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21화 — 강등 권고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카르마인 공인가문은 선대가 작위를 얻을 때까지 오래 걸렸다. 돈은 이미 많았다. 작위만 없었다. 초기에는 돈으로 학교를 세우고 구조재단에 기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제국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항로사고 때 실제 구조선이 움직였는지. 학교가 20년 뒤에도 남았는지. 위기 때 경영진이 책임을 피하지 않았는지. 그런 걸 봤다. 선대는 30년 넘게 바꿨고, 결국 낮은 작위를 받았다. 후대는 그 과정을 역사수업처럼 배웠다.
그리고 다시 비슷한 실수를 했다. 현재 당주 도렌 카르마인은 억울해했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공익기부를 두 배로 늘렸습니다.”
귀족원 심사관이 물었다. “구조선 가동률은요.”
“민간구조회사와 계약했습니다.”
“가문 구조선단은.”
“비용효율이 낮았습니다.”
맞다. 직접 구조선단은 비쌌다. 민간계약은 더 싸고 빠를 때도 있었다.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카르마인 작위가 처음 인정될 때 ‘위기 때 자기 가문이 직접 책임을 지는 항로구조체계’를 장기공적의 핵심으로 인정받았다는 것. 그 기능을 없애고 계약으로 바꾸려면 작위심사에서도 그 변화의 가치를 다시 봐야 했다.
◆학교도 비슷했다. 선대가 세운 기술학교 17곳. 현재 9곳. 나머지는 지역정부나 재단에 넘김. 학생 입장에서는 더 잘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귀족원은 폐쇄 자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대신 가문이 그만큼 다른 공공책임을 새로 맡았는지 봤다. 없었다. 기부는 많았다. 이름 붙은 건물도. 도렌은 말했다. “공공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인 기관에 넘긴 게 왜 잘못입니까?” 심사관은 답하지 않고 질문을 바꿨다.
“그렇다면 현재 카르마인 가문이 작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회사 규모? 기부액? 역사? 어느 것도 단독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도렌의 법무팀은 선대 60년 공적을 강조했다. 귀족원은 현재 20년 실적을 강조했다. 과거공적을 무효로 보진 않았다. 다만 작위가 영구상장도 아니다. 가문 내부에서도 싸움이 났다. 젊은 구성원 일부는 작위에 집착하지 말자고 했다.
“회사 잘되면 됐지.”
원로들은 반대. 카르마인 이름이 상업권에서 갖는 신뢰. 혼인. 정치. 사회적 네트워크. 작위는 실제 가치가 있었다.
도렌의 누나인 마라 카르마인은 더 강경했다. 그녀는 재단 운영을 오래 맡아왔다.
◆“기부는 책임입니다.”
젊은 조카가 반박했다.
“돈 내면 끝나는 책임이요?”
가문회의가 언론에 일부 유출됐다. 주가는 잠깐 흔들렸다. 귀족작위 심사와 회사재무는 별개지만 시장은 연결한다. 카르마인 그룹은 긴급공시. 작위심사는 회사영업권·계약과 무관. 맞다. 그래도 브랜드. 은행들은 대출조건을 바꾸지 않았다. 법적으로 작위는 담보가 아니다. 과거보다 귀족사회가 금융과 덜 붙어 있었다. 귀족원은 즉시 강등하지 않았다. 8년 개선기간. 기준. 구조·공공안전·교육·지역행정 중 최소 두 영역에서 가문 자체의 장기책임 기능을 다시 세울 것. 단순 일회성 기부는 평가에서 제외.
도렌은 받아들였다.
“8년이면 충분합니다.”
아틀라스 기준으로 짧은 시간. 카르마인 핵심 구성원도 대부분 장수종. 그런데 가문 직원과 구조선 승조원은 모두 아틀라스인이 아니었다. 계약직. 로하르. 베르단. 네리안. 8년은 그들에게 직장경력의 큰 부분.
가문은 서둘러 구조선단 재건안을 발표했다. 귀족원은 바로 경고했다. 심사를 위한 급조조직이면 오히려 감점. 실제 필요와 지속성. 도렌이 불쾌해했다.
◆“그럼 뭘 하라는 겁니까.”
마라가 말했다. “원래 해야 할 걸 하라는 거겠죠.” 가문회의에서 처음으로 원로와 당주가 공개충돌했다. 황제에게는 아직 재가할 일이 없었다. 귀족원 절차. 나는 자료만 받았다. 나이아가 물었다. “개입하십니까?”
“왜.”
“카르마인은 상업권 영향력이 큽니다.”
“그래서 더 귀족원이 해야지.”
황제가 미리 방향을 주면 심사 의미가 없다. 카르마인은 8년을 얻었다. 작위를 지키는 데 돈보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바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르마인의 구조선단이 왜 줄었는지를 들여다보면 도렌의 주장에도 근거는 있었다. 선대 시절 가문이 직접 운영하던 구조함은 노후화됐고, 민간구조회사들은 더 빠르고 값쌌다.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항로를 커버할 수 있었다. 귀족원 심사관도 그 계산을 부정하지 않았다.
“직접운영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도렌이 바로 물었다. “그럼 왜 감점입니까?”
“직접운영을 없앤 뒤 가문이 맡은 책임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간회사에 돈을 내고 계약한 것과 장기 공공책임을 떠맡는 건 다르다. 계약이 수익 안 나면 종료될 수 있다. 가문이 받았던 명예는 바로 그때도 남겠다는 약속에서 왔다.
◆도렌은 그 구분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현대시장에서 더 효율적인 방식을 쓰면 오히려 손해. 귀족원은 방식이 아니라 지속책임을 보겠다고 반복했다. 직접선단을 유지해도 되고, 민간과 합작해도 되고, 다른 공공기능을 맡아도 된다. 무엇을 하든 위기 때 ‘계약이 끝났습니다’라고 사라지지 않으면 된다. 기술학교 17곳이 9곳으로 줄어든 이유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몇몇은 지역정부가 더 잘 운영했다. 교사 처우도 좋아졌다. 그런데 카르마인 재단이 학교를 넘기면서 확보한 자금을 대부분 금융투자에 돌렸다. 수익은 늘었다. 새 공공사업은 적었다.
마라는 이 부분을 가장 세게 비판했다.
“우리가 학교를 잘 넘긴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 뒤 편해졌습니다.”
도렌은 가문재산을 키우는 것도 미래 공공책임 준비라고 했다.
“언젠가 큰 사고가 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마라가 답했다. “언젠가만 기다리다 지금 아무것도 안 하면요?” 가문회의는 처음으로 외부평가자를 불렀다. 오르텐 구조재단. 메랄 교육재단. 카르마인과 이해관계 없는 전문가들.
평가결과는 가혹하지 않았다. 카르마인 재정. 매우 건전. 기업분리. 보통. 공공책임. 약화. 위기대응 준비. 자금은 충분, 실행조직 부족. 도렌은 마지막 항목에 화가 났다.
◆“돈이 있으면 바로 사람을 사면 됩니다.”
베르단계 구조전문가가 말했다. “재난 때 처음 만난 사람들로 구조체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훈련. 신뢰. 지역지식. 평소에 필요하다. 도렌은 구조업을 너무 금융처럼 봤다. 자금이 있으면 자산을 사서 바로 운영할 수 있다고. 사람과 조직은 다르다. 이 논쟁이 가문 밖으로 알려지자 카르마인 그룹 직원들도 의견을 냈다. 일부는 작위 유지 때문에 회사가 공익비용을 떠안을까 걱정. 다른 일부는 가문 이름이 회사신뢰에 도움됐으니 어느 정도 책임이 맞다고 봄.
기업노조는 회사돈을 작위유지에 쓰지 말라고 공식성명. 도렌은 동의했다. 가문재단과 회사회계를 더 분리. 이건 강등심사와 상관없이 필요한 변화였다. 귀족원 개선기간 8년이라는 숫자도 논쟁이 됐다. 왜 8년. 카르마인 아틀라스 구성원에게는 짧다. 단명종 직원에게는 길다. 귀족원은 ‘한 번의 예산주기나 행사로 만들 수 없고, 동시에 무기한 유예도 아닌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숫자는 아니다.
가문 내부 젊은 직원 하나가 말했다. “우리는 8년 동안 실적을 만들고 나면 또 다른 당주가 와서 다 없앨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헌장개정까지 요구됐다. 공공책임 핵심사업을 당주 단독으로 폐지할 수 없게. 가문회의 3분의 2 승인. 도렌은 자기 권한이 줄어드는 걸 싫어했다. 그래도 통과. 강등심사가 아직 끝나기도 전에 제도가 바뀌고 있었다. 작위를 잃을까 봐 시작한 개혁이긴 하다. 동기가 깨끗해야만 제도가 작동하는 건 아니다.
◆황실 귀족담당관이 나에게 물었다. “가문이 심사를 통과하면 성공이라고 보십니까?”
“그건 귀족원이 판단하지.”
“제도 전체로는.”
나는 자료를 봤다. 직접 답하기 어려웠다. 작위 하나를 지키기 위해 실제 구조·교육이 좋아진다면 효과는 있다. 그렇다고 평생 심사점수만 보고 공공사업을 하면 또 이상하다. 카르마인 8년은 그 경계를 시험하는 기간이 됐다. 8년 개선기간 첫날 카르마인 회관 밖에는 기자보다 가문 직원이 더 많았다. 작위가 실제로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 일자리도 위험한지 묻는 사람들이었다. 도렌은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가문심사와 고용은 별개입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개선사업 때문에 오히려 구조·교육 인력은 늘었다. 작위를 지키려는 과정이 직원 생계를 협박하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은 건 중요했다. 8년 개선기간 첫날 카르마인 회관 밖에는 기자보다 가문 직원이 더 많았다. 작위가 실제로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 일자리도 위험한지 묻는 사람들이었다. 도렌은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가문심사와 고용은 별개입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개선사업 때문에 오히려 구조·교육 인력은 늘었다. 작위를 지키려는 과정이 직원 생계를 협박하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은 건 중요했다. 카르마인 개선기간을 지켜본 다른 가문들은 자기 장기책임을 처음으로 ‘누가 없어져도 남는가’라는 기준으로 점검하기 시작했다. 당주 개인기부나 유명세에 기대는 사업이 생각보다 많았다. 귀족원 심사 하나가 여러 가문의 후계구조까지 흔들었다.
심사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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