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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2화 — 겨울 장부

자유의 세기 · 12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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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프스크 중앙역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할크로프트가 보러 온 것이었다.

오전 여덟 시 십 분.

군수열차 한 편이 들어왔다.

여덟 시 이십육 분.

곡물열차가 나갔다.

여덟 시 사십 분.

민간 여객열차가 7분 늦게 도착했다.

역장은 그 7분 때문에 짜증을 냈다.

네바그라드였다면 누구도 기록하지 않았을 지연이었다.

할크로프트는 벨로프스크 역장 마트베이 오를렌의 사무실에서 운행표를 보고 있었다.

“여기는 왜 돌아갑니까?”

오를렌이 눈살을 찌푸렸다.

“철도역이니까요.”

“네바그라드도 철도역입니다.”

“그쪽이랑 비교하지 마십시오.”

“왜요?”

“불길합니다.”

할크로프트가 웃었다.

오를렌은 웃지 않았다.

“농담 아닙니다.”

역장은 쉰 중반이었다. 책상 위에는 찻잔보다 전보철이 더 많았다.

“여기도 같은 명령을 받습니다.”

그가 말했다.

“군수부, 철도국, 군관구, 시청. 다 옵니다.”

“그런데 충돌하면?”

오를렌은 벽을 가리켰다.

작은 칠판이 있었다.

네 개 열.

군 / 철도 / 시 / 민간

그 아래 오늘 우선열차가 적혀 있었다.

“매일 아침 여섯 시 반에 모입니다.”

“누가요?”

“군 수송장교, 철도 배차책임자, 시청 식량담당, 상업회 대표.”

“법적 기구입니까?”

“아뇨.”

“누가 만들었습니까?”

“전임 역장.”

“승인을 받았습니까?”

“처음엔 안 받았지요.”

“지금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를렌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대신 다들 옵니다.”

할크로프트는 칠판을 가까이 봤다.

그날의 첫 번째 우선은 야전병원 의료품.

두 번째는 군수품.

세 번째는 곡물.

그 아래 여객열차.

“누가 최종 결정합니까?”

“오늘은 나.”

“내일은?”

“군 수송장교.”

“왜 바뀝니까?”

“한 사람이 계속 결정하면 나머지가 거짓말하기 시작하거든요.”

할크로프트가 역장을 봤다.

오를렌은 설명했다.

“자기 열차만 중요한 사람에게 계속 결정권을 주면 다른 사람들이 정보를 숨깁니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의장을 합니다.”

단순한 방법이었다.

법률에도 없고, 중앙 지침에도 없었다.

그런데 돌아갔다.

“중앙에서 문제 삼지 않습니까?”

“성과가 나쁘지 않으면 중앙은 바쁩니다.”

“성과가 나빠지면?”

“그때는 우리도 바빠지고요.”

오전 열 시에 할크로프트는 실제 회의를 봤다.

점심때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북행 여객열차의 우편차 축에서 이상진동이 발견됐다.

네바그라드라면 수리명령과 대체편성 허가를 기다렸을 일이었다.

오를렌은 정비책임자에게 물었다.

“분리하면?”

“여객은 갑니다.”

“우편은?”

“다음 화물에 붙일 수 있습니다.”

“군 우편 포함?”

“네.”

군 수송장교가 말했다.

“군 우편은 지연시키면 안 됩니다.”

오를렌이 물었다.

“축 깨져서 열차 전체 멈추는 건 괜찮고?”

장교가 정비책임자에게 다시 물었다.

“다음 화물 언제?”

“두 시간 십 분.”

“좋습니다.”

우편차는 분리됐다.

여객열차는 14분 늦게 출발했다.

할크로프트는 시계를 봤다.

누구도 중앙에 승인전보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오를렌은 결정내용과 이유를 사후보고서에 적었다.

“징계 안 받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받을 수도 있죠.”

“그래도?”

“승객 백 명 세워놓고 허가 기다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 판단을 틀리면?”

오를렌은 정비책임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기술을 판단하고, 군 장교가 우편을 판단하고, 내가 열차를 판단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혼자 틀리는 것보다는 셋이 틀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농담으로만 듣지 않았다.

벨로프스크가 잘 돌아가는 이유는 뛰어난 한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결정을 나눠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판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군 수송장교가 탄약열차 두 편을 연속으로 보내자고 요구했다.

시청 식량담당이 반대했다.

“그러면 제분소가 오후에 멈춥니다.”

“전선은 멈추면 안 되고요.”

상업회 대표가 말했다.

“제분소 멈추면 내일 전선용 빵도 줄어듭니다.”

군 장교가 운행표를 봤다.

“곡물열차를 세 시간 뒤로 미루면?”

철도 배차책임자가 말했다.

“그 시간엔 북행 여객과 교차합니다.”

“여객을 미루죠.”

“그 열차에 교대 승무원 80명이 탑니다.”

군 장교가 입을 다물었다.

오를렌이 말했다.

“탄약 하나 먼저. 곡물. 두 번째 탄약.”

시청 담당이 물었다.

“곡물 지연은?”

“40분.”

군 장교가 계산했다.

“두 번째 탄약은?”

“한 시간 십 분.”

“좋습니다.”

결정은 4분 걸렸다.

할크로프트는 놀라지 않으려고 했다.

네바그라드에서 사흘 걸린 문제가 여기서는 커피 한 잔 식기 전에 끝났다.

회의가 끝난 뒤 그는 군 수송장교를 붙잡았다.

“본부 우선순위표와 다르게 결정하셨습니다.”

장교가 말했다.

“네.”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본부는 탄약을 먼저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곡물을 끼웠고요.”

“탄약 둘 다 오늘 도착합니다.”

“그래도 명령 순서는 다르잖습니까.”

장교는 할크로프트를 빤히 봤다.

“조사관님.”

“네.”

“전선에선 순서표를 먹지 않습니다.”

그 말은 세레빈이 할 법한 말이었다.

할크로프트는 더 묻지 않았다.

오후에는 도시 재무국을 봤다.

벨로프스크에서 하루를 더 묵는 동안 할크로프트는 저녁 시장을 걸었다.

빵집에는 줄이 있었지만 길지 않았다.

가격표 옆에는 작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내일 밀가루 도착 예정 06:40. 지연 시 08:00 재공지.

할크로프트는 빵집 주인에게 물었다.

“누가 이런 걸 붙이라고 했습니까?”

“시청.”

“사람들이 믿습니까?”

“틀리면 욕합니다.”

“맞으면?”

“아무 말도 안 하죠.”

주인이 빵을 봉투에 넣었다.

“그게 잘되는 겁니다.”

네바그라드에서는 정보가 부족하면 소문이 들어왔다.

벨로프스크에서는 틀릴 수 있는 정보라도 시간을 정해 다시 알려줬다.

완벽한 신뢰는 아니었다.

예측 가능한 불신에 가까웠다.

할크로프트는 그 차이가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곳도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군표를 세금으로 받지 않았다.

대신 중앙정부가 상환을 보증한 군표를 지역 상업은행이 정해진 할인율로 매입했다.

“병사 손해가 있지 않습니까?”

재무담당이 말했다.

“2퍼센트 수수료입니다.”

“네바그라드에서는 20퍼센트까지 갑니다.”

“그래서 은행과 계약했습니다.”

“누가 제안했습니까?”

“은행이요.”

“정부가 아니라?”

“은행도 20퍼센트짜리 암시장을 싫어합니다.”

지역정부, 은행, 군, 철도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타협했고, 그 결과 도시는 더 잘 돌아갔다.

저녁 기차를 기다리며 할크로프트는 승강장에서 말렌의 장부 사본을 펼쳤다.

벨로프스크의 공식 통계와 현장기록은 거의 일치했다.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

정확해서 잘 돌아가는지, 잘 돌아가서 정확해지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네바그라드로 돌아온 다음 날 그는 전쟁수송부의 바르신을 다시 만났다.

말렌도 방에 있었다.

“정상적인 곳을 보고 왔다고요?”

바르신이 물었다.

“벨로프스크.”

“거긴 우리도 좋아합니다.”

“왜 다른 역에 같은 방식을 쓰지 않습니까?”

바르신이 의자를 뒤로 밀었다.

“어떤 방식요?”

“매일 공동 우선순위 회의. 지역 은행 군표계약. 통합 현장보고.”

“그게 방식입니까?”

“효과는 있습니다.”

“벨로프스크에는 군관구 하나, 주요 간선 하나, 시정부 하나가 있습니다.”

바르신이 말했다.

“네바그라드는 군관구 셋, 항만, 조선소, 중앙부처, 외국공관, 네 개 간선이 겹칩니다.”

말렌이 덧붙였다.

“작은 곳에서 되는 걸 큰 곳에 그대로 옮기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그럼 규모가 문제입니까?”

바르신이 말했다.

“규모도 문제입니다.”

할크로프트는 그 한 글자를 놓치지 않았다.

할크로프트는 숙소로 돌아와 며칠 동안 모은 자료를 바닥에 펼쳤다.

네바그라드.

벨로프스크.

제19사단.

병원.

곡물마을.

군표시장.

법원.

한쪽에 ‘실패’라고 쓰고 다른 쪽에 ‘성공’이라고 쓰려다가 멈췄다.

그렇게 나누면 또 틀릴 것 같았다.

대신 질문을 하나씩 적었다.

누가 결정했는가.

누가 비용을 부담했는가.

정보는 어디에서 끊겼는가.

중앙이 늦을 때 누가 대신했는가.

그날 밤, 그는 런던에 두 번째 장문의 평가서를 보냈다.

결론은 첫 보고보다 덜 극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편했다.

로시아 제국의 행정기능은 전면적으로 붕괴하고 있지 않다. 지역에 따라 상당한 회복력과 적응능력이 확인된다.

그러나 중앙조정이 지연되는 지역에서 군·지방정부·노동조직·상업조직이 비공식 또는 반공식 방식으로 기존 국가기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향후 위험은 단순한 기능상실만이 아니다.

그는 마지막 문장을 오래 보았다.

국가가 계속 존재하면서도, 사람들이 국가를 기다리지 않는 상태가 확대될 수 있다.

그 문장은 남겼다.

대신 사례 목록에서는 몇몇 이름을 뺐다.

테렌코.

세레빈.

모로지나.

벨로프스크의 오를렌.

그들이 규정을 우회한 구체적인 방법도 일부 생략했다.

보고서를 전송한 뒤 할크로프트는 별도의 작은 수첩을 꺼냈다.

공식 보고서에 넣지 않은 이름들을 그쪽에 적었다.

첫 장 맨 위는 비워 뒀다.

아직 이 기록의 이름을 정할 때가 아니었다.

한 시간 뒤 런던에서 짧은 회신이 왔다.

이전 평가보다 유용함.

웰스다운 표현이었다.

그 아래 한 줄.

세 지역 추가 검증 후 판단 계속. 현지 대체조정 주체의 성격도 분류할 것.

할크로프트는 회신을 접었다.

창밖으로 네바그라드의 불빛이 보였다.

정부청사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시청에도.

역에도.

병원에도.

모두 같은 도시의 불빛이었다.

누가 국가이고 누가 국가가 아닌지,

밤에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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