새 통계지침 초안이었다.
운송계획에서 이탈한 편성은 지연열차 통계와 별도로 관리한다.
논리 자체는 이해됐다.
계획에서 완전히 벗어난 열차를 일반 지연에 섞으면 당일 운행통계가 왜곡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연률은 즉시 좋아 보였다.
“조정실이 통계를 조작한다고 생각합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말렌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럼 왜 가져왔습니까?”
“당신이 이런 걸 좋아하니까요.”
이번에는 할크로프트의 표정이 풀렸다.
“내 취향이 이상해지고 있군요.”
말렌은 장부를 닫았다.
“이름은 빼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통계실에 누가 개인 메모를 만드는지 물어봤습니다.”
“누가?”
“모릅니다.”
할크로프트는 더 묻지 않았다.
말렌은 떠났다.
숙소로 돌아온 뒤 그는 검은 수첩을 열었다.
출처란에는 이렇게 썼다.
내부 실무자료. 별도 검증 필요.
말렌의 이름은 갈색 수첩에만 남았다.
처음으로 두 수첩의 차이가 분명해졌다.
검은 수첩은 런던이 알아야 할 것을 기록했다.
갈색 수첩은,
런던이 알아도 되는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을 기록했다.
◆그날 밤 할크로프트는 갈색 수첩을 다시 펼쳤다.
이름 옆에는 직함보다 짧은 메모가 많았다.
테렌코 — 사고 뒤 사람부터 먹임.
모로지나 — 규정보다 환자 우선. 외국인 이용에 거리낌 없음.
세레빈 — 파업을 막으면서 파업을 준비함.
오를렌 — 돌아가며 결정. 한 사람에게 권한 고정 안 함.
검은 수첩에서는 사람이 정보의 출처였다. 갈색 수첩에서는 점점 사람이 정보 자체가 되어갔다.
할크로프트는 그 차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훈련받은 분석관이라면 정보원을 좋아하거나 미워해서는 안 됐다. 누가 믿을 만한지, 어떤 이해관계를 갖는지, 어느 부분이 검증됐는지만 봐야 했다.
그런데 사람을 전혀 모른 채 조직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는 테렌코 이름 옆 문장을 지웠다가 더 짧게 다시 썼다.
책임을 먼저 짐.
이번에는 더 위험해 보였다. 행동이 아니라 성격에 대한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할크로프트는 런던의 출처보호 규정을 꺼냈다.
정보원의 신원이 불필요한 경우 가명·코드 사용 가능.
중대한 정책판단이나 독립검증이 필요한 경우 담당관은 상급자에게 실제 신원을 별도 제출.
그는 두 번째 문장에서 오래 멈췄다.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도 자신이었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도 자신이었다.
결국 규칙의 문제가 아니었다. 판단자가 전부 자신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별지 한 장을 꺼냈다.
신원 미기재 사유.
첫 줄에 테렌코를 적었다.
‘징계 위험’이라고 쓰려다가 멈췄다. 추측이었다.
‘현지 신뢰 보호’라고 쓰려다가 또 멈췄다. 자신의 편의를 거창하게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종이는 버리지 않았다. 빈 채로 갈색 수첩 사이에 끼웠다.
다음 날 말렌은 평소처럼 통계실에 출근했다.
점심 무렵 바르신에게 짧은 지침이 내려왔다.
개인 기록물 관리 철저. 비인가 사본 외부반출 금지.
일반적인 보안지침처럼 보였다.
말렌은 읽고 자기 장부를 서랍 안쪽에 밀어 넣었다.
바르신이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겁나면 집에 가져가.”
“그게 더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럼 태워.”
말렌의 얼굴이 굳었다.
바르신이 곧 덧붙였다.
“농담이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할크로프트는 자신의 보고서 한 줄이 누군가의 서랍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보원 보호라는 말은 추상적이었다. 실제로는 누군가가 장부를 어디에 숨길지 고민하는 일이었다.
그날 오후 포스터가 다시 물었다.
“말렌이라는 이름, 정말 안 올릴 겁니까?”
“지금은.”
“그 사람이 거짓말하면?”
“검증합니다.”
“그 사람이 당신한테만 중요한 정보를 주면?”
“더 검증합니다.”
포스터는 창가에 기대었다.
“에드윈. 출처를 숨길수록 당신 판단이 더 중요해져요.”
“알고 있습니다.”
“아니.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거랑 실제로 견제받는 건 다릅니다.”
그 말은 안토노바가 할 법한 말이었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그럼 당신이 견제하십시오.”
포스터가 고개를 들었다.
“진심입니까?”
“말렌 자료는 내가 직접 런던에 보내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확인된 내용만 내 보고서에 붙이십시오.”
“그럼 내가 출처를 모르면?”
“자료만 확인하면 됩니다.”
포스터는 잠깐 생각했다.
“좋아요.”
처음으로 할크로프트는 자신의 정보망 일부를 스스로 떼어내 다른 사람의 검증에 맡겼다.
보호와 독점의 차이를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었다.
대신 독점하지 않으려는 절차 하나는 만들 수 있었다.
밤에 런던에서 보충전보가 왔다.
출처 비공개는 허용하되 독립검증 가능한 사실과 개인판단을 구분할 것.
할크로프트는 검은 수첩 첫 장에 선을 하나 그었다.
왼쪽에는 사실.
오른쪽에는 판단.
그리고 맨 아래 자기 이름을 적었다.
사실: 현지 인물 신원을 일부 보고서에서 생략.
판단 칸은 오래 비어 있었다.
한참 뒤 썼다.
보호인지 통제인지 불명확.
그 문장은 지우지 않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