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73화 — 계산에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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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린 사아는 혼자 왔다. 로하르계. 나이 91. 남편 로엔과 결혼한 지 38년. 아이 둘. 제국 기준으로는 젊은 부부였지만 로하르 기준으로는 이미 긴 시간을 같이 산 편이었다. 그녀는 황궁 접견실에 들어와 절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그럴 의무도 없다. 세라는 바깥에 남았다.
메린은 앉자마자 물었다. “군함이 가까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몇 시간.”
“처음에는 세 시간 거리.”
“그럼 왜 안 들어갔습니까?”
준비해둔 설명은 많았다. 베르단 주권. 루멘 중재. 교전예상. 탐사선 주변 전투위험. 그녀도 뉴스에서 다 들었을 것이다.
“들어가면 전투가 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남편은 기다리다 죽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법이 사람보다 중요했습니까?”
그 질문에는 짧은 답이 없었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날은 법을 지키는 게 더 많은 사람을 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메린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계산에서 제 남편은 죽었네요.”
“예.”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녀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어려웠다.
“다시 같은 상황이면요?”
이 질문. 고리정거장 유족에게도 비슷하게 들었다. 이번에는 더 조심했다.
“정보가 같다면 같은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메린이 한동안 나를 봤다.
“그럼 제가 원하는 대답은 없군요.”
“아마.”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하시네요.”
그 말이 칭찬인지 몰랐다.
메린은 회사 얘기를 꺼냈다. 남편은 출항 전에 성과급 구조를 불평했다. 발견권을 많이 따면 선원 전체 보너스가 커진다. 경계 하나쯤 밀어보자는 분위기.
“로엔은 위험하다고 했답니다.”
“기록 있습니까?”
“친구한테 보낸 음성.”
그녀가 파일을 건넸다. 황실 정보원으로 보내지 않았다. 중재위원회와 제국 수사검찰에 바로 넘기게 했다.
음성에는 로엔 목소리.
[함장이 또 선을 밀려고 한다.]
[다들 돈 얘기만 해.]
[이번엔 경고 뜨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어.]
사고 12일 전. 회사문화 자료.
메린이 말했다. “함장만 감옥 가면 끝입니까?”
“아니.”
“회사도.”
“조사 중.”
“황실도.”
이번엔 내가 봤다.
“무슨 책임을 원하는데.”
“모릅니다.”
솔직.
“그냥 우리만 손해보고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면담은 40분 예정. 한 시간 넘음. 끝날 때 메린은 위로문도 훈장도 원하지 않았다.
“남편 이름으로 뭔가 만들지 마십시오.”
“알겠어.”
“학교도, 법 이름도.”
“응.”
고리정거장 때 배운 것. 피해자 이름을 정책브랜드로 쓰지 않는다.
그녀가 나간 뒤 세라가 들어왔다.
“어땠습니까?”
“좋지 않았지.”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다음 일정. 루멘 중재 본심리.
본심리는 제국과 베르단이 서로를 고발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사건을 다섯 부분으로 나눴다. 경계 자체의 유효성. 탐사선 진입책임. 억류의 적법성. 의료·영사접근 지연. 사망피해의 인과관계.
첫째. 경계선. 베르단이 7개월 전 등록변경을 완료한 건 맞다. 하지만 루멘 민간항로망 반영이 11개월 주기여서 일부 민간지도에는 옛 선이 남아 있었다. 제국 정부도 갱신자료를 받았지만 민간망 전파가 늦었다. 제국 행정책임. 일부.
둘째. 탐사선은 현장 자동경고를 받았다. 그 후 자발적으로 진입. 마르엔 측 책임. 명확.
셋째. 베르단의 선박 억류. 자국법과 등록협정상 적법.
◆넷째. 영사·기술접근 33시간 제한. 여기서 베르단이 불리했다. 증거보존은 가능하지만 생명유지 이상이 확인된 뒤까지 외국 기술지원을 전면차단한 건 비례성 부족.
다섯째. 63명 사망. 탐사선 자체 냉각결함. 베르단 임시연결기 규격불일치. 외부기술지원 지연. 여러 원인. 하나로 못 자름.
루멘 중재단은 최종판정을 4개월 뒤 내리겠다고 했다. 본토 여론은 느리다고 했다. 베르단도. 각자 자기 시민에게 설명해야.
그 사이 마르엔 협동조합 내부조사가 더 나왔다. 안전관리부는 지난 5년 동안 경계침범 ‘근접사례’ 17건을 기록. 이사회에는 요약만 올라감. 심각도 낮게 표시. 왜. 성과지표. 탐사성공률.
사고가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었다. 작은 경고가 여러 번. 이번에 사람 죽음.
마르엔 조합장은 사임. 이사회 절반 교체. 정부가 강제? 일부. 공공탐사면허 조건.
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나. 모름.
테론 바이스 함장은 베르단 구금에서 제국으로 임시이송됐다. 도주방지. 재판협력. 그가 황궁 면담 요청. 나는 거부했다. 현재 사건당사자. 검찰 조사 중. 황제가 만나면 신호가 된다.
◆그는 대신 공개편지를 냈다.
[내 판단이었다.]
[승조원을 위험에 넣었다.]
유족 일부. 사과 인정. 일부. 안 봄.
메린 사아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녀 남편의 음성기록은 법정증거 목록 488번으로 들어갔다. 이름 없이 번호만 붙었다.
메린 사아의 남편 로엔은 기관사였지만 탐사결정권은 없었다. 함장이 선을 넘기로 했을 때 반대의견을 기록할 공식 절차도 거의 없었다. 민간탐사선은 군함이 아니다. 함장 권한이 넓다. 선원은 위험을 감수하는 직업. 그 전제가 오래 유지됐다.
로엔의 음성기록이 공개된 뒤 노동조합은 ‘안전이의 기록권’을 요구했다. 승조원이 항법·생명안전 문제에 공식 이의를 남기면 회사본사와 보험사에 자동전송. 함장이 삭제 못 함.
탐사업계 반발.
“모든 판단이 소송자료가 됩니다.”
노조.
“그게 싫으면 위험한 판단을 덜 하십시오.”
협상.
결국. 안전이의는 익명 가능. 허위·남용 방지. 연 3회 이상 반복이의는 자동감사.
첫해. 이의신고 폭증. 대부분 사소. 둘째 해. 줄음. 실제 위험사례 몇 건 발견.
◆로엔 이름을 법에 붙이자는 제안. 메린이 거부. 그대로.
[민간탐사 안전이의제.]
이름 없음.
메린과의 면담 뒤 나는 가족정책 보고서를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 그녀가 국가상징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으니까. 대신 기존 유족지원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만 감사.
아이 둘. 교육지원. 생활보상. 심리치료. 선택.
메린은 첫해 치료를 거부. 둘째 해. 자녀 중 한 명이 학교에서 문제 생겨 가족상담. 그 뒤. 조금.
정책자료에는 익명.
황제와 유족 면담이 언론에 새나간 건 6개월 뒤. 누가. 황궁 아님. 유족단체 내부.
“그 계산에서 제 남편은 죽었네요.”
이 문장이 기사제목.
본토에서 큰 논쟁. 황제 비판. 황제 옹호.
한쪽.
“황제가 시민보다 외교를 선택.”
다른쪽.
“전쟁 막은 결정.”
메린은 둘 다 인터뷰 거절.
나는 홍보원에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 말이. 그녀 것.
세라는 말했다. “폐하께 유리한 전체대화가 공개되지 않아도요?”
“응.”
“오해가 남을 수 있습니다.”
“남겨.”
드문 결정.
◆왜.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면담 의미 없어짐.
상원 비공개회의에서는 유족면담보다 다른 문제가 나왔다. 황제가 판단자료를 얼마나 봤나. 당시 베르단 함대 성능. 교전예측. 의료위험.
기록 전부 제출.
황제가 결정을 내린 시점. 생명위험이 ‘가능’에서 ‘높음’으로 올라간 건 27시간 이후. 그때 루멘 긴급중재 신청. 왜 더 빨리 안 했나. 외교원은 처음 18시간 동안 양국 직접협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판단.
이 판단도. 사후검토.
다음부터 외국억류 시민의 생명유지 이상이 6시간 이상 지속되면 자동으로 중재절차 준비. 직접협상과 병행.
중재를 빨리 넣는다고 외교실패 아님. 제도.
베르단도 같은 기준. 상호.
마르엔 사건 때문에 루멘 중재원에는 ‘긴급영사접근’ 별도통로까지 생김. 다른 등록국도 사용.
몇십 년 뒤 어느 소국 선박사고에서 이 통로 덕분에 접근시간이 11시간 줄었다는 보고. 황실에 올라옴. 나는 봤다. 유족에게 보내지는 않았다. 63명의 죽음을 ‘다른 사람 살렸다’는 이야기로 보상할 수 없으니까.
◆중재 본심리 전날. 메린의 아이 하나가 학교에서 발표를 했다. 아버지 직업. 탐사기관사. 친구가 물었다. “아빠 영웅이야?”
아이.
“아니.”
“그럼.”
“일하다 죽었어.”
교사가 더 묻지 않았다. 그날 발표점수는 평범했다.
면담 몇 달 뒤 메린에게 황실에서 연락이 한 번 더 갔다. 보상서류 누락. 배우자 근속연수 계산이 잘못돼 있었다. 행정직원이 사과하고 수정. 메린은 나중에 지인에게 말했다. “황제를 만나는 것보다 이 서류 고치는 데 시간이 더 걸렸어요.”
그 말도 기사에 실렸다. 황궁은 부끄러워할 만했다. 유족지원원은 계산체계를 다시 점검했다. 거대한 외교결정 뒤에도 사람은 결국 서류를 낸다.
메린의 면담기록은 황궁 내부 교육자료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세라가 먼저 그렇게 정했다.
“이건 정책사례가 아니라 개인면담입니다.”
그 구분은 중요했다. 유족이 황제 앞에서 한 말을 공무원 교육용 문장으로 바꾸면, 다음 유족은 진짜 말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신 교육자료에는 익명화된 판단구조만 남았다. 정보부족. 강제구출 위험. 중재지연. 사망. 그리고 사후평가. 이름 없음.
◆몇십 년 뒤 젊은 비서관이 원본기록 열람을 요청했다. 거부. 필요권한 없음. 황제기록이라고 모든 사람이 읽는 건 아니다. 메린 사아는 그 사실을 알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원한 건 남편 죽음을 제국의 교훈문구로 만드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메린과의 면담이 끝난 뒤 황궁 기록관은 파일에 특별표시를 붙였다.
[정책사례 전용 아님.]
보통 황제 면담은 후대 연구자와 관료에게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건은 당사자 보호를 우선했다. 몇십 년 뒤에도 같은 표시가 유지됐다. 누군가 열람사유를 적어 제출하면 별도심사. 기록을 남기는 것과 아무나 읽게 하는 건 다르다.
◆중재 본심리장 밖에는 유족과 기자가 섞여 있었다.
메린은 가지 않았다.
남편 음성기록만 증거목록에 들어갔다.
그날 저녁 그녀는 아이들과 식사를 했고, 황궁에서는 본심리 요약보고가 내 책상에 올라왔다.
같은 사건을 두 공간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날 중재기록은 밤늦게까지 업데이트됐지만 메린에게 별도통지는 가지 않았다. 이미 필요한 연락은 법률대리인이 받고 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