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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화 — 통역자

자유의 세기 · 3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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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석탄은 우리 겁니다.”

엘레나 모로지나가 말했다.

군수차량기지의 장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제까지는 우리 거였습니다.”

“어제까지는요.”

“어제부터 병원 환자들이 추워진 것도 아닙니다.”

“박사님.”

장교가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이 석탄은 제2야전병원으로 갑니다.”

모로지나는 화물차를 봤다.

“제2야전병원 보일러 규격에는 안 맞습니다.”

장교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그럽니까?”

“제2야전병원 기술관이요.”

“직접 확인하셨습니까?”

“전화했습니다.”

“그 사람이 권한이 있습니까?”

모로지나가 서류를 다시 펼쳤다.

“당신보다 보일러는 잘 알겠지요.”

에드윈 할크로프트는 두 사람 사이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원래는 병원 연료 배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사하러 왔다.

십 분 만에 자신이 증인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병원에서 차량기지로 오기 전, 할크로프트는 수술동을 먼저 봤다.

문틈으로 뜨거운 증기가 새어 나와야 할 곳인데 공기가 차가웠다.

간호사 둘이 금속 물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 수술실로 나르고 있었다.

“보일러가 완전히 멈춘 건 아닙니다.”

모로지나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압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얼마나?”

“병동은 버팁니다. 수술동은 네 시간.”

“오늘 수술은?”

모로지나는 들고 있던 차트를 넘겼다.

“일곱.”

“미룰 수 있는 건?”

“두 건.”

할크로프트는 병실 안을 힐끗 봤다.

한 병사가 침대에 앉아 양말을 말리고 있었다. 반대쪽 침대에는 팔에 붕대를 감은 소년병이 잠들어 있었다.

“나머지 다섯은요?”

“그래서 석탄 찾으러 가는 겁니다.”

복도 끝에서 수간호사가 달려왔다.

“박사님, 제2수술실 온도 또 떨어집니다.”

모로지나는 시계를 봤다.

“난로 두 개 옮기고, 첫 수술부터 앞당기세요.”

“석탄은요?”

“가져옵니다.”

수간호사는 더 묻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며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아직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잖습니까.”

모로지나가 외투 단추를 채웠다.

“그걸 병동에서 말하면 도움이 됩니까?”

“아니요.”

“그럼 차량기지에서 말하세요.”

그녀는 마차에 먼저 올라탔다.

할크로프트는 그때부터 이 일이 단순한 행정조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모로지나가 그를 가리켰다.

“이 사람 앞에서 다시 말해 보세요.”

장교가 할크로프트를 노려봤다.

“왜요?”

“외국인이니까요.”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제가 왜 도움이 됩니까?”

모로지나가 말했다.

“당신 나라에 보고될 가능성이 생기면 다들 문서를 조금 더 자세히 읽습니다.”

장교가 이마를 문질렀다.

“박사님, 지금 외교문제로 만드시는 겁니까?”

“난방문제입니다.”

“그 석탄은 군이 합법적으로 징발했습니다.”

“맞습니다.”

모로지나가 순순히 인정했다.

장교도, 할크로프트도 잠깐 멈췄다.

“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석탄을 징발하는 건 합법적으로 낭비하는 겁니다.”

그녀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제2야전병원 기술관이 보낸 짧은 회신이었다.

해당 석탄은 고회분 연료로 야전보일러 사용 부적합. 필요 없음.

장교는 읽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공식 반납명령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있죠.”

“저는 공식 반납명령 없이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모로지나가 말했다.

“그럼 누가 반납명령을 냅니까?”

“제2군관구 군수부.”

“전화했어요.”

“뭐라고 합니까?”

“야전병원이 필요 없다는 공식 확인을 보내야 한답니다.”

“그럼 보내면 되잖습니까.”

“야전병원은 현장 전화가 끊겨서 전보로 보내야 하고, 전보는 군수부에서 승인해야 합니다.”

장교는 서류를 다시 내려다봤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순환입니까?”

모로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해가 빠르네요.”

할크로프트는 화물차를 살폈다.

“저 석탄을 병원에 그대로 보내면?”

장교가 말했다.

“제가 군수품 무단전용으로 조사받습니다.”

“여기 두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모로지나가 말했다.

“환자들이 얼어도요?”

장교의 턱이 굳었다.

“제가 그걸 원한다고 생각합니까?”

처음으로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생겼다.

장교의 책상 위에는 군법조항집이 펼쳐져 있었다.

잘못된 서명 하나가 단순한 질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모로지나는 화가 나 있었지만, 그를 겁쟁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반납명령이 없어도 화물의 보관 위치를 바꿀 권한은 있습니까?”

장교가 그를 봤다.

“구내에서는요.”

“어디까지가 구내입니까?”

장교가 지도에서 선을 짚었다.

분기점 하나가 시립병원에서 마차로 이십 분 거리였다.

모로지나가 바로 이해했다.

“석탄을 우리에게 주는 게 아니라, 구내 이동을 하는 겁니다.”

“그 뒤는?”

“시청이 민간 화물로 인수합니다.”

장교가 말했다.

“그 순간부터 제 책임이 아니게 되겠군요.”

“법적으로는.”

할크로프트가 대답했다.

장교가 지도를 한참 봤다.

“기관차가 없습니다.”

모로지나가 창밖을 가리켰다.

“저 구내 기관차는?”

“작업용입니다.”

“작업을 하면 되겠네요.”

장교의 표정이 잠깐 풀렸다.

“박사님은 원래 이런 식입니까?”

“환자들은 원래 밤에도 아픕니다.”

결국 장교가 서류를 직접 작성했다.

구내 보관 위치 조정.

문구는 단순했다.

그 한 줄 덕분에 석탄차 두 량이 분기점까지 이동했다.

시청 마차가 와서 병원으로 날랐다.

석탄차가 분기점에 도착했을 때 문제는 또 생겼다.

마차가 부족했다.

시청이 보낸 것은 여덟 대.

필요한 건 열두 대였다.

모로지나는 욕하지 않았다.

대신 병원 세탁차 두 대를 비우게 했고, 인근 제빵소에서 말이 남는 마차를 빌렸다. 군수장교도 자기 부하 넷을 붙였다.

할크로프트는 삽을 들려다가 모로지나에게 빼앗겼다.

“당신은 손이 너무 느려 보여요.”

“해보지도 않았는데요.”

“외교관 손입니다.”

“조사관입니다.”

“더 나쁘네요.”

결국 할크로프트는 화물량과 마차번호를 적는 일을 맡았다.

해가 질 때쯤 병원 뒤뜰은 석탄가루로 검어졌다.

아까 수술동에서 본 수간호사가 나와 마지막 마차를 확인했다.

“두 번째 수술 끝났습니다.”

모로지나가 물었다.

“온도?”

“올라갑니다.”

그녀는 그제야 어깨에 힘을 조금 뺐다.

차량기지의 장교도 그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모자를 고쳐 썼다.

그 역시 오늘 누군가 얼기를 원해서 서류를 막은 건 아니었다.

할크로프트는 그날 처음으로 행정문제의 결과가 숫자보다 먼저 사람 얼굴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배웠다.

해가 질 무렵 보일러에 불이 들어왔다.

수술동 앞에서는 첫 환자가 이미 회복실로 옮겨지고 있었다.

모로지나는 손을 씻고 나오는 외과의사에게 물었다.

“어땠어요?”

“추운 것 빼고는.”

“그건 내 잘못 아니에요.”

“그럼 누구 잘못입니까?”

모로지나는 복도 끝을 가리켰다.

“오늘은 너무 많아서 줄 세우기 어렵네요.”

외과의사는 피곤하게 웃고 지나갔다.

아까 잠들어 있던 소년병이 깨어 있었다.

그는 모로지나를 보자 물었다.

“박사님, 기차 왔습니까?”

“무슨 기차?”

“석탄.”

모로지나가 걸음을 멈췄다.

“환자가 그걸 왜 알아요?”

“간호사들이 계속 그 얘기했어요.”

소년은 담요를 코까지 끌어올렸다.

“안 오면 오늘 수술 못 한다고.”

“왔어요.”

“그럼 다행이네요.”

그 대답은 너무 단순해서 할크로프트는 괜히 미안해졌다.

그가 오늘 몇 시간 동안 본 서류와 권한과 군수규정은 이 소년에게는 ‘수술을 할 수 있느냐’ 하나로 끝났다.

모로지나는 병실을 나오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행정이 싫습니다.”

“의사인데 행정을 많이 하시네요.”

“누가 해야 하니까요.”

“좋아하진 않고?”

“사람 살리는 데 필요한 만큼만 좋아합니다.”

그녀는 다시 차트를 집었다.

석탄이 왔다고 하루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할크로프트는 병원 지하에서 모로지나에게 말했다.

“처음부터 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군요.”

“구내선 이용은 생각했죠.”

“그럼 저는 왜 불렀습니까?”

“당신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제 이름?”

“외국 조사관이 보고 있다는 사실.”

할크로프트가 그녀를 바라봤다.

모로지나는 난로에 손을 댔다.

“사람들은 무능해서 서류를 무서워하는 게 아닙니다. 서류가 자기 인생을 망칠 수 있어서 무서워하는 거예요.”

“저를 이용했군요.”

“네.”

모로지나는 아무렇지 않게 인정했다.

할크로프트는 그 대답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의 관리들은 도움을 요청할 때 권한을 과장했고, 실패했을 때 책임을 줄였다.

이 여자는 반대였다.

필요한 사람을 불러놓고 이용했다고 말했다.

“다음에도 그럴 겁니까?”

“쓸모 있으면요.”

“최소한 미리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협조 안 할 수도 있잖아요.”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그럼 다음엔 고민해 볼게요.”

약속은 아니었다.

그래도 둘 사이에는 처음보다 조금 덜 낯선 침묵이 남았다.

“미리 말할 수도 있었잖습니까.”

“그러면 안 왔을 것 같아서요.”

할크로프트가 웃었다.

“그건 상당히 무례한 평가입니다.”

“틀렸습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로지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일러실을 나가려는데 모로지나가 뒤에서 말했다.

“조사관님.”

할크로프트가 돌아봤다.

“오늘은 됐습니다.”

그녀는 다시 살아난 압력계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도 이런 식으로 석탄을 옮겨야 한다면, 오늘 해결한 건 아니에요.”

할크로프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복도 끝 수술동에서 불이 하나씩 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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