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53화 — 헤르메스가 멈추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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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핵심항로 운항률: 54%.]
전쟁이 아니었다.
파업이었다.
헤르메스 물류그룹의 항로조종사·정비사·위험화물 기사 노동조합이 동시파업에 들어갔다.
임금이 핵심은 아니었다.
자동화.
헤르메스는 향후 12년 동안 유인 운송인력 31퍼센트를 줄이고, 자율화물선과 원격정비를 확대하려 했다.
회사는 재교육과 퇴직보상을 제시했다.
노조는 고용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봤다.
파업예고는 90일 전부터 있었다.
정부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실제로 멈추니 숫자가 다르게 보였다.
첫날 운항률 71.
둘째 62.
셋째 54.
제국 전체 물류가 절반으로 준 건 아니다.
다른 회사.
공공수송.
지역물류.
하지만 헤르메스가 강한 핵심장거리 항로에서는 병목이 생겼다.
프런티어 식품가격 상승.
산업부품 지연.
병원 냉동의약품.
정부가 파업을 강제로 끝낼 수 있나.
생명필수 공급은 최소운항 명령 가능.
일반화물까지는 아니다.
재상은 비상수송명령을 준비했다.
노동부가 반대했다.
현재 병원·식품 비축량으로는 아직 긴급단계가 아니다. 너무 빨리 개입하면 회사가 협상할 이유도 줄어든다.
◆경제부는 헤르메스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사태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부 다시 갈림.
나는 물었다.
“필수품이 실제 부족해지는 시점은.”
“지역별 8일에서 31일.”
“그 전엔?”
“협상.”
기다렸다.
결론을 안 내린 게 아니라 아직 황제결정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었다.
헤르메스 경영진은 노동조합에 자동화 계획을 12년에서 18년으로 늦추겠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25년.
차이.
장수종 임원에게 6년은 작아 보일 수 있다.
로하르계 정비사에게는 남은 경력의 큰 부분.
협상단에는 종족별 경력잔여기간 자료가 처음으로 공식표에 들어갔다.
가족법에서 배운 시간감각이 노동협상으로 넘어왔다.
노조 내부도 하나가 아니었다.
젊은 직원 일부는 자동화를 막지 말고 재교육비를 더 받자고 했다.
원로 정비사들은 일자리 자체를 지키자.
AI 노동자들은 자동화가 자기 일자리도 줄인다고 말했다.
‘기계 대 사람’도 아니었다.
파업 6일째, 한 프런티어 병원에서 희귀세포치료제가 늦어졌다.
환자 43명 치료일정 연기.
◆생명위험은 아직 낮지만 정치적으로 컸다.
정부는 그날 필수의료화물 최소운항을 명령했다.
노조는 따랐다.
전체 파업은 유지.
황실이 군 수송함을 투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거절했다.
병원 필수품은 공공의료수송망과 최소운항으로 충분했다.
군이 민간파업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협상구조가 무너진다.
헤르메스 주가는 19퍼센트 하락했다.
경쟁물류회사 주가는 상승.
성계거래소는 정상.
소비자들은 헤르메스 불매를 외쳤다가 배송이 안 와 더 화냈다.
아이러니.
파업 11일째 회사가 새 안을 냈다.
자동화는 18년.
강제해고는 첫 8년 금지.
줄어드는 직무의 70퍼센트 이상을 내부전환 교육.
단명종 직원은 남은 경력기간에 따라 조기전환 선택권.
자동화 생산성 이익 일부를 전환기금에 적립.
노조는 투표.
찬성 58.
파업 종료.
총 12일.
경제손실.
상당.
사망.
0.
의료중대한 피해.
없음.
언론은 ‘제국을 멈춘 12일’이라고 불렀다.
과장.
제국은 안 멈췄다.
다만 평소 보이지 않던 물류기업의 힘이 보였다.
상원에서는 헤르메스를 쪼개자는 법안이 바로 나왔다.
◆“회사 하나가 이 정도로 국가를 흔들면 너무 큽니다.”
다른 의원은 반박했다.
“노조가 파업했다고 회사를 해체합니까?”
둘 다 핵심을 약간 빗나갔다.
문제는 파업 자체가 아니라 대체불가능성이었다.
경제부는 헤르메스의 점유율보다 항로별 전환비용을 조사했다.
어떤 노선은 경쟁사로 하루 만에 바꿀 수 있다.
어떤 노선은 헤르메스 전용 관제·창고·보험망 때문에 수개월.
그 잠금효과가 실제 권력.
다음 법안은 회사분할보다 상호운용성에 집중했다.
항만규격.
화물데이터.
보험이력.
관제 인터페이스.
다른 운송사가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헤르메스는 강하게 반대했다.
자기 투자로 만든 시스템을 경쟁사에게 열어줘야 하느냐.
좋은 질문이었다.
정부는 무상공개를 요구하지 않았다.
표준접속료.
특허보상.
하지만 독점적으로 잠글 수는 없음.
노조도 찬성했다.
헤르메스가 망하길 바라서가 아니라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옮겨도 경력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
12일 파업은 회사도 노조도 완승하지 못했다.
대신 항로가 회사 하나의 사유도로가 아니라는 논쟁을 열었다.
◆그 논쟁은 다음 표결에서 더 거칠어졌다.
파업이 끝난 뒤 헤르메스 노조 안에서는 승리논쟁이 있었다.
58퍼센트 찬성으로 합의안을 통과시켰다는 건 42퍼센트가 만족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로 정비사 일부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젊은 원격운항 직원은 오히려 “자동화를 너무 늦췄다”고 했다.
노조위원장은 연임선거에서 53퍼센트로 겨우 이겼다.
회사와 싸운 지도자가 노동자 모두의 영웅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헤르메스 경영진도 내부책임을 졌다.
자동화 계획을 설계한 운영부문 대표는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계획 자체가 틀렸기보다, 전환비용을 너무 단순하게 계산했다는 이유.
회사는 자동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속도와 분담방식을 바꿨다.
파업 때문에 자동화 기술투자가 오히려 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다음 파업 때 운항을 유지하고 싶었다.
노조는 그걸 또 위협으로 봤다.
악순환 가능.
새 협약에는 파업대체용 자동화를 별도 신고하도록 했다.
평소 생산성 자동화와 노동쟁의 대체를 구분.
◆어렵지만 필요.
경쟁물류회사들은 헤르메스 파업 동안 큰 이익을 봤다.
그중 한 회사는 가격을 세 배 가까이 올렸다가 소비자보호원 조사를 받았다.
긴급수요.
가격상승.
전부 폭리인가.
연료·우회비용도 늘었다.
감독원은 비용상승을 넘는 일부 구간만 과징금.
시장도 위기 때 기회를 본다.
그 자체가 범죄는 아니다.
프런티어 지방정부들은 사건 뒤 자체 공공물류 비축을 늘렸다.
평상시 비효율.
위기복원력.
중앙정부는 모든 항로를 국유화하지 않았다.
헤르메스가 너무 크다고 국가가 직접 다 운송하면 비용과 혁신문제가 생긴다.
대신 대체회사가 들어올 수 있는 표준.
지역 비축.
필수물류 공공망.
세 겹.
상호운용성 법안에 헤르메스는 마지막까지 반대했다.
특허보상액.
접속료.
데이터형식.
협상.
결국 회사가 중요한 양보를 얻었다.
자사 관제기술 핵심 알고리즘은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표준화된 입출력 규격과 이전도구를 제공.
경쟁사가 헤르메스 내부를 복제할 수는 없지만 고객이 떠날 수는 있게.
이 차이가 컸다.
◆독점은 보통 가격만이 아니라 떠나는 비용에서 생긴다.
법 시행 8년 뒤 헤르메스 시장점유율은 조금 떨어졌다.
회사는 여전히 최대.
수익도 여전히 높음.
경쟁사 몇 곳 성장.
직원 이직도 쉬워짐.
헤르메스가 약해져 제국이 강해졌나.
단순하지 않다.
헤르메스 자체도 제국 기업이고, 해외경쟁에서 강한 물류망은 국가이익.
중앙이 회사를 일부러 망가뜨릴 이유는 없다.
목표는 회사가 큰 것 자체가 아니라, 크기 때문에 시장과 정부가 포로가 되는 상황을 줄이는 것.
황실 조달청도 이 원칙을 자기 계약에 적용했다.
헤르메스 단독 장기계약 일부를 다중공급자로.
회사 반발.
그래도 계약은 계속.
몇십 년 뒤 파업을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직원들이 헤르메스에 입사했다.
노조교육 첫날 ‘12일 파업’이 역사사례로 나온다.
학생들이 묻는다.
“진짜 운항률 54퍼센트까지 떨어졌습니까?”
그렇다.
그 세대에는 이미 경쟁항로가 더 많았다.
같은 파업이 다시 일어나도 피해는 다를 것이다.
제도는 사건을 없애지 못해도 다음 사건의 모양을 바꿀 수 있었다.
헤르메스 파업 20주년이 왔을 때 회사와 노조가 공동기념행사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둘 다 거절했다.
회사에게는 손실사건.
노조에게는 아직 평가가 갈린 협상.
대신 노동학교와 경영학교가 공동사례집을 만들었다.
같은 사건을 두 시각으로.
노조판은 고용전환.
회사판은 공급망·자동화.
정부판은 필수물류와 시장잠금.
서로 같은 결론을 내지 않았다.
젊은 교육생은 물었다.
“누가 이겼습니까?”
강사가 답했다.
“그 질문으로 시작하면 중요한 걸 많이 놓칩니다.”
파업 뒤 생긴 항로표준 덕분에 노동자 자격도 회사 밖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헤르메스 관제자격이 헤르메스 안에서만 유효.
새 표준은 공통기초 + 회사별 추가인증.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기기 쉬워졌다.
그 결과 헤르메스 이직률이 잠깐 상승했다.
회사는 불평.
노동자는 선택권.
몇 년 뒤 회사도 임금·복지를 올려 인력을 붙잡았다.
규제가 시장경쟁을 노동시장까지 넓힌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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