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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71화 — 응답 없는 탐사선

별의 제국 · 17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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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끊긴 배는 군함이 아니었다. 민간 경계탐사선 여섯 척. 운영사는 마르엔 탐사협동조합. 승선인원 18,406명. 마지막 좌표는 루멘 분쟁경계에서 조금 벗어난 곳, 등록주권단위 하나의 영유권선 안쪽이었다.

[자동경고 수신.]

[항로 수정 중.]

그게 마지막 통신이었다.

가장 가까운 제국 순찰전단은 3시간 거리였다. 지휘관은 구조진입 허가를 요청했다. 문제는 좌표였다. 루멘 등록망에 따르면 그곳은 베르단 합의국의 자원보호권역이었다. 38개 성계, 인구 약 960억. 전체 기술은 VII+ 수준이지만 국경센서와 항행차단 분야는 더 높았다. 제국이 상대하기 어려운 국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의 국경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베르단에 연락.”

마리안이 이미 하고 있었다. 답은 11분 뒤 왔다.

[아틀라스 등록 민간선 6척을 불법자원권 침범 혐의로 확보했다.]

살아 있다. 적어도 확보 시점에는.

“승조원 상태.”

[조사 중.]

“영사통신.”

[증거보존 완료 후 허용.]

나는 화면을 봤다.

“얼마나 걸리는데.”

[예상 36시간.]

카시안이 옆에서 고개를 들었다.

“36시간 통신차단은 과합니다.”

마리안도 같은 생각이었다.

“영사접촉은 수사와 별개입니다.”

베르단은 거부했다.

본토에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민간탐사선 실종. 외국억류. 황실 대응. 가족들은 회사보다 먼저 정부에 연락했다. 마르엔 협동조합은 처음 보도자료에서 ‘항법오류 가능성’을 언급했다. 두 시간 뒤 문구를 지웠다. 왜. 아직 모름.

루멘 등록자료를 확인했다. 베르단 영유권선은 7개월 전에 수정돼 있었다. 이전보다 바깥으로 0.8광년. 제국 외교원에는 갱신기록이 들어와 있었다. 문제는 민간항로망 반영시간. 마르엔 탐사선이 출발할 때 사용한 지도에는 옛 선. 따라서. 공개지도 기준으로는 침범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장 자동경고를 받았다. 그 뒤 17분간 항로변경 기록. 그리고 다시 경계 안쪽으로 들어감. 이 부분이 이상했다.

에일린이 세 가지 가설을 올렸다. 첫째, 자동경고가 오류라고 판단해 복귀. 둘째, 항로회피 중 외부힘에 끌림. 셋째, 경고를 알면서도 조사목적 때문에 계속 진입. 확률은 붙이지 않았다.

“함장 통신기록은?”

“베르단이 압수했습니다.”

“회사 사본.”

“일부 삭제돼 있습니다.”

세라가 고개를 들었다.

“삭제?”

“출발 후 현장로그 일부가 본사망에 동기화되지 않았습니다.”

사고인지. 의도인지. 아직.

순찰전단은 베르단 경계 바깥에 멈췄다. 92척. 베르단 국경함대는 안쪽에서 310척. 숫자만 보면 제국이 적다. 성능까지 보면 단순하지 않았다. 전쟁하면 이길 수 있느냐는 질문은 아직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이 억류돼 있다.

순찰전단 지휘관이 물었다. [강제영사접촉을 시도합니까.]

함선을 경계선 안으로 넣으면. 주권침범. 베르단이 발포하지 않아도 루멘 중재에서 제국이 먼저 불리해진다.

“아니.”

내 답은 짧았다.

“경계 밖 대기.”

카시안은 아무 말 안 했다. 라울은 통신으로 물었다. “만약 승조원 생명위험이 확인되면?”

“그때 다시.”

가족대표단은 황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함이 세 시간 거리에 있는데 왜 우리 가족과 통화도 못 합니까?”

맞는 질문. 외교원이 답했다. “베르단에 즉시 영사접촉을 요구 중입니다.”

“요구만 합니까?”

이 질문에는 좋은 답이 없었다.

6시간 뒤. 베르단에서 첫 의료정보. 승조원 대부분 안정. 그러나 4호선 냉각계 손상. 사람 1,900명 있는 구역. 생명유지에는 아직 문제 없음. 예상 복구. 베르단 기술진 투입.

제국은 자국 기술진 접근을 요청했다. 거부.

[압수선박은 증거물.]

마리안 표정이 굳었다.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베르단이 생명유지를 보장한다.]

“보장문서를 보내십시오.”

왔다. 책임주체까지 명시. 그 나라가 완전히 무책임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어렵다.

12시간. 냉각계 상태 악화. 베르단이 보고했다.

[수리 중.]

“우리 기술진.”

또 거부.

18시간. 4호선 내부온도 상승. 비상격리. 베르단 의료선 접근. 제국 순찰전단은 경계 밖에서 데이터를 받을 뿐.

나는 물었다. “지금 들어가면.”

라울이 계산했다.

“베르단 국경함대를 밀어낼 수 있습니다.”

“손실.”

“양측 모두 큽니다.”

“탐사선은.”

“교전 중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강제구출이 곧 구조는 아니다. 이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다.

24시간. 루멘 긴급중재 신청. 평상시 중재는 며칠. 생명위험 사안. 예상 8시간. 베르단도 동의.

가족들은. 8시간이 너무 길다. 맞다.

31시간째. 4호선에서 화재. 냉각재 배관 하나가 터졌다. 자동격벽. 일부 작동불량.

베르단 의료선이 강제도킹. 탐사선 승조원과 같이 진압. 사망자. 첫 보고 12명. 30분 뒤. 37명.

황궁 상황실에서 숫자가 바뀌었다. 나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33시간째. 루멘 긴급중재 결정.

[즉시 제국 영사·의료기술진 접근 허용.]

[선박 수사는 베르단 관할 유지.]

[군함은 현 국경선 바깥 대기.]

양쪽 모두 일부 얻고 일부 잃음.

제국 의료선 8척. 경계 통과. 무장 최소. 베르단 호위.

도착했을 때 화재는 이미 꺼져 있었다. 사망자. 63명. 중상 141.

가족대표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질문형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화면을 향해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죽었습니다.”

나는 그 영상을 끝까지 봤다. 아무도 상황실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베르단 합의국의 첫 공식성명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침범선박의 승조원은 구금대상이 아니라 조사대상이며, 생명·재산은 베르단 법에 따라 보호된다.]

본토망에서는 마지막 문장보다 첫 단어가 더 크게 퍼졌다. 침범선박. 마르엔 협동조합은 반박자료를 냈다.

[출항 당시 제국 민간항로지도에서는 해당 좌표가 중립탐사 가능구역이었다.]

둘 다 사실이었다. 루멘 등록경계는 이미 바뀌었고, 제국 민간망 반영은 늦었다. 법률가에게는 과도기. 가족에게는 그런 말이 중요하지 않았다.

황궁 앞 가족대기실을 따로 열었다. 기자와 분리.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가족들에게 먼저 알리기 위해서였다. 첫 12시간 동안 실제로 알려줄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생존.”

“4호선 냉각계 이상.”

“기술접근 협상 중.”

같은 문장 반복. 한 가족이 물었다. “‘대부분’이 몇 명입니까?”

외교원 직원은 정확한 수를 몰랐다. 그날부터 발표문에서 ‘대부분’ 같은 표현을 금지했다. 확인된 숫자만.

베르단 국경함대 사령관은 제국 순찰전단에 직접 통신을 열었다. 이름은 라쉬 테렌. 나이 166. 베르단 종족 기준 중년. 그가 말했다. “귀 함대가 현재 경계선에서 0.04광초 안쪽으로 접근했습니다.”

제국 지휘관이 답했다. “구조대기 위치입니다.”

“우리 항행통제권 안으로 더 들어오지 마십시오.”

“민간선 생명위험이 증가하면 재검토합니다.”

둘 다 위협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문장. 둘 다 위협처럼 들렸다.

라쉬는 추가로 제안했다. 베르단 의료선과 제국 의료선 사이에 원격진료채널을 열자. 무장선박은 안 들어오되 의료데이터는 공유. 제국이 수용. 이 채널 덕분에 4호선 냉각계 상태를 우리 기술자도 실시간으로 보게 됐다. 그리고 더 불안해졌다.

제국 기술자들은 베르단 임시냉각연결기의 압력곡선을 보고 바로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 계통보다 펌프 응답이 늦습니다.”

베르단 기술진은 자기 규격에서는 정상이라고 했다. 양쪽이 자료를 주고받는 동안 시간이 갔다. 제국 쪽에서 장비설계 전체를 보내면 해결이 빨랐을 수도 있다. 문제는 민간선 군수파생 기술. 완전공개 불가. 필요부분만 잘라 보냄. 또 시간.

이때 처음으로 “기술보안과 생명안전 중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나왔다. 오르테가는 전부 보내자고 했다.

“민간선 냉각계입니다.”

군사보안실은 반대. 동일한 열관리기술 일부가 군함에도 사용. 결국 고장구간만.

나중에 사고조사에서는 이 결정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아니라고 나왔다. 그래도 사후회의에서 논쟁했다. 다음부터 생명유지 관련 공통규격은 군사비밀과 분리하기로. 사람 죽을 때마다 비밀해제 협상을 할 수는 없다.

가족대기실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18시간째 한 노부부가 음식도 안 먹고 화면만 보고 있었다. 아들. 4호선 정비반. 직원 명단에는 생존상태 ‘미확인.’ 실제로는 통신구역 차단 때문에 위치확인이 늦었던 것. 24시간째 살아 있다는 확인이 들어왔다. 부모가 울었다. 그 옆에는 아직 확인 못 받은 가족. 같이 울 수 없음.

31시간째 화재가 났을 때 대기실 화면이 한 번 꺼졌다. 정보가 없어서. 가족들은 그 몇 분을 제일 오래 기억했다. 황실이 숨긴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는 베르단 현장망 자체가 끊겼다.

63명 사망확정이 들어온 뒤 외교원 직원들은 가족 이름과 승조원 명단을 하나씩 대조했다. 자동통보를 쓰지 않았다. 잘못된 사망알림 한 건이 나올 가능성. 0이 아니어서. 사람이 직접 확인.

그날 밤 황궁 직원 중 몇 명은 처음으로 자기 업무가 외교문서가 아니라 사망소식 전달이라는 걸 겪었다. 다음 날 세라는 교대인력을 늘렸다. 누구도 18시간 연속으로 그 일을 하지 않게.

베르단 정부는 사망자 발생 뒤 처음으로 공개사과 비슷한 문장을 냈다.

[유감을 표한다.]

사과는 아니었다. 본토에서는 또 화남. 마리안은 바로 압박하지 않았다. 사건책임이 확정되기 전 국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문구를 피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

황실 앞에서는 촛불 비슷한 추모등이 켜졌다. 누가 주최한 행사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와서 놓음. 경찰은 통로만 비웠다.

그날 새벽 나는 상황실에서 나와 황궁 창가에 잠깐 섰다. 밖에서는 추모등이 작게 보였다. 세라가 다음 보고서를 가져왔다. 베르단 중재절차. 회사 내부로그 확보. 의료선 이송현황. 다음 할 일은 계속 있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화재 뒤 첫 공식브리핑에서 마리안은 사고원인을 추정하지 않았다. 회사 잘못인지, 베르단 기술지연인지, 국경처리 문제인지 조사 전에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들은 답답해했다.

“누구 책임인지도 모르면서 왜 기다렸습니까?”

마리안은 자료를 내려다봤다.

“바로 그걸 몰랐기 때문에 기다린 겁니다.”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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