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63화 — 누구의 편도 아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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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리안에서 가장 큰 정당은 친아틀라스도 친아르칸트도 아니었다.
독립유지연합.
초기 29퍼센트였던 지지율은 외국기업 정치후원 사건 뒤 빠르게 올랐다.
대표는 티아 세른.
나이 67.
전직 항만시장.
구호는 단순했다.
[둘 다 필요하지만, 둘 다 주인은 아니다.]
◆제국 언론은 처음 그녀를 반아틀라스로 분류했다.
틀렸다.
티아는 제국시장 접근을 원했고 아틀라스 방위기술도 사고 싶어 했다. 다만 보호국은 싫었다.
아르칸트 준회원도.
“거래는 하되 외교와 국방은 우리가 결정합니다.”
국가로서는 자연스러운 말.
마리안은 티아와 비공개로 한 번 만났다. 황제는 안 갔다. 독립정당 대표까지 황제가 직접 만나면 그 자체가 선거개입처럼 보일 수 있었다.
티아가 물었다.
“제국은 우리가 보호국이 되지 않아도 거래합니까?”
“예.”
“같은 조건으로?”
“아니요.”
보호국은 시장특혜와 방위보장이 더 크다.
독립국은 일반통상.
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공정하군요.”
◆아르칸트도 비슷한 답을 했다.
준회원이 아니면 연방예산과 공동방위 혜택은 없지만 통상은 가능.
네리안 사람들에게 선택지가 세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됐다.
아틀라스 보호국.
아르칸트 준회원.
완전독립+양쪽 통상.
양국과 별도 방위협정.
중립.
정치가 복잡해졌다.
◆독립유지연합이 커지자 양국 강경파가 불편해했다.
본토 일부 의원.
“전략요충을 그냥 독립으로 두면 아르칸트가 결국 먹습니다.”
아르칸트에서도 반대말.
“아틀라스 자본이 경제적으로 먼저 장악합니다.”
사일 렌타와 나는 정상통신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저들이 독립을 고르면?”
그가 물었다.
“두면 되지.”
“귀국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다면?”
“자네 기업도 들어가.”
“군사기지는?”
“요청받으면 협상.”
사일 표정이 굳었다.
“그 부분이 문제입니다.”
아르칸트는 네리안이 독립을 선택할 경우 양국 모두 20년간 영구군사기지를 설치하지 않는 안을 내놨다.
나는 거부했다.
“네리안이 요청해도?”
“예.”
“그럼 우리가 네리안 선택권을 미리 제한하는 거잖아.”
사일도 잠깐 멈췄다.
결국 다른 방식으로 바꿨다.
군사기지 협상 개시 시 상대국과 네리안 정부에 공개통보.
비밀기지 금지.
상대국 거부권 없음.
수용.
양국이 서로를 견제하다가 오히려 네리안 주권규칙이 더 명확해졌다.
리에스 바른은 조항을 읽고 말했다.
“우리가 요구하기 전에 두 나라가 우리 권리를 써줬군요.”
마리안이 답했다.
“저희끼리 싸우지 않으려고 만든 겁니다.”
“동기가 뭐든 쓸 만하면 됩니다.”
◆선거 여섯 달 전 경제문제가 터졌다.
3공화국 조선업체들이 정치결과를 예측해 설비투자를 너무 많이 늘렸다.
아틀라스를 고르면 제국 표준함선 개조수요.
아르칸트를 고르면 연방규격 전환수요.
둘 다 아니라면.
문제.
은행대출과 공장증설, 주가상승이 이미 선거결과를 선반영했다.
독립유지연합 지지율이 오르자 관련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몇몇 조선소는 유동성위기.
정부에 구제요청.
네리안 중앙정부는 기업을 구제하지 않고 노동자 급여보증과 단기유동성만 제공했다.
특정 정치선택을 전제로 한 투기까지 세금으로 보전하면 선거를 사실상 협박하는 셈이었다.
◆본토 기업들이 싸게 인수하려 들자 네리안 경쟁당국이 일부 거래를 막았다.
제국 기업들은 불평했지만 황실은 항의하지 않았다.
네리안 법이었다.
독립유지파는 그 장면을 선거에 이용했다.
“양쪽과 거래해도 우리가 규칙을 정할 수 있다.”
설득력이 있었다.
◆선거 두 달 전 여론.
독립 41.
아틀라스 30.
아르칸트 26.
사일이 나에게 통신했다.
“우리가 둘 다 지는군요.”
“네리안이 이기는 거겠지.”
그가 웃었다.
“그 말을 자국 언론에도 하실 수 있습니까?”
잠깐 생각했다.
“해야지.”
실제로 말했다.
본토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황제도 이기고 싶지 않냐는 질문.
당연히 이기고 싶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투표결과를 내가 정할 수는 없다.
◆티아 세른은 마지막 토론에서 말했다.
“강대국과 거래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강대국 중 하나가 되는 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연설 뒤 독립지지율이 조금 더 올랐다.
투표일까지 61일.
누구도 일정이 바뀔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독립유지연합의 지지율이 오르자 티아 세른에게 외국 언론 인터뷰가 몰렸다.
그녀는 아틀라스 방송에서 가장 불편한 질문을 받았다.
“제국 보호 없이 버그 같은 위협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혼자 감당한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럼 결국 제국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필요와 복속은 같은 단어가 아닙니다.”
진행자가 잠깐 멈췄다.
본토망에서는 이 장면이 많이 퍼졌다.
일부는 건방지다고 했고, 일부는 정확하다고 했다.
◆아르칸트 방송에서는 반대 질문.
“연방 대표권 없이 어떻게 큰 국가와 협상합니까?”
티아.
“지금 하고 있습니다.”
또 짧았다.
◆그녀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완벽한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
독립유지 계획에도 구멍이 많았다.
방위비.
이중규격.
외교인력.
독자정보망.
모두 돈.
독립파가 내놓은 첫 예산안은 정부 추정치보다 40퍼센트 낮았다.
친아틀라스당이 공격.
“독립은 공짜라는 거짓말.”
이번엔 맞는 비판.
티아는 예산안을 수정했다.
세금인상.
일부 복지사업 연기.
지지율.
조금 내려감.
◆한 네리안 가족을 다룬 다큐가 화제가 됐다.
아버지는 아틀라스 보호국 지지.
방위산업 기술자.
어머니는 독립유지.
작은 무역회사.
딸은 아르칸트 준회원 지지.
연방대학 진학 희망.
저녁식탁에서 셋이 싸웠다.
“제국이면 안전해.”
“네 회사가 제국 계약 받고 싶은 거잖아.”
“연방대학 장학금은?”
정치가 가족 안까지 들어가 있었다.
◆황실은 이런 방송을 분석보고서로 받지 않으려 했다.
정보원은 그래도 여론자료로 가져왔다.
에일린이 말했다.
“정책설문보다 실제 갈등구조를 보기 좋습니다.”
맞다.
숫자 41퍼센트보다 식탁 하나가 더 이해될 때가 있다.
◆네리안 독립선택을 보장하는 양국 추가조항도 협상됐다.
둘 다 가입하지 않을 경우.
보복관세 금지?
여기서 양국이 반대.
보호국이나 준회원에게 주는 특혜를 안 주는 건 보복이 아니다.
네리안은 인정.
대신 기존 일반통상조건을 정치결과 때문에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조항.
수용.
◆이 차이가 중요했다.
특혜를 못 받는 것과 처벌받는 것.
같지 않다.
◆네리안 중앙은행은 선거 전 외환준비를 늘렸다.
어느 결과가 나와도 시장충격.
아틀라스 크레딧.
아르칸트 연방통화.
자국통화.
셋.
◆선거 자체가 경제위기 트리거가 되지 않게.
◆성계거래소에서도 네리안 관련 파생상품이 생겼다.
‘보호국 전환 확률.’
금융감독원이 바로 이름을 바꾸게 했다.
정치결과를 도박상품처럼 직접 거래하는 건 네리안 법에서 금지.
대신 조선·항만기업 주식은 자유.
사람들은 우회해서 같은 베팅을 했다.
완전히 막을 수 없다.
◆친아틀라스파 내부도 하나가 아니었다.
일부는 완전한 보호국.
일부는 특별동맹만.
어떤 기업가는 정식령까지 장기목표.
본토 언론이 이들을 한데 묶어 ‘친제국’이라 부르자 당 내부에서 항의.
아르칸트파도 비슷.
◆정치적 꼬리표는 실제 사람보다 단순했다.
◆황실 전략원에서 네리안 선택별 제국이익을 계산했다.
보호국.
가장 큰 전략이익.
독립+통상.
그다음.
아르칸트 준회원.
제국 입장에선 가장 낮음.
그래도.
전쟁비용은 어느 경우도 거의 없음.
◆나는 보고서에 한 줄만 표시했다.
[독립 시 손실 감내 가능.]
이게 중요했다.
네리안이 거절한다고 제국안보가 무너지는 상황이면 선거를 평온하게 보기 어렵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
그럼 기다릴 수 있다.
◆아르칸트도 비슷한 계산을 했을 것이다.
사일과의 비공개통신에서 물었다.
“자네들도 독립이 두 번째야?”
그가 웃었다.
“기밀입니다.”
“표정은 맞네.”
“귀국 황제는 외교예절이 부족합니다.”
“알아.”
◆선거 두 달 전 네리안 독립파가 우세해졌지만 누구도 확정이라 보진 않았다.
외국기업 인수규제 논쟁.
방위비.
지방공화국 갈등.
매주 숫자가 움직였다.
티아 세른은 마지막 대규모 토론회를 준비했다.
행사장 보안은 현지기업이 맡았다.
양국 관찰단도 참석예정.
그 기업의 하청망까지 들여다본 사람은 아직 없었다.
◆독립파의 약점도 선거 막판에 드러났다.
독자정보망 예산.
외교관학교.
군수비축.
지금까지 양국이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들을 스스로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렸다.
티아는 마지막 정책토론에서 인정했다.
“우리는 더 비싸게 살 겁니다.”
친아틀라스 후보가 바로 물었다.
“그럼 왜 굳이?”
“결정권이 남으니까.”
그 대답 하나로 토론이 끝난 건 아니었다.
다음 날 경제지들은 독립안의 세금부담을 계산했고, 지방정부들은 중앙분담금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독립은 감정이 아니라 예산이 됐다.
◆네리안 군 내부에서는 보호국 지지가 여전히 높았다.
제독들은 실제 위협을 본다.
정치인은 주권을 말하고 군인은 탄약창고를 본다.
티아는 군부 설득을 위해 국방예산 12퍼센트 증액안을 내놨다.
복지파가 반발.
연정 가능성.
복잡.
◆마리안은 이 과정을 보며 황궁에 보고했다.
[독립파가 이기더라도 네리안 정책은 아틀라스와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계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보고는 전략원의 계산과 맞았다.
보호국이 아니면 영향력이 0이 되는 게 아니다.
◆선거 70일 전, 네리안 정부는 양국에 하나씩 질문을 보냈다.
[우리가 둘 다 거부하면, 10년 뒤 같은 제안을 다시 할 것인가.]
아틀라스 답.
[요청이나 전략상 필요가 있으면 가능.]
아르칸트 답.
[연방가입 문은 닫히지 않는다.]
압박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둘 다 덧붙였다.
[현재 투표결과를 변경할 조건은 아님.]
네리안 언론은 두 답을 비교하다 결국 같은 뜻이라고 결론냈다.
선택은 한 번으로 우주가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투표 61일 전, 티아는 마지막 토론회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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