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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화 — 잘못 온 열차

자유의 세기 · 1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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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선로를 비워야 합니다.”

역장이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드윈 할크로프트가 대답했다.

“그런데 저 대포를 어디로 옮기지요?”

역장은 입을 다물었다.

4번 선로에는 야포 여섯 문과 석탄차 세 량이 붙은 화물열차가 멈춰 있었다. 기관차는 없었다. 그 뒤 신호기 바깥에는 보병 수송열차가 서 있었고, 더 멀리서는 병원용 석탄을 실은 열차가 접근 중이라는 전보가 들어왔다.

세 열차 모두 우선권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선로가 하나뿐이라는 것이었다.

할크로프트는 회중시계를 닫았다.

오전 여섯 시 사십삼 분.

눈은 밤새 내렸고, 승강장에는 전선으로 갈 병사들이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한 병사는 군용 주전자를 품에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다른 병사는 종이컵에 뜨거운 물만 받아 마셨다.

역장 표트르 테렌코는 쉰을 넘긴 남자였다. 콧수염 끝에 서리가 붙어 있었다.

“조사관님.”

그가 낮게 말했다.

“혹시 브리튼에서는 선로 하나에 열차 세 대를 넣는 방법도 연구합니까?”

할크로프트는 운행표에서 눈을 들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그럼 오늘은 배울 게 없겠군요.”

역장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무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결정을 혼자 내린 사람의 얼굴이었다.

“야포열차는 왜 기관차가 없습니까?”

“군수수송국이 회수했습니다.”

“왜요?”

“어젯밤 북부선에서 기관차 두 대가 탈선했습니다. 그래서 예비 기관차를 끌어갔습니다.”

“합리적이군요.”

“네.”

테렌코가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그 뒤 제2군관구에서 이 야포를 오늘 정오까지 동부집결소에 보내라고 다시 명령했습니다.”

“기관차 없이?”

“그건 제2군관구가 알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할크로프트는 다음 장을 봤다.

병원용 석탄열차에는 ‘최우선 민간의료’ 표시가 있었다.

“이건?”

“도시의 세 병원이 오늘 안에 석탄을 못 받으면 보일러를 낮춰야 합니다.”

“그럼 병원 열차를 먼저 넣으시죠.”

테렌코가 할크로프트를 쳐다봤다.

“그러면 보병대대가 다섯 시간 더 기다립니다.”

“전선 도착이 늦어집니까?”

“아뇨.”

“그럼—”

“대신 동부집결소에서 빈 객차가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그 객차는 내일 부상병 후송에 쓰입니다.”

할크로프트의 말이 멈췄다.

역장이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여기선 항상 다음 열차가 문제입니다.”

할크로프트는 운행표를 다시 봤다.

첫 판단은 틀렸다.

4번 선로를 비우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어떤 우선순위가 다른 우선순위보다 우선하는지를 아무도 결정하지 못했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 안에 출발합니까?”

한 병사가 할크로프트에게 물었다.

스무 살이 채 안 되어 보였다. 왼쪽 장화 앞코에는 철사가 감겨 있었다.

“저한테 물으셔도 모릅니다.”

“외국 조사관이라면서요.”

“그래서 더 모를 수도 있습니다.”

병사가 웃지 않았다.

“우리 중대 취사차는 먼저 갔습니다.”

“어디로요?”

“집결소로요. 우리는 여기 있고.”

옆에 앉은 병사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이 아침입니다.”

그가 종이컵을 들어 보였다.

할크로프트는 컵 안을 봤다. 정말 물뿐이었다.

젊은 병사가 말했다.

“두 시간 늦는 게 전쟁을 바꾸진 않겠죠.”

“아마도요.”

“근데 계속 두 시간씩 늦으면?”

할크로프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통계표보다 정확했다.

조금 뒤 테렌코가 역무실 문을 열고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제3군 열차! 급수 먼저 한다. 취사실에서 보리죽도 보낸다!”

누군가 환호했다.

테렌코는 할크로프트에게 돌아와 말했다.

“기차 못 보내면 최소한 사람은 먹여야지요.”

“그건 어느 규정에 있습니까?”

역장이 그를 쳐다봤다.

“배고픈 병사 규정이요.”

할크로프트는 처음으로 이 역이 완전히 무질서한 곳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규정이 충돌하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다음 일을 하고 있었다.

“최종 우선권은 누가 정합니까?”

테렌코가 말했다.

“그 질문을 어제 세 군데에 전보로 보냈습니다.”

“답은요?”

“세 군데 모두 자기 열차가 먼저라고 했습니다.”

승강장 바깥에서 기적이 길게 울렸다.

보병 수송열차의 기관사가 항의하고 있었다.

곧 젊은 소위가 뛰어내려 역무실로 들어왔다.

“역장!”

“압니다.”

“세 시간째입니다.”

“두 시간 사십칠 분입니다.”

“그게 중요합니까?”

“철도에선 중요합니다.”

소위는 테렌코의 책상을 짚었다.

“우리 대대는 오늘 아홉 시까지 집결소에 도착해야 합니다.”

테렌코가 운행표를 밀어 보였다.

“당신들 열차를 들이면 병원용 석탄이 밀리고, 빈 객차가 못 나갑니다.”

“그건 민간 철도 문제 아닙니까?”

“부상병 후송 객차입니다.”

소위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럼 야포를 빼면 되잖습니까?”

“기관차가 없습니다.”

“수송열차 기관차로 야포를 밀어 놓고—”

“그러면 당신 객차를 누가 끕니까?”

소위가 욕을 삼켰다.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이 열차 번호가 S-4187 맞습니까?”

“맞습니다.”

소위가 명령서를 꺼냈다.

S-4187.

할크로프트가 역 운행표를 봤다.

S-4187.

그는 야포열차 운송장도 확인했다.

거기에도 S-4187이 적혀 있었다.

이번에는 단순 중복처럼 보였다.

테렌코가 먼저 설명했다.

“지난주부터 열차번호 체계가 바뀌었습니다.”

“왜요?”

“군에서 적이 무전과 전보를 가로챈다고 판단해서 번호를 다시 부여했습니다.”

“그럼 구 번호와 신 번호가 충돌한 겁니까?”

“철도국은 새 체계를 어제부터 적용했고, 군수국은 그제부터 적용했고, 제2군관구는 다음 주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소위가 웃었다.

“훌륭하군.”

테렌코가 쏘아붙였다.

“보안 때문에 바꾼 겁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이유가 있으면 열차가 움직입니까?”

“이유도 없으면 더 화가 나겠지요.”

할크로프트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테렌코는 새 종이를 꺼냈다.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소위가 물었다.

“뭘요?”

“병원 석탄을 먼저 넣습니다. 그 열차 기관차를 분리해서 야포를 측선으로 밀고, 당신들 수송열차를 들입니다.”

“시간은?”

“두 시간쯤 더 걸립니다.”

“명령 위반입니다.”

“어느 명령?”

테렌코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역장은 펜을 들었다.

“그래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할크로프트가 그를 바라봤다.

“권한이 있습니까?”

테렌코는 서명하면서 말했다.

“없습니다.”

그리고 종이를 뒤집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권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여기 없군요.”

그 선택은 완벽하지 않았다.

병원 석탄은 늦게 도착할 것이고, 보병대대도 늦었다. 야포는 측선에 하루 더 남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실제로 첫 번째 문제가 바로 생겼다.

야포열차를 측선으로 밀어 넣는 동안 동쪽 신호가 갑자기 녹색으로 바뀌었다.

테렌코가 욕설과 함께 창문을 열었다.

“정지 신호!”

멀리서 병원용 석탄열차의 기적이 들렸다.

누군가 중앙배차소에서 이전 운행표를 기준으로 진입 허가를 내린 것이었다.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그쪽에는 테렌코가 방금 내린 임시 결정을 아직 알릴 시간이 없었다.

역장이 계단을 두 칸씩 뛰어 내려갔다.

신호수가 수동 레버를 당겼고, 승강장 끝의 보조 신호기가 붉게 돌아왔다.

기관차 제동음이 길게 철로를 긁었다.

석탄열차는 야포 화차가 완전히 측선으로 빠져나가기 전, 수십 미터를 남기고 멈췄다.

열차가 멈춘 뒤 테렌코는 가장 먼저 기관사에게 가지 않았다.

신호수에게 갔다.

“누가 녹색으로 바꿨나?”

젊은 신호수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했다.

“중앙배차 허가가 들어왔습니다.”

“확인전화는?”

“선이 통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허가번호가 맞았습니다.”

테렌코는 그를 꾸짖지 않았다.

“다음부터 이 선로는 내 구두확인 없이 풀지 마.”

“규정에는—”

“알아.”

역장은 숨을 고른 뒤 말했다.

“규정 위반은 내가 쓴다.”

젊은 신호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할크로프트는 그 장면을 지켜봤다.

테렌코는 잘못한 사람을 찾지 않았다.

다음 사고가 어디서 날지를 먼저 찾았다.

그 차이를 할크로프트는 수첩보다 오래 기억했다.

승강장에 있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끊겼다.

소위가 먼저 말했다.

“이제는 열차 세 대 중 어느 게 먼저인지보다, 서로 같은 결정을 알고 있는지가 문제군요.”

테렌코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그걸 아셨으면 오늘 아침 수업료는 낸 셈입니다.”

그러고 나서야 열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게 중요했다.

보병열차가 마침내 승강장에 붙었을 때, 아까 뜨거운 물만 마시던 병사에게 보리죽 한 그릇이 돌아갔다.

그는 두 숟갈 만에 절반을 먹고 옆 사람과 바꿨다.

“왜요?”

할크로프트가 물었다.

“저 친구가 밤새 못 먹었습니다.”

“당신도 그랬잖습니까.”

병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아까 물 두 잔 마셨어요.”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열차 출발종이 울렸다.

젊은 소위는 테렌코에게 항의하던 사람답지 않게 직접 마지막 병사까지 탔는지 세고 있었다.

떠나기 직전 그가 할크로프트에게 말했다.

“오늘 일, 보고서에 들어갑니까?”

“아마도요.”

“우리가 늦었다고?”

“그것도.”

소위가 잠깐 망설였다.

“역장이 일부러 막은 것처럼 쓰진 마십시오.”

할크로프트가 그를 봤다.

“아까는 역장한테 화내셨잖습니까.”

“화난 것과 틀린 건 다르죠.”

열차가 움직였다.

할크로프트는 그 말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오늘은 이미 적을 게 충분했다.

한 시간 뒤 할크로프트는 운행표 세 장을 나란히 놓고 수첩을 펼쳤다.

처음에는 ‘열차 번호 관리 오류’라고 쓰려 했다.

그는 그 말을 지웠다.

각 기관의 판단은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임.

그 아래에 적었다.

문제: 서로 충돌할 때 결정할 권한이 없음.

그 아래 한 줄을 더 썼다.

잘못 온 열차가 아니다. 세 열차 모두 옳은 곳에 왔다.

그 사실이 훨씬 더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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