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01화 — 스물일곱 해 뒤

별의 제국 · 201 / 29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27년 뒤. 세라나 중앙역 출근시간. 열차가 2분 늦었다. 사람들은 황제를 욕하지 않았다. 철도회사를 욕했다. 좋은 변화일지도 모른다.

나는 공식방문이 아니라 비공개 시찰에 가까운 일정으로 세라나에 와 있었다. 황제 이동을 완전히 숨길 순 없지만, 역 전체를 비우지는 않았다. 근위가 몇 칸만 통제했고 나머지 승객은 평소처럼 이동했다. 차량 맞은편에 로하르계 노인이 앉아 있었다. 처음 세라나로 이주한 세대일 가능성. 옆에는 아틀라스-벨로아 혼혈가족. 다른 쪽에는 기계신체를 쓰는 세레프계 준시민. 누구도 서로를 오래 보지 않았다.

익숙하니까.

27년 전 학교에서 “세라나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던 아이를 찾을 생각은 없었다. 그 아이 하나를 상징으로 만들 필요도 없다. 대신 같은 학교를 다시 갔다. 건물은 두 동 늘었다. 운동장은 지붕 아래. 중력조절 체육관. 학생 수. 세 배.

교장은 바뀌었다. 예전 교사는 은퇴. 새 교장. 라사드계. 완전시민권.

황제가 교실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놀랐다. 예전보다 덜. 왜. 황제 영상. 항상.

학생 하나가 물었다. “폐하는 왜 아직도 젊어요?”

교사가 당황.

“장수종이라서.”

내가 답.

다른 학생.

“저희 할아버지가 폐하 처음 세라나 왔을 때 봤대요.”

“그래?”

“그때도 똑같았대요.”

교실 웃음.

나도 웃음.

시간점프는 국가에는 숫자. 사람에게는 할아버지.

세라나는 이제 프런티어 행정국 관할보다 일반 정식령 행정비중이 더 높았다. 개척청 사무실은 축소. 도시청. 교육청. 복지. 교통.

에밀 라스는 탐사·개척청 부청장에서 사실상 운영총괄. 도리안 벨은 훨씬 위에서 장기정책만. 후계. 진행.

에밀은 세라나 출생. 이제 나이도 적지 않음.

“처음 세라나 이야기할 때는 제가 젊은 직원이었습니다.”

“지금은?”

“폐하보다는 젊습니다.”

그 답. 요즘 많이 듣는다.

도리안은 현장회의에 안 왔다. 의도적. 에밀이 맡음.

황제가 왔는데. 전임 수장이 안 옴. 예전이면 이상. 지금. 정상.

세라나 시청은 황실방문보다 주택용지 재조정 때문에 더 시끄러웠다. 젊은 시민들이 월세. 불만.

제국 정식령. 성공. 그리고 집값.

시장. 아틀라스계 2세. 선거로 당선. 가문 없음. 개척영웅 후손도. 아님.

그녀가 첫 보고에서 말했다. “폐하, 세라나는 이제 개척정책보다 주택정책이 더 중요합니다.”

좋음.

황실이 대형 토지공급? 가능. 하지만. 지역정부. 먼저.

나는 물었다. “필요한 게.”

“중앙교통투자 승인. 나머지는 저희가 합니다.”

승인권. 예산. 검토.

황제가 도시를 직접 설계. 안 함.

거리.

옛 개척기념관. 관광객 적음. 시장. 붐빔.

첫 정착선 모형. 먼지.

안내원. 학생단체.

“이때는 인구 2억도 안 됐습니다.”

학생.

“진짜?”

지금. 훨씬.

역사.

세라나 출신 군인. 관료. 기업가. 예술가.

프런티어라는 단어. 점점. 과거.

황궁으로 돌아가는 길. 나이아가 보고.

“시민권 청문회 준비 완료.”

세라?

세라는 이제 수석비서관 직함을 나이아에게 넘긴 상태였다. 27년 사이.

세라. 황실수석고문. 출근. 매일? 아님.

나이아가 비서실 책임.

처음엔. 내가 어색.

이제. 익숙.

“세라는.”

“오늘 안 옵니다.”

“왜.”

“고문은 매일 출근하는 직책이 아닙니다.”

맞다.

황궁 도착. 내 책상. 예전 세라 방식. 아님. 나이아. 서류배치. 더 간결.

시민권 청문회 파일. 한쪽.

표지.

[2세대·3세대 시민권 및 복수귀속 개정.]

27년.

밖에서 만난 학생들. 곧. 성인.

법은. 따라가야.

나이아가 말했다. “내일 3시간 30분으로 줄였습니다.”

“원래.”

“5시간.”

“좋네.”

“세라 고문은 3시간도 길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나는 창밖을 봤다. 아우렐리움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많이 바뀌었다.

27년이라는 시간은 황제에게는 길다고 말하기 애매했다. 하지만 세라나 중앙역에서 그 시간을 가장 먼저 보여준 건 광고였다. 예전에는 개척주택, 이주지원, 광산·관문 일자리가 벽을 채웠다. 지금은 대학원, 보험, 지역공연, 육아서비스, 여행상품. 개척민을 모으는 도시가 아니라 이미 사는 사람에게 뭔가를 파는 도시.

역 밖 첫 건물도 바뀌었다. 초기 개척청 임시청사. 한때 모든 허가가 몰렸던 곳. 지금은 도서관과 지역기록관. 옛 시장실은 열람실. 시민들은 그 건물이 과거 회사본부였다는 걸 안내판을 보고 알았다. 하르모스와 비슷한 변화. 공간은 남고 기능은 바뀐다.

세라나 시청에서 젊은 시장은 주택지도를 보여줬다. 최근 10년 집값 상승. 교통개선. 학생인구. 제국 핵심성계 기업들이 지사를 옮기며 수요가 늘었다.

“중앙이 더 땅을 풀면.”

내가 말하자 시장이 고개를 저었다.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교통과 학교가 먼저입니다.”

황제가 바로 땅 공급 명령을 내리면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 병목은 다른 곳.

“그럼 중앙교통 예산.”

“그게 필요합니다.”

예산심사는 황제명령으로 끝내지 않았다. 재무원. 상원 지역위원회. 교통부. 3개월. 시장 입장에서는 길다. 하지만 자료가 쌓였다. 결국 승인. 황제가 처음 듣고 3개월 뒤. 내 시간감각으로 짧음. 시장에게는 한 분기. 그 차이를 이제는 일정표에서 따로 표시했다.

세라나의 다종족 학교에서는 또 다른 변화를 봤다. 예전에는 언어지원반이 별도. 지금은 일반교실 안에 자동통역과 선택언어 수업이 들어가 있었다. 로하르계 학생이 수학을 제국어로 듣고 쉬는 시간에는 로하르어로 친구와 대화. 라사드계 학생은 부모 언어를 거의 못 함. 교사는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한 학생은 종족란에 ‘혼합’ 대신 네 개 계통을 따로 적었다. 행정시스템이 받아줬다. 27년 전이라면 수동처리. 그 사이 이미 내부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법 전체를 정리하기 전에 생활이 먼저 밀어붙인 결과.

학교 급식도 재미있었다. 종족별 영양요구가 다르니 메뉴가 17종. 아이들은 그중 자기 종족식만 먹지 않았다. 맛있는 걸 바꿔먹었다. 영양교사가 싫어했다.

“표준섭취량이 망가집니다.”

아이들은 신경 안 씀. 결국 알레르기·필수영양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선택식. 정책이 아이들한테 졌다.

황제가 학교에 온다는 소식 때문에 교사들이 행사준비를 너무 많이 한 흔적도 보였다. 벽 장식. 합창. 황제연혁. 나는 교장에게 물었다. “평소에도 이래?”

교장이 솔직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럼 다음엔 하지 마.”

아이들은 좋아했다. 교사는 더 좋아했다.

시찰 마지막에는 세라나 지역병원을 갔다. 병원장. 베르단계 완전시민. 제국에서 의대. 칼리스테르 교환연수. 네리안 의료기기 사용. 이력 하나에 지난 수십 년 외교가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환자에게는 그냥 병원장.

병원 대기실에서 한 노인이 나를 보고 일어나려 했다.

“앉아 있어.”

그는 로하르계 1세대 이주민이었다.

“폐하 처음 세라나 왔을 때 저도 있었습니다.”

“그래?”

“그때는 병원 하나였죠.”

지금은 여러 곳. 그가 웃었다. “폐하는 그대로네요.”

이번에도. 나는 그냥 웃었다.

세라나 방문보고의 마지막 장은 황실 비서실이 아니라 에밀 라스가 작성했다. 결론. 개척청 단계축소. 주택·교육·교통 중심 전환. 중앙특례 일부 종료. 성숙도시 일반규칙 편입. 예전에는 특별지원이 자랑이었다. 이제는 특별취급을 끝내는 게 성공.

도리안 벨은 보고서에 승인 하나만 달았다. 황제에게 별도 의견 없음. 그가 자기 후계에게 실제로 넘겼다는 뜻.

아우렐리움으로 돌아온 날 나이아는 세라나 시찰요약을 11페이지로 줄여놨다.

“원본은?”

“842페이지입니다.”

“안 봐도 돼?”

“필요하시면.”

필요 없었다.

27년 전이라면 내가 세라나 인구·산업·정착률을 일일이 봤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시장의 주택요구와 학교 급식이 더 기억에 남았다. 도시는 숫자에서 생활로 넘어가 있었다. 세라나 시청을 떠나기 전 시장이 한 가지 부탁을 더 했다.

“다음 방문 때는 학교 말고 임대주택 건설현장도 보십시오.”

“왜.”

“아이들만 보면 도시가 좋아 보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다음 일정표에 넣으라고 나이아에게 보냈다.

다음 방문 때 나는 정말 임대주택 건설현장에 갔다.

학교보다 훨씬 덜 예뻤다.

공사먼지.

대기차량.

지연된 배관공사.

시민 민원.

시장 말이 맞았다.

현장책임자는 황제에게 멋진 설명을 준비하지 못했다. 대신 일정표를 보여줬다.

완공 8개월 지연.

이유는 지하교통망과 주거단지 공사가 겹쳤기 때문.

“누구 책임.”

“둘 다입니다.”

도시청과 중앙교통공단.

조정실패.

황제가 여기서 한쪽을 혼내면 쉬웠을 것이다.

대신 양쪽 책임자가 이미 공동조정안을 만들고 있었다.

완공 5개월 추가.

보상임대료.

입주자 우선순위 유지.

나는 승인할 일도 없었다.

시장은 마지막에 말했다.

“이런 것도 보셔야 세라나입니다.”

맞았다.

도시는 학교와 시장뿐 아니라 지연된 배관과 민원까지 포함한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