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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65화 — 미룬 투표

별의 제국 · 165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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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뒤 네리안 정치가 가장 먼저 싸운 건 범인 처벌이 아니라 투표일이었다.

독립유지연합은 처음엔 연기 자체를 반대했다.

“테러범이 정치일정을 바꾸게 됩니다.”

친아틀라스·친아르칸트 진영은 오히려 더 긴 연기를 주장했다.

다친 후보를 상대로 선거를 치르면 결과가 어떤 쪽으로 나오든 정당성에 흠집이 남는다.

티아 세른은 병실로 당 지도부를 불렀다.

목소리는 약했고 한쪽 다리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못 나간다고 선거를 멈추지 마.”

부대표가 말했다.

“당신 없는 선거가 공정합니까?”

“내가 죽었으면 영원히 미룰 거야?”

회의가 조용해졌다.

결국 121일.

그 이상은 미루지 않기로 했다.

수사는 계속됐다.

네리안 순혈전선 41명.

밀수조직 간부 12명.

하청보안업체 직원 7명.

그중 실제 폭발설계와 설치에 참여한 사람은 16명.

나머지는 자금, 은신처, 접근권한.

외국공작 증거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불편한 사실 하나.

밀수조직의 돈 일부가 아틀라스계 은행과 아르칸트계 금융사를 지나갔다.

정상적인 돈세탁 경로.

양국 금융감독기관이 놓친 것이다.

리에스 바른 총조정관은 양국 대표를 같은 회의장에 불렀다.

“두 나라는 우리 선거에 정치자금을 넣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마리안과 아르칸트 대표가 기다렸다.

“그런데 범죄자금은 양쪽 금융망을 마음대로 통과했습니다.”

반박하기 어려웠다.

네리안은 외국은행의 현지 정치·언론·보안업체 관련 고위험거래를 자동통보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업들은 반발했다.

개인정보.

상업기밀.

결국 선거기간, 일정금액 이상, 정치조직·보안업체 관련 거래로 한정했다.

법원감사.

5년 일몰조항.

위기 때문에 감시가 늘었지만 영구화하지 않았다.

실제로 5년 뒤 일부는 폐지됐다.

일반보안업체 자동통보는 오탐이 너무 많았다.

정치조직 고액자금 추적만 남았다.

테러 뒤 만든 제도가 다시 줄어들었다.

티아 세른은 48일 뒤 퇴원했다.

한쪽 다리에 보조장치.

복귀 첫 집회.

예상보다 사람이 많았다.

그녀는 테러를 오래 말하지 않았다.

“73명은 투표용지가 아닙니다.”

그 뒤 바로 밀수단속과 경제·방위 공약으로 넘어갔다.

친아틀라스 진영 지지자 일부는 이런 광고를 만들었다.

[제국 보호국이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후보가 직접 내리게 했다.

증명할 수 없었다.

고리정거장 테러를 겪은 제국이 그런 말을 하면 더 우스웠다.

황실도 공식적으로 한 줄을 냈다.

[보호국 지위가 테러의 완전방지를 보장하지 않는다.]

아르칸트 친가입파에서도 비슷한 광고가 나왔다.

[연방정보망이었다면 막았다.]

사일 렌타가 직접 반박했다.

[막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두 강대국이 자기 우호진영의 과장광고를 동시에 끄는 이상한 선거가 됐다.

새 투표일.

보안은 강화됐지만 군대가 투표소 앞에 서지 않도록 네리안 정부가 선을 그었다.

양국 선거관찰단.

루멘 관찰자 소수.

투표율 81퍼센트.

1차 결과.

독립유지 47.

아틀라스 보호국 29.

아르칸트 준회원 22.

나머지.

네리안 규정상 과반이 없어서 결선.

독립유지 대 아틀라스 보호국.

아르칸트 지지층이 어디로 갈지가 변수였다.

사일이 내게 통신했다.

“우리 표가 귀국으로 많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그러면 결국 귀국이 이기겠군요.”

“모르지.”

실제로는 반대였다.

아르칸트파 유권자 절반 이상이 독립유지로 움직였다.

아틀라스 보호국보다 차라리 독립을 택한 것.

결선 결과.

독립유지 58.6.

아틀라스 보호국 41.4.

제국 제안이 졌다.

본토 방송은 ‘황제의 패배’라는 제목을 달았다.

정확히는 네리안 사람들이 제국 보호국안을 선택하지 않은 것.

그래도 정치적 패배는 맞았다.

일부 본토 의원은 테러가 여론을 왜곡했다며 재투표를 요구했다.

네리안 선거위원회가 거부.

황실도 결과 인정.

보호국 제안은 자동폐기됐다.

세라가 물었다.

“아쉽습니까?”

“조금.”

그 이상은 없었다.

티아 세른은 승리연설에서 아틀라스도 아르칸트도 공격하지 않았다.

“우리는 두 나라와 모두 거래할 것입니다. 오늘의 선택은 고립이 아닙니다. 우리 이름으로 계약하겠다는 뜻입니다.”

광장 한쪽에는 73명의 사진이 놓였다.

정당깃발은 그 구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 네리안 정부는 제국과 아르칸트 양쪽에 통상협상 일정을 보냈다.

결선이 끝난 뒤 아르칸트 대표단도 공식축하문을 보냈다.

자기 준회원안이 1차에서 탈락했는데도.

사일 렌타는 개인메시지를 따로 보내지 않았다. 국가가 졌을 때 지도자가 상대 선거승자에게 과도하게 친근하게 보이는 것도 정치적 신호가 될 수 있었다.

며칠 뒤 통상협상에서 처음 만났다.

티아가 말했다.

“의장님도 졌군요.”

사일은 웃었다.

“폐하보다는 먼저 졌습니다.”

나도 있었다.

“왜 나만 늦게 졌지.”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세 나라가 처음 체결한 건 거대한 전략조약이 아니라 상호세관자료 협정이었다.

밀수테러 자금 때문에 필요해진 것.

그다음 항만안전.

학생교환.

금융결제.

방위협의는 훨씬 나중이었다.

네리안 상인들은 보호국 특혜를 못 받게 된 대신 아르칸트 시장도 함께 쓸 수 있게 됐다.

초기엔 서류가 두 배였다.

몇 년 뒤 변환업체가 생겼다.

정치적 패배 뒤에도 제국 기업은 거기서 돈을 벌었다.

본토 여론도 천천히 식었다.

1년 뒤 네리안 투표를 기억하는 사람보다 다른 뉴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황실 전략원만 계속 추적했다.

독립유지가 실제로 가능한지.

아르칸트가 나중에 압박하는지.

제국 기업이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침투하는지.

5년.

10년.

네리안은 그대로 독립.

제국에 적대적이지도, 아르칸트에 편입되지도 않았다.

보호국 경쟁 패배가 국가안보 실패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자료가 쌓였다.

그 뒤부터 황실전략원 문서에서 ‘편입 실패’라는 표현이 줄었다.

대신.

[독립유지 시나리오.]

하나의 정상 선택지.

73명 추모정원은 시간이 지나며 수도 시민에게 익숙한 장소가 됐다.

선거철마다 정치인이 꽃을 들고 오려 했고 유족단체가 여러 번 막았다.

“표 얻으러 오지 마십시오.”

몇몇은 그래도 왔다.

사진 찍고 욕먹었다.

다음 선거부터 줄었다.

티아는 임기 마지막 해에 혼자 정원에 왔다.

카메라 없이.

경호만 멀리.

보조장치를 짚고 한 바퀴 걷고 갔다.

그날은 기사도 거의 없었다.

테러를 계기로 만든 금융감시 5년 일몰조항도 예정대로 다시 심사됐다.

정치조직과 선거자금의 고액거래 자동통보는 유지.

일반 보안업체까지 모두 고위험으로 묶는 조항은 폐지.

오탐이 너무 많고 중소업체 비용이 컸다.

유족단체 일부는 반대했다.

정부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완전한 합의는 없었다.

그래도 법은 줄어들었다.

티아 정부 지지율은 집권 3년째 크게 떨어졌다.

세금인상.

방위비.

이중규격 비용.

사람들은 독립을 선택했지만 독립정부를 사랑할 의무는 없었다.

본토 강경파는 그때마다 말했다.

“결국 우리 쪽으로 올 겁니다.”

10년.

20년.

그 말은 계속 틀렸다.

네리안 정부는 바뀌어도 독립정책은 유지됐다.

제국은 두 번째 보호국 제안을 보내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나라에 같은 제안을 반복하면 협상이 아니라 압박에 가까워진다.

대신 거래했다.

몇 년 뒤 제국 구조함이 네리안 광산사고를 도왔고, 네리안 병원은 제국 상선사고 생존자를 치료했다.

뉴스는 하루.

네리안과 제국 관계는 그런 일들이 쌓이는 쪽으로 변했다.

황궁 전략지도에서 네리안은 제국색으로 칠해지지 않았다.

항로선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네리안과의 첫 일반통상협정은 보호국 제안서보다 훨씬 얇았다.

관세.

결제.

검역.

분쟁중재.

학생교환.

그 정도.

그런데 몇 년 뒤 실제 무역량은 보호국 협상 당시 예상치의 절반을 넘겼다.

황실 전략원은 다시 계산했다.

보호국일 때 얻었을 추가이익.

독립국으로 남아 생긴 통치비용 절감.

아르칸트와 직접 충돌하지 않은 이익.

결론은 하나가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달랐다.

본토 하원에서는 네리안과의 관계를 두고 새 논쟁이 생겼다.

“대표권도 없는 나라에 왜 이렇게 많은 시장접근을 줍니까?”

상무장관은 답했다.

“돈을 내고 거래하니까요.”

보호국 대표권은 통치관계.

통상은 거래.

서로 다른 제도였다.

이 구분이 생각보다 자주 설명돼야 했다.

네리안 새 정부가 처음으로 제국과 군수계약을 맺었을 때도 비슷했다.

소형 방어드론 8천 기.

제국군 표준형보다 낮은 등급.

네리안은 완제품을 샀지만 소프트웨어 수정권과 부품생산권을 요구했다.

가격은 더 비쌌다.

그들은 지불했다.

몇 년 뒤 자기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었다.

독립은 표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라 계속 돈이 드는 선택이었다.

티아 정부의 세금인상 때문에 대규모 시위도 있었다.

선거 때 독립을 지지했던 시민들이 그대로 거리로 나왔다.

“독립은 했는데 왜 세금은 더 냅니까?”

정부가 답했다.

“방위와 정보망을 우리가 사야 하니까요.”

시위는 며칠 이어졌다.

폭력은 거의 없었다.

세금 일부 조정.

국방예산은 유지.

본토 언론에서는 그 장면을 ‘독립의 실패’라고 불렀다.

네리안 야당은 ‘정부의 실패’라고 했다.

두 표현은 달랐다.

다음 총선에서 티아 연정은 의석을 잃었다.

정권교체.

국가진로는 안 바뀌었다.

사일 렌타는 그 결과를 보고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우리 둘 다 네리안 정부는 바꾸지 못했군요.]

나는 답했다.

[바꾸려고 했으면 문제였지.]

그 뒤로 더 대화하지 않았다.

73명 추모정원 옆에는 몇십 년 뒤 작은 선거자료관이 생겼다.

첫 국민투표 당시 세 제안서.

테러수사 기록.

결선결과.

모두 공개.

학생들이 견학을 왔다.

가이드가 물었다.

“이 나라가 어느 쪽을 선택했습니까?”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네리안을요.”

가이드는 그 답을 정답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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