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64화 — 6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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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리안 국민투표 61일 전.
친아틀라스·친아르칸트·독립유지 세 진영이 같은 광장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장소는 협약국 수도의 오래된 우주항 외곽.
참석자 약 18만.
생중계.
황실에서는 마리안만 원격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다른 회의 중이었다. 사일 렌타도 참석하지 않았다.
네리안 선거는 네리안 사람들끼리 해야 했다.
◆독립유지연합 대표 티아 세른이 연단에 올랐다.
“아틀라스는 강합니다. 아르칸트도 강합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우리가 안전하다는 주장은 양쪽 모두에게 편한 이야기입니다.”
친아틀라스 후보가 반박했다.
“독립한다고 지정학이 사라집니까?”
“아니요.”
“버그나 군벌이 오면?”
“계약하겠습니다. 국가를 넘기지 않고.”
박수.
친아르칸트 후보는 반대로 대표권을 강조했다.
“독립은 회의실 밖에 서 있는 겁니다. 연방에 들어오면 규칙을 만드는 자리에 앉습니다.”
둘 다 논리가 있었다.
◆첫 폭발음은 연단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화물주차구역에서 났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두 번째는 연단 뒤편.
보안막이 올라오고 군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번째 장치는 연단 아래에서 발견됐다.
불발.
사망자는 처음 19명으로 집계됐다가 73명으로 늘었다.
부상자 400여 명.
티아 세른은 중상.
생명은 유지.
◆네리안 보안대는 행사장을 봉쇄했다.
친아틀라스 진영의 고문단과 아르칸트 선거관찰단도 현장에 있었다. 양쪽 경호팀이 자기 인물을 먼저 빼내려다가 같은 통로에서 부딪혔다.
고함.
무기까지 손이 갔지만 발사되진 않았다.
마리안이 황궁에 긴급통신을 넣었다.
“우리 인원 사망은 없습니다. 부상 7.”
“네리안 요청?”
“아직 없습니다.”
그럼 기다림.
◆본토 정보망에는 20분도 안 돼 온갖 주장이 올라왔다.
아르칸트 공작.
아틀라스 기업의 보복.
독립파 내부극단주의.
친연방 세력.
네리안 군부.
에일린은 회의 첫마디부터 잘랐다.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누구도 확률 숫자를 요구하지 않았다.
◆네리안 정부가 양국에 요청한 것은 수사개입이 아니라 기술지원이었다.
폭발물 분석.
통신로그 복원.
자금추적.
조건은 명확했다.
네리안 수사기관이 지휘.
수용.
제국 정보요원과 아르칸트 수사기술자가 같은 분석실에 들어갔다. 서로 믿지는 않았다.
그래도 같은 데이터를 봤다.
폭발물은 민수광산용.
기폭회로는 현지제작.
폭약 원료 일부는 아틀라스 회사 제품.
회로부품은 아르칸트제.
둘 다 일반시장에 풀린 물건.
증거가 아니었다.
◆티아 세른이 수술 뒤 의식을 회복했다.
첫 공개문장.
“투표를 취소하지 마십시오.”
의사는 최소 두 달 정치활동이 어렵다고 했다.
독립유지연합 지도부는 투표연기를 요구했다.
티아 본인은 반대.
친아틀라스·친아르칸트 진영은 오히려 연기에 찬성했다. 그대로 가면 다친 후보를 상대로 선거를 밀어붙였다는 말이 나온다.
네리안 선거위원회는 처음 90일 연기.
다시 검토해 121일.
◆수사 9일째 첫 단서.
행사장 하청보안업체 직원 둘의 접근권한이 조작돼 있었다.
둘 다 실종.
회사 자체는 네리안 기업.
주요주주는 밀수·사설호위업체와 연결.
아틀라스도 아르칸트도 아닌 국내 범죄경제.
그 회사는 양국 통합안 모두를 싫어할 이유가 있었다.
아틀라스 보호국이 되면 제국 세관·금융추적 강화.
아르칸트 준회원이 되면 연방통관망 편입.
독립유지연합도 밀수단속 강화 공약.
어느 선택도 밀수업자에겐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결론내릴 수 없었다.
돈을 댄 사람과 폭탄을 설치한 사람이 같은 목적일 필요는 없다.
수사 23일째, 실종직원 한 명이 체포됐다.
계좌에는 밀수조직 자금.
동시에 ‘네리안 순혈전선’이라는 소규모 극단조직과 접촉기록.
그들은 아틀라스와 아르칸트뿐 아니라 5공화국 연합체 자체도 싫어했다. 각 공화국을 다시 분리시키려 했다.
폭탄을 설치한 이유는 국민투표 무산.
연합정부 불신.
외국개입 확대.
밀수조직은 그 혼란을 돈으로 샀다.
목적이 겹치는 부분에서 거래가 성립했다.
◆외국정부 개입증거는 없었다.
그 사실이 밝혀져도 의심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네리안 수도에서 친아틀라스 상점 하나가 공격받았다.
다른 도시에서는 아르칸트 은행지점 유리창이 깨졌다.
경찰은 범인을 체포했다.
양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경비를 늘렸지만, 현지 군대를 들여보내지는 않았다.
사소해 보이는 선택이 중요했다.
◆73명의 장례가 끝나기 전에 새 투표일이 정해졌다.
121일 뒤.
티아 세른은 아직 병원에 있었다.
병실 창밖으로 두 강대국 대사관의 보안벽이 평소보다 높아져 있었다.
◆폭발 직후 가장 혼란스러웠던 곳은 병원이었다.
네리안 의료체계는 대규모 재난에 익숙하지 않았다. 외상수술실은 충분했지만 동시에 4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들어오자 혈액대체재와 수술인력이 먼저 부족해졌다.
아틀라스 관찰단 의료진이 지원의사를 물었다.
병원장은 3초 고민하고 받았다.
아르칸트 의료팀도.
수술실 하나에 세 나라 의사가 섞였다.
정치토론회장에서 싸우던 진영 지지자들이 같은 병원복을 입고 누웠다.
◆티아 세른은 다리와 복부에 파편상을 입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회복이 오래 걸릴 거라는 진단.
친아틀라스 후보도 경상.
친아르칸트 후보는 무사.
그 차이만으로도 음모론이 만들어졌다.
[왜 아르칸트 후보만 안 다쳤나.]
실제로는 폭발 위치가 반대편이었다.
아르칸트 정부가 첫날부터 전체 동선기록을 공개했다.
후보가 폭발 14분 전 화장실 때문에 연단 뒤 대기구역을 떠난 기록.
그게 또 음모론이 됐다.
사람은 설명이 많아도 의심할 수 있다.
◆네리안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대신 행사장 주변 72시간 특별보안.
전국 집회 금지?
안 함.
다른 선거집회는 계속됐다.
경찰은 폭발물 원료 구매망을 추적하면서도 친아틀라스·친아르칸트 단체 사무실을 일괄수색하지 않았다.
법원영장.
개별.
고리정거장 테러를 겪은 제국 정보원은 이 선택을 지지했다.
아르칸트 보안팀은 초기에 더 넓은 수색을 선호했지만 네리안 지휘권을 따랐다.
◆사망자 73명 가운데 외국인은 4명.
아틀라스 시민 2.
아르칸트 시민 1.
루멘 등록국 관찰자 1.
본토 언론은 아틀라스 시민 이름을 먼저 내세웠다.
네리안 언론은 불편해했다.
“73명 중 69명이 우리 국민입니다.”
황실 대변인은 이후 발표에서 네리안 전체 희생자 숫자를 먼저 언급했다.
작은 순서.
의미는 있었다.
◆제국 시민 유족 둘은 황실에 가해자 추적을 직접 요구했다.
정보원은 네리안 수사기관 지휘 아래 움직이는 중이었다.
유족 한 명이 말했다.
“우리 시민이 죽었는데 왜 남의 경찰 허락을 받습니까?”
마리안이 직접 답했다.
“네리안에서 일어난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유족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사권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수사 중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첫 용의자를 너무 빨리 잡았을 때였다.
하청보안업체 직원 하나가 폭발 직전 금지구역에 들어간 기록이 언론에 유출됐다.
그의 집 앞에 군중이 몰렸다.
경찰이 보호했다.
다음 날 밝혀졌다.
그 직원은 불발장치를 발견하고 보안팀에 신고하려던 사람이었다.
무혐의.
네리안 수사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용의자 이름을 유포하지 마십시오.”
말은 늦었다.
직원 가족은 며칠 동안 호텔에 머물렀다.
◆수사 한 달째 네리안 경찰은 행사장 보안업체의 계약구조도 공개했다.
원청 하나.
하청 셋.
재하청 일곱.
폭발물이 들어온 통로는 가장 아래 재하청 창고였다. 상위업체는 현장인력 명단조차 실시간으로 갖고 있지 않았다.
아틀라스 고리정거장 테러 때 봤던 문제와 너무 비슷했다.
에일린이 네리안 수사본부에 자료를 건넸다.
하청권한 자동만료.
퇴직계정 폐기.
위험물 이중확인.
그들은 그대로 복사하지 않고 자기 법에 맞게 고쳤다.
◆순혈전선 지도부 전체가 폭탄을 알았던 것도 아니었다.
중앙지도부 9명 중 실제 계획을 안 사람은 3명.
나머지는 집회방해 정도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증거상 일부는 맞았다.
네리안 검찰은 조직 전체를 같은 죄로 묶지 않았다.
본토 강경언론은 느리다고 했고, 아르칸트 일부 채널은 네리안 사법이 약하다고 했다.
리에스 바른은 신경쓰지 않았다.
“우리 법정입니다.”
◆테러 이후 네리안 정부는 모든 선거행사에 최고보안을 적용하자는 안도 검토했다.
비용이 너무 컸다.
작은 지방정당은 집회 자체를 못 열 정도.
결국 대형행사만 의무기준, 소형행사는 위험도에 따라.
공포 때문에 선거운동 자체가 대기업·대정당만 할 수 있게 되면 또 다른 왜곡이었다.
◆광장 일부는 한 달 뒤 다시 열렸다.
폭발지점 세 곳은 임시벽으로 막혀 있었다.
상인들이 돌아왔다.
한 카페 주인은 기자에게 말했다.
“장사 안 하면 범인들이 임대료 내줍니까?”
그 영상이 많이 퍼졌다.
티아가 퇴원하기 전 병실에서 첫 공개통신을 했을 때 배경에는 정당깃발이 없었다.
그녀는 73명의 이름을 한 번 읽고 말했다.
“투표는 합니다.”
그 뒤 화면을 끊었다.
행사장 입구의 금속탐지기는 그날 이후 새 모델로 바뀌었다.
◆새 투표일을 앞두고 네리안 경찰은 보안예산을 공개했다. 처음 계획보다 34퍼센트 증가.
야당은 과하다고 했고 유족 일부는 부족하다고 했다.
리에스 정부는 숫자를 줄이지도 늘리지도 않았다. 대신 행사장별 위험평가와 실제 집행내역을 선거 뒤 감사받게 했다.
보안이 강해졌다는 사실보다, 누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쪽을 택했다.
투표 전날 광장 임시벽에는 누군가 작은 문장을 적어뒀다.
[내일은 폭탄 말고 표로.]
경찰은 지우지 않았다.
광장 조명은 평소보다 일찍 꺼졌다. 다음 날 아침 다시 켜질 예정이었다.
보안요원들은 밤새 교대했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새벽은 조용했다.
투표는 남아 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