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화 — 첫 번째 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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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습니까?”
해외평가국장 에이드리언 웰스의 전보는 그렇게 시작했다.
로시아 제국은 향후 6개월간 현재 수준의 전쟁수행을 지속할 수 있는가.
할크로프트는 전보를 세 번 읽었다.
질문은 합리적이었다.
런던은 철학을 원하지 않았다.
예산과 선박과 외교정책을 결정해야 했다.
로시아가 6개월을 버틴다면 브리튼은 그에 맞춰 탄약과 신용을 배정해야 했다.
버티지 못한다면 다른 계획이 필요했다.
이제 그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다.
책상 위에는 지난 몇 주 동안 모은 자료가 놓여 있었다.
S-4187.
통계과의 공식 보고서.
말렌의 장부.
군표 할인율.
베레노프 사단의 병력보고.
보로닌의 곡물계약.
안토노바가 정리한 비상명령의 충돌 사례.
각각은 작은 문제였다.
하나만 보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할크로프트는 답안을 세 번 썼다.
첫 번째는 너무 확신에 차 있었다.
아니오. 현 체계는 6개월을 버티기 어렵다.
그는 두 줄 만에 찢었다.
두 번째는 반대였다.
예. 인적·산업적 여력은 충분하다.
그것도 버렸다.
세 번째는 조건부 답변이었는데, 조건이 열한 개가 됐다.
포스터가 쓰레기통을 보고 말했다.
“런던은 종이가 부족하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좋은 답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좋은 답을 요구한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답을 요구했겠죠.”
“틀리면?”
“정보기관 보고서가 틀리는 건 처음입니까?”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포스터는 웃지 않았다.
“틀리지 않으려고 아무 말도 안 하는 분석관보다, 어디까지 확신하는지 적는 분석관이 낫습니다.”
할크로프트는 새 종이를 꺼냈다.
“당신 같으면 뭐라고 씁니까?”
“내가 쓰면 당신 월급을 왜 줍니까?”
“훌륭한 동료애군요.”
“국가예산을 아끼는 겁니다.”
가벼운 말이었지만 도움이 됐다.
할크로프트는 ‘정답’을 쓰려는 걸 그만두고, 어디까지 알고 어디서부터 모르는지 쓰기 시작했다.
할크로프트는 웰스와 처음 일하던 해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항만파업이 브리튼 해군수송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적이 있었다.
젊은 할크로프트는 보고서 마지막에 썼다.
파업은 1주 안에 종료될 것으로 판단.
웰스는 빨간 연필로 한 줄을 그었다.
얼마나 확신하나?
할크로프트는 70퍼센트라고 답했다.
웰스는 다시 물었다.
나머지 30퍼센트에는 무엇이 있나?
그 질문 때문에 보고서는 두 배 길어졌다.
파업은 열흘 갔다.
예측은 틀렸지만, 추가로 적은 30퍼센트 시나리오 덕분에 수송계획은 바뀌지 않았다.
그때 웰스가 말했다.
“분석가는 미래를 맞히는 사람이 아니네.”
“그럼 뭡니까?”
“틀렸을 때 무엇이 깨지는지 먼저 적는 사람이지.”
할크로프트는 지금도 그 말을 기억했다.
로시아가 6개월을 버틸지 맞히는 것보다,
자신이 틀렸을 때 브리튼이 무엇을 잘못 준비하게 되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그는 전보 첫 줄에 확신도 대신 조건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종이를 네 칸으로 나눴다.
확실히 아는 것.
가능성이 높은 것.
확인되지 않은 것.
틀렸을 때 가장 위험한 것.
첫 번째 칸에는 철도 지연과 통계정의 차이.
두 번째에는 행정조정 능력 저하.
세 번째에는 지방 전체가 수도처럼 흔들리는지 여부.
마지막에는 한 줄만 썼다.
군사력이 유지되는 동안 행정신뢰가 먼저 붕괴할 가능성.
할크로프트는 그 문장을 오래 봤다.
확률을 붙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시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컸다.
그게 웰스가 말한 ‘틀렸을 때 무엇이 깨지는가’에 가장 가까운 답이었다.
그는 첫 문장을 썼다.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로시아 제국의 전쟁수행 능력은 6개월 이내 중대한 붕괴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읽어봤다.
너무 강했다.
지웠다.
다시 썼다.
로시아 제국은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행정 조정능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너무 약했다.
무슨 나라든 전쟁 중이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헨리 포스터가 들어왔다.
“아직도 씁니까?”
“네.”
“웰스 경이 화낼 겁니다.”
“이미 화난 것 같습니다.”
포스터가 전보를 읽었다.
“예, 아니오.”
“압니다.”
“그럼 답하면 되잖습니까.”
“어느 쪽으로요?”
포스터는 책상 위 자료를 훑었다.
“당신은 붕괴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처음에는요.”
“지금은?”
할크로프트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
“북부 항만은 예상보다 잘 돌아갑니다. 어제 받은 남부철도 표본도 수도권보다 훨씬 낫고요.”
“그럼 수도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겁니까?”
“가능합니다.”
포스터의 표정이 풀렸다.
“축하합니다.”
“뭘요?”
“드디어 자기 보고서를 의심하네요.”
할크로프트는 그를 노려봤다가 시선을 돌렸다.
포스터가 진지해졌다.
“에드윈.”
둘만 있을 때 그가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드물었다.
“런던이 당신 보고서를 꺼리는 게 정치적으로 듣기 싫어서만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
포스터는 서류 하나를 꺼냈다.
해외평가국의 별도 분석이었다.
남부 곡창지역의 철도 운송은 전년보다 오히려 증가.
일부 군수공장의 생산량도 상승.
신규 차관 협상은 아직 진행 가능.
전선 일부에서는 로시아군이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었다.
할크로프트의 눈이 한 문장에서 멈췄다.
벨로프스크 중앙역: 지난 6주 평균 군수열차 지연 17분. 역장 개인 운행기록과 철도국 일보 대조.
그는 벨로프스크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 역장과 접촉한 적은 없었다. 런던에도 그 지역 자료를 보낸 적이 없었다.
“이것도 사실입니다.”
포스터가 말했다.
할크로프트는 자료를 내려놓았다.
“역장 개인 기록은 어디서 났습니까?”
“당신만 정보원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겠지요.”
“그리고 솔직히, 당신 표본은 문제가 있는 곳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제가 문제를 조사하니까요.”
“바로 그겁니다.”
포스터가 의자에 앉았다.
“병원에 문제가 있으니 병원에 가고, 철도에 문제가 있으니 혼잡역에 가고, 구금명령에 문제가 있으니 법원에 갑니다. 그러고 나면 세상 전체가 문제처럼 보입니다.”
할크로프트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가 조사관입니까?”
“오늘은 그렇게 보입니다.”
포스터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곳을 찾아가세요.”
“정상적인 곳을요?”
“네. 당신 이론이 맞다면 정상지역도 같은 압력을 받아야 합니다. 거기서 무엇이 다른지 보세요.”
좋은 조언이었다.
불쾌할 만큼.
포스터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밤 전보는 보내야 합니다.”
“예, 아니오?”
“웰스 경은 그렇게 원할 겁니다.”
“당신은요?”
포스터가 문 앞에서 말했다.
“나는 당신이 틀릴 경우 얼마나 틀릴지 알고 싶습니다.”
문이 닫혔다.
할크로프트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전보지를 새로 꺼냈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꾸지 않았다.
답하는 방식을 바꿨다.
◆해외평가국장 귀하.
질문: 로시아 제국은 향후 6개월간 현재 수준의 전쟁수행을 지속할 수 있는가.
답변: 가능성이 높으나, 현재 사용 중인 군사적 지표만으로는 신뢰도 높은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는 다음 문장을 바로 쓰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 썼다.
주요 위험은 자원 부족 자체보다 자원을 배분하는 기관 간 권한 충돌, 보고 정의 불일치, 중앙-지방 간 신뢰 저하에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전선 전투력은 즉각 붕괴할 수준이 아니며 일부 지역의 생산·수송은 안정적입니다.
다만 행정기능의 악화가 일정 임계점을 넘을 경우 군사적 손실 없이도 동원·급양·급여·치안 기능이 연쇄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 문장을 오래 고민했다.
따라서 군사적 지속능력과 행정적 정당성을 별개의 변수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서명.
E. Halcroft
전보를 보내고 한 시간 뒤 답이 왔다.
웰스는 빨랐다.
평가 수신. 결론은 지나치게 넓고 표본 편향 가능성이 큼.
할크로프트는 계속 읽었다.
다음 보고에서는 다음을 구분할 것.
1. 실제 물자부족 2. 행정지연 3. 지방 차원의 대체조정 4. 정치적 불복종 5. 전시 상황에서 통상 예상 가능한 마찰
그 아래에 한 문장이 더 있었다.
국가붕괴 가설을 제출하려면 국가가 아닌 곳에서 먼저 검증하지 말 것.
할크로프트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조금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웰스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할크로프트는 웰스의 다섯 항목이 적힌 전보를 책상 한가운데 놓았다.
그 옆에는 자신이 모은 문제지역 자료가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자신이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벨로프스크 역장의 기록이 있었다.
다음에 갈 곳은 정해졌다.
문제가 있는 역이 아니라, 이상할 만큼 잘 돌아가는 역.
그곳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도 달라졌다.
국가의 어느 기능이 먼저 실패하며, 무엇이 그 기능을 대신하는가?
이번에는 종이에 적지 않았다.
기억하기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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