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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72화 — 국경선 안쪽

별의 제국 · 172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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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의료진이 탐사선에 올라간 뒤 처음 확인한 것은 화재원인이 아니었다. 사람 상태. 중상자 141명. 흡입손상. 화상. 감압. 그중 19명은 베르단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는 제국 의료선으로 옮겨졌다. 베르단은 의료이송을 막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4호선 냉각계가 왜 망가졌는가. 원래부터 결함이 있었나. 억류 과정에서 손상됐나. 베르단 기술진 수리가 늦었나. 세 나라 조사팀이 같은 장비를 봤다. 제국. 베르단. 루멘 중재감사관.

초기 결론은 불편했다. 고장은 침범 전에 시작돼 있었다. 탐사선 자체 결함. 회사 책임 가능성. 그러나 화재로 번진 직접원인은 베르단이 사용한 임시냉각연결기의 압력규격 불일치. 둘 다.

베르단 국경청은 반박했다.

“제국선이 표준규격 정보를 완전히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마르엔 협동조합.

“압수 뒤 데이터접근을 제한한 건 베르단입니다.”

또 둘 다.

더 큰 문제는 항법기록이었다. 함장 테론 바이스. 아틀라스인. 나이 214. 민간탐사 93년 경력. 그의 개인항법기록에서 삭제된 구간이 복구됐다. 경계경고 수신. 부함장.

[베르단 갱신선입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테론.

[공개 루멘 등록망에는 아직 반영 안 됐다.]

부함장.

[현장표식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

테론.

[17분만 들어갔다가 이상질량원 확인.]

그 뒤. 진입.

이상질량원. 희귀한 위상광물 후보. 발견자 우선권. 돈.

마르엔 본사는 그 지시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실제 본사통신에는 테론이 ‘경계확인 중’이라고만 보냄. 현장경고. 숨김.

본토 여론이 바뀌었다. 처음. 외국이 우리 시민을 불법억류. 이제. 우리 탐사선이 경고를 알고 들어감. 그래도 63명이 죽은 사실은 안 바뀜.

테론 바이스는 베르단 구금상태에서 영사접촉을 받았다. 마리안 대신 현지 제국대표가 물었다. “왜 들어갔습니까?”

테론은 처음 변명했다.

“등록망이 갱신되지 않았습니다.”

“현장경고는.”

“베르단이 일방적으로 확장한 선일 수 있었습니다.”

“왜 본사에 보고 안 했죠.”

침묵.

그는 결국 말했다. “발견권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민간개척시장이 사람을 멀리 보내는 힘. 같은 인센티브가 선을 넘게도 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회사로 몰렸다. 마르엔 협동조합 본사 앞.

“왜 이런 함장을 보냈나.”

회사는 안전규정 위반이었다고 발표. 테론 개인판단.

노조는 반발.

“성과급 구조가 경계위험을 키웠다.”

실적평가표. 신규자원 발견. 독점권 확보. 시간.

안전위반 감점보다. 발견보너스. 훨씬 큼. 테론 개인의 욕심만이라고 하기 어렵다.

회사 이사회는 급히 성과체계를 바꾸겠다고 했다. 사고 뒤. 늦음.

베르단 쪽도 깨끗하지 않았다. 경계청 내부통신이 공개됐다. 제국선 냉각계 이상이 9시간째 이미 확인됐는데도 영사·기술접근 요청을 ‘증거오염 우려’로 계속 미뤘다. 현장 엔지니어 한 명이 상부에 썼다.

[외부기술지원 필요 가능성.]

상부 답.

[현재 불필요. 구금절차 유지.]

이후 화재.

베르단 정부는 담당국장 직무정지. 하지만. 법 위반인지. 아직. 그들의 규정상 외국 압수선박 접근제한 권한은 있었다. 판단오류. 권한남용? 중재에서 다툴 부분.

제국 본토에서는 강제구출론이 다시 커졌다.

“저들이 9시간이나 알고도 안 열어줬다.”

“왜 황제는 기다렸나.”

상원에서도.

라울은 군사위원회에서 답했다. “당시 강제진입 시 예상 교전손실은 민간선 승조원 포함 훨씬 컸습니다.”

한 의원이 물었다. “그건 결과론 아닙니까?”

“아닙니다. 당시 계산자료입니다.”

다른 의원.

“그 계산이 맞았다는 증거는?”

없음. 전쟁을 안 했으니까.

결정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 선택하지 않은 미래는 자료가 없다.

베르단 합의국 언론에서도 자기 정부를 비판했다.

[63명은 절차 때문에 죽었나.]

반대편은.

[국경침범자를 왜 더 우대해야 하나.]

같은 사회 안에서도 갈림.

탐사선 나머지 다섯 척 승조원은 단계적으로 풀려났다. 조사대상자 일부만 구금. 4호선은 증거보존을 위해 베르단 항구에 남음. 제국은 반발했지만 루멘 긴급결정 범위 안.

사망자 63명 가운데. 아틀라스인 41. 벨로아계 8. 로하르계 6. 세르마크계 5. 기타 3. 개척탐사단이 이미 제국 전체를 닮아 있었다.

한 로하르계 기관사의 가족이 황궁에 면담을 요청했다. 63명 전체 유족대표가 아니라. 개인. 이름. 메린 사아. 남편. 기관사 로엔 사아. 냉각실에서 사망.

세라가 일정표를 들고 물었다. “받으시겠습니까?”

“응.”

그녀는 시간을 잡았다. 면담은 사흘 뒤. 베르단 중재 본심리 하루 전이었다.

베르단이 압수한 여섯 척 가운데 4호선만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2호선 추진계통에는 미세한 손상. 6호선은 탐사드론 일부가 분리된 채 돌아오지 않았다. 억류과정에서 베르단 무력정지 장비가 영향을 줬는지, 원래 고장이었는지. 또 조사.

베르단은 함선을 강제로 정지시킬 때 비파괴형 중력견인장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제국 기술진은 그 장비가 2호선 추진계통에 과부하를 줬을 가능성을 제기. 루멘 감사관은 로그를 비교했다. 결론. 가능성 있음. 확정 못 함.

사건은 깔끔한 선 하나로 갈라지지 않았다. 침범한 쪽. 억류한 쪽. 둘 다.

본토 하원에서는 마르엔 협동조합 임원을 불렀다. 조합장 케리스 모른. 나이 388. 그는 처음에 테론 함장 개인판단을 강조했다.

“본사는 경계침범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한 의원이 안전성과급표를 띄웠다.

“발견보너스가 안전감점의 여섯 배인데요.”

조합장 얼굴이 굳었다.

“그건 고위험 발견의 경제적 가치를—”

“그러니까 경계 한번 밀면 돈을 많이 주는 구조 아닙니까?”

대답. 길어짐.

조합 내부 메신저도 공개됐다. 함장들끼리 쓰는 은어. ‘노란선.’ 법적으로 경계확정은 아니지만 현장경고가 뜨는 구역.

[노란선 한 번 안 밟고 대박 난 사람 있나.]

농담. 여러 번.

회사문화.

모든 함장이 위험하게 일한 건 아니다. 17건 근접사례 중 14건은 즉시회항. 문제는 위험을 감수한 3건에서 보너스가 컸다는 것. 성공하면 칭찬. 사고 안 나면 기록도 묻힘.

테론 바이스는 지난 20년 동안 고위험 발견 11건. 회사 최고탐사자. 그 경력이 이번 판단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

“전에도 됐으니까.”

승조원들 증언도 갈렸다. 일부. 함장 존경.

“그 사람 덕분에 다들 돈 벌었습니다.”

일부.

“언젠가 사고날 줄 알았습니다.”

한 사람 안에서도 둘 다 가능.

베르단 국경청에서는 반대로 ‘침범자 원칙’을 너무 엄격히 적용했다는 내부문화가 드러났다. 지난 30년 동안 밀수·자원절도 사건 많음. 외국선 접근 허용했다가 증거가 사라진 사례. 그래서. 압수선박에는 외부인 접근 최소화.

그 원칙이 이번에는 의료지원까지 막았다. 과거 실패가 만든 규칙이 다른 상황에서 피해.

베르단 의회 청문회에서 국경청장이 말했다. “우리는 증거오염을 막으려 했습니다.”

의원이 물었다. “사람이 죽는 것보다?”

“당시 사망위험이 그 정도라고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판단오류.

현장 엔지니어 라코 민. 그는 외부기술지원 필요를 올렸지만 거절당했다. 청문회에서 상부를 공개비판.

“제국 기술자가 들어온다고 선박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발언 때문에 베르단 사회에서도 여론 바뀜.

제국 언론은 라코를 영웅처럼 다뤘다. 그가 불편해함.

“저도 처음에는 베르단 장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체 인터뷰를 보면. 그도 처음부터 정답 안 앎.

사망자 유족 일부는 베르단 대사관 앞에서 시위.

“63명을 돌려내라.”

베르단 국기 태우려는 사람. 경찰이 제지. 표현의 자유? 공공안전.

반대편에서는 탐사선이 국경침범했다고 유족을 비난하는 댓글. 혐오.

황실은 베르단인 전체에 대한 보복·차별사건을 별도 집계. 상점 공격. 몇 건. 구금.

사건이 두 나라 사람 전체의 싸움으로 번지는 걸 막는 것도 외교.

베르단 내 아틀라스 상인들도 불안. 매출감소. 학교 아이들. 놀림.

마리안은 베르단 정부에 자국민 보호를 요청했다. 그들도 제국에 같은 요청. 상호.

사고 일주일 뒤 양국 대사관 보안이 내려갔다. 사람들이 다른 뉴스로 이동. 유족은 이동 안 함.

탐사선 승조원 귀환식도 정치적으로 민감했다. 영웅환영? 아님. 침범선. 피해자. 가해책임. 섞임. 황실은 대규모 환영행사 안 함. 가족대면만.

4호선 생존자 한 명이 공항에서 기자에게 말했다. “우리가 잘못 들어간 건 맞습니다.”

옆 동료.

“그래도 33시간은 너무 길었습니다.”

두 문장이 같은 인터뷰에 남았다. 그게 사건 전체와 비슷했다.

사고조사 중 또 하나가 나왔다. 마르엔 탐사선의 비상기술문서는 베르단어로 자동번역돼 있었는데, ‘최대 허용압력’과 ‘권장 운전압력’ 표기가 한 항목에서 뒤바뀌어 있었다. 번역원이 잘못 만든 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쓰던 민간기술 번역표 자체가 문제였다. 이 오류가 화재의 직접원인은 아니었지만 베르단 기술진이 임시냉각장치를 설정할 때 위험여유를 더 적게 잡는 데 영향을 줬다. 또 하나의 작은 원인.

루멘 조정회는 이 부분도 판례에 넣었다. 억류선박의 생명유지 장비를 다룰 때는 번역요약이 아니라 원문기술값까지 같이 제공. 민간선 회사들은 서류가 늘어난다고 불평했다. 한 기술자는 말했다. “서류 때문에 안 죽으면 쓰겠습니다.”

그 말 뒤로 반발이 조금 줄었다.

귀환한 승조원들 가운데 일부는 회사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우린 이미 베르단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법적으로는 가능했다. 회사가 고용주라고 해서 강제심문권이 있는 건 아니다.

검찰과 루멘 중재원은 필요한 진술만 별도로 확보했다.

사건 뒤 승조원 보호규정도 한 줄 늘었다.

사고조사와 회사인사평가를 분리한다.

회사는 승조원 진술거부를 인사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그 조항도 이후 표준고용계약에 들어갔다.

귀환승조원 지원창구도 회사와 분리해 제국 노동·의료기관이 맡았다. 사고조사에 협조할지와 치료받을 권리는 연결하지 않았다.

몇 년 뒤 이 분리원칙은 다른 산업재해에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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