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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화 — 너무 완벽한 숫자

자유의 세기 · 2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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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수송부 통계실의 수치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수상했다.

할크로프트는 세 번째 표를 다시 봤다.

기관차 가동률 88.3퍼센트.

군수열차 정시 도착률 81.7퍼센트.

서부전선 급양 달성률 90.1퍼센트.

끔찍하게 좋은 숫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럴듯했다.

“문제가 있습니까?”

통계과장 레오니드 바르신이 물었다.

마흔쯤 된 남자였다. 안경테가 얇았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숫자를 직접 확인했다.

할크로프트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왜요?”

“외국 조사관이 들어오자마자 우리 통계가 틀렸다고 하면 하루가 길어집니다.”

할크로프트가 웃었다.

“제가 그렇게 무례합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바르신은 보고서 한 장을 앞으로 밀었다.

“우리도 지연이 심하다는 건 압니다. 수치는 선전물이 아닙니다.”

통계실 벽에는 시계가 여섯 개 걸려 있었다.

수도.

북부군관구.

서부군관구.

남부항만.

동부집결소.

그리고 한 시계는 멈춰 있었다.

할크로프트가 가리켰다.

“저건 어디입니까?”

바르신이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북서선.”

“왜 멈췄습니까?”

“전보선이 끊긴 지 사흘 됐습니다.”

“통계는?”

“마지막 수신자료로 유지합니다.”

“그럼 지금 상황은 모르는군요.”

“정확히는 사흘 전 상황을 압니다.”

바르신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옆의 말렌은 시선을 들지 않았다.

책상마다 서기들이 종이를 옮기고 있었다. 들어온 숫자는 먼저 연필로 적혔고, 검산이 끝나면 잉크로 옮겨졌다. 비어 있는 칸은 붉은 사선으로 표시됐다.

할크로프트는 붉은 사선이 유난히 많은 장부 하나를 집었다.

“이건?”

“북서선.”

바르신이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정보가 줄어듭니다. 정보가 줄면 보고서에서는 그 지역의 비중도 줄어들죠.”

“그걸 알고도 이 방식을 씁니까?”

바르신이 안경을 벗었다.

“전쟁 중 통계의 첫 번째 적은 틀린 숫자가 아닙니다.”

“그럼?”

“늦은 숫자.”

그는 멈춰 선 시계를 한 번 봤다.

“문제는 늦은 숫자가 제일 중요한 숫자일 때가 많다는 거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입니까?”

“선전물이라면 81.7 같은 숫자는 안 쓰겠지요.”

바르신이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좋습니다. 그럼 뭘 찾으십니까?”

할크로프트가 손가락으로 표 아래 각주를 짚었다.

“집계 완료 구간.”

“네.”

“정시 도착률의 분모가 전체 열차가 아니라 집계 완료 열차입니까?”

바르신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렇습니다.”

“보고가 늦은 역은?”

“다음 회차에 들어갑니다.”

“어떤 역이 보고가 늦습니까?”

“전보선이 끊기거나 인력이 부족한 역.”

“혼잡한 역도?”

“그렇습니다.”

“문제가 큰 역일수록 보고가 늦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바르신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생각 중입니다.”

“대안은요?”

이번엔 할크로프트가 대답하지 못했다.

바르신이 말했다.

“전쟁 중입니다. 수도가 이틀 전 숫자를 기다리면서 오늘 열차를 배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시 보고한 역을 먼저 집계합니다.”

“그러면 제일 혼란스러운 구간이 통계에서 늦게 나타납니다.”

“맞습니다.”

“정책 결정도 늦어지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안 바꿉니까?”

바르신이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왜냐하면 안 바꾸면 문제가 늦게 보이고, 바꾸면 숫자가 아예 늦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할크로프트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그가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무능한 통계국이 현실을 감춘다’는 이야기는 편했다.

하지만 이쪽은 불편했다.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 사이에서 만들어진 체계였다.

“그럼 지금 보고서가 답하는 질문은 뭡니까?”

바르신이 즉시 말했다.

“제때 보고할 수 있는 철도망 중 몇 퍼센트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가.”

“제가 알고 싶은 건 전체 철도망 중 몇 퍼센트가 움직이는가입니다.”

“그건 우리도 알고 싶습니다.”

문 옆에서 종이를 정리하던 젊은 서기가 작게 웃었다.

바르신이 그를 봤다.

“말렌.”

“죄송합니다.”

“웃었으면 이유를 설명해.”

그리고리 말렌은 얼굴이 굳었다.

할크로프트가 그를 보았다.

“말렌 씨는 다른 숫자가 있습니까?”

바르신이 대신 말했다.

“개인 표본을 만듭니다.”

말렌이 놀라 과장을 쳐다봤다.

“과장님.”

“숨길 건 아니잖아.”

“공식 자료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보여주기 좋은 거지.”

바르신은 할크로프트에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상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숫자를 좋아합니다.”

말렌이 작게 말했다.

“상관이 싫어하는 숫자도요.”

바르신이 한숨을 쉬었다.

“보여줘.”

말렌은 서랍에서 얇은 장부를 꺼냈다.

말렌의 장부는 공식 장부보다 지저분했다.

역 이름 옆에는 숫자 대신 짧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눈 때문에 전보 지연.

역장 교체 후 보고방식 변경.

도착시각 확인 불가 — 기관사 편지 기준.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기관사 편지?”

말렌의 귀가 붉어졌다.

“정식 자료는 아닙니다.”

“그건 압니다. 왜 쓰죠?”

“공식자료가 나중에 왔을 때 비교하려고요.”

“틀리면?”

“지웁니다.”

“맞으면?”

“그래도 공식통계에는 못 넣습니다.”

할크로프트는 장부를 넘겼다.

말렌은 숫자를 수집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숫자가 왜 달라졌는지를 수집하고 있었다.

바르신이 말했다.

“그래서 저 친구 장부가 성가십니다.”

말렌이 과장을 봤다.

“버리라고 하신 적은 없잖습니까.”

“버리면 내가 더 불안하니까.”

바르신은 다시 안경을 썼다.

“공식통계가 틀릴 수 있다는 증거는 불편하지만, 공식통계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 더 불편합니다.”

그 말은 할크로프트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는 23개 역의 실제 도착 시간을 개인적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왜 이 역들입니까?”

“형이 서부선에 있습니다.”

말렌이 말했다.

“편지에 탄약열차가 계속 늦는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공식 보고서와 체감이 너무 달라서요.”

표본으로 계산한 정시율은 63퍼센트였다.

말렌이 장부 한 페이지를 펼쳤다.

“이 열차를 보십시오.”

T-204.

공식 기록에는 도착 완료라고 되어 있었다.

“어디에 도착했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서부 제4군 군수기지요.”

“그럼 문제없지 않습니까?”

말렌이 다른 메모를 내밀었다.

제4군 전선보급소에서 보내온 편지 사본이었다.

해당 탄약 미수령.

할크로프트가 바르신을 봤다.

통계과장은 변명하지 않았다.

“군수기지에 인계되면 철도부 통계에서는 도착입니다.”

“전선까지 가지 않았는데요.”

“그 뒤 구간은 군관구 보급통계입니다.”

“그 통계는요?”

“아직 안 올라왔습니다.”

할크로프트는 두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열차는 도착했다.

탄약은 도착하지 않았다.

두 문장 모두 사실이었다.

그는 두 문서를 번갈아 봤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과장님은 이걸 알고 있었습니까?”

바르신이 말했다.

“지난주부터.”

바르신은 말렌의 장부를 한참 보더니 전화기를 들었다.

“북부선 카리노역 연결.”

교환원이 연결하는 동안 그는 할크로프트에게 말했다.

“하나 확인해 봅시다.”

몇 분 뒤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카리노역.”

바르신이 물었다.

“어제 22시 화물 771편 도착시각.”

상대가 장부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 1시 17분.”

말렌의 장부에는 1시 21분.

공식 보고서에는 23시 48분.

할크로프트가 숫자를 가리켰다.

바르신이 전화기에 물었다.

“23시 48분은 뭡니까?”

“우리 역 진입허가 시각입니다.”

“실제 정차는?”

“1시 17분.”

“왜 도착으로 23시 48분을 보냈습니까?”

상대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규정이 그렇습니다. 관할구간에 들어오면 도착 처리입니다.”

바르신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알겠소.”

전화를 끊은 뒤 아무도 바로 말하지 않았다.

말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 장부에는 둘 다 씁니다.”

바르신은 공식표의 숫자 옆에 연필로 작은 점을 찍었다.

“오늘 회의에서 정의부터 바꿔야겠군.”

“바꿀 수 있습니까?”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모르죠.”

“그런데 회의는?”

“해야죠.”

바르신이 말했다.

“통계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보다, 통계가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정하는 게 더 오래 걸립니다.”

“그럼 상부에 보고했습니까?”

“했습니다.”

“반응은요?”

“표본 편향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네.”

바르신은 피곤하게 웃었다.

“그게 문제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할크로프트는 다시 공식 보고서를 봤다.

이번에는 숫자가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게 더 불편했다.

“당신들은 거짓말하는 게 아니군요.”

말렌이 먼저 말했다.

“예.”

“틀린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고 있는 겁니다.”

바르신이 할크로프트를 봤다.

“그 문장은 마음에 안 드는데.”

“틀렸습니까?”

“아니요.”

그가 말했다.

“그래서 더 마음에 안 듭니다.”

그날 밤 할크로프트는 보고서를 수정했다.

처음 썼던 문장을 지웠다.

통계체계가 현실을 은폐함.

대신 이렇게 적었다.

통계체계는 신속성을 위해 가장 불안정한 구간을 가장 늦게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위기는 숫자에 나타날 때 이미 오래 진행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모두가 자기 숫자를 믿을 근거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숫자는 틀리지 않았다. ‘도착’의 정의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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