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23화 — 메랄의 두 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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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인 심사결과가 나오기 전, 메랄 가문에서는 전혀 다른 승계문제가 터졌다. 메랄은 대단절 이전부터 이어진 비아틀라스 과학가문. 본가 대부분이 실종됐고, 복원권에서 확인된 방계와 연구기록을 바탕으로 가문이 되살아났다. 혈통보다 연구계승이 강한 가문이었다.
현 당주 사렌 메랄은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고 가문회의 투표에 맡겼다. 후보 둘. 나르 메랄. 생물학적 방계 후손. 항성생물학자. 공공연구 63년.
이사-델타. 메랄 연구재단에서 만들어진 AI 연구자. 독립 법인격. 가문 등록 41년. 교육·연구기여 큼.
가문헌장상 둘 다 가능. 문제는 사회. ‘AI가 귀족가문 당주가 될 수 있나.’ 법적으로는 가능해진 지 오래. 실제는 처음에 가까웠다.
나르 지지자들은 혈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면 불리하다는 걸 안다. 대신 ‘외부사회 대표성’. 생물구성원이 더 많은 가문에서 AI 당주가 적절한가.
이사-델타 측은 연구기관 운영성과. 재단 재정. 교육.
둘 다 좋은 후보.
언론은 대결구도를 더 자극적으로 만들었다.
[피 대 코드.]
가문이 항의. 기사 제목 수정.
이사-델타도 말했다. “저는 코드가 아니라 법인격 있는 연구자입니다.”
◆첫 공개토론에서 나르는 예상 밖 주장을 했다.
“이사-델타가 당주가 되어도 법적으로 문제없습니다. 제가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AI 권리단체가 오히려 당황. 적대후보 만들기 어려움.
이사-델타도 혈통 자체를 비판하지 않았다.
“가문이 연구역사를 계승한다면 나르의 혈통기억도 자산입니다.”
둘.
정치적 갈등은 가문 밖에서 더 큼. 보수귀족연합. 이사 반대. AI 시민단체. 이사 지지. 당사자들은 외부개입 싫어함.
가문회의는 외부후원·광고를 금지했다. 누가 돈을 넣어도 반환.
황실. 중립. 귀족원. 법적절차 확인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이사-델타는 분기 가능. 당주가 된 뒤 분기하면 누가 당주? 헌장에 없음.
법무원 자문. 당주직은 법인격 개인에게 귀속. 새 독립분기체는 자동승계 안 함. 원본 법인격이 지속하면 유지. 원본이 종료되면 일반승계.
그럼 이사-델타가 신체를 여러 개 쓰면? 한 개인. 문제 없음.
사회가 새로운 가족형태를 따라 법을 미리 써야 했다.
투표 전날 사렌 메랄이 둘을 따로 불렀다. 무슨 지지? 안 함.
“누가 되든 연구재단 예산부터 줄여야 합니다.”
적자.
후보 둘. 한숨.
가문당주도 결국 예산.
◆투표. 가문원. 생물. AI. 등록가족.
비밀.
결과. 이사-델타 52.8. 나르 46.5. 기권.
메랄 첫 AI 당주.
가문회관 밖 기자 수백. 이사-델타 첫 말.
“재단 적자부터 보겠습니다.”
기대했던 역사연설. 없음.
나르는 결과 인정. 다음날 연구소 출근.
보수귀족연합 일부가 법적이의.
“공인가문 본질에 반한다.”
근거. 약함.
귀족원은 각 가문헌장과 제국법에 위반 없음 확인. 끝.
황제가 재가? 당주변경 등록에는 필요 없음. 작위가 동일 가문에 유지되는 한.
나는 보고서로 알았다. 나이아가 물었다. “논평하시겠습니까?”
“왜.”
안 함.
사회는 며칠 동안 시끄러웠다. 메랄 연구재단은 적자예산 수정회의.
이사-델타는 첫해 장학사업 일부를 줄이고 공동연구수익을 늘렸다. 가문원 반발.
AI라서 냉정? 아님. 사렌도 하려던 일.
2년 뒤 재정 흑자.
나르는 당주에게 가장 많이 반대하는 가문위원 중 하나가 됐다. 둘은 연구우선순위로 매번 싸웠다.
선거가 끝나도 정치가 끝나지 않았다. 좋은 신호였다.
메랄 당주선거에서 외부단체 개입을 금지한 결정은 표현의 자유 논쟁으로도 번졌다. 보수귀족연합은 자기 의견을 발표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AI 시민단체도. 가문은 외부인이 말하는 걸 막을 수 없다. 막은 건 선거자금·가문원 대상 직접광고. 공개논평은 자유.
◆결국 양쪽 단체는 밖에서 떠들었고, 가문 내부투표는 자체망에서 조용히 진행됐다. 민주적 가족조직이 국가선거와 같은 규칙을 쓸 필요는 없었다.
나르와 이사-델타의 정책차이도 실제로 컸다. 나르는 연구재단을 축소하고 대학·공공연구소와 협력하자는 쪽. 이사는 재단을 유지하되 수익연구를 늘리자는 쪽. 혈통 대 AI보다 재정전략 차이가 더 중요했다.
가문원 공개토론에서 젊은 생물구성원이 이사에게 물었다. “당신은 죽지 않으니 200년 적자를 버틸 생각 아닙니까?”
이사-델타가 답했다. “저도 유지비가 듭니다.”
웃음. 그 뒤 진지하게 말했다. “가문 구성원 수명에 맞춰 예산기간을 잡아야 합니다. 제 지속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됩니다.”
황제가 배워온 시간감각 문제와 비슷했다. AI에게도 자기 시간척도가 있다.
나르에게는 반대 질문. “당신이 당주가 되면 혈연후계자를 다시 세울 겁니까?”
“아니요.”
그는 가문헌장 선거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
투표가 가까워질수록 외부의 ‘역사적 첫 AI 당주’ 기대가 이사에게 부담이 됐다. 그녀는 내부메시지에서 말했다. “저를 뽑지 않는다고 가문이 반AI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AI 시민단체 일부는 그 말까지 전략이라고 비판. 당사자는 지침을 잃었다.
사렌 메랄은 끝까지 중립. 언론은 은퇴당주에게 누굴 지지하냐고 수십 번 물었다. 한 번.
“적자 줄일 사람.”
둘 다.
투표시스템도 흥미로웠다. 분산지성 가문원은 한 법인격 한 표. 여러 신체. 한 표. 복수국적. 무관. 미성년. 가문헌장상 일정연령 또는 인지성숙. AI는 인지성숙 기준.
국가선거와 비슷하면서 다름.
이사-델타 승리 뒤 나르가 결과를 인정하자 외부 갈등은 빠르게 식었다. 보수귀족연합의 법적이의도 귀족원 1차검토에서 각하. 가문헌장에 명백.
황실이 침묵한 것도 도움. 황제가 축하성명을 냈다면 제국이 AI 당주를 정치적으로 밀었다는 해석이 붙었을 것이다. 안 함.
메랄 가문 연구자들은 당주가 누구든 다음날 실험실에 갔다. 수중생물 유전자지도. 항성미생물. 교육예산.
이사-델타가 첫날 서명한 문서는 역사기념문이 아니라 냉각시설 교체계약.
그녀의 기계신체는 의식사진에서 전통복장을 입지 않았다. 왜. 필요 없음. 가문원 일부 아쉬움.
다음 의식에서는 메랄 문양 하나만 부착. 전통도 조정.
나르는 패배 후 가문을 떠날 수 있었다. 안 함. 오히려 이사 재정안을 가장 세게 감시. 두 사람 관계가 나빠졌나. 회의에서는. 식사 때는. 괜찮음.
◆가문정치는 국가정치보다 가족관계와 더 가까웠다. 상대편을 이기고 다음날 같은 연구실에 갈 수도 있다.
이사-델타가 당주가 되면서 가문 밖 AI 연구자 신청도 늘었다. 메랄이 AI 가문이라는 뜻? 아님. 공공과학 기여가 있으면 종족·신체형태에 관계없이 등록 가능하다는 인식.
심사기준은 더 엄격해졌다. 유명세 때문에 들어오려는 신청자. 거절.
가문원 수를 늘리는 게 목표 아님.
몇십 년 뒤 메랄 구성원 비율은 여전히 생물개체가 더 많았다. 첫 AI 당주가 가문을 AI화했다는 예측. 틀림.
사회는 상징사건을 실제보다 크게 읽는 버릇이 있었다.
메랄 선거는 외부사회에서 AI 권리 문제로 소비됐지만 가문원들에게는 연구재단 방향이 더 절실했다. 재단의 오래된 실험시설 세 곳을 폐쇄할지. 장학금을 줄일지. 민간기업 연구를 얼마나 받을지. 당주가 누구냐에 따라 실제 일자리와 연구분야가 달라졌다.
나르는 기업연구 확대에 더 신중했다. 이사-델타는 수익연구 없이는 순수연구도 유지 못 한다고 봤다. 선거토론에서 둘은 세 시간 동안 연구비 구조만 싸웠다. 시청자는 적었다. 가문원들은 끝까지 봤다.
투표 뒤 이사-델타가 승리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르를 재정감사위원회에 넣는 것이었다. 지지자들이 반대했다.
◆“경쟁자를 왜.”
“가장 많이 반대한 사람이 숫자를 잘 봅니다.”
나르도 수락.
둘은 실제로 여러 번 충돌했다. 한 번은 민간기업 유전자특허 공동연구를 놓고 거의 회의를 파행시켰다. 최종안은 특허기간 제한 + 기초데이터 공개. 둘 다 반만 만족.
좋은 후계정치는 전임 경쟁자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계속 싸울 자리를 남기는 것일 수 있다.
이사-델타 승리 뒤 가장 먼저 생긴 외부계약 문제도 흥미로웠다. 몇몇 기업이 AI 당주라는 이유로 메랄 가문과의 장기계약 위험을 낮게 평가했다.
“당주 교체·사망위험이 작다.”
보험료 할인. 메랄 법무팀이 반대했다. 당주 개인이 오래 지속돼도 가문정책은 선거와 가문회의로 바뀐다. 장수명 AI 하나가 200년 같은 정책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보험사가 위험모델을 수정했다. 황제 장기재위와 비슷한 오해가 가문에서도 생긴 셈이었다.
이사-델타는 오히려 자기 재임기한을 헌장에 넣자는 안을 냈다. 20년마다 재신임. 이전에는 당주가 원하면 훨씬 오래 가능했다. 생물당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원로 일부가 반발했다.
“AI 때문에 전통을 바꿉니까.”
나르 메랄이 말했다. “좋은 규칙이면 왜 AI에게만 적용합니까.”
통과.
이사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규칙을 먼저 넣은 점은 가문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고 다음 재신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가문 연구재단 안에서는 AI 당주가 AI 연구에 예산을 더 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실제 첫 예산은 메르탄 수중생태 31, 항성미생물 24, AI 인지연구 17, 기타로 나뉘었다. AI 비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AI 연구자 일부가 불평했다. 이사는 말했다.
“가문 전체 예산입니다.”
정체성 대표로 뽑힌 게 아니었다.
몇 년 뒤 메랄 청소년 교육과정에서 당주선거 사례를 다뤘다. 학생 하나가 물었다. “나르는 왜 가문을 안 나갔어요?”
교사가 답했다. “가문이 선거에서 진 사람을 쫓아내는 조직이 아니니까.”
좋은 답이었다. AI 당주 탄생보다 패배후보가 남아 계속 반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했다. 가문이 개인숭배조직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선거 다음 날 연구실 조명은 평소 시간에 켜졌다. 당주가 바뀌어도 배양실의 실험주기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메랄 가문에게 그 평범한 다음 날이 선거결과보다 더 중요했다. 연구는 다음 교대시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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