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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51화 — 열세 표

별의 제국 · 25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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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150표 가운데 정부가 확실히 가진 표는 열세 개였다.

재상 하나.

열두 장관.

황제는 그 숫자에 들어가지 않는다. 상원의원이 아니라 상원 위에 별도의 재가권과 전략권을 가진 군주였으니까.

숫자만 보면 열세 표는 작다. 실제 정치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장관들은 예산과 부처 정보를 갖고 있었고, 재상은 정부 의제를 한꺼번에 묶을 수 있었다. 같은 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하나의 정치블록처럼 보였다.

그게 문제가 됐다.

발단은 자동화 전환세였다.

대형기업이 노동자를 대규모 자동화로 줄일 경우 일정 기간 지역 재훈련기금에 추가분담금을 내게 하는 법안이었다. 세대책임연합이 강하게 밀었고, 제조업 지역 의원도 상당수 찬성했다.

경제부는 반대했다.

자동화 자체에 비용을 붙이면 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나 보호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노동부는 조건부 찬성.

재무부는 세율을 절반으로 낮추자고 했다.

정부 내부부터 하나가 아니었다.

그런데 상원 표결 직전 재상이 조정안을 만들었다. 세율을 낮추고, 직접세 대신 지역 재훈련기금 출연과 고용전환 계약을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열두 장관 가운데 열 명이 찬성했다. 둘은 기권.

언론은 바로 썼다.

[정부 열세 표, 상원 장악 시도.]

재상 아우구스트 렌은 불쾌해했다.

“열세 표로 백오십 석을 어떻게 장악합니까.”

기자가 물었다.

“정보와 예산권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맞았다.

상원의원 한 명이 법안을 읽는 데 필요한 산업자료 상당수가 정부 부처에서 나온다. 장관들이 어떤 수치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토론의 출발선도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상원은 정부 자료만 받지 않기로 했다.

독립예산실.

산업통계원.

노동생산성 연구원.

기업·노조 공개자료.

이미 존재하던 기관들의 권한을 더 키웠다.

정부의 열세 표를 줄이지 않고, 나머지 137표가 자기 자료를 가질 수 있게.

자동화 전환세 청문회에는 헤르메스 물류그룹 부사장도 나왔다.

헤르메스는 제국 핵심권과 프런티어를 잇는 초대형 물류·항로 기업이었다. 제국 전체 운송을 독점하진 않았지만, 몇몇 주요 구간에서는 그 회사가 빠지면 물류비가 바로 두 자릿수로 뛰었다.

부사장은 말했다.

“세금을 내기 싫다는 게 아닙니다. 자동화 성공분을 과세하면 자동화에 성공한 기업만 불리해집니다.”

노동단체 대표가 반박했다.

“자동화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지역실업 비용은 사회가 냅니다.”

둘 다 맞는 부분이 있었다.

한 지역 의원이 헤르메스에 물었다.

“법이 통과되면 우리 성계 물류기지를 옮기실 겁니까?”

부사장은 애매하게 답하지 않았다.

“비용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검토합니다.”

회의장이 술렁였다.

협박인가.

경영상 판단인가.

헤르메스는 실제로 이동 가능한 시설을 갖고 있었다. 의원이 싫다고 그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나는 황궁에서 청문회를 보다가 나이아에게 물었다.

“저 말을 못 하게 할 수 있나.”

“왜요?”

“선거 앞둔 의원한테는 압박이잖아.”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렇다.

기업이 자기 투자계획을 말하는 것까지 막으면 정치가 시장정보를 검열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대신 공개가 필요했다.

헤르메스가 어느 성계에 얼마를 투자했고, 시설이전 조건이 무엇인지. 의원과 비공개 면담에서만 말하지 못하게 했다.

정부 조정안은 첫 표결에서 부결됐다.

72 대 69.

기권 9.

열세 표 가운데 열한 표가 찬성했는데도 졌다.

재상은 황제에게 상원을 다시 압박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반대표를 분석했다.

일부는 세율이 여전히 높다고 봤고, 일부는 기업선택형 출연제가 너무 느슨하다고 봤다. 같은 반대표 안에 방향이 반대인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정부가 ‘야당에게 졌다’고 정리할 수 없는 표였다.

두 달 뒤 두 번째 안이 올라왔다.

자동화로 일정 비율 이상 고용을 줄인 기업은 세금 대신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직원 재교육.

지역 신산업기금.

직접 전직보장 계약.

단, 회사가 실제 고용을 유지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같은 수 이상 신규채용하면 감면.

기업이 자동화했다고 벌주는 게 아니라 사회에 넘긴 전환비용을 일부 부담하게 하는 구조.

헤르메스도 조건부 수용했다.

노동단체는 충분치 않다고 했지만 첫 안보다 낫다고 봤다.

표결.

91 대 48.

통과.

정부 열세 표는 이번에도 대부분 찬성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긴 표결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첫 법안을 부결시킨 상원이 구조를 바꿨고, 기업과 노조가 실제 비용자료를 밀어 넣었다.

황제 재가는 마지막.

나는 서명했다.

몇몇 친황실 언론은 [황제 자동화 갈등 해결]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황실 대변인실이 정정자료를 냈다.

법안 수정 주체는 상원 위원회와 정부·노동·산업 협의체.

황제는 최종재가.

굳이 황제 공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재상 아우구스트 렌은 표결 뒤 장관들에게 말했다.

“우리 열세 표를 한 덩어리처럼 쓰는 순간 반대쪽도 우리를 한 덩어리로 봅니다.”

다음 회기부터 정부 장관들의 상원표결은 부처별 입장을 더 명확히 공개했다. 재상 조정안에 반대할 수 있는 장관은 실제로 반대표를 던졌다.

정부가 무너진 건 아니다.

오히려 열세 표가 정부당처럼 보이는 느낌이 조금 줄었다.

황궁에서 나는 상원 전광판 기록을 다시 봤다.

150칸.

그중 열세 개가 정부.

나머지 137개가 정부의 적은 아니다.

지역.

귀족.

전문직.

보호국 출신 시민.

프런티어.

정당.

각자 다른 이유로 움직인다.

그 복잡함이 불편하다고 열세 표를 백오십 표처럼 만들 생각은 없었다.

다음 안건은 훨씬 더 어려웠다.

성계거래소가 선거보다 먼저 움직이는 문제였다.

열세 표 논쟁은 곧 ‘정부표’라는 표현 자체를 흔들었다.

열두 장관은 상원의원이기도 했지만 각자 부처 수장이다. 경제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이 같은 안건에서 다른 표를 던질 수 있다. 실제로 자동화 법안 첫 표결에서 두 장관은 기권했다.

그런데 언론은 열세 표 전부를 하나로 묶어 계산했다.

정부 찬성률.

정부 이탈표.

노동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말했다.

“제가 재상의 부하이긴 하지만 상원 표까지 빌려드린 건 아닙니다.”

재상이 답했다.

“기억하겠습니다.”

둘 다 웃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황실도 이 구분을 원했다.

정부가 13표짜리 고정정당이 되면 상원 안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경계가 더 흐려진다. 반대로 장관들이 아무 조정 없이 제멋대로 표를 던지면 정부정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새 내부규칙은 중간이었다.

정부 공식안건에는 재상 조정의견을 낸다.

장관은 반대할 수 있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공개사유를 짧게 적는다.

처벌 없음.

첫 적용에서 과학장관이 정부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전략센서 예산 삭감안.

재무부는 찬성.

과학부는 반대.

표결 뒤 언론이 ‘내각 균열’이라고 썼다.

정부는 무너지지 않았다.

다음날 둘은 같은 국무회의에 앉았다.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해가 쉬웠다.

어느 부처가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지 보였으니까.

하원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왔다.

장관들이 상원 표결권을 갖는 구조 자체가 과도하다는 주장.

장관은 정부정보를 갖고 있는데 입법표까지 있으니 이중권력이라는 논리.

상원 원로들은 전통을 들었다.

행정부가 상원 안에 직접 책임을 지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

헌정연구회가 비교안을 냈다.

장관표 폐지.

장관표 유지.

정부공식안건만 기권.

여러.

황제는 특정안을 밀지 않았다.

이건 군사·외교 전략권처럼 내가 즉시 정할 문제도 아니다.

공청회에서 한 시민이 물었다.

“열세 표가 그렇게 적으면 왜 문제고, 그렇게 크면 왜 그대로 둡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독립헌정위원회는 실제 표결자료 200년치를 분석했다.

장관 13표만으로 결과가 뒤집힌 표결.

전체의 3.8퍼센트.

장관표가 없었어도 같은 결과.

대부분.

그렇다고 3.8퍼센트가 작다고만 할 수는 없다.

특히 예산·긴급법.

결론은 장관표 유지.

대신 이해충돌·정부조정 공개 강화.

당장 제도를 뜯을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재상은 결과를 보고 말했다.

“결국 제 표 하나를 빼앗기진 않았군요.”

나이아가 내게 전했다.

“아쉬우셨습니까?”

“조금.”

그 뒤 어느 표결에서는 정부 공식안이 또 졌다.

장관 13명 중 9명 찬성.

전체 찬성 70.

반대 75.

기권 5.

재상은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장관들도.

위원회는 다음 안을 준비했다.

정부가 상원에서 지는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시장도 반응을 덜 하기 시작했다.

정부안 = 통과.

아님.

세크터 인사이트의 정책예측모델에서도 ‘정부지지’ 변수 가중치가 내려갔다.

재미있게도 정치제도 변화가 시장 알고리즘까지 바꿨다.

열세 표는 여전히 영향력이 컸다.

예산자료.

부처정보.

행정실행.

그런데 137표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재가권이 있다고 모든 법안을 직접 설계할 필요는 없다.

그날 저녁 나이아가 다음 상원안건을 가져왔다.

헤르메스 항로 상호운용성.

기업로비.

노조.

시장.

표가 어디로 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좋았다.

확신할 수 없는 의회가 꼭 약한 의회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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