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60화 — 먼저 찾아온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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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함이 아우렐리움으로 돌아오기 전날, 새 접촉요청이 들어왔다.
루멘이 중개하지 않았다.
등록정치단위 하나가 직접 제국 외교망을 호출했다.
[아르칸트 연방.]
공개된 규모부터 달랐다.
직할·연합 약 980개 항성계.
생물학적 인구환산 약 4조 6천억.
기술은 VIII급 분야가 다수.
루멘권 안에서도 상위권.
◆요청문은 짧았다.
[아틀라스 제국 황제와 직접 회담을 희망한다.]
마리안이 자료를 읽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가 찾아가는 쪽만은 아니군요.”
◆왜 만나고 싶어 하는지 공개이유도 붙었다.
[아틀라스 제국의 경계확장속도와 대량건조능력에 관심.]
하디안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아르칸트 자료는 더 무거웠다.
루멘 연속체가 현재 형태를 갖추기 전부터 존재한 오래된 연방국. 등록정지 경험이 여러 번 있었고, 관리권역 세력과 실제 군사충돌을 벌인 기록도 있었다.
두 차례.
한 번은 무승부에 가까운 협정으로 끝났다.
◆“루멘하고 싸웠다고?”
“정확히는 당시 관리권역 방위세력과입니다.”
마리안이 전쟁기록을 넘겼다.
아르칸트는 이긴 것도 아니고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전쟁 뒤 등록조건을 다시 협상했다.
루멘 질서 안에서 큰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바로 회담을 수락하지 않았다.
자료부터.
정보원은 공개기록과 루멘 판례, 하디안 외교자료, 오르비스 상인망까지 긁었다.
평판은 묘했다.
[장기계약 신뢰 높음.]
[국경분쟁 빈도 높음.]
[거래 가능.]
[오만.]
서로 모순되지 않았다.
◆정치체제는 7개 핵심연방국이 중심이었다.
세 곳은 특정 생물종 중심.
둘은 복합 AI·생물 사회.
하나는 이동함대국가.
하나는 거주구조물 네트워크.
공동외교와 전략방위, 일부 통화와 중앙법원을 공유하지만 내정은 상당히 다르다.
제국 보호국보다 중앙권이 강하고 정식령보다 약한 정도.
◆연방의장 사일 렌타.
나이 341.
군 경력 없음.
경제·연방법 전문가.
임기 24년.
아르칸트 평균수명 약 700년을 생각하면 짧은 정치임기였다.
정보원 성격평가.
절제.
거래적.
연방확대론자.
마지막 단어에 에일린이 표시했다.
“이게 핵심일 수 있습니다.”
◆아르칸트도 확장한다.
방식은 제국과 다르다.
우리는 보호국, 보호령, 정식령, 영향권을 섞는다.
아르칸트는 주변국에 연방가입을 제안한다. 공동방위와 관세, 중앙법원 참여를 받고 정치대표를 준다.
어떤 면에서는 더 평등해 보이고, 어떤 면에서는 가입조건이 더 깊다.
◆문제는 루멘 남동쪽 미등록권역이었다.
아르칸트도 관심.
제국 민간탐사도 그쪽으로 늘어남.
서로 같은 지도를 보기 시작했다.
마리안이 말했다.
“먼저 보자는 이유가 있군요.”
상대가 어디까지 올 건지.
우리가 어디까지 갈 건지.
확인.
◆군사자료는 제한적이었다.
공개행사와 과거전쟁 영상으로 추정.
상비함대 수는 제국보다 적을 가능성.
개별함선 성능은 높음.
장거리타격과 센서.
강함.
산업생산은 4조 6천억 인구와 980개 성계에 넓게 분산.
전시동원은 연방합의가 필요해 제국보다 느릴 가능성.
강약이 뚜렷했다.
누가 더 센지는 아직 계산할 수 없었다.
아델라인은 그래서 더 좋아했다.
“드디어 자료를 모을 가치가 있는 상대군요.”
“전쟁하려고?”
“전쟁 안 하려면 더 알아야 합니다.”
맞는 말.
◆아르칸트 언론도 제국을 분석하고 있었다.
번역기사 하나가 본토에서 화제가 됐다.
[새 제국은 얼마나 오래 참는가.]
내용은 우리 확장속도를 다뤘다.
민간개척.
보호국.
정식령 전환.
대규모 함대.
황제의 장기집권.
한 평론가는 말했다.
[아틀라스는 전쟁보다 계약으로 더 빨리 들어온다.]
마리안이 그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이 우리를 꽤 정확히 보는군요.”
◆반아틀라스 정치파도 이미 존재했다.
만난 적도 없는데.
세라가 말했다.
“사람은 자료만으로도 싫어할 수 있습니다.”
친아틀라스 상업파도 있었다.
그들이 보는 건 제국시장 7조.
정치와 돈이 실제 접촉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정상회담 1년 전, 아르칸트 기업대표단이 먼저 아우렐리움을 방문했다.
성계거래소.
조선소.
의료시장.
그들이 가장 놀란 건 민간개척권이었다.
“회사가 성계를 개발합니까?”
“개발만.”
“도시도 운영합니까?”
“초기에는.”
“무장함대도?”
“보안범위 안에서.”
대표단 표정이 조금씩 굳었다.
아르칸트에서는 연방정부와 회원국이 개척을 주도하고 민간의 준행정권을 더 강하게 제한한다.
우리가 루멘에서 느꼈던 낯섦을 그들도 우리에게 느꼈다.
◆아르칸트 투자회사들은 성계거래소에도 들어왔다.
첫해 몇 곳이 루멘 관련주에 물려 큰 손실을 봤다.
본국 언론.
[아틀라스 금융시장 위험.]
벨로아 금융인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배우면 됩니다.”
좋은 첫인상인지는 모르겠다.
◆2년 검토 뒤 회담을 수락했다.
장소를 두고 또 협상.
아르칸트는 자기 국경도시를 제안했다.
마리안이 반대했다.
“첫 정상회담에서 상대 수도권으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나 루멘에도 갔잖아.”
“루멘은 관리권역입니다. 아르칸트는 한 국가입니다.”
다른 문제.
결국 루멘 중립결절.
양쪽에서 비슷한 거리.
◆회담 전날 아르칸트가 의제목록을 보냈다.
1. 미등록권역 상호비간섭.
2. 군사정보교환.
3. 통상.
4. 보호·연방 가입경쟁 방지.
네 번째가 가장 길었다.
부속문서에는 과거 경쟁적 보호·가입제안이 실제 전쟁으로 번진 사례 17건이 붙어 있었다. 그중 세 건은 아르칸트 자신이 당사자였다.
상대도 경험 때문에 먼저 선을 그으려는 것이었다.
마리안이 말했다.
“저쪽도 우리를 겁내는군요.”
나는 피해수치를 한참 봤다.
“서로 겁내는 편이 낫겠지.”
그 말은 회담자료에는 적지 않았다.
◆아우렐리움에 돌아오자 세라와 나이아가 황궁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국 안 망했지?”
세라가 대답했다.
“아쉽게도.”
“아쉽다고?”
“폐하께서 좋아하실 답을 드렸습니다.”
나이아는 예전보다 덜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내가 없는 동안 결재한 문서가 수천 건이었다.
◆귀환 첫날 회의는 원래 3시간이었다.
세라가 90분으로 줄였다.
“폐하께서 대부분 현장에서 보셨습니다.”
D-449.
하디안.
번역체계.
난민선.
31개의 질의.
루멘 회비.
그리고 마지막.
아르칸트.
전략지도에 새 영역표시가 떠 있었다.
바르케시보다 크고, 카론보다 훨씬 큰 하나의 국가.
루멘 전체보다 작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직접 상대해본 단일국가 가운데 가장 무거운 축.
예전 같으면 합병비용이나 보호국화 가능성을 먼저 계산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자료 첫 장의 질문을 봤다.
[아르칸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회의가 끝난 뒤 사람들은 나갔다.
창밖에서는 내가 떠나기 전 공사하던 도심철도가 이미 운행 중이었다.
아르칸트 회담일까지 2년.
전광판 열차는 3분 늦었다.
◆아르칸트 접촉요청이 공개되자 본토 반응은 루멘 때와 달랐다.
이번에는 “우리가 작은 쪽인가”보다 “저 나라와 경쟁하게 되는가”가 먼저 나왔다.
성계거래소에서는 남동 미등록권역 개발주가 올랐다.
아르칸트와 제국이 서로 개척을 자제하면 공급이 줄 거라는 계산.
반대로 통상주도 올랐다.
협정이 열리면 시장이 생길 거라는 계산.
같은 뉴스로 반대 방향에 돈이 몰렸다.
◆외교원은 회담 전에 아르칸트 내부 정당과 핵심연방국을 따로 분석했다.
7개 핵심국이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게 아니었다.
두 곳은 제국과 통상확대에 적극적.
하나는 노골적으로 경계.
나머지는 조건부.
사일 렌타 의장이 회담에서 약속해도 연방 내부비준이 필요한 사안이 많았다.
루멘과는 또 다른 느림.
◆마리안이 말했다.
“폐하께서 한마디 하시면 제국은 빨리 움직입니다. 저쪽은 의장이 합의해도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럼 협상할 때 내부통과 가능한 선부터 봐야겠네.”
“예.”
상대를 이기는 문구보다 상대가 집에 가져가 통과시킬 수 있는 문구.
처음부터 그걸 봐야 했다.
◆아르칸트도 우리 정치구조를 똑같이 연구했다.
그들이 보낸 사전질문에는 황제가 상원 150표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 이유, 재상과 12장관이 13표를 갖는 이유, 보호국이 중앙대표를 받으면서도 내정자치를 유지하는 이유가 들어 있었다.
마리안이 웃었다.
“우리 헌법시험을 보는 기분입니다.”
◆한 질문은 더 노골적이었다.
[황제의 전쟁결정이 의회반대에도 가능한가.]
가능.
다만 예산·동원·장기점령은 의회와 부딪힌다.
아르칸트는 이 답을 중요하게 본 듯 추가질문을 여섯 개 보냈다.
왜.
아르칸트는 전쟁결정이 느린 대신 연방합의가 강하다.
제국은 빠른 대신 황제 개인판단 비중이 크다.
서로의 위험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군부끼리도 비공개 접촉이 시작됐다.
아델라인과 아르칸트 전략대표가 첫 회의를 했다.
무기성능 공개 안 함.
대신 충돌방지용 최소정보.
함대식별.
초광속 접근경보.
구조신호.
◆아르칸트 대표가 물었다.
“귀국은 황제명령 하나로 대함대를 움직일 수 있습니까?”
아델라인.
“예.”
“위험합니다.”
“귀국은 회의 끝날 때까지 적이 기다려줍니까?”
첫 회의부터.
분위기 좋지 않음.
마리안이 나중에 보고서를 읽고 한숨.
◆그래도 충돌방지 표준은 만들었다.
서로 싫어해도 함대가 우연히 쏘는 건 더 싫으니까.
◆회담 준비 마지막 달.
아르칸트에서 뜻밖의 요청.
사일 렌타 의장이 황제와 단독시간 30분.
통역과 기록만.
마리안이 반대할 줄 알았다.
“받으십시오.”
“왜.”
“저쪽도 공개석상에서 못 할 말이 있겠죠.”
“우리도?”
“있으실 겁니다.”
대단절 이야기는 아님.
미등록권역.
아르칸트 확장.
제국 확장.
그게 핵심일 가능성.
◆나는 회담자료를 다시 읽었다.
아르칸트가 과거 세 번이나 경쟁적 가입확대로 전쟁을 겪었다는 기록.
제국도 같은 실수 할 수 있다.
보호를 요청하는 작은 문명 하나.
아르칸트도 가입제안.
제국도 보호국 제안.
둘 다 자기 방식이 더 낫다고 믿음.
그 사이 작은 나라가 전쟁터.
◆미리 규칙을 만들 이유가 충분했다.
다만.
어디까지 서로 양보할지.
아직.
◆회담 2년 전 접촉을 수락했을 때보다 자료는 많아졌다.
확신은.
그렇게 많이 늘지 않았다.
세라가 회담준비서 마지막 장을 넘겼다.
[아르칸트는 루멘이 아니다.]
그 아래 나이아가 작은 메모를 붙였다.
[아르칸트도 하나의 목소리는 아니다.]
좋은 추가.
◆나는 두 문장을 그대로 뒀다.
창밖 새 도심철도는 이번에도 조금 늦었다.
아르칸트 회담 당일에는 제시간에 올지 모르겠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