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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74화 — 중재판결

별의 제국 · 174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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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멘 중재판결은 4개월보다 조금 빨리 나왔다. 3개월 17일. 판결문 1,842페이지. 마리안이 첫 장을 보고 말했다. “루멘답군요.”

나는 요약본부터 읽었다.

경계선은 유효. 마르엔 탐사선의 진입은 불법. 베르단의 선박억류도 적법. 여기까지는 제국에 불리했다. 대신 베르단은 생명유지 이상을 확인한 뒤에도 영사·기술접근을 과도하게 제한했고, 자국 규정만으로 외국민간선의 긴급기술지원까지 막은 건 경계관리권을 넘어섰다고 판단됐다. 사망피해 책임. 마르엔 45. 베르단 35. 제국 민간지도 갱신지연 20. 숫자로 나눴다. 누가 63명의 몇 퍼센트를 죽였다는 뜻은 아니다.

배상과 비용분담용.

본토에서 바로 반발했다.

“우리 시민이 죽었는데 우리가 20퍼센트 책임?”

루멘은 설명했다. 제국 외교원이 새 경계자료를 7개월 전에 받았고, 민간항로망 반영주기를 그대로 둔 것. 맞다. 황실도 부인 못 함.

베르단 쪽도 화났다.

“불법침범자 구조책임까지 우리가?”

자기 관할에서 억류한 순간 생명안전 책임도 일부 생긴다는 판정. 그것도 맞다. 양쪽 다 기분 나쁨. 마리안이 말했다. “중재가 제대로 된 것 같군요.”

배상. 마르엔 협동조합이 가장 많이. 베르단 정부. 그다음. 제국은 민간지도 갱신 실패분에 대한 국가보상. 유족에게 세 곳에서 돈이 온다. 복잡.

메린 사아는 보상금을 받았다. 황실기부? 안 함. 기자에게 한마디.

“돈은 애들 키우는 데 씁니다.”

그걸로.

루멘은 제도개선도 명령했다. 모든 등록경계 변경은 민간항로망에 72시간 이내 반영. 긴급경계는 즉시. 경계억류 선박에서 생명유지 이상 발생 시 영사·기술접근을 증거보존보다 우선. 양국뿐 아니라 제4관리권역 전체 권고기준.

아틀라스가 요구한 건 아니었다. 베르단도. 사건이 판례.

마르엔 협동조합은 벌금보다 더 큰 걸 잃었다. 탐사면허. 5년 전면정지. 일부 고위험탐사권. 10년.

회사 주가. 폭락. 협동조합 조합원. 손실.

직원 40만. 전부 범죄자 아님. 정부는 회사 살리기 위한 특별대출 안 함. 진행 중 계약을 다른 탐사업체에 공개매각. 직원 일부 이동.

마르엔은 결국 축소회생. 완전파산은 안 함.

테론 바이스는 제국 법원에서 별도재판. 혐의. 안전규정 위반. 항로경고 은폐. 업무상 중대과실. 63명 사망과 직접 인과는 법정에서 다시 따짐.

검찰은 최고형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가 화재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베르단 기술지원 지연을 통제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경고를 알고 들어갔고, 본사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유죄. 탐사면허 영구박탈. 장기 자유형. 피해배상 책임 일부.

법정 마지막 진술. 테론은 말했다. “17분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문장이 본토망에 많이 퍼졌다. 민간탐사자들에게. 더.

‘17분 규칙’ 같은 새 법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세라가 보고서에서 지웠다. 피해자 사건 하나를 이름붙여 규칙으로 만드는 습관. 필요 없음. 대신. 경계경고 수신 즉시 자동기록. 본사·제국항로망 동시전송. 함장이 숨길 수 없게.

성과급 구조도 바뀌었다. 발견보너스보다 안전경고 위반 감점이 더 크게. 보험료도. 회사마다.

시장인센티브. 법보다 빠를 때 있다.

베르단과 제국 관계는 끊기지 않았다. 중재 직후 양국 외교관계는 오히려 더 명확. 누가 잘못했는지. 판결문.

베르단 국경청 담당국장은 내부감사에서 중징계. 형사범죄? 아님. 비상기술지원 판단지연. 직위해제.

현장 엔지니어. 외부기술지원 필요를 먼저 보고한 사람. 승진. 베르단 사회도 자기 방식으로 사건을 기억.

본토 강경파는 중재판결을 “제국굴욕”이라고 불렀다. 베르단 강경파는 “외국압력에 굴복”이라 했다. 양쪽 신문 제목을 한 화면에 놓으면 거의 대칭이었다.

루멘 조정회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등록국 둘 사이 광산세 분쟁. 우리 사건은 끝났다는 뜻. 63명 가족에게는. 끝나지 않았지만.

황궁 제0분석실도. 외교원도. 다음 업무.

메린 사아가 남편 유품을 받는 데는 판결 뒤 두 달이 더 걸렸다. 베르단 증거보존 절차 때문. 작은 공구함. 작업복. 낡은 음성단말. 그녀는 배송확인서에 서명하고 문을 닫았다.

판결문 1,842페이지 중 본토 시민이 가장 많이 읽은 건 17페이지짜리 요약본이었다. 그중에서도 45·35·20 숫자만. 언론은 원그래프로 만들었다. 마르엔 45. 베르단 35. 제국 20. 유족단체는 화냈다.

“사람 죽음을 원그래프로 만듭니까?”

방송사 일부는 그래프를 내렸다. 일부는 유지.

루멘 중재원은 책임비율이 형사책임이 아니라 손해배상·절차개선용이라고 여러 번 설명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숫자를 도덕점수처럼 읽었다.

베르단 정부는 35퍼센트 책임을 수용하면서도 한 문장을 붙였다.

[국경침범의 선행책임은 아틀라스 민간선에 있다.]

제국 정부도.

[영사접근 지연책임이 판정됐다.]

각자 자기 유리한 부분. 정상.

마리안은 공동성명을 따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양국이 판결전체 수용. 재발방지. 유족배상. 그 정도. 베르단 동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가 물었다. “누가 더 잘못했습니까?”

마리안.

“판결문 읽으십시오.”

베르단 장관.

“1,842페이지입니다.”

기자.

“그래서 묻는 겁니다.”

회의장에 웃음 조금.

배상절차는 판결보다 더 실무적이었다. 사망자 국적·소득·부양가족·수명차. 보상금 계산. 문제. 아틀라스인과 로하르인의 기대수명 차이를 소득손실 계산에 어떻게 반영. 기존 제국법. 수명비례 보상 일부.

유족단체는 같은 사고인데 종족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문제 제기. 법무원. 평생소득 손실은 다를 수 있음. 정신적 손해. 같이.

결국 두 층. 공통기본보상. 개인별 실제소득·부양 손실. 종족 그 자체가 자동가산/감산되지 않음.

이 판례가 다른 산업재해에도 적용.

로하르계 로엔 사아 가족은 기본보상+소득보상. 메린은 액수 공개 안 함.

마르엔 협동조합 재정. 큰 타격. 보험사가 일부. 그러나 안전규정 위반 때문에 보험사 구상권.

보험료. 업계 전체 상승. 안전등급 좋은 회사는 덜. 시장.

탐사업계가 정부에 보험료 지원 요구. 거부. 위험이 실제로 커졌다고 평가됐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게 맞음. 대신 공통경계망 데이터 무료개방. 안전투자로 보험료 낮출 기회.

베르단 쪽에서도 국경청 보험·배상기금 조정. 외국선 억류 중 사고. 국가책임.

루멘 제4관리권역은 72시간 경계갱신 기준을 권고가 아니라 등록표준으로 올렸다. 일부 작은 국가 반발. 시스템개선 비용. 아틀라스와 베르단이 공동기술지원. 사건당사국.

왜 우리가 남의 경계망까지. 제국 재무원 불만. 마리안.

“같은 오류로 또 우리 선박 잡히는 것보다 싸요.”

지원.

2년 뒤 등록국 73개 대부분 전환. 경계변경 지연. 크게 감소.

테론 바이스 재판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승조원이 그를 변호했다.

“무모했지만 우리를 여러 번 살린 사람.”

“회사도 똑같이 몰아붙였다.”

“이번만 떼어내면 안 된다.”

유족은 불편. 법원은 경력도. 범죄도. 같이 봄.

형량. 장기. 하지만 최고형 아님. 탐사면허 영구박탈이 그에게는 더 큰 처벌처럼 보였다. 선고 뒤 기자가 물었다. “다시 탐사하고 싶습니까?”

테론. 대답 안 함.

그는 수감시설에서 항법안전 교육자료 작성에 참여하겠다고 신청. 유족단체 일부 반대.

“사람 죽이고 강사?”

법무원. 공개강사 아님. 내부자료 자문. 승인.

그가 작성한 자료 중 한 문장.

[경고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전에는 경고가 맞다고 행동하라.]

너무 교훈적. 그래도. 테론이 직접 쓴 말. 교육자료에 남았다.

베르단 국경청 라코 민 엔지니어는 승진 후 제국-베르단 기술협력팀에 파견됐다. 몇 년 뒤 아우렐리움 방문. 기자가 그에게 영웅이라고 불렀다. 그가 답했다. “영웅이었으면 63명 죽기 전에 더 크게 싸웠겠죠.”

그 말도 기사.

사건 관계자들은 누구도 깔끔한 역할로 남지 않았다. 함장. 가해자이자 오랜 탐사자. 베르단. 법 집행자이자 지연책임자. 제국. 시민 보호자이자 지도갱신 실패자.

판결문이 길어진 이유. 아마. 그런 것들 때문이었다.

판결 뒤 첫 제국-베르단 공동훈련은 일부러 구조훈련으로 잡았다. 가상의 외국 민간선 냉각계 고장. 국경 안쪽. 증거보존 중. 이번에는 11분 만에 외부기술지원 승인. 베르단 기술자가 말했다. “너무 빨리 열어주는 것 아닙니까?”

라코 민이 대답했다. “지난번엔 너무 늦었습니다.”

훈련은 40분 만에 끝났다.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다. 그게 정상이었다.

중재판결은 외교원뿐 아니라 민간보험 약관도 바꿨다. 경계침범 경고를 무시하면 보험금 감액. 반대로 외국정부 억류 중 긴급기술지원이 지연돼 손실이 커진 경우에는 국가간 배상판결과 별개로 우선보험금 지급. 유족이 몇 년씩 판결을 기다리며 생활비까지 잃지 않도록.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렸다. 탐사기업은 불평했다. 시장 전체가 사건비용을 조금씩 나눠 갖는 구조가 됐다.

첫해에는 보험약관이 너무 복잡해져 분쟁이 오히려 늘었다. 재무원이 표준약관을 만들었다. 또 서류. 그래도 몇 년 뒤부터 소송건수는 줄었다.

중재판결이 확정된 뒤 제국 외교원은 베르단에 공개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미 책임비율과 배상, 내부징계가 있었다. 사과문 한 줄을 더 받아내는 게 유족에게 실제로 무엇을 주는지 불명확했다. 반대로 베르단도 제국에 국경침범 사과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서 사실관계와 판정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 체면을 더 사고팔지 않았다.

판결 직후 제국과 베르단 외교팀이 처음으로 같은 비행편을 타고 루멘 조정회를 떠났다.

좌석은 떨어져 있었다.

마리안은 도착 직전 베르단 장관에게 말했다.

“다음엔 이런 사건으로 만나지 맙시다.”

상대는 웃지 않았다.

“그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게 그날 유일한 비공식대화였다.

두 외교팀은 공항에서 각자 다른 출구로 나갔다. 기자들은 같은 판결문을 들고 서로 다른 제목을 준비하고 있었다.

판결이 끝난 날 베르단 국경청은 경계근무지침 개정안을 내부망에 올렸다. 제국 외교원도 같은 날 민간지도 갱신규정을 바꿨다.

양국 실무진은 이후 매년 한 번씩 경계·영사 규정을 함께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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