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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22화 — 돈으로 못 사는 8년

별의 제국 · 222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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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인은 첫해에 너무 많은 걸 하려 했다. 구조선 300척 발주. 기술학교 5곳 신설. 지역의료기금. 재난센터. 장학금. 귀족원은 반응하지 않았다.

가문 내부감사팀이 먼저 멈췄다.

“이 속도면 보여주기 사업입니다.”

도렌이 화냈다.

“개선기간이 8년뿐이다.”

“그래서 8년짜리 기관을 만들 겁니까?”

문제는 정확했다. 카르마인이 작위를 얻던 시절의 성공은 돈을 많이 써서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같은 책임을 반복해 수행한 데 있었다. 후대는 그 결과만 기억하고 과정은 덜 기억했다.

마라는 구조선 300척 발주를 80척으로 줄였다. 대신 기존 민간구조회사와 합작. 가문이 장비·훈련·책임자 일부를 직접 유지하고, 나머지는 시장과 결합. 귀족원도 이 방식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핵심은 위기 때 책임을 외주계약서 뒤로 숨기지 않는 것.

첫 시험은 2년째 왔다. 카르마인 항로에서 대형 여객선 충돌. 탑승자 1,700만. 구조회사들이 출동. 카르마인 합작구조단도.

도렌은 직접 현장지휘를 하려 했다. 마라가 막았다.

“당주는 구조전문가가 아닙니다.”

맞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구조지휘는 다르다. 가문이 책임진다는 말이 당주가 마이크를 잡는다는 뜻도 아니다.

현장책임자는 구조경력 72년의 베르단계 기사. 가문원이 아니었다. 그가 모든 결정을 했다. 구조 성공. 사망 311. 적은 숫자? 1,700만 중. 그래도 311.

카르마인 홍보팀은 ‘99.99퍼센트 구조’ 같은 문구를 준비했다. 마라가 폐기했다. 311명 유족 앞에서 쓸 문구가 아니다.

귀족원은 사고대응을 긍정평가했다. 당주가 나와서 영웅연설 안 한 것도.

학교사업은 더 어려웠다. 새 학교를 짓는 대신 기존 지역대학과 장기협약. 카르마인 이름을 붙이지 않는 조건. 가문 원로 일부 반대.

“우리가 돈 내는데 이름도 없나.”

학생들은 관심 없음.

귀족원은 오히려 좋아했다. 명예보다 기능.

4년째. 가문 지출은 처음 계획보다 적었다. 그런데 공공서비스 이용자는 더 많았다. 도렌은 서서히 생각을 바꿨다.

문제는 회사주주였다. 가문이 그룹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 공공책임 지출이 회사돈과 섞일 위험. 선대 때도 논쟁. 이번에는 완전분리. 가문재단. 기업. 별도회계.

도렌은 기업돈을 재단에 싸게 빌려주려 했다. 감사팀이 반대. 시장금리.

“우리 가문인데.”

“그래서 더.”

리아 오르텐이 했던 말과 비슷. 가족·가문 거래는 서류가 더 필요하다.

6년째. 카르마인 구조단이 다른 항로의 재난지원 요청을 받았다. 자기 권역 아님. 가문 헌장에는 ‘카르마인 상업권 책임’만. 도렌은 처음 거절하려 했다. 귀족심사에 직접점수도 없었다. 마라가 말했다. “사람을 구하는데 우리 점수부터 봅니까?”

출동.

구조비용. 손실. 평가점수? 귀족원은 나중에 참고.

도렌이 그걸 알고 화냈다.

“결국 점수에 들어가잖아.”

“몰랐어도 갔어야죠.”

가문 내부에서 마라 지지가 커졌다. 다음 당주선거? 카르마인은 전통적으로 직계승계 비중이 크지만 완전자동은 아님. 헌장에 해임·교체절차.

도렌은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 작위도.

7년째 가문회의에서 신임투표. 도렌 54. 반대 46. 간신히.

그는 이후 홍보를 거의 줄였다. 실제 업무.

8년이 끝났다. 귀족원 감사. 구조체계. 개선. 교육. 개선. 재단회계. 투명. 지역행정. 미흡.

문제. 지속기간. 8년. 너무 짧음.

귀족원은 최종결론을 유예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개선기간이 8년이었다. 그 기간 안에 작위 기준을 회복했는지 판단해야.

도렌은 자신 있었다. 선대보다 훨씬 효율적.

마라는 확신하지 않았다.

“우린 심사를 통과하는 법은 배웠습니다.”

“그게 문제야?”

“작위를 받을 만한 가문이 됐는지는 다른 질문이죠.”

최종심사일. 황실 재가 전 단계. 귀족원 표결. 강등 유지? 유지? 결과는 예상보다 박빙이었다.

카르마인 합작구조단의 첫 대형사고 뒤 311명 사망자 가족들은 가문심사에 자기 사건이 이용되는 걸 경계했다. 가문 홍보팀이 구조성과 발표자료에 사고사진을 넣으려 하자 유족단체가 항의했다. 마라가 바로 삭제시켰다.

“심사자료에는 수치와 대응기록만. 사진 필요 없습니다.”

귀족원도 동의했다.

도렌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대응을 증명해야 합니다.”

“기록으로 하세요.”

구조성과를 보여주는 것과 피해자를 홍보물로 쓰는 건 다르다. 마르엔·등록망 사건에서 제국이 여러 번 배운 문제. 이제 가문들도.

카르마인 학교사업도 숫자 때문에 이상해질 뻔했다. 귀족원 평가표에 ‘장기교육기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역마다 학교지원 신청이 몰렸다. 가문이 점수 잘 받으려고 아무 데나 돈을 뿌릴 수 있는 구조. 마라는 신청을 멈췄다. 교육수요 조사. 교사부족. 기술산업.

그 결과 처음 계획한 5개 신설 대신 기존 학교 3곳과 장기협약. 한 곳은 구조·항법학교. 가문 책임과 연결.

도렌은 “보이는 건물”이 없다고 불만. 심사관은 아무 말 안 함.

5년째 합작구조단 직원들이 가문 직영전환을 요구했다. 민간회사 소속이라 카르마인 공공책임은 강조하면서 노동조건은 시장계약 그대로라는 불만. 좋은 지적.

가문은 합작지분을 늘리고 핵심 구조인력을 재단 직접고용. 임금. 훈련. 복지. 상승. 비용.

재무팀 반대. 마라.

“책임을 직접 가진다고 했으면 사람도 직접 책임져야 합니다.”

구조단 이직률 감소. 성과.

도렌은 어느 순간부터 심사회의에서 말이 줄었다. 자기가 처음 생각했던 ‘기부 확대’가 왜 충분하지 않은지 이해하기 시작한 듯했다. 그렇다고 작위욕심이 사라진 건 아니다.

7년째 신임투표에서 54퍼센트로 간신히 남은 뒤 그는 가문회의에 약속했다. 최종심사 이후 결과가 어떻든 재신임을 다시 받겠다.

작위를 잃으면 사퇴? 아님. 구성원이 판단.

최종감사 직전 귀족원 직원들이 구조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카메라 없음. 당주 없음. 승조원. 정비. 훈련.

현장직원에게 물었다. “카르마인 가문이 뭘 합니까?”

한 로하르계 승조원이 답했다. “급여 줍니다.”

심사관 웃음.

“그 외에는.”

“훈련비. 구조보험. 장비.”

“작위 때문에 달라진 건.”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좋은 답일 수 있다. 공공책임이 일상업무가 되면 작위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직원은 반대였다.

“심사 시작하고 갑자기 좋아졌습니다.”

기록.

귀족원은 둘 다 봤다. 최근 개선. 과거 20년 하락.

8년만 잘한 것으로 과거가 삭제되지 않는다. 반대로 과거가 나빴다고 현재 개선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최종심사에서 가장 논쟁된 것도 시간가중치. 선대 장기공적. 후대 장기하락. 최근 8년 개선. 어디에 얼마나.

수학점수 하나로 안 냄. 위원들이 서술평가.

가문 법무팀은 객관성 부족이라 비판. 귀족원은 작위 자체가 단순 수치권리가 아니라고 답.

결국 박빙.

표결 직전 마라는 도렌에게 말했다. “유지돼도 끝난 게 아닙니다.”

“알아.”

이번에는 진심처럼 들렸다.

결과는 다음날 황실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가문원들은 밤새 기다렸다. 구조단은 평소대로 야간교대에 들어갔다. 심사와 상관없이 항로에는 사람이 있었다.

8년 동안 가장 크게 변한 건 도렌 개인이었다. 처음에는 귀족원 심사관에게 숫자로 이기려 했다. 기부액. 구조척수. 학생수. 마지막 해에는 현장보고에서 숫자보다 유지계획을 먼저 물었다. “내가 없어도 이 계약 계속됩니까?”

구조책임자가 답했다. “헌장개정이 통과돼서 당주 혼자 못 없앱니다.”

도렌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작위를 지키는 방법을 배운 건지, 공공책임을 이해한 건지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둘이 동시에일 수도 있다.

최종심사 직전 카르마인 그룹 이사회는 가문 개선사업을 회사 홍보에 쓰자는 제안을 또 냈다. 도렌이 직접 거부했다. 예전의 그라면 승인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라가 회의 뒤 말했다. “조금 늦었네요.”

“알아.”

형제 관계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적어도 같은 문제를 보게 됐다.

귀족원 감사위원은 가문이 최근 8년 동안 보여준 개선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한 줄을 붙였다.

[지속성은 심사기간 이후에야 증명된다.]

도렌은 그 문장을 가장 싫어했다. 8년을 했는데도 아직 증명이 아니라고.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작위가 장기책임이라는 설명이 성립했다.

최종심사 직전 카르마인 내부에서는 ‘작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구성원들에게 익명으로 물었다. 답은 예상보다 갈렸다. 가문의 명예. 선대와의 약속. 공공사업 신뢰. 사회적 네트워크. 혼인. 그냥 전통. 필요 없음. 도렌은 ‘필요 없음’이 21퍼센트나 나온 데 충격을 받았다. 마라는 오히려 적다고 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작위보다 공공사업과 가문 네트워크를 더 중요하게 봤다. 작위를 지키려는 8년 동안 가문 자체가 이미 변하고 있었다.

귀족원은 이 설문을 심사점수에 넣지 않았다. 작위 인기투표가 아니니까. 다만 가문 내부가 현재 작위를 어떤 기능으로 이해하는지 참고했다. 최종청문회에는 구조단 직원도 증언했다. 가문원이 아닌 베르단계 현장책임자였다.

“최근 8년은 좋아졌습니다.”

위원이 물었다. “작위가 유지돼야 합니까?”

“그건 제 일이 아닙니다.”

“카르마인이 책임을 계속할 것 같습니까?”

그는 잠깐 생각했다.

“지금 구조로는 당주 한 명이 쉽게 없앨 수 없습니다.”

좋은 평가였다.

학교협약을 맡은 지역대학 총장도 나왔다.

“카르마인 이름 없이도 지원이 유지됐습니다.”

위원이 물었다. “그게 왜 중요합니까?”

“광고사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도렌의 표정이 복잡했다. 자기 가문 이름이 안 보이는 게 심사에는 오히려 장점이었다.

귀족원은 과거 20년과 최근 8년을 따로 평가했다. 과거 하락은 분명했다. 최근 개선도 분명했다. 질문은 하나였다. 작위를 유지할 정도로 회복했는가. 일부 위원은 찬성했다. 제도가 행동을 바꿨고, 강등보다 유지가 개선을 보상한다는 논리였다. 다른 위원은 반대했다. 8년은 심사를 위한 회복일 수 있고, 장기책임은 더 긴 시간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도렌은 결과를 기다리면서 처음으로 작위 없는 가문 시나리오를 읽었다. 회사. 유지. 재단. 유지. 공인가문 등록. 유지. 의전·사회지위. 감소. 생각보다 세상이 안 끝났다. 그 사실이 그를 더 불편하게 했다. 작위가 정말 필수였다면 잃는 공포가 더 명확했을 텐데.

표결 결과는 강등 권고였다. 근소한 차이. 도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마라가 먼저 일어났다.

“이제 황실 재가가 남았습니다.”

그 밤 구조단은 평소대로 야간교대에 들어갔다. 가문회의실만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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