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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31화 — 백십이 년의 결혼

별의 제국 · 23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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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12년. 아틀라스 기준으로 길다고 하기 애매했다. 로하르계 배우자에게는 인생 대부분이었다. 부부 이름은 아렌 벨과 사마 리오. 아렌은 아틀라스인. 나이 238. 행정기술회사 중간관리직. 사마는 로하르계. 나이 173. 지역대학에서 평생 경제학을 가르치다 은퇴. 둘이 결혼했을 때 아렌은 126, 사마는 61. 당시에는 둘 다 외형상 젊었다. 지금은 달랐다. 사마는 장기요양이 필요했다. 심장기능. 근육. 감각. 제국 의학으로 늦출 수는 있어도 멈추지는 못한다.

아렌은 여전히 직장에서 승진논의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커리어 한가운데. 다른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 두 시간 걷는 게 목표. 같은 결혼 안에 시간이 두 개 있었다. 문제는 사랑이 아니었다. 계약. 간병. 재산. 휴직. 성년자녀. 아렌은 회사에서 4년 장기돌봄휴직을 이미 썼다. 법상 추가 2년은 부분급여. 그 뒤는 무급 또는 기업협약. 사마의 상태는 더 오래 갈 가능성. 복지부는 가족돌봄 지원을 개인 필요에 따라 늘리는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반발했다. 아틀라스인 직원이 단명종 배우자를 만나면 수십 년 휴직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가족단체는 반대로 말했다. “배우자 수명이 짧다고 돌봄권도 짧아야 합니까?”

답이 쉬울 리 없다. 기업 하나가 평생간병비를 다 내는 것도 이상하다. 국가가 다 내는 것도. 보험. 개인. 회사. 국가. 나눠야. 사마는 자기가 제도논쟁 사례가 되는 걸 싫어했다. 방문한 복지부 연구관에게 말했다. “내가 죽기 전에 표준모델 되겠네.”

아렌이 웃지 못했다. 자녀 셋은 모두 성인. 막내도 82. 아틀라스-로하르 혼합혈통. 노화속도는 셋이 다 달랐다. 첫째는 아틀라스 쪽에 가까워 부모 둘 사이 어딘가. 둘째는 로하르 쪽. 막내는 평균 예측이 어렵다. 자녀가 부모를 돌보면? 가능. 그렇다고 80살 넘은 성인자녀가 자기 직장과 가정을 버릴 의무는 없다. 가족 내부에서 갈등. 첫째는 아렌이 휴직을 더 써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자기가 로하르에 더 가까우니 자기가 맡겠다고 했다.

사마가 화냈다.

“내가 너희 직장까지 망치려고 늙은 줄 알아?”

노화는 선택이 아니다. 가족은 죄책감으로 역할을 나누기 쉽다. 복지상담사는 간병시간표를 만들었다. 전문요양 60. 아렌 20. 자녀 셋 합계 20. 숫자로 보면 차갑지만 실제로는 갈등을 조금 줄였다. 아렌에게 가장 어려운 건 돈도 시간이 아니었다. 사마가 자꾸 미래재산을 정리하려는 것. 집. 저축. 디지털기록. 자기 연구노트. 장례. 아렌은 싫어했다.

“아직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 하자.”

사마가 답했다. 장수종에게 사망준비는 너무 이르게 느껴질 수 있다. 단명종에게는 늦게 시작하면 안 된다. 유언공증. 사마 몫 재산은 자녀 셋과 아렌에게. 문제는 집. 둘이 96년 산 집. 사마는 자기가 죽은 뒤 아렌이 계속 살길 원했다. 아렌은 이미 그 집에 혼자 사는 상상을 하기 싫었다. 유언은 그렇게 적었다. 소유권은 아렌. 자녀 우선매수권. 가족기록은 공동복제. 사마는 재혼조항도 넣었다. 아렌이 나중에 재혼하면 집을 잃는가.

아니. 배우자 새로 생겨도 유지. 자녀가 반대.

“엄마 집인데.”

사마가 말했다. “아빠 집이기도 해.”

새 배우자가 200년 뒤까지 살 수 있고, 자녀들은 그 전에 죽을 수도 있다. 장수명 사회의 상속은 세대 순서가 뒤집힐 때가 있다. 법무원은 이런 혼합수명 부부 사례가 늘면서 ‘생존배우자 장기소유 + 자녀 후순위권리’ 표준계약을 만들었다. 강제 아님. 선택지. 사마는 병세가 조금 나아져 한동안 대학에 다시 나갔다. 강의는 안 함. 도서관. 학생들. 어느 학생이 물었다.

“교수님 남편은 아직 일하세요?”

“응.”

“이상하지 않아요?”

사마가 생각했다.

“처음엔.”

결혼 112년이면 이상함도 일상이 된다. 몇 년 뒤 사마는 다시 입원했다. 이번에는 회복이 어렵다는 진단. 아렌은 회사에 추가휴직. 회사는 거부하지 않았다. 보험·국가지원과 분담. 이 제도는 이미 다른 가정들의 사례로 조금씩 넓어져 있었다. 아렌은 병실에서 오래된 결혼사진을 띄워뒀다. 둘 다 젊다. 사마가 말했다.

“당신은 별로 안 변했네.”

“변했어.”

“얼굴 말고?”

“많이.”

사마가 웃었다. 그날은 괜찮은 날이었다. 황실 청문회에서는 이 부부 이름을 익명처리했다. 혼합수명 가족법 개정자료. 나는 사진은 보지 않았다. 필요 없음. 법무장관이 말했다. “핵심은 혼인기간이 종족별 평균수명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혼 계약기간을 정하자는 건가?”

“아닙니다. 반대로, 죽음·돌봄·재산을 한 시점에 묶지 말자는 겁니다.”

혼인은 유지. 돌봄계약은 갱신. 재산계약도. 보험도. 각각. 사람 둘의 관계를 법 하나로 끝내지 않는다. 사마와 아렌은 그런 제도보다 오래 같이 살았다. 그들에게 법은 나중에 따라온 것이었다. 복지부가 아렌·사마와 비슷한 가구 수를 처음 집계했을 때 예상보다 많았다. 아틀라스-로하르. 아틀라스-베르단. 아틀라스-칼리스테르. AI와 생물. 같은 혼합가정이라도 수명차는 제각각. 통계청은 처음에 부부 수명차를 종족 평균으로 계산했다.

문제. 혼합혈통. 의료기술. 개인차. 한 부부는 종족평균상 400년 차이인데 실제 건강예측은 90년 차이. 다른 부부는 같은 종족인데 질환 때문에 더 큼. 정책기준을 평균수명차로 두면 이상. 결국 건강상태·돌봄필요·경제의존 중심. 종족은 의료정보 중 하나. 이 변화는 보험에도. 사마는 자기 진료정보가 정책연구에 쓰이는 걸 동의했다. 익명.

“누군가는 봐야 다음 사람이 덜 싸우겠죠.”

아렌은 동의. 몇 년 뒤 연구보고서에서 사례번호로만. 부부는 자기들이 어디에 들어갔는지 모름. 좋음. 장기혼인 가족지원은 노동시장에도 예상 밖 영향. 간병 때문에 퇴사하던 장수종 직원들이 부분근무로 남음. 기업은 숙련인력 유지. 비용. 있음. 이익도. 재무원은 처음 복지비용만 계산했다가 세수·인력유지 효과를 다시 넣음. 순비용 낮아짐. 정책평가. 누군가 “사랑이 경제효과”라고 기사. 당사자들 싫어함. 복지정책을 사랑으로 정당화할 필요 없음.

돌봄노동과 고용.

사마의 자녀 셋은 부모 법률상담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첫째. 일. 둘째. 참석. 막내. 원격. 가족이 같은 관심도. 아님. 유언공증인이 질문. “세 분 모두 부모 기록 공동복제에 동의합니까.”

첫째.

“예.”

둘째.

“어머니 강의기록은 대학에도.”

막내.

“개인메시지는 가족만.”

자료도 층. 사마는 자기 강의영상 공개. 개인편지. 50년 봉인. 아렌.

“왜 50년.”

“당신 살아 있잖아.”

웃음. 사마가 죽은 뒤 50년이면 아렌은 여전히. 그녀 기준. 상당히 긴. 아렌 기준. 또.

부부가 처음 만난 기록도 있었다. 대학 세미나. 아렌이 행정시스템 발표. 사마가 질문. 첫인상.

“잘난 척.”

아렌.

“그랬어?”

“지금도.”

119년 뒤.

혼합수명 부부 지원단체는 ‘장수종이 미래를 결정하고 단명종이 현재를 희생한다’는 권력불균형 연구도 냈다. 항상? 아님. 하지만. 아틀라스 배우자가 재산·수입 더 많고 미래시간도 길어 의사결정권이 커질 수 있음. 사마는 반대 사례. 가족재산관리. 대부분 그녀. 개인. 그래도 제도상 경제의존 보호. 이혼·상속.

가족법 청문회에서 단명종 배우자 한 명이 말했다.

“우리 대신 장수종을 악역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또 다른 사람.

“권력차가 없는 척도 하지 마십시오.”

둘 다. 법무원. 특정서사. 안 채택. 기준. 동의. 재산. 돌봄.

아렌은 사마 입원 뒤 회사에서 중요한 승진제안을 받았다. 타 성계. 주 5일 현장. 거절. 회사. 다른 사람. 몇 년 뒤 아렌이 복귀해도 자리 없음. 실제 손실. 복지법이 승진을 보장해줄 수 없음. 아렌이 후회? 조금. 사마에게 말 안 함. 사마 알고.

“나 때문에?”

“내 선택.”

그 말도 완전히 깔끔하지 않다. 가족선택은 혼자만의 선택이 아니니까. 둘은 싸움. 다음날. 화해. 119년 결혼도 계속 완벽한 관계. 아님.

사마 마지막 입원 전 집에서 보내던 평범한 하루. 아침. 약. 아렌 회의. 점심. 사마 낮잠. 저녁. 옛 드라마. 황제도. 정책도. 없음. 그 하루들이 결혼 대부분이었다. 가족법 연구팀은 아렌과 사마 같은 부부를 인터뷰하면서 질문지 자체도 바꿨다. 처음에는 ‘수명차 때문에 가장 힘든 점’을 물었다.

사마가 답했다. “맨날 수명차 얘기하는 게 제일 힘듭니다.”

그 뒤 질문은 생활부터 시작했다. 주거. 일. 돌봄. 재산. 수명차는 필요할 때만. 당사자를 제도문제 하나로 축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렌도 비슷했다. 회사에서는 혼합수명 가족 대표처럼 보길 싫어했다. 그는 그냥 행정기술 관리자였고, 프로젝트 실패로 혼난 날도 있었다. 사마 병세와 상관없이. 사람에게는 여러 역할이 동시에 있었다.

사마가 마지막 입원 전 직접 고른 사진 한 장은 가족공용기록에 남았다.

둘이 결혼 70년쯤 되었을 때 찍은 평범한 여행사진이었다.

황실도, 정책도, 병원도 없었다.

아렌은 나중에 그 사진을 가장 자주 열어봤다.

119년 결혼을 설명하는 데 법률문서보다 한 장의 평범한 사진이 더 정확할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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