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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화 — 군화를 세는 대령

자유의 세기 · 8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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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베레노프 대령은 병사를 세지 않았다.

군화를 셌다.

“이유를 물어봐도 됩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병사는 움직입니다.”

베레노프가 대답했다.

“군화는 창고에서 나갈 때 기록이 남습니다.”

“병사도 기록이 남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지요.”

두 사람 앞에는 병참창고 장부가 펼쳐져 있었다.

제19보병사단.

공식 병력 18,420명.

지난 석 달간 지급된 군화 13,870켤레.

“모든 병사에게 새 군화를 지급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럼 이 숫자로 병력을 추정하는 건 위험한데요.”

베레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좋다고요?”

“당신이 바로 반박해서요.”

그는 다른 장부를 펼쳤다.

빵 배급.

소총 지급.

급여.

병원 후송.

휴가.

전선 파견.

“하나만 보면 다 틀립니다.”

베레노프가 말했다.

“같이 봐야 합니다.”

장부를 본 뒤 베레노프는 할크로프트를 야전취사장으로 데려갔다.

점심은 묽은 보리수프와 검은 빵 한 조각이었다.

“장교식당은 따로 아닙니까?”

“있습니다.”

“왜 여기서 드십니까?”

“오늘은 숫자를 보러 왔으니까.”

베레노프는 취사병에게 물었다.

“몇 명분?”

“만사천오백.”

“장부는?”

“만팔천사백.”

취사병은 그 숫자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럼 남는 식량은?”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취사병이 웃었다.

“남으면 좋겠네요.”

“왜 안 남습니까?”

“장부에 없는 사람도 먹으니까.”

옆에서 수프를 받던 병사가 말했다.

“철도경비대가 여기서 먹습니다. 야전병원 운전병도.”

“소속은?”

“모릅니다.”

베레노프가 할크로프트를 봤다.

“그래서 급양인원이 중요하다고 한 겁니다.”

그들은 병사들 장화를 보러 갔다.

새 군화가 필요한 사람만 줄을 섰는데, 어떤 병사는 밑창이 갈라진 장화를 끈으로 묶어 신고 있었다.

보급하사가 말했다.

“명부대로 주면 없는 사람 몫이 남고, 실제 줄대로 주면 감사에서 숫자가 안 맞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감사 오기 전까지 맞춥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보급하사는 베레노프 눈치를 봤다.

대령이 말했다.

“말해.”

“다른 중대 남는 수량 빌려옵니다. 다음 달에 돌려주고.”

“공식입니까?”

“아니요.”

베레노프가 말했다.

“하지만 병사 발은 공식 숫자를 기다리지 않지.”

할크로프트는 그제야 군화가 왜 병력보다 정직한 기록일 수 있는지 이해했다.

오후에는 피복창고에서 실제 배급이 있었다.

보급하사는 장부를 읽었다.

“제3중대, 군화 180.”

중대서기가 말했다.

“필요 214.”

“배정 180.”

“34명은?”

“다음 달.”

줄 끝에서 병사 하나가 말했다.

“다음 달까지 발이 기다립니까?”

주변에서 웃음이 났다.

보급하사는 웃지 않았다.

그는 창고 뒤쪽에서 수선한 군화 스무 켤레를 가져왔다.

“새 건 아니고.”

병사가 받아 밑창을 눌러봤다.

“전보다는 낫네요.”

“전 게 얼마나 나빴는데?”

병사는 자기 발을 들어 보였다.

한쪽 장화 앞부분이 천으로 감겨 있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수선품은 장부 어디에 들어갑니까?”

보급하사가 말했다.

“안 들어갑니다.”

“왜요?”

“폐기품을 다시 고친 거니까.”

베레노프가 물었다.

“그럼 현재 사용 가능한 군화 수에는?”

“없습니다.”

할크로프트는 웃지 못했다.

장부상 존재하지 않는 군화가 실제 병사의 발에 들어갔다.

명부상 사단에 있는 병사는 다른 부대에서 밥을 먹었다.

현장은 매일 숫자를 수정하고 있었지만,

공식장부는 한 달에 한 번만 움직였다.

베레노프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숫자를 하나만 안 믿는 겁니다.”

“사람도 안 믿습니까?”

“사람은 더 안 믿지요.”

대령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

“그래서 여러 사람한테 묻는 겁니다.”

할크로프트는 표를 따라갔다.

공식 18,420명 가운데 현재 주둔지에서 확인 가능한 병력은 11,600명.

“나머지 6,800명은?”

“1,420명은 전방 파견.”

다음 줄.

“870명은 병원.”

다음.

“640명은 철도·창고 경비.”

“휴가는?”

“310.”

할크로프트가 계산했다.

“그래도 3천 명 넘게 남습니다.”

“네.”

“탈영?”

“일부.”

베레노프는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문제는 이겁니다.”

제19사단 소속으로 등록된 공병중대 일부가 두 달 전 군단 직할로 전환됐다.

그러나 인사명부는 사단에 남아 있었다.

야전병원 위생병 일부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창설된 수송대 역시 장비만 사단에서 빠졌고, 인원은 이전 명부에 남아 있었다.

“그럼 이 사람들은 존재하긴 하는군요.”

“상당수는요.”

“그런데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중앙명부상으로는.”

할크로프트는 수치를 다시 맞춰 봤다.

“그럼 문제는 병사가 사라진 게 아니라 행정상 소속이 사라진 겁니까?”

베레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는.”

“일부?”

“진짜 탈영병도 있으니까요.”

그는 아무것도 미화하지 않았다.

그 점이 할크로프트 마음에 들었다.

사단 참모장교가 방으로 들어왔다.

“대령님.”

“무슨 일인가?”

“군단본부에서 월말 병력보고를 오늘 안에 보내라고 합니다.”

베레노프가 책상을 봤다.

“아직 계산 중이네.”

“보급배정을 내일 확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모장교가 말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숨을 들이마셨다.

“보고병력이 줄면 보급도 줄어듭니다.”

할크로프트가 고개를 들었다.

베레노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얼마나?”

“현재 확인병력 기준이면 식량배정 18퍼센트 감소입니다.”

“실제 급양인원은?”

“최소 14,000은 됩니다. 직할전환 인원 일부가 아직 우리 창고를 씁니다.”

할크로프트가 천천히 말했다.

“정확하게 보고하면 실제 먹여야 할 병사보다 식량을 적게 받는군요.”

참모장교가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서 다들 정확하지 않습니다.”

베레노프가 그를 봤다.

“다들?”

“대령님.”

“누가?”

참모장교는 시선을 내렸다.

베레노프가 펜을 들었다가 멈췄다.

참모장교가 낮게 말했다.

“대령님이 정직하면 사단이 굶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할크로프트는 끼어들지 않았다.

베레노프가 물었다.

“그럼 거짓말하면 누가 먹지?”

참모장교는 한참 뒤에 대답했다.

“이번 달은 우리 병사들이요.”

베레노프의 손가락이 펜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농담도 협박도 아니었다.

병력을 부풀리면 자기 창고에는 식량과 군화가 더 들어온다. 그만큼 다른 부대가 덜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베레노프가 마침내 펜을 들었다.

“확인 급양책임 인원 14,160.”

“대령님.”

“명부 숫자도 지우지 마. 별지에 따로 적어.”

“그렇게 보내면 본부가 낮은 숫자만 볼 겁니다.”

“그럼 본문 첫 줄에 적게. ‘보급배정 산정 시 별지 인원 포함 요망.’”

“그래도 삭감하면요?”

베레노프가 참모장교를 봤다.

“그때 싸운다.”

“본부랑요?”

“숫자를 놓고.”

그가 서명했다.

“우리 병사들 먹이려고 다른 사단 병사를 장부에서 굶길 수는 없네.”

참모장교가 나간 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보급이 실제로 줄면요?”

“항의해야지요.”

“안 받아주면?”

“또 항의하고.”

“전선에서는?”

베레노프가 그를 보았다.

“그때는 다른 방법을 찾겠지요.”

“그럼 다른 지휘관들이 병력을 부풀리는 이유를 이해합니까?”

“물론입니다.”

“비난합니까?”

베레노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비난합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거짓말하게 만드는 규칙도 같이 비난해야겠지요.”

그날 오후 군단본부에서 회신이 왔다.

제19사단 다음 달 식량과 피복 배정이 잠정 15퍼센트 삭감됐다.

참모장교가 전보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가장 정확한 사단이 가장 적게 먹게 됐습니다.”

베레노프는 전보를 읽었다.

욕하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할크로프트는 그가 정말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조사관.”

“네.”

“런던 보고서에 오늘 일도 들어갑니까?”

“들어갈 겁니다.”

“그럼 하나 정확히 써주십시오.”

“뭘요?”

베레노프가 전보를 접었다.

“우리가 병력 숫자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정확한 숫자를 말하는 데 가격이 붙습니다.

할크로프트는 대답 대신 삭감 전보를 한 번 더 봤다.

베레노프는 이미 다음 항의문을 쓰고 있었다.

참모장교가 문 앞에서 멈췄다.

“대령님.”

“뭔가?”

“부대에 뭐라고 설명합니까?”

베레노프의 펜이 멈췄다.

“무슨 뜻인가?”

“식량 줄어들면 다 압니다. 병력 줄여 보고해서 그렇다고 할 겁니다.”

“사실이잖나.”

“그럼 병사들이 대령님 정직 때문에 덜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베레노프는 한동안 항의문을 보았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게 두게.”

참모장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억울하지 않습니까?”

“억울한 건 병사들이지 내가 아니야.”

그는 다시 펜을 움직였다.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들으며 베레노프가 병사들에게 인기 있는 지휘관인지 궁금해졌다.

아마 항상은 아닐 것이다.

그 점이 오히려 믿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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