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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52화 — 네 번째 회랑

별의 제국 · 152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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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멘은 세 곳의 관리보류 회랑에 대한 자료를 약속대로 보내왔다.

네 번째 성계, D-449만 비어 있었다.

그곳에는 헤르메스 개척연합이 이미 자동채굴기 수천만 기와 정련시설을 투입하고 있었다. 거주인구도 1억을 넘었다. 루멘은 개발중지를 권고했지만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라 엔 회장이 직접 황궁 통신망에 들어왔다.

“폐하, 이건 선례가 됩니다. 외국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멈추라고 할 때마다 멈출 겁니까?”

“아니.”

“그럼 계속해도 됩니까?”

“현재 제국법과 계약범위 안에서는.”

그녀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멘은 무력으로 막지 않았다. 대신 D-449로 향하는 고리망 연결을 모두 끊고 경계안전등급을 높였다. 제국은 원래 독자항로를 사용했으니 직접적인 타격은 작았다.

반응은 보험시장에서 먼저 나왔다.

운송위험등급이 올라가면서 보험료와 운임이 동시에 뛰었다. 헤르메스는 다시 항의했다.

“형식만 다르지 사실상 경제제재입니다.”

마리안은 선을 그었다.

“루멘이 자기 시설을 닫은 겁니다. 제국 선박을 막은 게 아닙니다.”

“결과는 같지 않습니까?”

“결과가 같다고 권리가 같은 건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함대보다 법률가가 오래 싸웠다.

나는 사라에게 철수비용과 계속 개발했을 때의 예상수익을 따로 가져오게 했다. 손실은 컸고, 장기수익은 더 컸다.

문제는 위험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루멘이 근거를 주지 않는 이상 그들의 말만 믿고 민간개발을 멈추기 어렵다. 반대로 경고를 무시했다가 실제로 사고가 나면 제국이 허가한 개발권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

독자조사를 시작했다.

과학원.

세레프.

칼드라 중력연구소.

메르탄 위상항법팀.

오르테가는 정치적 골칫거리보다 연구거리부터 봤다.

“이런 게 과학입니다.”

마리안이 맞은편에서 대꾸했다.

“사고 나기 전까지만요.”

첫해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채굴량은 계획대로 늘었고, 본토 언론에서는 루멘이 자기 관리영역을 과장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라는 생산을 줄이지 않았다.

둘째 해가 끝날 무렵 칼드라 연구자 하나가 아주 작은 이상을 발견했다. 채굴로 소행성 질량분포가 바뀔 때마다 배경중력장이 원래 분포를 되찾으려는 것처럼 미세하게 흔들렸다.

자연현상일 수도 있었다.

세 번째 해에는 반복패턴이 보였다.

D-449 자체가 거대한 계산에서 기준점처럼 작동하는 것 같았다. 특정 방향에서 질량이 빠지면 주변공간이 다른 질량을 끌어당겨 보정하려 했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채굴규모가 계속 커질 경우 임계점이 올 가능성이 있었다.

오르테가가 계산을 들고 왔다.

“루멘 경고가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나?”

“현재 모델로는 71퍼센트.”

에일린이 화면 너머에서 한마디 했다.

“숫자 하나에 너무 의미를 두지는 마십시오.”

칼드라 사건 이후 정보원 내부에서 거의 격언처럼 쓰이는 말이 됐다. 이번에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황실은 헤르메스에 채굴량 50퍼센트 감축명령을 내렸다.

사라가 즉시 반발했다.

“루멘 자료는 아직도 못 받았습니다.”

“이건 우리 자료야.”

문서를 읽는 동안 그녀 표정이 변했다. 헤르메스 자체 과학팀도 며칠 뒤 유사한 결론을 냈다.

회사가 40퍼센트 감축을 제안했다.

황실은 50.

협상 끝에 45.

완전철수는 아니었다.

우리가 자체조사 결과를 루멘에 통보하자 네마르-6은 처음으로 D-449의 내부등급 일부를 열었다.

[고리망 원형기준점 후보.]

후보였다.

확정도 아니었다.

“이걸 왜 처음부터 안 줬지?”

[자료 자체가 상위보안등급.]

“우리 성계 개발권보다 더 중요해서?”

[귀측 성계가 아니다.]

마리안의 표정이 굳었다.

그 순간부터 논쟁은 안전이 아니라 주권문제가 됐다.

D-449는 제국 탐사대가 무주공간으로 확인했고, 제국법에 따라 헤르메스에 기한부 개발권을 부여한 곳이다. 루멘은 고리망 기준점이라는 이유로 그 공간을 일반적인 정치주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곳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루멘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겁니까?”

“아니다.”

“그러면 제국이 영유해도 되지 않습니까?”

“영유와 개발행위가 기준점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

“영유와 훼손은 다른 문제입니다.”

“귀측 법체계에서는.”

마리안과 네마르-6의 회담은 거기서 한 번 중단됐다.

제국은 D-449에 깃발을 더 세우지 않았다. 이미 우리 행정망 안에 있는 곳을 상징행동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루멘도 함대를 보내지 않았다.

그 뒤 여섯 달 동안 과학자와 법률가가 대신 싸웠다.

결국 새로운 지위를 만들었다.

[비주권 공동보존구역.]

어느 국가에도 영토로 완전히 편입하지 않는다. 헤르메스 기존 개발권은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고, 제국은 투입비와 합리적 수익을 보상한다. 루멘과 제국은 공동연구를 하고, 주민의 지방자치와 제국 시민권은 그대로 유지한다.

법률적으로는 깔끔했다.

현지 사람에게는 아니었다.

D-449 정련도시에서 열린 주민회의에서 한 노동자가 물었다.

“광산이 끝나면 도시도 끝납니까?”

시장 대답은 빨랐다.

“그건 우리가 결정합니다.”

정부는 대체산업 후보를 내놨다. 고리망 연구, 중력센서, 무인정비. 채굴만큼 많은 사람을 고용하지는 못한다.

한 정련기술자는 방송에서 말했다.

“회사 때문에 왔지만 애는 여기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딸은 학교에서 자기 고향이 지도상 어느 국가색도 아닌 곳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럼 저는 어디 사람이에요?”

“제국 시민이지.”

“여기는요?”

교사가 잠깐 망설였다.

“공동보존구역.”

아이 얼굴은 더 복잡해졌다.

법률용어 하나로 고향 감정까지 정리되진 않았다.

그래서 주민정부는 남겼다.

루멘 법률팀은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주권이 없는데 지방정치가 존재하는 이유.]

마리안이 답했다.

“사람이 살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 수용통지가 왔다.

헤르메스는 15년에 걸쳐 채굴을 줄였다.

첫 5년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다음부터 수천만 명이 다른 성계로 옮겨갔다. 일부는 남아 공동연구시설과 센서산업으로 옮겼다.

마지막 대형정련로를 끄는 날 사라 엔도 현장에 왔다.

직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녀도 긴 연설을 하지 않았다.

“회사가 여기서 돈을 벌었습니다. 다른 데서 또 벌겠습니다.”

정련단지 반대편에는 이미 헤르메스 연구자회사가 입주 중이었다.

개발권 종료 뒤 몇 년이 지났을 때 실제 임계현상이 한 번 발생했다.

공간이 0.03초 동안 접혔다.

무인장비 몇 대가 사라졌고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사라는 비공개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당시 자료로는 45퍼센트 감축이 과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는 다르게 봅니다.]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D-449에서는 다음 날 학교가 열렸고,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어느 나라 지도색에 속하는지를 두고 교사에게 질문했다.

비주권 공동보존구역이라는 지위가 생기자 법률가들이 더 바빠졌다.

세금은 누가 걷는가.

범죄가 발생하면 어느 법원이 재판하는가.

루멘 연구자가 사고를 내면 제국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

제국 시민이 루멘 장비를 훼손하면 반대는.

처음 합의문에는 이런 게 거의 없었다.

D-449 주민들은 가장 먼저 세금부터 물었다.

“주권이 없다면서 왜 제국세를 냅니까?”

법무원은 시민권과 거주행정에 대한 세금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주권과 별개.

현지 방송 진행자가 되물었다.

“그럼 루멘에도 냅니까?”

공동보존 관리비 일부.

기업과 연구기관이.

주민 개인에게는 직접 부과 안 함.

조금 안심.

재판권 문제는 더 어려웠다.

공동연구단지에서 첫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제국 계약직 연구원이 루멘 측 센서 부품을 빼돌려 성계거래소 암시장에 팔려 한 사건이었다.

범인은 제국 시민.

피해물은 루멘 관리재산.

장소는 비주권구역.

어느 법원이.

둘 다 권한 주장 가능.

결국 첫 공동재판 패널이 열렸다.

제국 판사 둘.

루멘 기능판정자 둘.

중립 기록자 하나.

범인은 유죄.

형량은 제국법 기준.

피해배상은 루멘 자산규칙.

양쪽 법을 나눠 적용했다.

본토 법학자들은 흥분했다.

현지 주민은 별 관심 없었다.

도둑 잡았으면 됐다는 반응.

D-449에서 더 중요한 건 고용이었다.

채굴이 줄어들면서 회사 숙련공 수천만 명이 재교육 대상이 됐다. 황실은 전환훈련 비용 일부를 보상했지만, 누가 어떤 직업으로 옮겨갈지는 정해주지 않았다.

한 정련기술자는 중력센서 유지보수로 옮겼다. 임금이 18퍼센트 줄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안 줄었으면 좋았겠죠.”

“정부 지원을 더 원합니까?”

“내 월급까지 황제가 정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불만과 자립심이 같이 있었다.

헤르메스는 일부 직원에게 다른 개척성계 전근을 제안했다.

가족들은 갈렸다.

배우자는 가고 싶어 하고, 아이는 학교를 떠나기 싫어했다.

회사와 국가 사이의 주권논쟁이 어느 집에서는 이사 문제로 바뀌었다.

사라 엔은 직원설명회에서 예상보다 오래 질문을 받았다.

“왜 처음부터 위험을 몰랐습니까?”

“몰랐습니다.”

“회사가 과학조사를 덜 한 것 아닙니까?”

“당시 제국 기준 이상으로 했습니다.”

“그래도 틀렸잖아요.”

사라는 몇 초 기다렸다.

“예.”

그 답 뒤에 회의장이 조금 조용해졌다.

제국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왜 탐사 때 못 찾았나.

과학원은 당시 장비로는 감지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답했다.

루멘이 없었으면 언제 알았을까.

아마 임계현상 뒤.

그때 사람 피해가 났을 수도 있다.

이건 루멘과 접촉해 얻은 첫 명확한 안전이익 중 하나였다.

그 사실이 루멘의 모든 주장까지 옳게 만들지는 않았다.

공동보존구역 30년째, D-449 인구는 처음보다 줄었지만 도시가 사라지진 않았다.

채굴산업 비중은 70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내려갔다. 대신 고리망 기준점 연구와 중력센서, 보존구역 행정이 일자리를 만들었다.

아이였던 주민은 성인이 됐다.

학교에서 “여기는 어느 나라냐”고 묻던 그 아이는 나중에 공동구역 법무관이 됐다.

외교원이 인터뷰했다.

“고향이 제국입니까, 공동구역입니까?”

그는 웃었다.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합니까?”

그 답은 어떤 조약문보다 D-449를 잘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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