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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81화 — 41만 척의 이유

별의 제국 · 18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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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스테르 전쟁조정관 마르 케일과의 두 번째 통신은 첫 회담보다 짧게 예정돼 있었다.

실제로는 더 길어졌다.

그가 먼저 화면에 띄운 건 외교문서가 아니라 작전지도였다. 세부좌표와 무기배치는 지워져 있었지만, 41만 척 규모 함대가 왜 그곳에 모였는지는 처음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분쟁경계 안쪽에는 루멘 등록국 셋이 얽힌 오래된 내전권이 있었다. 정규정부는 무너진 지 오래였고, 그 잔여함대 일부가 민간선으로 위장해 항로를 공격하면서 주변국의 요청이 쌓였다. 칼리스테르는 루멘 조정회 승인 아래 대규모 소탕작전을 맡았다.

“41만 척이 필요한 상대인가?”

마르 케일은 바로 대답했다.

“상대 함대만을 상대한다면 필요 없다.”

“그럼.”

“작전구역이 넓다. 고리망 우회로를 동시에 차단해야 한다.”

지도에서 수십 개의 접근축이 표시됐다. 하나의 전투가 아니라 항성권 수백 곳을 동시에 봉쇄하고 검사하는 작전이었다.

라울이 옆 화면에서 자료를 넘겼다.

“제국이라면 함대 숫자를 더 줄이고 고리망 출입구부터 막았을 겁니다.”

칼리스테르 측은 그 말을 번역받고 잠깐 멈췄다.

마르 케일이 말했다.

“우리는 단일접근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

말투는 평범했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아틀라스식 전역 설계와 칼리스테르식 설계가 처음으로 직접 비교됐다.

첫 쟁점은 임시 군사통제선이었다.

《머나먼 등불》 사건처럼 외부민간선이 들어오지 않게 하려면 통제선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공개범위가 너무 넓으면 작전대상도 함대 이동축을 읽을 수 있다.

마리안은 중간안을 냈다.

정확한 선이 아니라 위험등급만 공개한다.

외국 민간선에는 ‘진입 금지’와 안전우회축만 보이고, 군사통제선 원형좌표는 루멘 중재망에 암호화해 예치한다. 사고가 나면 사후검증 가능.

칼리스테르 군사대표가 반대했다.

“우회축 자체가 우리 작전방향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럼 민간선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작전기간 중 해당 권역 접근을 피한다.”

마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항성권 수백 곳을 이유도 없이 비우라는 건 민간항로 입장에서는 사실상 폐쇄입니다.”

협상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결국 통제선을 세 단계로 나눴다.

위험권.

접근유예권.

즉시이탈권.

가장 안쪽 정보만 비공개.

외국 민간선은 바깥 두 층만 봐도 우회할 수 있게 했다.

군은 더 민감한 문제를 따로 다뤘다.

제국 전단과 칼리스테르 대함대 사이 최소거리.

현재는 충분히 멀었지만, 양쪽 장거리센서가 서로를 계속 비추고 있었다.

아델라인이 보고했다.

“저쪽이 우리 전단의 함급을 꽤 정확하게 잡고 있습니다.”

“우리도?”

“숫자는. 세부 상태는 덜 정확합니다.”

칼리스테르 센서기술이 한 단계 위일 가능성.

오르테가 쪽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론.

반대로 제국 전단은 자기보다 열 배 넘게 큰 함대 옆에서 유지·보급상태를 거의 떨어뜨리지 않고 있었다. 칼리스테르 관측반이 그 부분에 관심을 보인 흔적도 확인됐다.

서로 다른 걸 보고 있었다.

마르 케일이 직접 물었다.

“귀측은 현재 전단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

“왜.”

“대치가 길어질 수 있으므로.”

라울이 답했다.

“현재 규모면 제한 없음에 가깝습니다.”

정확히 무한은 아니다.

그런데 제국 본토에서 가까운 편이고 보급망도 정상이다. 수년 단위로 유지 가능.

칼리스테르 쪽에서 통신 지연이 조금 길어졌다.

그들의 41만 척은 강했지만 군사작전 중이었다. 탄약·정비·교대주기가 있고, 작전목표가 끝나면 흩어져야 한다.

제국은 지금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이런 차이가 장기대치에서는 의미가 있다.

반대로 칼리스테르가 제국 전단을 얼마나 일찍 봤는지도 확인됐다.

우리가 초광속에서 빠져나오기 11초 전부터 접근축을 추적.

제국 센서는 칼리스테르 동급함선을 4초 전쯤 잡는다.

7초 차이.

전투에서는 길다.

아델라인 표정이 좋아지지 않았다.

“저 기술이 필요합니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무슨 쇼핑하듯 말하지 마십시오.”

“연구하자는 뜻입니다.”

둘 다 맞았다.

칼리스테르가 제국에 요구한 것도 있었다.

초대형 함대 보급모듈 자료.

그들은 우리가 3만 척을 거의 움직임 없이 유지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다.

제국이 공개한 건 민간형 군수컨테이너와 정비일정 알고리즘 일부뿐.

핵심 군수망은 안 줬다.

상대도 센서핵심은 안 준다.

첫 직접 군사협력은 기술교환이라기보다 서로 무엇을 숨기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통신 마지막에 마르 케일이 물었다.

“귀측은 우리 작전이 끝날 때까지 현장전단을 유지할 것인가.”

“《머나먼 등불》 데이터 중재가 끝날 때까진.”

“그 뒤.”

“필요 없으면 줄이지.”

그가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칼리스테르식 제스처인지 몰랐다.

“합리적이다.”

“자네들도?”

“작전 종료 후 대부분 철수한다.”

회의가 끝난 뒤 아델라인은 칼리스테르 함대 분석을 계속했다.

마리안은 외교안전선을 정리했다.

오르테가는 11초 조기감지 자료에 매달렸다.

나는 상황실 가운데 있는 큰 지도를 봤다.

제국 전단 3만.

칼리스테르 41만.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차이.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 할 일이 달랐다.

그날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41만 척이 우리를 향해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칼리스테르와의 첫 군사투명성 회의가 끝난 뒤, 본토에서는 예상과 다른 논쟁이 시작됐다.

“41만 척이 우리 근처에 있었는데 왜 국민에게 즉시 공개하지 않았느냐.”

황실은 함대 숫자를 확인한 직후부터 상원 군사위원회와 관련 정부에는 알렸지만, 일반공개는 19시간 늦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처음 잡힌 숫자가 실제 작전함대인지, 여러 항로 신호가 겹친 것인지 검증이 필요했다.

강경언론은 은폐라고 했다.

에일린은 브리핑에서 원자료를 공개했다. 첫 추정치는 27만~58만 척. 41만은 두 번째 분석 뒤 나온 값.

“처음부터 41만이라고 발표했다가 틀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사건 뒤 대규모 외국함대 관측기준이 하나 추가됐다.

확정 전에는 범위로 발표한다.

숫자 하나가 정치가 되기 전에 오차부터 보여준다.

칼리스테르 내부에서도 아틀라스가 뉴스였다.

루멘 공개망에 번역된 칼리스테르 기사들은 제국을 ‘수도중심의 장수 군주국’, ‘대규모 생산형 함대국가’, ‘보호관계 확대가 빠른 신흥 등록국’으로 설명했다.

어떤 분석은 정확했다.

어떤 건 이상했다.

[아틀라스 황제의 평균 재위 예상기간 600년 이상.]

근거가 무엇인지 몰랐다.

세라가 기사를 보고 말했다.

“폐하께 오래 사시라는 압박이 생겼습니다.”

“싫은데.”

“그쪽에서는 국가예측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황제가 오래 사는 게 외교상대의 전략계획에 들어가는 시대.

카르 때부터 알았지만 규모가 더 커졌다.

칼리스테르 연구기관 하나는 제국의 보급능력을 공개자료만으로 역산했다.

결론은 실제보다 낮았다.

군이 안도할 일은 아니었다.

공개자료만으로도 이 정도까지 본다는 뜻.

제국도 칼리스테르 함대의 보급선 비율을 분석했다.

전투함 비중은 높고, 수리모듈이 전단마다 독립.

반면 대규모 중정비는 몇 개 후방결절에 집중.

전쟁이 길어지면 그 후방거점이 중요해질 가능성.

아델라인은 지도에 표시만 했다.

공격계획은 만들지 않았다.

마리안이 확인했다.

“정말 없습니까?”

“방어분석은 공격분석과 같은 지도를 씁니다.”

외교관에게 별로 안심되는 답은 아니었다.

베르단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가장 불편한 위치였다.

자기 국경 바로 바깥에 칼리스테르 대함대.

조금 떨어져 제국 전단.

베르단 의회에서는 제국과 방위협정을 강화하자는 안까지 나왔다.

정부는 거부했다.

“현재 위협은 베르단을 향하지 않는다.”

마르엔 사건 뒤 제국과 관계가 좋아졌다고 해서 바로 보호관계로 들어갈 이유는 없다.

대신 센서자료 공유만 확대.

제국도 더 요구하지 않았다.

베르단이 불안하다고 바로 보호국 제안을 던지면, 몇십 년 쌓은 정상관계를 다시 종속협상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칼리스테르의 41만 척 작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6개월.

9개월.

일부 전단은 교대했고 일부는 그대로.

제국 현장전단도 교대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양쪽 군인들이 상대 함대의 교대주기까지 익숙해졌다.

칼리스테르 함대가 3만 척 빠지면 제국 감시실에서 “정기교대”라는 태그가 먼저 붙었다.

반대로 제국 보급선단이 오면 칼리스테르도 경계단계를 올리지 않았다.

군사적 익숙함.

좋을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

익숙함 때문에 진짜 변화를 놓칠 수 있으니까.

에일린은 ‘정상패턴’ 자체를 의심하는 별도팀을 붙였다.

그 팀이 첫 이상을 잡은 건 작전 11개월째였다.

칼리스테르 보급선 비율이 갑자기 줄었다.

전투함은 그대로.

일반적으로는 공세 직전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보였다.

상황실 경계가 올라갔다.

그런데 40분 뒤 이유가 나왔다.

후방 보급결절에서 대형 사고.

보급선들이 구조하러 빠진 것.

제국 군은 경계단계를 내렸다.

칼리스테르는 사고정보를 먼저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기밀 때문.

그 결과 양국 사이 긴장이 잠깐 올라갔다.

마르 케일과 나는 다음 통신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후방사고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나.”

“귀측도 모든 군수사고를 공개하는가.”

“아니.”

“그럼.”

끝.

서로 요구할 수 있는 투명성에도 한계가 있다.

그 대신 ‘상대 함대를 향한 비정상 배치변화가 사고·훈련 때문일 경우 가능한 범위에서 통지’라는 모호한 문구를 만들었다.

법률가는 싫어했다.

군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41만 척의 이유를 알게 된 뒤에도 숫자는 여전히 컸다.

하지만 처음처럼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사람은 이유를 알면 숫자를 다르게 본다.

상황실 한쪽에서 젊은 분석관이 칼리스테르 함대 이동선을 평소처럼 갱신했다.

다른 화면에는 아우렐리움 식량가격 보고서가 떠 있었다.

둘 다 같은 색의 업무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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